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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29. 비상상황
작성일 : 17-12-11 16:26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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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교수의 방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모던한 느낌으로 꾸며진 교수실은 컴퓨터 책상 하나와 낡은 책장, 정수기, 그리고, 방 가운데에 놓여진 둥그런 탁자와 의자 2개가 전부였다. 박교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탁자 앞으로 의자를 끌어다 놓더니, 유연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초록빛이 도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였다.

 

  "일단 여기 앉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유연은 꾸벅 인사를 건넨 뒤, 그 의자에 앉았다.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 금이 가있던 탓에 허리를 최대한 빳빳히 세워야만 했다. 뒤로 젖혀 앉으면 금방이라도 의자가 부숴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유연은 등받이를 힐끔 바라보면서 엉덩이를 앞으로 쭉 뺐다. 교수라고 해서 좋은 것만 쓰는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 듯했다.

 

  "커피 먹죠?"

  "아, 예."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박교수가 물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유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어디에다가 시선을 둬야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가, 박교수가 서있는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의 앞에 놓인 정수기 역시 몹시 낡아보였다. 딱보기에도 족히 10년은 넘게 쓴 것 처럼 보일 정도라, 사무실의 분위기가 더욱 더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믹스 커피가 맛있더라고요."

 

 박교수의 말에 유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대답을 해야한다는걸 알았지만, 딱히, 뭐라고 답해야할지 모른 탓이었다.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건지, 박교수는 별 다른 말 없이 믹스커피를 뜯어 종이컵에 쏟아부었다. 접은 믹스커피 껍질로, 종이컵을 휘젓는 손길이 지나치게 여유로워보였다.

 

  "자 마셔봐요."

  "아 감사합니다."

 

 금세 커피 2잔을 완성한 박교수가 유연을 향해 종이컵을 내밀었다. 유연은 종이컵을 받아들며 빙긋 웃어보였다. 하도, 맞지 않는 웃음을 짓고 있는 탓에 입가에 경련이 일어 날 정도였다. 빨리, 증거를 찾고 나가던지 해야지 원. 박교수를 보며 속으로 잔뜩 이를 갈던 유연이 커피잔을 입에 댔다가, 다시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커피를 마시기엔 입안이 너무도 껄끄러웠던 탓이었다.

 

  "난 그저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참, 내 마음을 몰라주더라고요."

 

 의자를 끌어다가, 유연의 맞은편에 앉은 박교수가 운을 뗐다. 얼굴을 보아하니, 학생들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에 대해 꽤 슬퍼하는 기색이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유연은 엉덩이를 비틀어, 티나지 않게 뒤로 물러섰다.

 

  "이렇게 먼저 아는체 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죽거리는 입꼬리가 유연의 시선을 붙들었다. 꿉꿉한 향수냄새가 자꾸만 코끝을 찔렀다. 주머니에 넣어놓은 녹음기를 켜놓은 유연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맞장구 그날의 일을 은근슬쩍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연의 예상은 금세 어긋나고 말았다.

 

  "안그래요?"

 

 그때였다.

 

  "차.유.연.씨."

 

 싸늘하게 얼굴을 굳힌 박교수가 방심하고 있던 유연의 손목을 덥썩 잡아챘다. 그리곤, 제 몸쪽으로 확 끌어당긴 뒤, 반대손으로 유연의 목을 쥐었다. 눈이 확 뒤집힐 정도의 악력에 유연의 머리가 탁자를 그대로 들이박았다.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지?"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에 차마 대처를 하지 못했다. 유연이 힘껏 발버둥을 치자, 바닥으로 툭, 떨어진 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악력이 얼마나 센지, 고개를 들어보려고 해도, 좀처럼 고개가 들리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끝이 차마, 박교수의 손길을 밀어내지 못하고 자꾸만 아래로 미끄러져내렸다.

 

 

 *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예상치 못한 폭발사고로 인해, 경찰서는 발칵 뒤집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 뿐만 아니라, 경찰들까지 우르르 모인 탓에 부검의 사무실 앞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동네 주민들까지 몰려와서 다들 한소리씩 해내는걸 보니, 사건이 꽤 커지긴 한 모양이었다.

