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안개의 딸들 (1)
작성일 : 17-12-14 23:59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7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총사령관님.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만.”

 자신의 책상에 앉아 서류뭉치들을 뒤적거리고 있던 엘타는 고개를 들었다.

 “그게 뭐죠, 제루스?”

 “음. 이번 연방침공에 관한 질문입니다만, 총사령관님은 어떻게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카렌 살리아님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으며, 그녀가 머물고 있는 곳까지 알아내신 겁니까? 게다가 리페 사령관님에게 들었던 것이지만 무녀와 임베르의 대장장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계셨고, 리페 사령관님이 한 그 우려를 들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피해가 없이 임베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확신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뭐, 정말 아무런 방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놀라긴 했지만.”

 보기 좋게 기른 콧수염이 제루스의 손가락을 휘감았다. 엘타는 들고 있던 서류 한 장을 내려놓으며 피곤한 듯 두 눈을 문질렀다.

 “질문이 좀 많군요. 뭐 좋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한 둘이 아니겠지요. 하나하나 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엘타는 창밖을 흘깃 바라보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회색 안개 속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비룡의 울음소리 외에는 그의 눈에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었다.

 “우선 카렌 살리아에 관한 궁금증에 답해드리겠습니다. 카렌 살리아. 확실히 그녀는 30년 전 대전쟁에서 전사했다고 알려져 있고, 그녀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악마들이 시체를 불태워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고 하죠. 하지만 몇 년 전 제국의 사절단에 포함되어 시데랄리스에 잠시 갔던 적이 있습니다. 굳이 사절단에 저를 포함시키신 걸 보니 어머니는 시데랄리스도 목표로 삼고 계셨던 것 같군요. 결국은 연방이 최종목표가 됐지만. 어쨌거나 들르게 된 그곳에서 우연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엘타는 쓰게 웃었다.

 “그 누구도 카렌 살리아의 이름을 알지 못하더군요.”

 “말도 안 됩니다. 대륙을 구한 영웅이, 그것도 자신들의 왕국 출신이면 카렌 살리아라는 분에 대해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때 당시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제국으로 복귀하면서 잊어버렸죠. 하지만 어머니가 제국민들을 위해 연방으로 눈길을 돌리셨을 때, 저는 그 연방에 관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침략하게 된다면 바다를 이용해야 하니 제일 먼저 닿게 되는 임베르에 관해 특히 정보를 더 모으기로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습니다. 어떤 도시는 어디에 있고, 인구는 얼마나 되며...... 어쨌거나 그렇게 정보를 모으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을 최고의 대장장이가 주로 촌장을 맡는 임베르의 전통을 깨고, 실렌티움이란 마을은 특이하게 여자, 그것도 대장장이도 아니며 이방인이 그 마을의 촌장이 되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촌장의 과거는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었으며, 그저 대전쟁이 끝난 직후에 그 마을에 홀연히 나타나 임베르의 골칫거리이던 트롤들을 박살냈고 그 뒤로도 각종 마물들로부터도 마을을 지켜내 그 마을만큼은 마물들이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다더군요.”

 엘타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고, 제루스는 입을 떡 벌리고 서 있었다.

 “도대체 그런 정보는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개인적인 비밀이라고 해두죠.”

 미소를 지어보인 엘타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마을을 여러 번 구한 공로로 촌장이 된 그녀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재생력 덕분에 웬만한 무기는 통하지도 않는 트롤을, 그것도 수십 마리를 홀로 상대했다는 점. 단지 검 한 자루로. 그 점은 그 뒤에도 몰려온 마물들에게도 공평했습니다.”

 말없이 듣고 있는 제루스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여전히 자욱한 창밖의 안개를 바라 본 엘타가 말했다.

 “그리고 깨달았죠. 검을 다루는 이들 중 그런 일이 가능한 건 소드 마스터 뿐이라고. 또한 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람은 대전쟁 중 전사한 소드 마스터, 카렌 살리아 외에는 없다는 걸.”

