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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26. 난해한 시간
작성일 : 17-12-11 16:23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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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요?"

  "네, 어떤 남자가 자신이 팀장이 되었다고 하던데요? 진짜 그만두는거 아니에요?"

  "에이, 제가 왜 그만두겠어요. 여기에 유연씨가 있는데……."

 

 빙긋 웃어보이는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유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아까 만난 남자는 뭘까? 방금 전 찾아온 한 남자는 유연에게 뜻밖의 얘기를 전했다. 바로, 자신이 성범죄 수사팀의 팀장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명함까지 건네며, 자신의 말에 대한 신빙성을 더했다. 유연은 그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곧장 상혁을 찾았지만, 예상외로 상혁의 반응은 뜨뜨 미지근했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누가 장난친거 아닐까요?"

  "예? 누가 그런 장난을 쳐요, 여기 명함까지 줬는데, 어?"

 

 유연은 눈을 크게 떴다. 제 말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기껏 남자에게 받은 명함을 상혁의 앞으로 불쑥 내밀었건만, 아까까지만해도, 멀쩡했던 명함이 하얀 종이로 변해있었다. 눈을 끔뻑거리던 상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명함이라구요? 아무것도 안적혀있는데요?"

  "어? 이상하다, 진짜."

  "진짜 누가 장난쳤나봐요, 제가 한번 찾아볼까요?"

 

 상혁의 부드러운 말투에도, 유연의 표정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유연은 명함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분명, 받았을때까지만해도 글씨가 적혀있는 명함이었다. 그건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글씨가 사라질 수 있는걸까? 유연은 그야말로 억울하고 기가막혔다.

 

  "저 유연씨?"

 

 상혁은 한껏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는 유연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서야 운을 뗐다. 아마도 유연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명함을 쥐고 있던 손목을 조심스레 그러쥐자, 그제야 유연의 시선이 상혁에게로 닿았다. 유연은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얼빠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게, 도대체.

 

  "유연씨, 괜찮아요?"

 

 고개를 젓는 얼굴이 여전히 멍했다. 상혁은 자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유연을 살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걸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던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연의 말은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누가 그런 장난을 치겠는가? 굳이 성범죄 수사팀의 팀장이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경찰 청장이나, 반장이면 몰라, 고작 수사팀의 팀장을 거짓말 친다는건, 상혁에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잘못봤나봐요."

 

 한참 끝에서야, 유연이 답했다. 증거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제 얘기를 우길 수는 없던 탓이었다. 괜히 상혁에게 신경 쓰일 일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바쁜 사람 붙잡고 뭐한거야, 속으로 중얼거린 유연이 아무일 없다는 듯, 다시 상혁을 응시했다. 상혁의 얼굴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저, 먼저 가볼게요."

  "유연씨."

 

 유연은 멋쩍게 씩 웃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스르르 풀린 상혁의 손이 허공위를 부유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유연이 꾸벅 인사를 건네더니, 뒤를 돌아 사무실을 향해 걸었다. 빠르게 멀어지는 유연을 바라보고 서있던 상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연이 착각한 일인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상혁은 돌연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알지 못했다. 스물스물 피어오른 불길한 예감이 온 몸을 뒤덮고 있었다.

 

 

 *

 

 시언은 일부러 선경을 피해다녔다. 길을 가다가 마주칠때는 못본척 왔던 길을 되돌아갔고, 선경이 말을 걸 낌새라도 보이면, 누가볼세라 허겁지겁 다른 곳으로 도망을 쳤다. 유치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시언은 곧, 성범죄 수사팀을 그만 둘 예정이였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그만 두고 싶었지만, 아직 새 멤버가 채워지지 않은 상황이였기에 당분간 보류하기로 마음 먹었다. 뭐, 물론, 누군가가 자꾸 마음에 걸린 탓도 있었고.

 

 시언은 성범죄 수사팀 사무실에 남아, 자료들을 정리했다. 시언이 주로, 전에 일어났던 성범죄의 패턴을 파악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세우는 일을 했다. 성범죄라는게 워낙 다양하고, 신고율이 많지 않은 범죄이기 때문에 자료를 정리하는 것에는 늘 골머리를 썩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언은 이 일이 좋았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그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준다는 것이 제 심장을 뛰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언은 성범죄 수사팀에 자진해서 들어오게 되었다. 다른 형사들 모두 남자가 그런 팀에 들어가면 괜히 욕만 먹는다며, 시언을 극구 만류했지만, 시언은 강경했다.

