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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기타
조선 여류화가 홍다연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0.26

자유 분방 당찬 홍다연. 조선의 성리학에 정면 도전하여 화공으로써 꿈을 위해 달려간다. 다연과 밀당하는 발명과학 천재 김민찬. 눈 앞에 그림은 알아도 사랑은 모른다. 그림을 맘껏 그리기위해 조선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연은 위작에 발을 담그게 되는데...

 
5. 세자저하와 그림전시회 - 3,4
작성일 : 17-12-23 16:04     조회 : 438     추천 : 1     분량 : 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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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송상 주막에서 말을 찾았다. 맡겨놨다는 말이 2필이라 율은 멋쩍게 민찬을 바라봤다. 민찬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말에 올라 다연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 앞에 앉혔다.

 

 “율,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무슨 말입니까?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긴 뭘, 몰라! 어? 언제는 말 타고 가면 된다며?”

 “타고 계신 게 말 아니면 뭡니까?”

 

 민찬은 속이 바짝바짝 탔다. 좁은 말 위에 바짝 붙어 있으니 더욱 심장이 두근댔다.

 

 “그게 싫으면 도련님은 이만 가시면 되죠. 저는 화공님을 무사히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크흠! 내가 널 뭘 믿고 달랑 둘만 보내? 어? 젠장! 앞서 가기나 해. 도대체 어디라는 거야?”

 “……시끄러워, 김민찬.”

 

 다연의 낮은 말에 머쓱해진 민찬은 입을 다물고 말을 몰았다. 앞서가는 율을 따라 내달렸다. 흔들리는 말 위에 도성 밖을 벗어나 달리니 상대의 심장소리, 숨소리, 체취마저 올올이 느껴졌다. 민찬에게 안기듯 앉아 있는 다연마저 귀가 새빨개질 정도로 열이 달아올랐다.

 

 도성 밖을 한참을 내달려 도착한 곳은 조용한 가옥이 한 채 서있었다.

 

 “여깁니다.”

 

 말을 세워 민찬은 먼저 내린 뒤 다연을 안아 무사히 내려주었다. 민찬의 손길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미 민찬에 의해 땅으로 착지한 뒤였다.

 

 “크흠……. 별 의미 없었다. 오, 오해 하지 말어.”

 “오, 오해는 무슨!”

 

 율은 그런 둘을 보더니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짐은 제가 안에 두겠습니다. 기본적인 재료들은 다 갖추어져있구요, 필요하시면 여기 서있는 애 아무나 붙잡으면 쏜살같이 가져다 드릴 겁니다.”

 “안녕하십니까? 채경 아가씨 명으로 호위를 맡은 경식입니다.”

 “아아, 네.”

 

 다연은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율이 소개하는 안채로 향했다.

 

 “흠, 뭐 송상 호위라면 믿을 만하겠네.”

 

 민찬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오밀조밀 갖출 거 다 갖춰져 있었다.

 

 “괜찮아? 지낼 만 할 것 같냐?”

 “어? 괜찮은 것 같은데.”

 

 마당을 둘러보고 안채로 들어간 다연은 준비되어진 그림도구들을 보며 흡족하게 웃고 있었다.

 

 “호위는 제대로 하는 거 맞겠지? 율?”

 “하루 종일 돌아가며 호위할 겁니다. 누구 명령인데 허투루 하겠습니까?”

 “크흠. 뭐, 채경이라면 믿을 만하지. 콩알, 나 이만 간다.”

 

 다연은 짐을 풀던 손길을 멈추고 민찬을 봤다. 이제 얼굴보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어, 언제 올 거야?”

 “종종 올게. 하지만, 나랑…… 자주 엮여서 좋을 게 뭐있어.”

 “나랑 같이 왜에 가준다고 했잖아!”

 “그, 그거야 너가 사내놈인줄 알고 그랬지. 무슨 여자애가 겁도 없이 어딜 간데! 후우…….”

