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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안개의 딸들 (2)
작성일 : 17-12-17 23:57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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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남부군이 떠난 곳의 밤은 어둡지 않았다.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라는 조건이 붙긴 했어도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 불꽃 아래에서 수십 개의 거대한 천막들과 목조 건물들이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또한 그 목조 건물들 사이에서 생각에 잠겨 홀로 걷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단장님.”

 누군가의 부름에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샤리어.”

 샤리어라 불린 소년은 짧게 자른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검은 안대로 한 쪽 눈을 가린 채, 드러난 반대쪽 옅은 갈색 눈동자로 남자를 마주보고 있었다.

 “주무시지 않고 뭐하시는 겁니까.”

 “그냥 산책중이지. 같이 하겠나?”

 잠시 그를 바라보던 샤리어는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남부군 대신 복역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군요.”

 샤리어의 중얼거림에 남자는 수염을 깎아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턱을 어루만지며 대꾸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남자의 검은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았다.

 “전쟁을 치르러 나간 남부군을 대신해 잠시 이곳을 지킬 뿐이니 복역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군. 그래, 대체근무정도로 생각하도록.”

 “......그게 그거지 않습니까? 제가 궁금한 건, 왜 의뢰를 받아들이신 건가 이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샤리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의뢰에 대한 보상이 무엇이길래 다른 의뢰들을 전부 제쳐두고 이곳으로 오신 겁니까. 그것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치르러 간 남부군을 대신해 얼마나 이곳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고요. 그동안 남은 의뢰들은 다른 용병단이 전부 가져가겠군요.”

 “글쎄. 소규모의 인원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의뢰들은 자그만 용병단들이 가져가겠지만, 우리같은 대규모 용병단으로만 해결이 가능한 의뢰들은 많이 남아있겠지.”

 “......우리 말고 제국의 의뢰를 받고 온 용병단들이 더 있다는 말씀입니까?”

 “아, 그러고 보니 플람마에는 나와 다른 단원 몇 명만 갔었지. 넌 그곳의 풍경을 보지 못했었군.”

 “그렇죠. 제국의 수도를 보고 싶다고 따라간다고 했더니 부단장마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면서. 덕분에 이노파쿠스 사막에서 라케르투스 부족의 의뢰를 해결하는 건 제가 떠맡았고.”

 “아차, 그랬군. 그들의 의뢰는 어떻게 됐나. 그...... 모래벌레들을 잡아달라고 했었나?”

 “해결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도착해있겠죠. 우리가 죽인 놈들은 그놈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수겠지만, 그래도 당분간 얼씬은 하지 않겠죠.”

 “흠. 그런가. 하여튼, 플람마에는 나 말고도 다른 용병단의 단장들도 도착해 있었다. 울투르와 베로나부터,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이름 있는 용병단들의 단장들까지 있더군.”

 샤리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남자를 돌아보았다.

 “말도 안 됩니다. 대륙의 삼각이 모인 것도 모자라, 유명한 용병단의 단장들까지 모였다니요. 제국의 자금력이 그 정도까지 크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그 많은 용병단이 돈 때문에 모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샤리어, 네가 아까 말했지 않나. 자금 때문이었다면, 굵직한 의뢰 몇 개만 받아도 용병단 전체가 일 년은 먹고 살 수 있는데 그 길을 골랐겠지. 하지만 제국이 약속한 보상은 그런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야.”

 “그렇다면?”

 남자는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꺼슬꺼슬함이 손에서 맴돌았다.

 “샤리어. 용병단을 이루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잠시 고민하던 샤리어는 신중하게 답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자금이 아닐까요. 무구, 숙식, 급여 등등......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자금이 있으니까요.”

 “맞다. 그렇다면 그 자금을 걱정할 일이 없어진다면?”

 “......무슨 방법으로? 아까 말했듯이 제국의 자금력이 그 정도로......”

 “용병단에게 필요한 제국의 모든 시설들을 항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네? 그럼 우리에게 그 시설을 제공하는 제국민들에게 남는 건 뭡니까? 우리가 너무 사악한 인간들이 되는 게 아닙니까?”

 샤리어의 말에 남자는 쓰게 웃었다.

 “그렇지. 그래서 제국은 그 시설을 제공해주는 제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지 않기로 결정한 모양이야. 거기에 귀족들에게 세금을 걷고 그 자금을 시설 제공자들에게 줄 모양이고.”

 샤리어는 고개를 저었다.

 “귀족들의 반대가 만만찮을 텐데요.”

 “글쎄. 나도 걱정되지만, 그건 제국에서 해결할 일이지. 우리야 거절 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 달린 의뢰를 받아들인 거니 이 일에 집중해야지.”

