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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16. 깊은 상처
작성일 : 17-12-11 16:13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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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은 평상시와 비슷 하려고 노력했다. 늘 같은 도도한 모습으로 상혁을 대했고, 어딜 갈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상혁과 함께 움직였으며, 뜬금없는 상황에 버럭 화를 내거나, 그 화가 풀릴 때면 틈틈이 식사도 같이 했다. 평소와 비슷한 생활이었지만, 뭔가 달라졌다고. 상혁은 생각했다. 유연의 표정하며, 눈빛하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 보였으니까.

 

  사실, 상혁은 미묘하게 달라진 유연의 태도를 진작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일부러, 스킨십을 하고 일부러 편하게 대하려고 하는 게 다 눈에 보인 탓이었다. 평상시의 유연이라면, 스킨십을 하거나, 편한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날카로운 선을 그어놓은 채, 그 선을 넘게 되면 화를 내는, 그래서 사람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스킨십을 시도한다니.

 

  이건 도무지 말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상혁은 더 이상 그 찝찝함을 참지 못했다.

 

  “나한테 할 말 있죠?”

 

  사건 조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차안이었다. 상혁은 갑자기 길가에 차를 대고는 진중한 분위기를 잡았다. 평소 같으면, 뭐하는 짓이냐며 타박을 줬을 유연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껏 말을 아꼈다. 상혁은 몸을 틀어, 조수석에 앉아있던 유연과 마주보았다. 파리하게 질린 낯이 당황한 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그건 왜요?”

  “평상시와 다르잖아요.”

 

  상혁은 턱짓으로 유연의 손을 가리켰다. 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 유연의 손끝이 평소와 다르게 상혁의 손끝과 맞닿아있던 상태였다.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유연이라는 걸, 상혁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유연은 평상시와 다르게 스킨십을 시도했다. 지금처럼 손끝을 맞닿거나, 어깨를 스치고, 몸 주변을 맴돌았다. 그럴 때마다, 쿵쿵 뛰는 심장에 곤욕을 치룬 건 상혁이었지만, 그보다도, 더 힘들어 했을 유연이라는 걸, 상혁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눈치챘어요?”

  “그럼 그걸 모르겠어요?”

  “…….”

  “전부터 왜 그래요? 그때 품에 안았을 때도, 가만히 있고.”

 

  유연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언젠간 상혁이 눈치 챌 거라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알아챌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정곡을 찔린 가슴이 꽤 따끔했다. 짙은 한숨을 내쉰 유연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답답할 때마다 하는 유연의 습관 같은 행동이었다.

 

  “약을 끊어보려구요.”

  “네?”

  “정신과 약이요, 그것좀 줄여보려고.”

 

  유연은 무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상혁의 얼굴이 점차 당황한 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 상혁의 뒤죽 박죽한 머릿속이 유연의 눈에 훤히 보였다. 하여간, 바보 같이 착하다니까. 죄책감으로 물든 마음이 손끝에 만져졌다. 상처가 많은 상혁이란 걸, 유연이 모를 리 없었다.

 

  상혁의 동생 소식은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것도, 우연히 상혁의 책상을 정리하다가 과거의 자료를 발견하면서 알게 되었다. 두툼한 서류더미 속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보이자, 유연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몰래보는 것이 사생활침해라는 걸 알았지만, 유연은 이미 금기의 선을 넘어버린 뒤였다.

 

  ‘이름 : 한상혁.’

  …

  '특이사항 :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한 동생이 있음.'

 

  판도라의 상자는, 생각보다 끔찍했다. 유연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더미를 바닥으로 툭, 떨어트렸다.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한 충격이 온 몸을 뒤덮었다. 입을 한껏 틀어막은 유연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말, 말도 안돼….”

 

  처음엔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유연이 아는 상혁은 한없이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이런 어두운 과거가 있을 리가 없다고, 이건 모두 거짓일거라고. 생각하고 또 다짐했지만, 현실은 자꾸만 유연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강간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한 여고생.’

 

  서류더미 속에 꽂혀있던 기사의 제목을 보자마자, 유연은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토해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건지, 제 스스로 조차도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아프고, 힘겹고, 고통스럽기만 했다.

 

  낯선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았다. 동정이라고 말하기엔, 그 말로 제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그 날 이후로, 유연은 상혁을 평소처럼 대하지 못했다.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할까봐, 혹시라도 더 아파할까봐, 한없이 두려워졌던 탓이었다.

 

  “유연씨.”

 

  그리고, 그런 유연을 상혁은 너무도 쉽게 눈치챘다.