 

 아니다. 본심은 그런 게 아니다. 아무리 호위를 세운다한들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을 믿고 여자 혼자 생활하게 둔단 말인가. 마음 같아선 자신이 하루 종일 붙어있고 싶었지만,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그럴 수 있는가. 그저 답답하다.

 

 “김민찬…….”

 “왜?”

 “……고마워.”

 

 고맙다는 그 말이 민찬의 심장에 내려앉았다.

 

 “으흠! 난, 간다! 경식이라고 했냐? 확실하게 해! 한눈팔면 내 손에 죽어! 어?”

 “걱정 마십시오!”

 

 민찬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애써 돌려 위작공장으로 향했다. 위작공장으로 돌아온 민찬은 괜히 영규에게 소리나 질렀다.

 

 “도련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몰라서 묻냐? 어? 왜 이리 덥냐고? 어? 덥냐고?”

 “더운 게 제 탓입니까? 억지를 써도 적당히 하십시오!”

 

 영규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민찬은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항시 지니고 다니고 있는 노리개를 소매에서 꺼냈다. 선물해준다고 호기 좋게 사놓고선 주지도 못하고 있는 산호 노리개다.

 

 “하아…….”

 

 민찬은 혼자 있을 다연 생각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걱정을 한들 딱히 뾰족한 수도 없었지만,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젠장.”

 

 낮게 내뱉고는 마루에서 일어나 작업실로 들어갔다. 상념이 많을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았다.

 

 

 

 

 

 

 멀리 바다건너는 새로 오는 영국대사를 태운 배가 항해 중이었다.

 

 “하아…….”

 “왜 그러십니까?”

 

 사내는 그저 와인을 들이킬 뿐이었다.

 

 “왜 내가 조선에 가야하는 거지? 난 일본이 좋다니까! 기모노! 가부키!”

 “하하하……. 명령인데 가셔야죠. 불복종하실 겁니까?”

 

 명령이라는 말에 사내는 혀를 찼다.

 

 “젠장.”

 

 그의 불만과는 관계없이 배는 순항했다.

 

 

 

 다연이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지도 꽤 되었다. 아주 가끔 간간히 채경과 민찬이 와서 적적하지는 않았다.

 

 도성 밖 한적한 곳에 자리한 작업실은 그다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다. 여자 혼자 있다는 사실이 알게 모르게 소문이 돌았는지 몇 명의 사내들이 무리를 지어 접근하고 있었다. 비싸보이는 그림이 잔뜩 있다는 것이 알려졌는지 호위가 교대하는 시간을 틈타 그림을 훔치려고 했다.

 

 “진짜 계집 혼자 있다고?”

 “그렇다니까. 짜식이 몇 번을 말해야 알아처먹을래? 거기에 비싸 보이는 그림이 쫙 깔려있다 안했냐?”

 “쉿! 조용히 해라.”

 

 사내들이 서서히 다연의 작업실을 향해 갈 무렵 민찬 또한 다연이를 보러 가고 있었다. 파란 도포를 휘날리며 걸을 때 자꾸 사내들의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불안감을 느낀 민찬은 다연에게로 내달렸다.

 

 도저히 방심할 수가 없다. 저번에도 공장에서 그랬고 지금도 이게 뭔 날벼락이란 말인가. 헐레벌떡 마당에 뛰어 들어왔다.

 

 “홍다연! 홍다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빨리 안나와?”

 “뭐가?”

 

 민찬은 또 다짜고짜 다연의 손목을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연은 화가 잔뜩 났다.

 

 “어디 가는데? 말을 하라고!”

 “뭔 시커먼 사내놈들이 여자 혼자 있다하면서 쳐들어가려는 걸 내가 봤는데 버젓이 두겠냐? 어?”

 “뭐? 누가 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한참을 뛰자 다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뭐야! 당장 돌아가!”

 “뭐라고?”

 “그림 잔뜩 널브리고 왔는데! 그게 어떤 그림인데! 전시회 할 그림이란 말이야!”

 

 멈춰 서서 그림이 더 중요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다연을 보니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걱정을 했는데 전혀 알아주질 않았다.

