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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19. 저무는 시간
작성일 : 17-12-11 16:17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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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검은 결국 끝이 났다. 피해자의 사체에게선 발견 된 것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동안 죽어라 매달려봤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서준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검실을 나섰다. 이럴때마다, 서준은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제 탓이 아니라는걸 알았지만, 별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질 않았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걸 서준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몇주간 부검을 했는데도 이정도이면, 며칠간 더 붙잡고 있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게 뻔했다. 참 슬픈일이라고 생각했다. 목격자도, 부검 결과도 없기에 범인을 잡는건 쉽지 않을 듯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이 수사팀이긴 했지만, 현재 이시완을 잡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터라,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답이 없네, 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제가 현장으로 나가서 범인을 잡아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건 그 누구보다도 서준이 더 잘 알았다. 15년전, 교통사고를 당한 왼쪽 다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한 탓이었다. 사고 당시 철심을 7개나 박아넣었던 다리였다. 죽을 것 같은 물리치료를 견뎌냈고, 그랬기에 더 이상 아프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서준의 큰 착각인 듯했다.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한 사람 덕에 마음은 무거웠지만, 사무실로 향하는 걸음만은 가벼웠다. 서준은 오랜만에 시아를 만날 계획이었다. 사정상 며칠동안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 시아는 밀려드는 일때문에 얼굴을 코빼기도 비추지 못했다. 그래서, 서준이 먼저 찾아가는 것이었다.

 

  "어?"

 

 벌컥, 문을 연 서준은 거침없이 걸어가, 놀란 듯 멍하니 서있는 시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여기까진 어쩐일이에요."

 

 시아는 다소 놀란 눈으로 서준에게 말을 건넸다. 부검 때문에 정신없다고 하더니, 여기까지 찾아 온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서준은 대답 대신 시아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며칠새 야윈 듯한 몸이 가슴을 저릿하게만들었다. 어떻게 같은 부검의끼리 이렇게 보기가 힘든건지, 하루가 꼭 1년같이 느껴졌을 정도였다.

 

  "너무 보고싶었어."

 

 시아의 어깨에 얼굴을 부빗거리던 서준이 투정을 부렸다. 못말린다는 듯 살풋 웃어보인 시아가 이해한 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간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을 서준이란걸, 시아가 모를리 없었다. 부검을 할때마다 진이 쭉 빠지는건 시아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몇번이고 서준을 찾아갈까 했지만, 혹시나 일에 방해될까봐 참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와주다니, 시아는 몹시 감동받았지만, 굳이 그 마음을 내비추진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준이 다 알거라 생각한 탓이었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서준이 갑자기 퍼뜩 고개를 들더니, 양손으로 시아의 얼굴을 붙잡았다. 며칠새 수척해진 얼굴이 안쓰러울 정도로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얼굴이 안좋은데, 잠은 잔거야?"

  "요즘 일이많아서 그래요, 그래도 나름 잠도 잘 자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어깨를 으쓱거린 시아가 빙긋 웃어보였다. 늘 밝았던 시아지만, 요즘들어 기운이 축 빠져있어보이는게 영 마음이 좋질 않았다. 그런 서준의 마음을 느낀건지, 이번엔 시아가 먼저 서준을 와락 끌어안았다.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은 몸이 느껴져 푹 웃음이 터져나왔다. 연애한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서준은 늘 초반처럼 굴었다.

 

  "집에 갈거지?"

  "글쎄요, 아직 일이 많이 남아서요."

 

 시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준은 잔뜩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축 늘어진 어깨가 안쓰러움을 더했다. 일부러 그런다는 것쯤은, 시아도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나 제 말을 안들어줄때면, 서준은 저런 표정을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곤 했다. 미안해서 거절도 못하게 말이다.

 

 몇년간 수법이 똑같은 서준이였으나, 오늘도 시아는 서준의 꾀에 넘어가줄 생각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 남친만한 사람이 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이 많긴 하지만."

