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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XVI 그래도 오빠 뿐이야
작성일 : 17-12-08 19:2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9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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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16화 그래도 오빠 뿐이야

 

 

 "진정해 신이치 군! 이러다간 정말 죽도 밥도 안 된다니까?"

 선배가 내게로 달려들어 한껏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내 입을 틀어 막으며 말렸다.

 "이..으극.."

 연인끼리 긴밀하게 들러붙어서 본의 아니게 스킨쉽을 나누는 광경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 히마리 역시 말은 매정하게 했지만 막상 자신의 오빠를 독차지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자 눈살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우리 오빠한테서 떨어져!」라고 외칠 것처럼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어휴… 개판도 이런 상개판이 아닐 수가 없네.."

 이런 삼각관계의 현장 뒤에서 머리채를 부여잡고 골머리를 앓던 코코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때마침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사내아이가 자기 바로 뒤에 서있는 우리 일행 중 코코를 발견하고서 놀라 친숙한 호칭을 조금 부자연스럽게 일컬었다.

 "누나?"

 ……

 

 누나라고..?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 속에 얼이 빠진 나는 매앵-한 얼굴을 한 채 의식의 저편 너머로 빠져들었다.

 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코코랑 닮은 강인한 눈빛과 붉은 색 계열의 활기가 흐르는 머리 색깔.

 처음엔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둘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니까 영락없이 쏙 빼닮은 외모였다.

 이 애가 전부터 코코가 내게 열렬히 토로하던 그 문제의 남동생이었던 거였어?

 "빨리 말해줬어야 됐는데.. 너가 갑자기 도망치는 바람에 알려줄 시간이 없었잖아!"

 "이게 무슨 소린지.."

 

 코코가 주문대 뒤쪽으로 유유히 걸어가더니 카페 바 안 구석 옷걸이에 걸려있던 카페 유니폼을 걸쳐 입고 다른 친구들의 커피를 만들어줄 준비를 하며 말했다.

 "사실 여기 우리 가게야. 아침이랑 낮에는 부모님들이 운영하다가 방과 후에 돌아오면 우리가 밤까지 마저 일하고 있어. 아 이거 참..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가게 안을 둘러보니 정말로 코코의 어릴 적 사진이나 가족 사진들이 군데군데 작은 액자에 담겨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

 상점가로 가까워질수록, 자기네 가게로 가까이 갈수록 초조해 하던 게

 확실하진 않지만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저절로 반응한 건가 보네.

 

 "그럼 히마리랑 니 동생은 왜 서로 반지 끼워주고 희희낙락하던 건데..?"

 형 누나들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던 코코의 남동생이 「아~ 그게 신경 쓰였던 건가요?」라는 듯한 확실히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거 말하는 거죠? 이거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애니[시스콘 오빠가 제정신이 아니라면]에 나왔던 굿즈예요."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번 히마리가 이런 굿즈 상품의 사진을 띄워 놓은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면서 「이게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던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아…"

 "히마리랑은 어쩌다 알게 됐는데 저도 로맨스물 광팬이라서 서로 통하는 게 많더라고요. 히마리가 이 반지 꼭 보고 싶다고 하길래 보여주려고 했던 거에요."

 코코네 동생이 히마리 손가락에 끼여져 있던 반지를 도로 빼내 오더니 내게 들이밀어 보이면서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한테 그걸 직접 보여주면서 그렇게까지 자랑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그러니까.. 히마리가 이번 주 줄곧 집에 늦게 들어오던 게 오타쿠들끼리 매일 같이 모여서 열심히 정보 공유를 하느라 그런..?

 

 "내가 취미 생활이라고 말했잖아…"

 히마리가 나한테 취미 생활이니까 방해할 생각 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던 사실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딸깍이 스위치를 켜게 만들었다.

 갑자기 급 몰려오는 무안함과 창피함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땅바닥을 향해 파묻고 히마리를 반듯하게 볼 자신이 없어졌다.

 

 또 내 넘치는 오지랖과 괜한 망상이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한 꼴이 되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달리 변명할 여지없는 명료한 100% 나의 과실이었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궁금증도 불안함도 해결된 거겠지? 끝맛이 좀 씁쓸하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선배가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부드럽게 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선배를 뚱한 얼굴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그맣게 이를 가는 히마리였다.

 

 하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니까.. 결과적으론 히마리한테 남자가 생긴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고.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것이 내 잘못이었다며 안이하게 생각하고서 대충 넘어가려다 보니 이번엔 또 밥 먹고 나서 음식물 찌꺼기가 이빨 사이에 낀 채로 빠져나오질 않는 그런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남아돌았다..