 

 “홍다연! 내가 왜 이렇게까지 널 걱정하는데! 진짜 모르겠냐? 어? 젠장! 널 좋아한다고! 이 콩알아!”

 

 좋아한다는 말에 다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너무 뛰어서 소리가 나는 건지 민찬의 말 때문인 건지 답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한다는 거였다.

 

 “크흠!”

 

 멋쩍어진 민찬은 괜히 헛기침이나 했다. 다연은 쭈뼛쭈뼛 민찬의 눈치만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도, 돌아가야 돼!”

 “왜!”

 “그, 그 사람들 이미 채경이가 다 알고 있어. 그래서 오늘 잡으려고 일부러 호위를 안보이게 배치해둔 거였는데…….”

 

 이미 채경이 알고 안배해두었다라는 말에 민찬은 괜히 속이 답답했다. 괜한 짓을 한 건가. 그래서 본의 아니게 본심을 내뱉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인가. 머리를 쥐어뜯을 만큼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 그런 거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그래서 내가 어디가냐고 그랬잖아! 돌아가야 한다고!”

 

 다연이 소리를 지르자 민찬은 기죽은 강아지처럼 눈매를 떨궜다.

 

 “하아, 알았어. 미안해. 돌아가자.”

 

 민찬은 다연의 손을 머뭇거리며 잡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남녀가 유별한데 혼인도 치루지 않은 남녀가 손을 잡는다니 상상도 못할, 경을 칠 일이었지만 다연도 막상 그게 싫지만은 않았는지 손을 빼지 않았다.

 

 더욱 더 심장이 요동을 쳤다.

 

 

 

 다연의 작업실 앞에는 채경과 율이 둘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서있었다.

 

 “육촌오라버니? 그렇게 무섭게 다연이를 데리고 어디를 갔다 오시는 겁니까?”

 “크흠! 거 그런 게 있습니다. 누이님. 그렇게 그만 노려보시지요.”

 “내가 후원하는 화공님의 일인데 어찌 어물쩡 넘어가라고 하십니까?”

 

 민찬은 차마 채경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뭐라 말하면 좋단 말인가. 오해해서 다짜고짜 도망가 고백을 해버렸다고?

 

 “크흠! 뭐, 그 새끼들은 잡았고?”

 “잘 포박해두었습니다. 도련님. 관아에 넘길 것입니다.”

 “히이이익!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나으리!”

 

 포박당한 사내들은 민찬을 보고 넙죽넙죽 주억거렸다. 민찬은 그들을 보니 더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왜? 죄를 지었으면 응당 벌을 받아야지! 어? 감히 여자 혼자 사는 걸 뻔히 알면서 그런 짓을 도모해?”

 “그림이 돈 된다고 생각해서 훔칠 생각이었답니다. 그 김에 겁탈을 해려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악질범이지요. 약자를 대상으로 하다니요.”

 “호위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 놈들이 오는 거야! 한채경!”

 

 버럭 소리를 지르자 채경이 놀라 민찬을 바라봤다. 정말 민찬은 진지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더욱 호위를 철저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 걱정되신다면 육촌오라버니도 제 제안을 따르는 게 어떻습니까? 제 밑에서 일하시는 조건 말입니다.”

 

 그것은 정말 달콤한 유혹이었다. 다연이 옆에 당당히 있을 수 있는 정당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본에 갈 돈을 마련하기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것과 채경의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 선뜻 수락할 수 없었다.

 

 

 

 4.

 

 “그건 차차 생각해보마.”

 

 결국 동의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장사꾼이 호기를 보는 눈이 없어서야 장사꾼이라 하겠습니까?”

 “어허! 거 참, 알아서 한다니까! 이렇게 빽빽 성질머리가 드세서 어느 사내가 좋아하겠어.”

 “걱정 마시지요. 전략상 정략결혼 할 집이야 넘칩니다.”

 

 채경이 율에게 턱짓을 하자 율은 포박해놓은 사내들을 줄줄이 끌고 관아로 향했다.

