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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너는 누군데 나를 들끓게 하는가!
작성일 : 17-12-22 12:50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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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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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끝을 짐승 가죽으로 짐작되는 부분을 찔러 들춰보았다.

  또 한명의 관병이 사강시를 숨긴 다른 수레의 가죽을 살펴보려고 하는 순간에 차가운 눈빛을 띤 자밀대주의 검이 검 집에서 소리 없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관병의 손을 잡았다.

 

  -덥석

 

  “아이고, 바쁘신데 이런 냄새나는 가죽을 보셔서 뭐 하시렵니까!”

  자밀대주를 수행하던 술사가 관병의 팔을 잡고 품안에 돈주머니를 찔러 넣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관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본 후 창을 땅에 세웠다.

 

  “커엄, 험. 가죽이 냄새도 괜찮고, 참 좋은 것 같소. 어서들 가보시오.”

  “예.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마터면 목이 달아났다가 다시 붙은 사실도 모르고, 관병은 빨리 안가고 뭐하냐며 손을 휘휘 저었다.

  여차하면 다 죽여 버릴 심산이었던 자밀대주는 수하에게 명했다.

 

  “퉤, 출발시켜라.”

  “예. 대주님.”

  대도시답게 물자가 풍부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난주였다.

  대부분의 밀궁 무사들은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세상구경이라 무심코 지나치기 어려워 힐끔힐끔 주변을 쳐다보았다.

 

  “여보게, 이젠 우리도 강호 무림을 질타하며 영웅호걸 대접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네. 크크크.”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흐흐흐, 그렇지. 헌데 그것도 이번에 살아남아야 가능한 것 아니겠나.”

  “으음, 여보게 꼭 살아남아 강호의 여인들을 품어야지. 안 그런가!”

  “큭큭큭, 그러길 바라네.”

  무사들과는 다르게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강시전대는 그저 묵묵히 행렬의 앞만 보고 걸어갈 뿐이었다.

 

  필요한 물품들과 식량을 보충한 다음 난주 중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야영지를 정했다.

  야영지가 정해지자 무사들은 저마다 음식들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봐, 저쪽에 모여 있는 저들이 말로만 듣던 자혼 강시들이라는군.”

  “그으래! 전혀 강시처럼 보이지 않는데.”

  “듣기에는 무력이 단순 비교하자면 대주급 이상이라던데 이렇게 봐서는 도통 모르겠군.”

  “그러게 말일세. 정말 그렇다면 무서운 일이야.”

  불린 육포를 입에 가져가며 무사들이 강시에 관해 말을 나누었다. 이들도 강시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혼 강시는 궁에서도 비밀에 부쳐야하기에 관련자 말고는 알지 못했다.

  그랬던 것이 이번 혈마교와의 교전준비로 정체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강시들이 겉보기에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구분이 쉽지 않겠어. 적으로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일세.”

  “내 생각도 그러네. 근데 강시가 저렇게 예쁘던가!”

  “강시는 전부 시체로만 만들 줄 알았지. 저렇게 멀쩡할 줄이야.”

  동료무사가 그 말에 인정 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은 미색이 뛰어난 여인들에 고정되었다. 다른 무사들 생각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시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여인들의 외모를 중시하는 이유는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무림에서 무력만이 아닌, 미인계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강시로 만들어질 때 일종의 환골탈태와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 외모가 변하기에 더욱 그랬다.

 

  다음날. 어김없이 날이 밝아오자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보름이 넘어 드디어 중원진출의 시작인 하란산(賀蘭山)이 멀리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밀궁의 무사들은 숲에 은신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먼저 도착해 직속수하인 부력대의 무장들과 얘기 중인 염장로에게 다가가 소장로가 인사를 했다.

 

  “장로님. 늦었습니다.”

  “껄껄껄, 소장로. 먼 길 오느라 고생했네.”

  “아닙니다. 염장로님이 애쓰시는 거에 비하면 별것 아닙니다.”

  염장로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궁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어서 가보세.”

  “예. 장로님.”

  둘은 장무연이 있는 막사로 향했다. 막사 안에는 궁주를 중심으로 나머지 장로들이 착석해 있었다.

 

  “궁주님을 뵙습니다.”

  “오, 소장로. 수고 많았어.”

  “예. 궁주님.”

  막사 안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나같이 엄청난 무공과 무력을 소유한 밀궁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들 못지않게 대단한 무력을 가진 혈마교와의 교전이 코앞에 다가왔기에 긴장감과 함께 묘한 흥분이 막사 안에 일고 있었다.

 

  소장로를 마지막으로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총관 염무자는 장내의 장로들을 한번 돌아보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허엄, 오랜 숙원인 중원진출의 첫걸음이 이제 이틀 후면 시작입니다. 이번 혈마교와의 싸움에서 마교에게 본 궁의 실력을 어느 정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들이 우리를 쉽게 보고 생각보다 일찍 야욕을 드러낼까 그러합니다.”

  총관의 얘기에 진여탁 수석장로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싸웠다간 자칫 큰 전력 손실이 생길수도 있네.”