 “......그렇지만 그녀는 전사했는데, 다른 소드 마스터가 생겨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대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에 넷이었던 이들이 현재는 다섯이 된 것처럼."

 '누님까지 포함하면 여섯이지만.'

 그 말을 속으로 삼킨 채 엘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게 그리 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제루스님이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 처음에는 저 또한 의심했습니다.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오다니. 하지만 시데랄리스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전 이런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왕국에서 일부러 카렌님을 죽게 만들고, 그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한 게 아닐까.”

 그리고 엘타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 가설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카렌님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지만. 어쨌거나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만약 정말 카렌 살리아 본인이라면 이 전쟁의 걸림돌이 될 테니 제일 먼저 실렌티움으로 날아간 겁니다. 결국은 리페가 그녀를 담당하게 됐지만.”

 “그러고 보니...... 리페 사령관님을 그렇게 혼자 두고 와도 됩니까? 아무리 그녀가 자신이 남겠다고 했고 뛰어난 마법사라지만......”

 “흠. 물론 제가 부관을 버리고 도망가는 비겁한 자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녀를 그곳에 놓고 온 것은 그녀의 고집을 꺾을 자신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그녀를 믿기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강한 믿음이 담긴 목소리에 제루스는 빙그레 웃었다.

 “리페 사령관님을 정말 신뢰하시는군요.”

 “그런 셈이죠.”

 그렇게 대답한 엘타 역시 제루스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들도 대답해 드리도록 할까요.”

 제루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녀들의 존재에 대해 알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엘타의 말에 제루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요? 임베르의 무녀들이 예언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총사령관님도 잘 아실 텐데요. 30년 전 대전쟁을 예언한 것은 테사나님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전쟁을 예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두려워한 사람들에게 배척당해 현재는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그건 처음 듣는 얘기군요.”

 엘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대전쟁을 막아낸 공을 기리며 연방에서는 신전을 세우고 그녀들을 살게 했지만, 말이 신전이지 실제로는 그녀들을 감시하는 것에 불과했죠. 그리고 연방에서 그녀들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사는 동등한 인간들이건만 그들을 두려워한 이들 때문에 견디다 못한 무녀들은 스스로 무녀의 옷을 벗고 신전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무녀는 얼마 되지 않죠.”

 “그래서 우리가 아무런 충돌 없이 연방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제 모든 궁금증이 풀리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려던 제루스는, 그 행동을 실행하지 못했다. 엘타가 말을 끝낸 직후 강한 충격과 함께 비공정이 기우뚱 흔들렸다. 덕분에 엘타와 제루스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 충격으로 인해 방 안의 물건들이 넘어지고 떨어지고 흩어지며 난장판으로 변모했다.

 “안 돼! 간신히 정리해놨는데!”

 책상에서 힘없이 흩날리며 뒤섞여버린 서류들을 바라보며 엘타가 소리쳤다. 그리고 이내 그는 몸이 뒤로 휙 쏠리며 비틀거렸고, 동시에 그가 서 있던 자리로 묵직한 굉음과 함께 책장 하나가 쓰러졌다.

 “정신 차리십시오! 지금 그 서류를 챙길 때가 아닙니다!”

 엘타를 잡아당긴 제루스의 충고에 엘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창가로 다가간 그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충격은 한 번으로 끝났지만, 뿌연 안개덩어리는 걷힐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엘타의 시야를 계속해서 방해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충돌을 다른 곳에서도 경험중인 듯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 안개 속에서, 온 신경을 집중해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잠시만, 안개? 스쳐지나간 생각과 함께 엘타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루스. 지금 이곳이 어디죠?”

 “네불라입니다만. 이름값을 하는 안개 덕분에 잠입에 성공......”

 “당장 포탄 퍼부으세요. 당장!”

 “네? 지금 이렇게 안개가 짙은 상태라 우리가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겁니다. 아군의 위치조차 파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탄을 퍼붓다가는 역으로 우리 위치가 노출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게 문젭니다! 우리는 잠입에 성공한 게 아닙니다! 젠장, 한 방 먹었군! 당장 이 안개를 빠져나가던지, 아니면 포탄을 퍼부어 우리가 먼저 적을 섬멸하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총사령관님!”