 

 애초에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했는지에 대한 원인…

 그것은 다름 아닌 히마리 때문이다.

 아니지 아니지. 사실상 이건 히마리 저 녀석이 화 풀 생각 안하고 끝까지 토라져서 시작된 일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내가 아니잖아!?

 이대로 히마리까지 함께 걸고 넘어지면 혼자 당하긴 싫은 것처럼 질척질척 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녕으로 제때 담판은 짓고 봐야 흠 위에 새 살이 돋는 법이다.

 

 "그전에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또 하나 있는 거 같은데, 히마리?"

 "……?"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끝장은 봐야지. 너 자꾸 그렇게 오빠 피하고 그럴 거야?"

 갈등을 해결하려고는 전혀 않고 오히려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하자 입을 쭉 내밀었다.

 침묵과 함께 묵비권을 행사하는 히마리를 보니 답답함이 가시질 않는다.

 

 "아니, 막말로 오빠 신세 처량하게 만들 것까진 없었잖아. 히마리 너가 왜 그러는지는 이해하는데 정도가 지나쳐."

 "…말로만 이해한다고 하고. 오빠는 사실 아무 것도 모르잖아.."

 막 폭언이 오갈 정도의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두 남매 사이에서 퀴퀴하고 오묘한 기류가 흘렀다.

 "자자. 둘 다 성깔 좀 죽여봐. 언제까지 투닥거릴 건데? 바보같이 서있지만 말고 자리에나 앉어. 커피 다 내렸으니까 마시면서 천천히들 재밌는 얘기나 잠깐 해보자고."

 직접 내린 핸드메이드 커피를 한잔 한잔 테이블로 옮겨 오던 코코가 등 떠밀어 나를 억지로 히마리 옆에 붙여앉혔다.

 

 3명 3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코코를 기준으로 호타루와 코코네 동생 군이 함께, 그리고 반대편으로는 카나미 선배, 그리고 나랑 히마리가 앉아 불편한 대화 자리가 만들어졌다.

 코코가 만들어준 커피를 홀짝대며 어색하게 앉아있던 우리 남매는 서로 눈치 보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싸-한 가게 안 분위기를 어떻게든 도로 바꿔보려는 친구들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무래도 꽤나 자연스럽게 한 무리가 된 것 같지? 이 멤버 맘에 든다!"

 나랑 연관된 많은 친구들과 겨우 반나절 만에 친해질 수 있게 되었던 선배가 가장 좋아하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 역시 저 단번에 알아봤다니까요. 첨엔 좀 뭐랄까… 괴짜라고 생각했는데 언니랑 저 정말 잘 맞는 것 같은 거 있죠?"

 "코코 양 그거 칭찬 맞지?.. 하하.."

 그에 답하여 코코는「그렇다니깐요~」라며 텐션이 업돼서 맞장구쳤다.

 

 안 봐도 비디오. 시작 의의는 좋았는데 잡담으로 이어졌다.

 나랑 히마리를 화해시키려던 목적은 안중에도 없이 이미 다른 여자들은 대화꽃이 활짝 피었다.

 그렇지만 히마리는 그 둘의 대화에 절대 어울리지 않은 채 존재감을 감추고서 조용하게 뜨거운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이어서 서로 메일 주소까지 주고 받는 두 사람과 그다지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결의를 다진 의형제 마냥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느껴지는 남자 둘

 그리고 아까부터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 한 남매가 별난 진영을 이루었다.

 '왜 자리에 앉자마자 대화 주제가 바껴버린 건데… 나참..'

 결국 가만히 앉아서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나도 히마리보다 먼저 침묵을 깨고 대화의 전장에 뛰어들었다.

 

 "코코, 네 동생 너랑 대화 잘 안 한다면서?"

 "음? 지금도 안 하고 있다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오늘 보니까 둘 사이 평범해 보이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아아~ 지금은 일하는 중이잖아. 일할 때도 대화가 없음 곤란하지."

 「당연한데 뭘 물어보냐」는 듯한 촐랑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이녀석… 전이랑 말이 다르잖아.

 

 "동생이 아는 척도 안 해준다고 아주 울상이였…"

 「빠악ㅡ!」

 "입 함부로 놀리는 거 아니지, 신이치 군?"

 "(부들부들)……"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혼잣말 한 목소리를 그걸 또 어떻게 들었는지 바로 앞에 앉아있던 코코가 내 정강이를 제대로 후려 찼다.