 

 “지금껏 그린 그림 좀 볼 수 있을까?”

 

 채경의 말에 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채경을 안내했다. 방안 빼곡이 그려진 그림들을 훑어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완성된 것은 당장 가지고 가야겠네. 이래서야 도적놈들이 냄새를 맡아도 이상하지가 않아.”

 

 민찬 또한 다연의 그림을 보며 입을 쫙 벌렸다. 도저히 다물 수가 없었다. 이것들은 전시한다면 분명 조선은 발칵 뒤집힐 것이다.

 

 “얼마나 더 그릴 생각이야? 나는 벌써부터 전시회를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애.”

 “그리고 있는 이것만 마저 하면 완성이야.”

 “그러면 벌써 가옥 선정에 전시회 날짜에 신경 쓸 것이 한두 개가 아니네.”

 

 채경은 머릿속으로 산판알을 튕기며 전시회시 이익을 계산하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세자저하와의 얘기가 생각났다.

 

 “오라버니, 청월이 걱정할 것을 생각해서 말하는 일이지만, 위작일은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무슨 말이야?”

 “잘하면 위작단속에 송상이 일정부분 관여할 것이니까요. 오라버니만 빼고 한다는 것은 어려울 듯싶습니다.”

 

 위작단속이란 말에 다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위, 위작단속이라니?”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경매장을 인정해주기로 했어. 그것과 관련해 부차적인 것으로 송상이 비공식 경매장의 위작단속을 맡기로 했지.”

 “하아, 참. 누이님. 설마, 세금 대신 위작단속을 해서 수익을 차출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민찬의 정답에 채경은 씩 웃었다.

 

 “오라버니가 정답을 맞춘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고무적인 일입니다.”

 

 듣고 있던 민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딘가 살짝 두려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마 후 조정에서는 세자의 보고가 있었다. 경매장에 대한 조사 결과 긍정적으로 판단되며 국가에서 인정하면 세수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그림 경매는 이미 도성 밖 곳곳에 있어 단속을 한들 발본색원 하기란 힘든 것입니다. 문화의 흐름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단적인 예로 조선초기의 복색이 지금과는 다르듯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강제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이야 경매장을 철폐하면 눈에 보이는 것은 없앨 수 있지만 이미 많은 사대부들이 경매라는 것을 경험했고, 그들은 찾을 겁니다. 더욱 음지로 경매장은 들어갈 것이고, 국가의 단속 아래 없으니 폐단은 더욱 발생할 것입니다.”

 

 세자의 발언에 대신들이 술렁였다. 듣고 있던 전하의 입가가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세자는 경매장을 양지로 끌어내 국가에서 관리하고자 한다는 것인가?”

 “네, 지금껏 문제가 되었던 그림을 비롯한 예술품의 위작에 대해서도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사료되옵니다.”

 “경매장을 인정해주는 것에 대한 법적인 제도 기반과 관리 운영에 대한 문제. 막상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해야 할 것들이 엄청 많은데.”

 

 임금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지금은 영국대사에 대한 방침이 더 큰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전하! 지금 대신들뿐만 아니라 유생들까지 개항에 관한 문제로 시끄럽게 상소를 올리는 실정입니다.”

 

 유생이 거론되자 세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유학을 근간으로 하는 조선에 유생은 무시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었다.

 

 “후우……. 이 자리에서 밝히지만 과인은 전면 개항을 원한다. 물론, 그에 따른 조건은 대사가 와야 조율이 가능할 것이지. 그러나, 내 생각이 꺾일 일은 없을 것이다! 경매장 관련해서의 일은 세자가 일임하기로 했으니 제도기반에 관한 것 기타 관련사항은 모두 세자가 맡아서 하라!”

 “네, 전하!”

 

 임금은 더는 영국대사와 경매장 건으로 입을 열지 말라는 듯 소리를 내질렀다.

 

 

 

 오랜만에 홍연이 다연의 작업실로 찾아왔다.

 

 “어머나, 벌써 다 완성하셨네요?”

