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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07. 끝이 뻔한 싸움
작성일 : 17-12-11 16:05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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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위로 퍽 쓰러진 서준이 배게 위에 왼쪽 얼굴을 대고 엎드린 채로, 꾸역꾸역 눈물을 삼켜냈다. 뭘해도 넘어오지 않는 시아 탓에 정말이지 미칠지경이었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렸다면 그나마 나을텐데, 시아의 마음은 꽝꽝 얼다못해 손을 대기만해도 온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눈물이 핑핑 돌았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자신에게 뛰어가 뺨이라도 한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짓을 하는게 아니였는데, 시아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오히려 시아에게 상처를 주고 만 꼴이 된 듯했다. 헬쓱해진 작은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릴때마다,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시아는 많이 상처를 받은 듯했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없이 살아온 탓에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걸 무척이나 싫어하던 시아였다. 여태껏 받아온 편견하며, 시선하며, 정말이지 하나같이 다 상처를 줄 뿐이었다. 겨우 편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까지 그렇게 대하다니, 시아의 속은 안봐도 뻔할 것만 같았다.

 

  “절대 그런거 아닌데.”

 

  서준은 울먹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 일은 서준이 잘못한게 맞았지만, 그럼에도 시아의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해준 배려는 아니였다. 그저, 시아가 예쁜것만 보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길 바랬을 뿐인데, 한없이 차가운 반응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와중에 더 슬픈건, 이런 시아도 너무도 좋아서 미칠지경이라는 것이었다. 도도한 모습도, 따뜻한 모습도, 그 어떤 모습이라도, 평생 함께하고 싶을 만큼 너무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좀 어느정도 예쁘던가.

 

  몇년째 벗겨지지 않는 콩깍지는 늘 서준을 힘들게 했다. 시아를 보기만해도 어찌나 좋던지, 매번 가슴이 간질 거려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아, 짙은 한숨을 내쉰 서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잠이나 자자. 머릿 속에 든 생각은 그것 뿐이었다. 피곤함이 가득한 몸은 머지않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도 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에게 다가와 키스를 하는 시아가…, 응? 서준은 번쩍 눈을 떴다.

 

  “말, 말도 안돼.”

 

  서준의 위에 올라탄 채로,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리고 있는 시아의 모습에 짧게 숨을 들이삼켰다.

 

  “꿈, 꿈인건가?”

  “꿈 아니거든요.”

  “그, 그럼?”

  “싫으면 말구요.”

 

  금세 휙 돌아가버리려는 시아을 서준은 급히 낚아채, 침대 위로 눕혔다. 위에서 내려다 본 시아은 상상 이상으로 더 사랑스러웠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얼굴에 숨이 막혀 미칠지경이었다. 서준은 감격스런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평생 손밖에 못잡고 죽을 줄 알았는데, 울컥 차오른 눈물에 가슴까지 뭉클해진 기분이었다. 서준이 멍하니, 시아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던 사이. 시아은 짜증난다는 투로 물었다.

 

  “안할거에요?”

 

 서준은 아 하는 탄성을 냈다.

 

  “그럴리가.”

 

 씩 웃는 얼굴엔 사랑이 가득했다.​

 

 

 *

 

  취조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재빨리 뛰어들어간 상혁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유연을 말리긴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꽤나 억센 유연의 주먹은 멍하니 앉아있던 이시완의 얼굴을 강타했고, 머지않아 휘청거리던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헉, 숨이 샜다. 취조실 밖에 서있던 수사팀 모두 경악을 지를 정도였다. 아, 어떡해 정말.

 

  으악! 터진 비명이 귓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시완은 의자에서 떨어진채, 엉엉 울음을 터트렸고, 코에서 툭툭 떨어진 피는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씩씩대던 유연이 성큼성큼 이시완에게로 걸어갔다. 꽉 쥔 주먹은 여전히 허공을 휘젓고 있었지만, 다행이게도 이시완의 얼굴엔 닿지 못했다. 왜냐,

 

  “유연씨! 정신 차려요!”

 

  허겁지겁 안으로 뛰어들어온 상혁이 그 행동을 막았으니까.

 

 

 *

 

  성범죄 수사팀 멤버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하필이면, 취조실에서 폭력을 휘두른 탓에 카메라에 그 모든 장면이 찍혔기 때문이었다. 아니, 밖에서 때렸다면 어떻게든 수습할텐데 취조실 카메라는 찍힌 내용을 지울 수가 없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던 민식의 뒤로 나타난 시언이 씩, 하는 웃음을 흘렸다. 역시, 차유연이라고 생각하면서.

 

  원래 같으면 유연이 윗선에게 끌려가야만 했지만, 팀장이라는 이유로 상혁이 대신 끌려가게 되고 말았다. 터덜터덜 멀어지는 커다란 등뒤로 안타까운 시선이 와닿았다. 뜨거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휙 몸을 돌린 상혁이 애써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유연에게만 빼고.