 귀가 얼마나 좋은 거야?

 

 그렇게 코코와 다정하다면 다정하게 보이는 거고, 치열하다면 치열하다고 볼 수 있는 피 터지는 설전을 이루는 동안 히마리가 옆에서 열변을 토하는 나의 옆모습을 잠자코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별다른 부담감 없이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히마리의 모습을 가만가만 지켜보던 선배가 뭔가 좋은 수가 떠올랐는지 어렴풋하게 웃었다.

 코코랑 말로는 안되니까 이젠 아예 서로의 정강이를 사이좋게 차면서 투닥투닥거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선배가 내 팔에 철썩 들러붙더니 뻣뻣한 교복 위에 탱글탱글한 뺨을 비비적거렸다.

 

 "신이치 군~ 이러고 쭉 있어도 되지? 왜냐면 우린 사.랑.하.는 사이니까."

 뺨만 비빌 뿐이랴, 부드러운 감촉의 가슴까지 한몫하며 대놓고 대시해서 솔직히 기분은 좋았지만 낯부끄러워졌다.

 "아잇… 애들 다 보는데 이런 건 좀.."

 그나저나 진짜 몰랑몰랑하구나..

 쿠션인지 신체인지 구분이 안 가네.

 

 헤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담.

 헤벌쭉해져서는 내가 이곳에 온 이유마저 잊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런 대담한 행위를 당하는 데도 한편으론 안심이 되는 게.. 저 두 남자들

 한 놈은 게이가 아닌 이상 무성애자 삘나고, 딴 놈은 2D 캐릭터에 푹 빠져서 현실 여자한테는 일절 관심이 없어서 말이지.

 그리고 코코는 마치 대개의 순정 만화 한 장면을 보는 느낌으로 선배와 내가 꽁냥꽁냥 하는 것을 흥미롭게 관찰하는 눈치였다.

 

 모두가 이런 선배의 애정 행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에, 히마리는 굉장히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직시하고선 눈에서 레이져를 쏘아댈 것처럼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선배… 얘 눈 좀 보라고!'

 왼쪽에선 애교 만점 재롱둥이 개가 관심을 끌려고 하고 있고, 오른쪽에선 어느 날 갑자기 굴러 들어온 한낱 개한테 집사를 빼앗겨버린 자칭 불운의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만의 신경전을 벌였다.

 

 그 순간 오른쪽 고양이 방향에서 엄청난 인력으로 내 팔과 어깨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내 팔을 붙잡고 있던 선배의 팔 힘도 스르륵하고 풀리더니 알아서 떨어져 나갔고 그 덕분에 몸의 중심점이 오른쪽으로 완전히 치우치게 된 나는 히마리가 벌린 양팔 사이로 쓰러지듯 넘어가며 안겨졌다.

 쓰러지듯이 넘어간 나를 두 팔 가득하게 끌어안은 히마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오빠한테 그런 에로한 몸으로 찰싹 들러붙지 말아요.."

 여기 도착한 이래로, 그리고 히마리가 선배를 만난 이래로 처음으로 히마리가 선배한테 직접 건넨 말은 진심이 담겨있지만 왠지 굉장히 왜곡돼있는 것 같이 들렸다.

 에로한 몸이라…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라, 히마리 양. 지금 혹시 질투하고 있는 건가요?"

 이때다 싶었던 선배가 겉으로는 상냥하게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간사함이 희석돼있는 특유의 웃는 얼굴과 함께 충분히 자존심을 박박 긁을 수 있는 말을 던지며 히마리를 도발했다.

 "꼭 그런 건 아니구요.. 친동생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러면 눈꼴시리다구요."

 "음? 히마리 양이 제멋대로인 오빠를 너그러이 용서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찬스는 제게 넘어온 거 아니었나요?"

 "…! 그게 무슨?.."

 

 꽤나 당황하는 모습의 히마리로부터 승리를 직감한 선배가 각설탕 한 개를 따듯한 커피 속에 「퐁당」하고 떨어뜨리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순도가 다르긴 하지만, 사소한 다툼 때문에 주인이 곁을 떠나버려서 길거리에 혼자 남겨지게 된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잖아요."

 "그치만… 오빠가.."

 히마리의 관심을 끌고 파격적인 대화법 선정으로 주도권을 잡은 선배는 여유롭게 히마리를 쥐락펴락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통해서 직격탄으로 디스를 받아낸 히마리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동생 분이 그닥 반가워 하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설명이랑 설득도 없이 무작정 행동부터 했었던 신이치 군이 훨씬! 더 문제지만 말이에요."