  "……."

  "생각해볼게요."

 

 부러 퉁명스럽게 말한 시아가 휙 뒤를 돌더니, 사무실 옆에 있던 화장실로 달아났다. 허겁지겁 뛰어가는 걸 보니, 꽤 급한건가 보다, 태연히 생각하던 서준이 갑자기 아, 하는 탄성을 냈다. 시아의 귓볼이 눈에 띌정도로 붉게 달아올라있던 탓이었다. 서준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

 

 

 강민혁은 결국 응급실로 실려가고 말았다. 시언이 얼마나 팔을 심하게 꺾었는지, 팔이 쑥 빠져버리고 만 탓이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선경을 보면서도, 시언은 무덤덤했다. 의사들이 다녀가고, 수술 중이라는 팻말이 걸렸지만, 그 후에도 시언의 표정은 딱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선경은 혼란스러운 시간이 반복되는 내내, 시언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좀 좋으련만, 시언에게선 여전히 말이 없었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건지, 시언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뭐 할말 있냐는 표정이었다. 희미하게 웃어보인 선경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저릿했다.

 

 처음에 어떻게든 말렸어야했다고 생각했다. 늘 원망스러웠던 강민혁에게 제대로 된 사이다라도 날려줬다고 생각한건지는 몰라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탓에 일이 커져버린 듯했다. 앞으로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만해도 눈 앞이 캄캄했다. 선경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수술실 앞을 빙빙 맴돌다가, 결국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되었던 간에 이 일은 제 탓이였고, 제가 해결해야하는 것이 맞았다.

 

  "죄송해요, 이건 제가 다 수습할게요."

  "니가 왜?"

  "예?"

  "내가 한건데 왜 니가 수습해."

 

 나름 용기내서 한 말임에도, 시언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린 선경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대답할 말이 없던 탓이었다. 왜이렇게 바보같은건지, 제 자신이 한없이 멍청하게만 느껴졌다. 선경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선경이 망설이던 사이, 갑자기 휙, 뒤를 돈 시언이 수술실에서 몇걸음 떨어져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와섰다. 그리곤, 아무말 없이 내려오는 층수를 살폈다. 버튼을 누르는걸 보니, 병원을 나가려는 듯했다.

 

  "저, 그럼 제가 뭐라도 해드릴게 없을까요?"

 

 엘리베이터에 막 올라타려던 시언을 붙잡은건 선경의 목소리였다. 멈칫한 시언은 결국, 엘리베이터를 보내고 말았다. 고민을 많이 한 끝에 던진 질문이란걸 시언이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말도 없었다. 곧 수사팀을 나갈 제가 도대체 무슨 할말이 있을까 싶었다. 뭔가 부탁하는 것도, 뭔가 원하는 것도 이젠 다 무의미했다. 더 이상 선경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역시도 상처를 주고 만 뒤였다.

 

 시언은 사실 이런 것들이 싫었다. 이래서 연애를 꺼려왔던 것이기도 했다. 매번 상처만 주는 연애가 서로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아마, 선경을 만나게 된다고 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언은 선경을 밀어냈다. 그게 시언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였으니까.

 

 마음이 답답했다. 누군가 심장 위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만 같았다. 시언은 한숨과 함께 뒤를 돌았다.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선경이 고개를 푹 숙인채 시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언은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섰다. 선경의 얼굴을 보자, 자꾸만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경의 물음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시언은 선경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이왕 이렇게 된거, 시언은 선경의 마음의 짐이라도 덜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좋아하지마."

 

 이기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이건 시언의 진심이었다. 선경 역시도, 시언이 건넨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시언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가는 것을 택했다. 점점 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경이 그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쉽게 생각한 사랑은 아니였지만, 이럴때마다 늘 아프고, 지치고, 힘겹기만 했다.

 

 어느새, 해는 점점 더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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