 

 성범죄 수사팀에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는 많았지만, 그중 딱하나를 고르라면, 12년전 본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었다. 시언은 특이하게도, 드라마를 좋아했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버틸 수 있는 낙이라고는 그런 것들 밖에는 없던 탓이었다. 본 드라마는 많았지만, 그중에서 시언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는 딱하나였다. 바로, 그 끝에서.

 

 '그 끝에서'라는 드라마는 큰 히트를 치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의 탄탄한 팬층을 가진 드라마였다. 그도 그럴게, 내용이 너무 암울하고, 심오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신인 여배우로, 극본에서 강간을 당한 피해자를 연기했다. 처음엔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였지만, 시언은 저도 모르게 그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여배우가 건넨 대사가 마음을 들쑤신 탓이었다.

 

  -죄를 지은건 그놈인데, 왜 나만 이렇게 아파하고,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해요?

  -미선아.

  -왜 피해자가 숨어살아야하냐구요! 그 새끼는 떵떵 거리며 사는데, 왜 나만, 도대체 왜 나만.

 

 특이하게도, 그때 이후로 시언은 성범죄 해결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만 고통 받는 세상이 제가 살고 있는 조직 세상과 크게 다를게 없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래서, 시언은 형사가 되었고, 성범죄 수사팀에 자진해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경을 만났다. 바보같고, 멍청하지만, 그러면서도 한없이 따뜻한 선경을.

 

  -선배님, 잘 다녀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선경은 시언보다, 딱 한달 늦게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언을 깍듯한 선배로 모셨다. 처음에는 그런 선경의 모습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나중에 가서야, 시언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경은 사람들에게 미움 받는 것을 무서워했다. 늘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고, 늘 고개를 숙인채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모를래도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 탓에 길을 가다가, 넘어지거나, 얼굴을 부딪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수사팀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늘 그러고 있으니, 예전에는 얼마나 심했을지 안봐도 뻔했다.

 

  -야, 멍청아. 앞 안보고 다닐래?

 

 그때마다, 시언은 정의의 사도처럼 달려가, 선경을 일으켜 세워주거나, 팔뚝을 붙잡거나 했지만, 어이없게도, 선경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죄송한건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질 않았다. 늘 소심한 태도의 선경이 영 탐탁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시언은 툴툴거리면서도 늘 선경을 챙겼지만, 선경은 초반까지만 해도, 그런 시언을 무서워했다. 워낙, 얼굴이 사납게 생기기도 했고, 말도 다정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랬을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언은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다. 다른 수사팀 멤버들이랑은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만 슬금슬금 피하는게 영 기분이 좋질 않은 탓이었다.

 

  -으악! 선, 선배님.

  -내가 귀신이냐? 뭘 그리 놀래?

  -아, 죄, 죄송해요. 뒤에 계실 줄은 몰라서요.

 

 또다, 또 죄송하다는 말 뿐이다.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던 선경이 걱정돼 찾아와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죄송하다였다. 시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채, 앞에 놓인 휴지통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차고는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유치하고, 쪼잔했지만, 그래도 서운한건 서운한거였다. 그럴거면 차라리 웃어주지나 말던가, 괜히 멋쩍은 듯이 웃어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어놓곤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으니, 시언은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선경씨, 오늘 자료 너무 좋았어요, 고생했어요.

  -아 아니에요, 팀장님. 다 팀장님 덕분인걸요.

 

 아주 하하 호호 난리가 났다. 눈에 띌 정도로 화기애애해 보이는 분위기에 시언은 똥씹은 표정을 했다. 선경이 성범죄 수사팀에 들어온지 딱 한달 반째, 뭐가 이렇게 신경쓰이는 일이 많은지, 시언은 제 스스로 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냥 선경이 다른 남자와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신경질이 났고, 이유 없이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칠 정도로 말이다.

 

  -야, 너는 애가 왜그러냐?

  -네?

  -다른 사람들한테는 히히거리며 웃고, 나한테는 맨날 정색하고, 왜그러냐고.

  -네? 아 저…….

  -아니다, 됐다. 나간다.

 

 질투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그게 또 아니라고 하기엔 걸리는 점이 많았다. 처음으로, 선경에게 제 마음을 비추던날, 시언은 밤새 도록 잠이 들지 못했다. 어찌나 창피하고, 부끄럽던지, 당장이라도 지구밖으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불행인건지, 다행인건지, 워낙 눈치가 없던 선경은 시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냐."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머릿속에는 자꾸만 수민의 얼굴과 선경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를 써봐도,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미치겠네 정말, 벅벅 마른 세수를 하던 시언이 갑자기 심각한 눈을 하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시 그만 두는 것 뿐인가."

 

 어쩔 수 없게도, 방법은 하나 뿐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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