 

  “남자에게 익숙해지면, 그땐 약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상혁은 아, 하는 탄성을 냈다. 차 안에는 묵직한 적막이 맴돌았다. 성범죄 수사팀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갖게 된 둘만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딱딱한 시간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유연은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애써 빙긋 웃어보였다. 빳빳하게 굳어버린 상혁의 몸이 꼭 얼음이 되어버린 것 같아, 유연은 결국 손을 뻗어 상혁의 어깨를 가볍게 툭, 하고 쳤다. 땡.

 

  “팀장님도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유연씨.”

  “그날 밤 말하는거 다 들었어요. 나 약먹는거 알고 있었죠?”

 

  상혁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던 탓이었다. 그날 밤이라면, 유연의 자리에서 약을 발견한 날을 말하는 것 일게 확실했다. 그때가 아니고서야, 약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비밀로 꼭 숨겨두려고 했었는데, 방심하고 있는 사이, 그 비밀을 다 토로해버린 듯했다.

 

  “괜찮아요.”

  “…….”

  “어차피, 끝까지 숨길거라고 생각한것도 아니였으니까.”

 

  말끝을 흐린 유연이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상혁은 생각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우연히 유연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이후, 절대로 그 비밀을 티내지 않겠다며, 다짐했던 제 모습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지켜준다고 해놓고, 지키지 못한 꼴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한심하기만 했다.

 

  “미안해요.”

  “아니요. 나,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그래도, 다른 사람이 아닌 상혁씨가 알아서.”

 

  유연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상혁 역시도, 그걸 알았을거라고 유연은 생각했다. 아무말도 못한채 빳빳하게 굳어있는 상혁을 바라보던 유연이 천천히 손을 뻗어 상혁의 볼을 매만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

 

  단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얼굴이었다. 혹시라도, 겁이나 뒤로 물러설까봐, 혹시라도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를까봐, 상혁을 보면서도, 늘 뒤로 숨기만했었다. 그게, 얼마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인지 알지 못한채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유연씨.”

 

  파르르 떨리는 유연의 손끝이 느껴졌다.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상혁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상혁이 유연의 손목을 잡아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무서운 것을 억지로 한다는 것 만큼, 더 힘든 일은 없을게 뻔했다. 상혁 역시도, 급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상혁은 유연의 머리 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천천히 해요 우리.”

 

  따뜻한 손길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안쓰러울 정도로 파르르 떨리고 있던 유연의 몸이 천천히 진정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상혁은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유연을 대했다. 장난스럽지만, 가볍지 않게, 그러면서도, 한없이 다정하게.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유연은 대답 대신, 빙긋 웃어보였다.

 

 

 

 *

 

  창밖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휙 스쳐지나갔다. 흠칫 몸을 떤 주니가 조심스레 창가로 다가갔다. 제 감이 틀린게 아니라면, 이건 사람의 인기척이 확실했다. 밤 12시를 넘은 시각. 누가 올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불길한 예감이 서서히 온 몸을 짓눌렀다. 주니는 긴장감에 한껏 몸을 굳혔다.

 

  "설마, 아니겠지?"

 

  주니는 핸드폰을 꼭 쥔 채, 창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곧장 경찰을 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밖은 지나칠 정도로 어두웠고, 차가운 적막만이 가득했다. 주니는 핸드폰 불빛을 켠 채, 조심스레 밖을 비추었다. 늘 보던 익숙한 풍경이지만,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뭐지?"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바깥은 몹시도 조용했다. 목을 쭉 빼 바깥을 살펴봐도, 지나가는 사람은 커녕 길고양이 한마리조차도 보이질 않았다. 주니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 밤중에 누가 오겠어. 하고 태연히 생각하면서.

 

  주니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뒤를 돌때쯤이었다. 갑자기, 창문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온 시완이 씩, 하는 미소를 흘렸다. 주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어찌나 놀랐는지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제 발에 걸려 뒤로 쿠당탕 넘어질 정도였다. 주니는 엉덩방아를 찐채, 입을 한껏 틀어막았다.

 

  “환영인사가 너무 격하네.”

 

  태연히 창문을 넘은 시완이 빙긋 웃어보였다. 소름끼치는 목소리와 흉측한 얼굴, 그리고, 온 몸을 붙드는 거친 손길까지. 모든 게 틀어졌다고 생각했다. 주니는 미친 사람처럼 반항했지만, 이미 공포에 질려버린 몸뚱어리는 시완의 강압을 이기지 못했다.

 

  자꾸만 숨이 거칠어졌다.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불같이 날아온 손길이 주니의 뺨을 내리쳤다. 아득해진 정신사이로, 웃고 있는 시완의 얼굴이 보였다. 주니가 정신을 차렸을때 쯤엔 이미 시완에 의해 온 몸이 결박된 뒤였다.

 

  “오랜만이야.”

 

  눈앞이 캄캄했다. 힘겹게 들이킨 숨 사이로 검은 인영이 씩,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 안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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