 “홍연이 도와줘서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홍연은 씩 웃으며 방안 다과상에 올려진 약과를 먹었다. 홍연이 약과를 제일 좋아하는 걸 알고 올 때마다 다연이 준비해둔 것이다.

 

 “그림을 보는 의미가 서역과 다르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필법도 그렇고.”

 “나는 이만큼 해내는 게 더 신기해요. 나도 몇 번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잘 하는 게 아니여서.”

 

 다연이 완성한 그림을 쓰다듬었다. 안료가 말라 쓰다듬어도 번지지 않았다. 붉은 매화 잎이 매혹적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매화의 표현이었다.

 

 “매화는 서역에서도 좋은 의미로 읽힌다니까 더욱 좋게 그려지더라구요.”

 “조선만큼 이상하게 의미 부여해서 그림을 그리진 않아요. 빛이 변하니 그릴 수가 없다니.”

 

 홍연은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모습에 다연이 피식 웃었다.

 

 “이거 가지고 가려고 온 거죠?”

 

 다연이 완성된 그림을 돌돌 말아 화구통에 넣으며 말했다. 그러자 홍연이 샐쭉 웃었다.

 

 “그것도 그거지만, 난 다연이를 데릴러 왔어요.”

 “네?”

 “전시회 할 장소 찾았어요. 아가씨가 화공님이 맘에 안 들면 전시를 할 수 없어! 하면서 빨리 데려왓! 그래서 내가 왔죠. 말 타고 가면 금방이니까 빨리 준비해요.”

 

 빨리 준비하란 말은 남장하고 나오란 뜻이었다. 다연은 갑작스런 일에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홍연은 화구통을 들고 대청마루에 앉아 약과를 먹기 바빴다.

 

 다연이 준비하고 나오자 홍연은 씩 웃으며 마당에 세워둔 말 두필을 가리켰다.

 

 “얼른 가요!”

 

 익숙하게 말에 올라탄 홍연과 다연은 시원하게 내달렸다. 홍연이 앞서서 길을 안내하며 달렸다.

 

 

 

 금발의 중년 남자는 배 안에 있는 게 지긋지긋했는지 갑판 위로 올라왔다.

 

 “여기 계셨습니까?”

 “굿모닝, 헨리!”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데이비드 대사님.”

 

 대사라는 말에 사내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나 대사하기 싫다니까! 일본 가게 해줘! 기모노! 가부키!”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장 말로는 선원들도 많이 지쳐서 일본 나가사키에 들렀다 갈 거라고 합니다.”

 “정말? 오, 주여! 감사합니다. 됐어! 난 일본에서 살겠어.”

 “명령 받으신 거 잊으셨습니까? 그리고 조선으로 가지 않으면 그분 향수병 걸려서 앓아 누우실지도 모릅니다.”

 

 그분이란 말에 데이비드는 코웃음 쳤다.

 

 “그 자식은 조선이 좋다고 갔으니까 눌러 앉아도 멀쩡할 거다! 왜 멀쩡한 놈 놔두고 새로 대사를 보내!”

 “그 멀쩡하신 분이 요청하셨으니까 지금 가시는 거 아닙니까?”

 

 데이비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딜 봐도 파란 바닷물 천지였다. 하늘도 파랗고 바닷물도 파랗다. 온통 파래서 돌아버릴 정도였다.

 

 “젠장, 자네는 그 조선 땅에 뭘 믿고 선교를 하러 간다는 거야? 어? 그 자식한테 온 편지 못 봤어? 고스튼지 유령인지 하면서 빌빌거리고 돌팔매질 한다는 거.”

 “사마리아 땅 끝까지 복음 들고 가라는 말 모르십니까? 형제님.”

 

 헨리의 말에 질렸는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작가의 말
 

 지난주에 공모전 더 올리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바람에 ㅠㅠㅠㅠㅠ

 글쓰는 고양이님이 <사랑하는 퇴마사님> 작가연재방에서 연재하십니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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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피는 봄
은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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