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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13. 흔들리는 마음
작성일 : 17-12-11 16:11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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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자가 싫었다. 여자라는 존재는 남자의 피를 빨아먹는 더러운 모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완은 여자와 잠깐이라도 스치거나, 여자를 마주할 때마다, 오소소 소름이 돋은 온 몸을 날이 선 손톱으로 박박 긁었다. 수백 마리의 모기가 몸을 물어뜯은 것처럼, 살갗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던 탓이었다.

 

  “더러워, 더러워.”

 

  시완에게 여자들이란 한없이 더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5살 때, 자신을 목 졸라 죽이려고 했던 엄마도, 7살 때 농약을 먹이려고 했던 할머니도, 16살 때, 좋은 곳을 가게 해주겠다며 차도로 자신을 밀었던 첫사랑도 다, 여자였고, 끔찍한 행동을 일삼았던 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더럽고 끔찍한 짓을 일삼았다.

 

  여자들은 다 죽어야만했다. 더럽고, 끔찍한 존재니까 여자들은 모두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완은 이름모를 여자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강간한뒤, 마지막으로 그녀들을 처참하게 살해했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살인이었다. 심하게 훼손된 사체들은 시완의 쾌락을 위해 사용된 도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재밌네.”

 

  그저, 쾌락을 느끼기 위한 도구.

 

 

 

 *

 

  시언은 병실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었다. 민식이 있는 병원에 온 이후부터 지겹도록 울리는 핸드폰 탓에 당장이라도 수사팀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게 아까 전 병원을 나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은 선경 탓에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얘는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시간은 어느새 저녁 7시를 향하고 있었다. 짙은 한숨을 내쉰 시언이 손에 쥐고 있던 캔 커피를 병실 앞에 있는 간의 의자에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선배로써 좀 잘해주려고 했더니, 영 타이밍이 안 맞는 듯 했다. 차가웠던 커피는 어느새 미지근해진 뒤였으니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7시 반을 향해가는 시간에 결국 참지 못한 시언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이쯤에서 수사팀 사무실로 돌아가 봐야할 듯했다.

 

  마음 같아선 선경의 얼굴을 보고 가고 싶었지만, 이시완이 도주를 한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는 탓이었다.

 

  시언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힘겨운 걸음을 옮겼다.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가 시선을 사로잡을 때마다, 자꾸만 선경의 얼굴이 떠올라서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이라도 선경이 와주면 좋으련만, 차갑게 식어버린 빈자리는 그의 마음만큼이나 한없이 시리기만 했다.

 

  “이제 그만 가자.”

 

  시언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를 썼다. 이렇게나 오래 선경이 돌아오지 않는걸 보면, 분명 약속이 있거나,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이 있느라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시언은 다시 뒤를 돌았다. 꾸역꾸역 따라오는 것이 무거운 발걸음인지, 선경을 향한 제 마음인지 시언은 좀처럼 알지 못했다.

 

  “얼굴 좀 보려고 했더니.”

 

  바보 같다는 거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 희망 고문하는 것도 몹쓸 짓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선경을 보면 마음 정리가 잘되질 않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하는 짓도, 하는 말도, 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애가 뭐가 좋다고 이러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질 않아서 헛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선경은 시언과 다르게 늘 소심했다. 꽁꽁 숨겨놓은 마음속에 어떤 상처가 남아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에게서 꽤나 많은 상처를 받은 건 확실한 듯했다. 그도 그럴만한 게 선경은 매번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몹시 힘겨워했기 때문이었다.

 

  선경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볼 때마다 몸을 숨기거나, 길을 갈 때도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탓에 이마가 깨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그랬던 선경이 처음으로 사람들의 앞에 나섰다.

 

  “위험해요!”

 

  그것도 시언을 위해서.

 

  그 날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성범죄 수사팀에서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강간의 후유증을 버티지 못한 피해자 여성이 자살을 하고 말았으니까.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수사팀을 욕했으며, 그 당시 강간 사건 책임자이던 시언을 향해 매서운 손가락질을 쏟아냈다.

 

  제 잘못이라는 거 알고 있었다. 피해자 여성이 고통스러워할 거라는 걸 눈치챘어야했는데,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을 땐 이미 모든 게 뒤틀려져버린 뒤였다. 피로 범벅이 된 사체와 범인을 꼭 잡아달라는 편지까지. 처참한 현장을 본 시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수없이 쏟아지는 욕과 손가락질 따위는 익숙했다. 조직생활로 인해 는 것이라고는 그런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수없이 몰려든 사람들은 시언에게 차디찬 물과 소금, 그리고 계란들을 던지며 살벌한 욕을 쏟아냈다.