 

 이번 폭발은 아직까지도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였다. 대충 듣기론, 사무실에 남아있던 부검의가 크게 다쳤다고 하던데, 대부분 그 부검의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었다. 그도 그럴게, 부검의 사무실에선 폭발이 일어날만한 물건이 존재하지 않은 탓이었다. 몇몇의 부검의들은 시아가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며 강력한 부정을 했지만, 이미 여론은 그 반대편으로 기울고 있는 듯했다.

 

 성범죄 수사팀 식구들도,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에 허둥지둥 움직이기 바빴다. 폭발이 일어날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탓인지, 창백하게 질린 얼굴들이 하나같이 다 멍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폭발로 인한 화제가 번져 수사팀 사무실까지 덮쳐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눈 앞이 아찔했다. 온 몸에 식은땀이 뚝뚝 흐를정도로 기진맥진해진 몸들이 책상위로 하나둘씩 엎어졌다. 그 탓에 사무실 분위기는 더 황량해지고 있었다.

 

 선경은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 안에만 갇혀있으려니, 답답해서 버틸 수가 없던 탓이었다. 매캐한 연기에 콜록 기침을 쏟아내던 선경이 비상구를 계단을 빠르게 밟으며, 또 다시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벌써 10통째 통화였지만, 상혁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이렇게 전화를 안받으시는거야."

 

 부재중 통화가 길어질수록 자꾸만 애가 탔다. 이런 상황에 상혁이라도 있어야할텐데, 가장 중요한 팀장이 빠져버렸으니, 사무실 분위기가 난장판이 되는건 어쩔 도리가 없는 듯했다. 선경은 결국 11번째 부재중 통화 끝에 핸드폰을 재킷 주머니속에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상혁을 보는건 힘들 듯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선경의 팔뚝을 잡고 돌렸다. 선경은 순간, 내쉬던 숨을 멈추었다. 검은색 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멘, 시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있는 것이 보였다. 예상치 못했던 얼굴에 너무 놀라서 그만, 선경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 한 것을, 겨우 버텨냈다.

 

  "하, 너 괜찮냐?"

 

 걱정스런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시언이 물었다. 경찰서에 폭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넋을 놓아버린 시언은 허겁지겁 성범죄 사무실로 달려온 뒤였다. 혹시나, 선경이 잘못되었을까봐, 뛰어오는 내내 몇번이나,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모른다. 심각한 목소리에도, 선경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너 진짜 괜찮은거야?"

 

 시언은 가만히 선경을 지켜보았다. 환상인 걸까? 시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선경이 손목을 붙드는 시언의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꿈이 아니였다. 눈 앞에 있는건 시언이 확실했다. 걱정스런 얼굴로, 걱정스런 말들을 내뱉는 이시언. 허공을 부유하던 눈빛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쿵 내려앉았다.

 

  "너 괜찮은거냐고."

  "왜……."

 

 왜 이제와서 이러는걸까, 선경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봐도, 명확한 답은 떨어지지 않았다. 선경은 이런 시언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여태껏 밀어내고 내친건, 시언이었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역시 시언이었다. 허나,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언이 먼저 선경을 붙잡았다.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놓고는, 이제와서 걱정하는 척, 위하는 척, 또 다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흔들어놨다. 선경은 눈을 한번 꽉 감았다가 떴다. 애써 다잡은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 나 좋아하지마.

 

 다시금, 시언의 말이 떠올랐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진심을 표하던 시언의 얼굴이 또 다시 선경의 마음을 매섭게 할퀴었다. 그러자, 선경은 돌연히 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싫다. 이제 이런건 그만하고 싶었다. 해서, 선경은 제 손목을 잡고 있던 시언의 손을 떨쳐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매몰찬 손길에 시언은 눈을 크게 떴다.

 

  "왜이러시는거에요?"

  "어?"

  "도대체 왜이러시는거냐고요."

 

 화가 나고, 짜증나고, 힘겨웠다. 이러는 시언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선경은 뒤로 물러서며, 시언과의 거리를 벌렸다. 이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의 헛된 기대도 품고 싶지 않았다.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어차피, 시언은 자신을 좋아할리 없을테니까.

 

  "……."

 

 상처 받은 얼굴이 진심을 표했다. 선경은 망설임없이 뒤를 돌아 자리를 떠났다.

 

  "아…….."

 

 정신이 혼미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시언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선경이 떠난걸 알았음에도, 시언은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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