 "죄송합니다…"

 선배가 화두를 나한테로 돌리면서 내 옆구리를 있는 힘껏 꼬집은 탓에 옆구리가 얼얼해졌다.

 "사과는 나보단 동생한테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자꾸 엉뚱한 나한테 사과하려고 하는 거야. 진짜로 진심어린 사과랑 위로가 필요한 건 히마리 양이잖아."

 뾰로통하게 팔짱을 끼며 다른 의미로 꼬집으면서 단호하게 나무랐다.

 

 이것도 틀린 말은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전부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서운함이 묻어나는 히마리의 서글픈 눈망울을 바라보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지금까지 서로 갈등을 빚으면 늘 내가 오빠니까 당연하다시피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다가갔었지만 이번 만큼은 나도 어째서인지 내심 지고 싶지가 않았던 것 같았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내가 보살핌이나 사랑으로 공들이며 보아야 할 대상이 동생 뿐이던 시절에는 아무래도 동생 밖에 없었으니까 그랬다 쳐도

 지금에 와서는 상황이 많이 바뀐 게 사실이다.

 나 자신을 억누르고 자제하던 힘이 선배를 만나면서 사랑을 맛 보았고, 나에 대한 관심을 느끼게 되면서 약해졌다는 말이다.

 

 선배를 만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히마리한테 뭔가 사과 같은 걸 받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한 오빠 노릇에 대한 보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그저 한번이라도 공주같이 애지중지 자란 동생이 자신을 깎아내리고 선뜻 벽을 허물어내는 그런,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그게 어쩌다 보니 나 자신에게도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서 참지 못 하고 화가 난 것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히마리가 선배의 적극적인 유도에 넘어가서 한걸음.

 딱 한걸음 정도는 내디딜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도 히마리도 누가 먼저 사과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 했다.

 

 마치 유치원 시절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서 선생님 때문에 억지로 화해하고 악수하는 느낌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정말 화해하고 싶은데 괜히 지는 것 같으니까 되도 않는 싫은 티만 팍팍 내는 어린아이의 심보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과연 말로는 안 하고 있지만 서로 슬쩍 슬쩍 눈치를 보면서 살갑게 손을 잡고 떼내지 않는 누가 뭐래도 의좋은 남매였다.

 

 이 정도면 내가 이긴 거라고 볼 수 있나.

 어찌 보면 둘 다 진 걸지도 모르겠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몸소 나서서 사과는 나누지 않았지만 어떻게 일이 잘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한층 누그러진 선배의 표정 안에는 약간 샘나는 듯한 아련한 질투심이 보일랑 말랑 하게 맺혀있었다.

 

 … …

 

 "조심히들 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진절머리 나니까 또 싸우지덜 말고."

 동생이랑 같이 가게 문 앞까지 나와서 작별 인사를 하는 코코를 뒤를 하고 우리는 손을 흔들며 상점가를 빠져나왔다.

 상점가를 나와서 넷이서 길을 따라 몇 블럭 정도 지나오니 선배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서 말했다.

 "신이치 군,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

 "엥..? 선배네 그쪽 방향 아니잖아. 그리고 날도 어두운데 혼자 어떻게 가려구."

 「아ㅡ 아.. 그게 말이지」라며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이내 호타루의 옷깃을 쭈욱 잡아당기며 눈치를 주었다.

 

 "아~ 오늘은 호타루 군이 동네 앞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었어! 그니까 오늘은 둘이서 못한 얘기도 나누면서 둘만의 시간 보내도록 해."

 "제가 언제… (크억!..)"

 "그- 그래 신이치.. 니네 선배는 내가 (어쩔 수 없이) 데려다 놓고 집 갈 테니까 히마리랑 둘이 먼저들 가라…"

 영문도 모르고서 자기 집이랑 완전 반대 방향으로 가게 생긴 호타루가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려 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등 뒤로 선배한테 해코지를 당했는지 화들짝 놀라면서 급히 선택을 번복했다.

 

 그렇게 손을 흔들며 둘이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것을 우리는 멍하니 서서 시야에서 없어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요즘 히마리가 집에 들어올 때만큼 저녁 시간을 한참이나 지난 하늘은 밝게 빛을 발하던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고 노-란 달이 차오른지 오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서 사라락하고 서로를 쳐다본 우리는 어느덧 모두가 떠나고 둘만 남은 채 이 무심한 밤하늘 아래에 조금씩 깜빡거리는 가로등에 의존하며 서있었다.

 

 "우리도 그만 집에 가 볼까?.."