 

  커다란 눈이 그렁그렁했다. 워낙 윗선에게 끌려가는걸 싫어했던 상혁이였기에 이번 시간이 지옥같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듯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유연을 빤히 응시했다. 상혁은 당장이라도 유연에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넘겼다. 왜냐, 유연이 화가나면 무서웠으니까.

 

  뜨거운 시선이 맞닿았다. 유연은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애처로운 시선을 무시했지만, 그러면서도 상혁을 계속해서 살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하면서.

 

  상혁에게 내려진 징계는 감봉이었다. 원래 그것보다 더 심한 징계를 받아야했지만, 상혁이 한번만 봐달라고 읍소를 한탓에 그나마 감봉이 내려진 것이었다. 문을 탁, 닫고 나온 상혁은 씩씩대며 유연을 찾았다. 절대 가만 안두겠다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성격이 그렇게 더러워서 어따씁니까?”

  “그럼 그쪽은 성격이 그렇게 차분해서 어따씁니까?”

 

  언제나 그랬듯, 유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다. 붉으락푸르락 색을 바꾸는 상혁의 얼굴엔 잔뜩 핏발이 서있었다. 이렇게나 당당할 줄이야,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 미칠지경이었다.

 

  “남자가 대범하고 그래야지, 한없이 소심해가지고”

 

  유연은 잔뜩 투덜거리며, 상혁을 비꼬았다. 팀장으로써 나름대로 쓴소리를 한번 할까 했지만, 유연에겐 영 통하지 않는 듯했다. 상혁은 취조실 창 앞을 왔다갔다 거리며, 애써 손질한 머리를 벅벅 헝클였다. 미치겠네 정말.

 

  “아니, 남자만 꼭 대범해야하는 법이 잇습니까? 그거 남녀차별 발언입니다.”

 

  상혁은 성큼성큼 유연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눈앞으로 진 그늘에 코끝으로 내려온 안경을 쓱 밀어올린 유연이 매섭게 눈을 치켜떴다. 코앞에서 느껴지는 숨결이 한없이 뜨겁기만했다.

 

  “남녀차별 발언이 아니라, 한상혁씨 차별발언이거든요?”

 

  유연은 팔짱을 딱 낀채로, 곧장 상혁의 말을 받아쳤다. 아니, 무슨 여자가 이렇게 기가세? 서늘한 얼굴에 괜히 기가 죽는 기분이라, 상혁은 조심스레 뒤로 주춤 물러섰다. 이건 절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그저 가까이 붙어있는게 부담스러워서 피하는거라고 생각하면서.

 

  “뭐, 아무튼 잘못한건 맞잖습니까?”

  “전 잘못한거 없는데요? 잘못이라면 죄를 저지른 저 자식이 잘못한 거겠죠.”

 

  유연은 턱끝으로, 취조실 안에 있는 이시완을 가리켰다.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엉엉 울고 있는 이시완의 얼굴이 눈물과 코피로 범벅이었다.

 

  “밖에 나가서 물어봐요, 누가 더 잘못했는지.”

 

  할 말이 없다. 말빨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유연이였기에 더했다. 그래, 굳이 따져보면 유연은 크게 잘못한 일이 없었다. 뭐, 범죄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은 정도? 아 물론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였지만, 만약 바깥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한뒤 누가 더 잘못했냐고 물으면, 100%로 이시완이 잘못했다고 말할게 뻔했다. 왜냐, 이시완은 범죄자였으니까.

 

  “말 더해서 뭐해, 어차피 지는걸.”

 

  쯧쯧 혀를 찬 시언이 금세 자리를 떴다. 어차피, 승자는 유연일거라고 생각하면서.

 

  “분명, 다 이시완이 잘못했다고 말할걸요?”

 

  허, 기가찬 숨을 내쉰 상혁이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입을 떡하니 벌렸다. 해야할 말은 많은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던 탓이었다. 흥, 콧방귀를 뀐 유연이 손가락 하나를 쭉 뻗어 취조실 안에 앉아있는 이시완을 향해 가리켰다.

 

  “저 새끼, 감옥안에 잡아쳐넣으세요,”

 

  정신이 멍했다. 상혁은 저도 모르게 예예. 하고 대답하려다가, 화들짝 몸을 떨었다. 아니 근데 내가 왜이래야해?

 

  “아 넣으면서 주먹한방 날려주면 더 좋고.”

 

  쿵, 문이 닫혔다. 상혁은 눈을 끔뻑거리다가,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바보같다는거 잘 아는데, 그게 마음대로 잘안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만한게 유연이 마지막에 날린 윙크한방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스스르 녹아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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