 높아진 제루스의 목소리에 엘타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침착하게 그를 바라보는 제루스가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평소에 항상 느긋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제가 명령한 두 가지 중 하나를 이행해 주십시오. 선택은 자유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렸......”

 “무슨 말인지 압니다. 그리고 제가 너무 안일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곳까지 흘러 들어 온 건지...... 바보같이 두 번째에서야 알아채다니!”

 자신을 자책하는 엘타에게 제루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엘타는 한숨을 내쉬며 선장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임베르가 그 이름처럼 엄청난 강수량을 자랑한다면, 네불라는 그 이름처럼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에 네불라라 불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네불라는 임베르보다 안개가 적게 낍니다.”

 “......그렇다면 이 안개는?”

 “네불라의 무녀들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고개를 젓는 제루스를 뒤로 하고 엘타는 문을 열었다.

 “안개의 딸들입니다.”

 엘타의 가벼운 발걸음이 이내 뜀박질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그녀들의 손 안에 들어와 있는 거나 다름없단 말입니다.”

 그리고 엘타와 제루스는 들을 수 있었다. 안개 속에서 울려퍼지는 끔찍하고도 기괴한, 그리고 긴 울음소리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폭풍이 몰아칠 때 (3) 2018 / 1 / 25 282 0 5525   
27 폭풍이 몰아칠 때 (2) 2018 / 1 / 21 331 0 4899   
26 폭풍이 몰아칠 때 (1) 2018 / 1 / 20 302 0 3353   
25 안개의 딸들 (完) 2018 / 1 / 7 337 0 4615   
24 안개의 딸들 (4) 2017 / 12 / 30 297 0 4122   
23 안개의 딸들 (3) 2017 / 12 / 21 321 0 3412   
22 안개의 딸들 (2) 2017 / 12 / 17 312 0 4194   
21 안개의 딸들 (1) 2017 / 12 / 14 298 0 4777   
20 폭풍을 대하는 자세 (完) 2017 / 12 / 11 318 0 4025   
19 폭풍을 대하는 자세 (7) 2017 / 12 / 10 304 0 3719   
18 폭풍을 대하는 자세 (6) 2017 / 12 / 8 304 0 4111   
17 폭풍을 대하는 자세 (5) 2017 / 12 / 6 329 0 4159   
16 폭풍을 대하는 자세 (4) 2017 / 12 / 3 332 2 5630   
15 폭풍을 대하는 자세 (3) 2017 / 12 / 2 318 0 5276   
14 폭풍을 대하는 자세 (2) 2017 / 12 / 1 308 0 8577   
13 폭풍을 대하는 자세 (1) 2017 / 11 / 30 358 0 6305   
12 난쟁이들의 왕 (完) 2017 / 11 / 29 311 0 7290   
11 난쟁이들의 왕 (3) 2017 / 11 / 28 336 0 3574   
10 난쟁이들의 왕 (2) 2017 / 11 / 26 316 0 4734   
9 난쟁이들의 왕 (1) 2017 / 11 / 26 307 0 7800   
8 제국의 황녀 (完) 2017 / 11 / 25 338 1 4039   
7 제국의 황녀 (7) 2017 / 11 / 25 327 1 7668   
6 제국의 황녀 (6) 2017 / 11 / 24 365 1 4219   
5 제국의 황녀 (5) 2017 / 11 / 24 306 1 4255   
4 제국의 황녀 (4) 2017 / 11 / 23 300 2 6245   
3 제국의 황녀 (3) 2017 / 11 / 23 313 2 4434   
2 제국의 황녀 (2) 2017 / 11 / 22 322 2 4311   
1 제국의 황녀 (1) 2017 / 11 / 22 538 2 53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모두를 위한 마
여름별밤
복수에 신을 바
여름별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