 "응.."

 다투고 나서 달리 화해를 하지 않는 상태로 둘만 남겨지니 엄청 어색하고 뻘쭘했다.

 대충 아침부터 낮까지만 얼굴을 마주하면 되는 친구들과는 달리 형제니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무게감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면서 형제 다툼은 케이크 나이프로 꿀 베기인가.

 찐득-찐득하니 어떻게든 베어 보려고 시도하는 데도 애먹고, 닦으려고 보니까 시간이 지나면 눌어붙어서 쉽게 한번에 닦이지도 않는 양상이다.

 

 더 이상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이 상태로라 해도 전보다는 그래도 덜 불편하지 않을까, 히마리의 손을 잡고 나란히 집에 가는 길을 걸으며 「이렇게라도 되니 다행이야..」라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렇게 불완전하게 매듭을 지으려고 했던 나는 뒤이어 예상 못 한 히마리의 반응으로 내 마음을 분명하게 돌려먹게 되었다.

 

 "오빠.. 히마리, 역시 오빠랑 멀어지는 건 싫어…"

 내가 졌다. 나는 네가 없으면 절대로 버티지 못 할 것 같다. 내가 사과할 테니까 오빠가 꼭 받아줬음 좋겠다는 심경의 돌려 말하기였다.

 히마리의 단 한마디에 응어리가 졌던 가슴이 훅하고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인간이 이렇게 단순할 수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한순간에 내 이기심과 히마리의 이기심을 비롯한 모든 걸 용서하고 만 것이다.

 

 "오빠도 히마리랑 서먹해지고 싶지 않아.."

 

 그러나 나이프에 묻어 눌어붙은 꿀이 어쩌면 더 달콤한 게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태로 더 숙성되고 찐덕해지면 당장은 닦아내기야 힘들겠지만

 그만큼 흔적 남기에 나중에는 보다 달달하고 끈끈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미안하다는 뻔하디 뻔한 말은 서로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조금은 더디고 느릴지라도 우리가 눈치 채지 못 할 만큼 평범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상황을 풀어놓는 것이

 「미안해」라는 어려움이 묻어난 말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용서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서 찌든 때로 남게 될 서먹한 감정들을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것 보다 낫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우린 한 지붕 아래에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니까.

 그런 적 없었다는 듯 아쉬운 기억은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냇물 위에 졸졸 흘려 보내는 것이 지금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

 

 "오빠."

 

 "왜 불러."

 

 "그 선배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

 

 "글쎄.. 따로 생각해둔 건 없는데."

 

 "좋아하는 사람의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고 만난다니… 우리 오빠지만 진짜 얼뜨기 같아- 헤헤."

 

 "오빠한테 말하는 거 하고는."

 

 "이래서 오빠는 내가 있어줘야 돼. 난 오빠의 어디가 좋은지 전-부 다 말해줄 수 있는데?"

 

 "네 네."

 

 ...

 

 "오빠-."

 

 "응?"

 

 "오늘 같이 자면 안돼?"

 

 ...

 

 "…맘대로 하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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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XII 난 애가 아니야 2017 / 11 / 17 262 0 8580   
15 『빼빼로데이外』설녀의 입술이라도 차갑진 … 2017 / 11 / 12 264 0 9837   
14 『빼빼로데이外』좋아한다고 말해줘 2017 / 11 / 12 281 0 8451   
13 『빼빼로데이外』게임을 가장한 키스 작전! 2017 / 11 / 12 286 0 6432   
12 XI 야밤의 두 신부 2017 / 11 / 12 278 0 8762   
11 Ⅹ 내 두 팔 위에 두 여동생 2017 / 11 / 12 313 0 6079   
10 Ⅸ 우리 집엔 왜 왔니 2017 / 11 / 12 280 0 6263   
9 VIII 삼인방 (完) 2017 / 11 / 9 317 0 10281   
8 Ⅶ 삼인방 (2) 2017 / 11 / 7 287 0 6039   
7 VI 삼인방 (1) 2017 / 11 / 6 288 0 4161   
6 V 활기의 학교 2017 / 11 / 3 307 0 5526   
5 IV 여동생의 밤 2017 / 11 / 2 357 0 9404   
4 III 너와 내 마음의 준비 2017 / 11 / 1 311 0 5885   
3 Ⅱ 충고와 갑작스런 준비 2017 / 10 / 30 334 0 4406   
2 Ⅰ 아침부터 이러기냐 2017 / 10 / 21 378 0 3469   
1 프롤로그 2017 / 10 / 20 571 0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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