  어떻게든 밀궁의 피해가 적길 바라는 수석장로의 말에 다른 장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강시들을 최대한 활용해 본궁의 무사들을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시도 중요하지만, 궁의 무사가 훨씬 더 중요했다. 부족한 강시는 술법원에서 아쉬운 대로 충원이 가능하나 무사는 그렇지 못했다. 회의는 한 시진 가량 이어진 후 마쳤다.

 

  강시전대는 숲이 아닌 급조된 막사에 모여 있었다. 강현은 한쪽 구석에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렇게 있으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머릿속에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곤 했다.

 

  “십삼호. 일어나 따라와라.”

  강현은 일어나서 자신에게 명령한 여술사를 따라 나섰다. 술사는 누렇게 바랜 막사 앞에서 멈추었다. 경계를 서기엔 무공이 상당해 보이는 무사가 술사를 확인한 후 안에다 아뢰었다.

 

  “궁주님. 여술사가 왔습니다.”

  “들어와라.”

  안에는 이십 명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곳에 궁주와 법사 단 둘만이 있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안은 아늑하고 깨끗하게 꾸며져 있었다.

 

  -타닥, 타닥

  한쪽에 피워 놓은 작은 모닥불이 실내의 공기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었다. 술사는 궁주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

 

  “궁주님을 뵙습니다.”

  법사는 술사에게 손짓했다.

 

  “앞으로 데려와라.”

  “예. 자하수사님.”

  여술사는 십삼호를 궁주의 앞에 세우고 일장 뒤로 물러섰다. 술사도 감히 고개를 들어 바로 보지 못하는 궁주에게 강현은 자신을 보는 궁주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고요하면서도 광기에 물든 장무연의 눈과 마주한 강현의 눈동자는 무심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深淵)과도 같았다.

  애써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십삼호를 살피던 장무연은 시선을 그대로 둔 채로 법사에게 물었다.

 

  “본좌가 보기엔 기세훈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법사는 어떤가?”

  “예. 대법에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그리고 기궁주의 자아는 완전히 사라져 이제는 자혼 강시만이 존재합니다.”

  강현은 법사의 확신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무연과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너는 누군데 나를 들끓게 하는가!’

  처음으로 상대에게서 느끼는 분노의 감정은 마치, 본능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강하게 끌어당기자 혼란스러웠다.

 

  “기궁주. 밀궁을 위해서 혈마교와의 교전에 선봉으로 나서는 그대를 위한 내 작은 성의네.”

  장무연은 법사에게 손짓을 했다. 법사는 한 쪽에 세워둔 평범해 보이는 검을 집어 궁주에게 바쳤다.

 

  -스륵

  검집을 빠져 나온 묵빛의 검날은 광택이 없고, 거기다 날도 아예 서있지 않았다.

 

  검이 아니라 몽둥이에 가까웠다.

  기세훈이 전대 궁주에게서 받은 애검이었다. 그가 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 한시도 이 검을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았었다.

 

  “이런 멋대가리 없는 검이 뭐 그리 좋다고 애검이라고 가지고 다녔는지. 쯧쯧쯧.”

  장무연은 검에 내력을 집어넣었다.

 

  -후웅

  검기가 검신을 타고 흘렀다. 검기가 뭉친 검 끝에는 놀랍게도 검강이 한치 가까이 솟아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강현의 눈에 검강이 순식간에 돌진해왔다.

 

  ‘으윽.’

  검강으로 인해 두 눈이 타버릴 것만 같은 강현은 그 자리에서 처음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대로 서 있었다.

 

  “기궁주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군.”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십삼호를 시험 해본 장무연은 원수라고 할 수 있는 자신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이 확인되자 검에 주입된 내력을 거두고 술사에게 던지다시피 건넸다.

 

  나름의 마지막 배려였다. 술사는 검을 받아 강현이 차고 있는 검과 바꿨다.

 

  “됐다. 가 봐라.”

  “존명.”

  장무연의 손짓에 술사는 강현을 데리고 막사를 급히 빠져 나왔다. 조금 전에 펼쳐진 궁주의 신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여술사는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술사가 나가버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법사는 매끈하고 하얀 손으로 장무연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하아, 궁주님. 아무것도 모르는 강시에게 너무 하셨어요.”

  매끈하고 하얀 두 손이 장무연의 귓불을 간질이며 탓했다.

 

  “커허험. 그런가?”

  둘의 눈빛이 끈적임으로 시선이 오가는 찰나 밖에서 수하의 인기척에 아쉬운 눈빛으로 표정을 정리했다.

  한편, 궁주에게 불려갔다가 나온 강현은 허리에 찬 검을 매만지다 검을 검 집에서 꺼내었다.

 

  -스륵

  검은 부드럽게 빠져 나왔다. 검 날이 서있지 않은 특이한 검이었다. 나름 관리를 잘 해놨는지 흠집은 없었다. 날이 서 있지 않은 대신에 튼튼해 보이기는 했다.

  검 날을 쓰다듬던 강현은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울컥했다.

 

  “으음.”

  한낱 쇠붙이가 뭐라고 자신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가. 강현은 검을 집어넣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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