 

  아프지 않았다. 계란이 머리와 가슴, 허벅지 부근을 마구 강타해도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미, 피를 철철 흘린 가슴이 잔뜩 썩어 들어가고 있었기에 그런 것일까? 코끝을 찌르는 계란 비린내 따윈 아무렇지 않았다.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에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직 생활 하면서 더 험한 꼴도 많이 봤는데, 고작 이딴 일에 무너질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선배님!”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기분 나쁜 기운이 온 몸을 휘감았다. 시언은 목 뒤를 스치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지만, 애써 그것을 모른척했다. 그때라도 당장 뒤를 돌았어야했는데, 머리 위를 끈적끈하게 적신 계란물이 피해자 여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담담히 받아내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

 

  “조심해!”

 

  바보 같게도 난 그런 걸로 죄가 씻겨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시언은 자신의 뒤로 바짝 다가온 칼을 든 남성을 보지 못했다. 그건 곁에 있던 수사팀 식구들도, 경찰서 주위를 애워 싸고 있던 경찰들도 모두 그랬다. 그리고, 사건은 바로 그때 일어났다.

 

  “꺄악!”

 

  갑자기 터지는 비명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낌새가 보였을때 바로 움직였어야했는데, 별일 없을 거라고 태평하게 생각하며 바보같이 서있던 것이 문제였다.

 

  “악!”

 

  뜨거운 온기가 느껴진 순간, 시언은 급히 뒤를 돌았다. 눈앞을 가린 체온과 익숙한 얼굴, 그리고 피로 물든 허벅지까지….

 

  “너, 너….”

  “괜찮으세요?”

 

  도대체, 네가 왜 여기에?

 

  “너 미쳤어?”

 

  칼에 찔린 건, 시언이 아닌 선경이었다. 다행이게도 남자가 휘두른 칼은 빗나가며 선경의 허벅지 위에 작은 흉터를 남겼지만, 그럼에도 시언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새파랗게 질려버린 시언을 향해 다가온 선경이 시언의 얼굴에 묻은 끈적한 달걀을 손으로 허겁지겁 닦아냈다.

 

  “괜찮아요?”

 

  넌 도대체 뭘까?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피가 철철 흐르는 허벅지로 인해 손끝이 벌벌 떨리면서도, 자신을 챙기기 바쁜 선경의 모습에 울컥 화가 치솟았다. 사람 앞에 나서는 것도 무서워하는 애가 도대체 왜 거기에 나서가지고.

 

  “어디 다치신 데는 없는 거죠?”

  “너 미쳤냐고!”

 

  나 따위를 걱정하고 있는 걸까?

 

  “멍청이.”

 

  시언은 벅벅 마른세수를 했다.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한 애가 자신을 챙기겠다며 뛰어드는 꼴이 바보 같아서 가뜩이나 아픈 애한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막 뱉어낸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이게도 상처는 금방 아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언은 좀처럼 그 날의 일을 잊지 못했다.

 

  “또 다치고 오신 거예요?”

  “신경 쓰지마.”

  “어? 약 발라야해요!”

 

  선경은 늘 그랬다. 시언이 현장에 나가 다치고 올 때마다 상처를 치료해야한다며 난리를 치는 것도,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흉진다며 죽어라 고집을 피우는 것도 모두 선경의 몫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이게 뭐에요.”

 

  다른 사람 앞에선 벌벌 떠는 애가 제 앞에서만큼은 할 말 안할 말 다하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붉게 물든 얼굴도, 볼을 덮은 화상자국도, 파르르 떨리는 손끝도 모두 신기하고, 이상하기만해서 시언은 그럴 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선경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냈다.

 

  “앞으로 약 꼭 바르셔야 해요.”

 

  문득 마주친 눈이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왜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선경은 꽤나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의 반을 덮은 흉터 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일 만큼.

 

  시언은 숨을 들이 삼켰다. 얼굴에 닿는 끈적끈적한 연고의 느낌이 좋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시언은 선경의 손길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냥, 늘 그랬다. 선경을 볼때마다 가슴이 부풀었고, 뜨거웠으며, 눈물이 날정도로 아팠으니까.

 

  그래서, 그런 걸까?

 

  “제 마음 받아달라고 그런 거 아니에요.”

  “야.”

  “그냥 알아달라고요, 선배님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거 그것만이라도 알아달라고요.”

 

  시언은 선경이 한 고백도 쉽게 잊지 못했다.

 

  “전 그거면 돼요.”

 

  선경이 한 고백에 대해선 몇 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상처를 치료해주는 손길도, 매번 눈치만 보는 얼굴도, 다 마음에 안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그냥, 이상했다. 선경을 볼 때마다 매번 눈에 밟혔고, 시선이 갔으며, 마음이 흔들렸다.

 

  “제길.”

 

  수민이가 그렇게 되고 난 이후, 절대 사람 따위는 마음에 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랬는데…,

 

  ‘수민이가 살아있어.’

  “좋아해요, 선배님.”

 

  왜 하필, 이 순간에 널 만나게 되고 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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