 “그러고 보니, 우리야 남부군을 대신해 이곳을 지키는 게 의뢰라지만 남은 용병단은 무슨 일로 부른 겁니까? 그렇게까지 많은 용병단을 불러들여서 무슨 일을 하려는 겁니까?”

 “제국 중앙군의 핵심 전력인 용기병들이 빠진 건 알고 있겠지.”

 “그래도 북부군과 남아있는 중앙군, 그리고 남부군을 대신한 우리 용병단이면 충분히 제국을 지키고도 남을 텐데요. 게다가 북부군을 이끄는 자는 그 전설적인 카탄 대장군이잖습니까. 대전쟁의 영웅이자 다섯 소드 마스터 중 하나. 허풍을 약간 섞는다면 그 분 혼자서도 지금 플람마에 모여 있는 웬만한 용병단 한두 개는 궤멸시키고도 남을 겁니다.”

 샤리어의 경외감이 어린 말투에 남자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 카탄이, 북부군을 이끌고 플람마를 치려 한다면?”

 “풋......푸하하!”

 난데없이 터진 웃음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샤리어는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간 폭소를 터트리던 샤리어는 남자의 얼굴에 서린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진심으로 하신 말씀입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이유로 대전쟁의 영웅이자 제국의 일등 공신이 반역을 일으킵니까? 그것도 황제의 가장 절친한 벗이?”

 “지금 황좌에 앉아있는 사람이 아르도르 황제라면 그렇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남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황좌에 앉아있는 사람이 루마 제 2 황후거든.”

 “아르도르 황제는 어디가고?”

 “병석에 누워있다더군. 1 황후는 황녀를 낳고 죽었고, 그 황녀는 행방불명. 제 2 황후의 아들인 엘타 황자는 현재 남부군 사령관 자격으로 연방으로 떠났지. 그렇다면 황좌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들 중 남은 이는 하나뿐이지.”

 “황녀가 행방불명?”

 “그래. 뭐,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나 역시 남의 집 가정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싶지도 않고.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지금 황좌에 앉아있는 사람이 루마 제 2 황후고, 자신을 북부 사령관으로 임명해 황궁에서 떠나게 한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카탄이 플람마로 진격해 올 거라고 하더군. 남부군은 떠났고 중앙군의 핵심 병력마저 없어진 지금이 적기일 테니.”

 “......카탄님이 그렇게 속 좁은 인물은 아니라고 보는데. 뭔가 냄새가 나긴 하는군요.”

 “그래.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의뢰를 받아들인 입장이다. 게다가 카탄이 정말로 플람마로 내려온다 해도, 우리 용병단은 그와 직접적으로 격돌할 일이 없어. 플람마에 남아있는 용병단들이 알아서 잘 해주겠지. 아무리 카탄이라도 대륙의 삼각 중 두 각을 상대하기에는 좀 벅찰 테니.”

 그렇게 말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샤리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밤이 깊었군. 이제 들어가도록.”

 동시에 남자는 몸을 돌려 자신의 등 뒤로 날아들던, 그러나 이제는 가슴을 노리게 된 화살을 붙잡았다.

 “......내가 아는 오크들은 이렇게 비겁하지는 않은데.”

 “비겁한 게 아니라 빠르고 쉬운 수를 썼을 뿐이야.”

 대답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누군가가 남자와 샤리어의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다름없었지만, 초록색 피부와 인간에게서 볼 수 없는, 아랫입술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두 송곳니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물러서세요, 단장님.”

 어느새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여자를 막아선 샤리어에게 남자가 말했다.

 “아니, 너는 가서 단원들을 깨우도록.”

 “아아, 귀찮게 됐네.”

 여자가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거리더니,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그 휘파람에 답하듯 곳곳에서 휘파람이 들려왔고, 이내 남자와 샤리어에게 화살들이 쏟아졌다. 샤리어가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며 가볍게 화살들을 막아냈고, 남자는 여자에게 달려들었지만 어느새 여자는 손을 가볍게 흔들고는 어둠속으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당신을 죽이는 임무는 실패했으니,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지. 놀아주는 건 내일로 미뤄 둘게.”

 그와 동시에 웃음소리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있다면.”

 그리고 샤리어에게 쏟아지던 화살도 그쳤다. 그가 남자에게 달려오며 외쳤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샤리어.”

 어둠을 마주한 채 샤리어에게 등을 보인 남자가 중얼거렸다.

 “단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말해두도록.”

 남자의 두 주먹이 꽉 쥐어졌다.

 “아무래도 이번 의뢰는 쉽지가 않을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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