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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디디! 라이프! (DDD! LIFE!)
작가 : 구름향
작품등록일 : 2016.8.22

멸망의 위기에 처한 용들의 세계로 초대된 지우.
마지막 남은 용들과 용생한번 잘살아 보기 위해서.
지우의 유쾌한 용생 설계가 시작된다.

 
5. 사냥꾼과 사냥감 – 3
작성일 : 16-09-03 14:12     조회 : 405     추천 : 0     분량 : 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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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분지에 다와 가는 것 같은데?”

 “···전, 뭐가 됐든, 숨 좀 돌렸으면 좋겠어요.”

 “아니, 지금까지 잘 따라오던 녀석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냐? 체력에 자신 있다며?”

 

 흘러내리는 등짐을 힘겹게 고쳐 멘 나이브가, 제린트의 놀림에 우물주물 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이브가 사냥원정 파티에 가입할 때, 체력엔 자신 있으니 데려만 가달라고 사정을 했으니까.

 

 “누가 이렇게 힘들줄 알았나요···”

 

 분지로 떠나는 여정의 중반까지는 버틸만 했었다. 점점 지형이 험해지고 온갖 독충과 벌레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건장한 시골청년인 나이브는 오히려 웃으며 여행을 즐겼었다.

 

 ‘그래, 분명 그랬는데···’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르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맹수와 같은 짐승무리들이 덤벼오긴 했지만 노련한 사냥꾼이자 용병인 랍토르와 제린트가 여유있게 물리쳤다. 하지만 이제는 맹수가 아닌, 마수들이 습격해 오는 것이다. 위험의 난이도가 갑자기 확 올라버렸다.

 

 ‘이거 잘못 생각한 것 아닐까?’

 

 아직까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진 벌어지진 않았지만, 나이브는 조금씩 불안감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자칫 잘못하다간 마수들에게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잡아 먹힐 것 같았다.

 

 ‘아니야··· 한 번만··· 딱 한번만 이번 일을 마무리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께에 흔들리는 팬던트에 손이 갔다. 나이브가 모험을 결심하게 만든 이유이자, 그의 전부인 소중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하얀 꽃 같은 미소를 머금은, 자신에겐 과분한 사람이었다.

 

 “요 녀석 봐라? 너 또, 고향에 두고온 여자친구 생각하냐? 이야 이거 없는 사람 서럽게 하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잠깐 딴 생각을 했습니다.”

 “너 입가에 웃음이나 지우고 그딴 말을해.”

 

 제린트가 심심했는지 팬던트를 만지작 거리며 헤벌쭉 웃던 나이브를 놀렸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당황하는 녀석의 반응이 재밌어 키득거렸다. 꽤나 놀려먹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었다. 순딩이 같은 녀석이 이런 위험한 일에 발을 디뎠나 했더니, 돈도 돈이지만 아무래도 여자와 관련된 뒷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막, 허둥거리며 변명하는 나이브를 향해 제린트가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앞서가며 경계를 하던 랍토르가 조용히 손을 들어올렸다.

 

 “쉿, 다들 조용히.”

 “······”

 “······”

 

 근처 수풀로 몸을 숨킨 일행이 숨소리를 낮추며 전방을 주시했다. 땅을 울리는 진동이 조금씩 커져온다. 숲이 흔들리며 새들이 날아오를 때, 불쑥 거대한 머리가 튀어나왔다. 5미터 크기의 갈색털을 지닌 마수가 나무관목을 짓밟으며 일행이 숨은 곳까지 다가섰다.

 

 “크후우우!?”

 

 커다란 원숭이 형체의 마수가 사냥감의 냄새가 끊기자,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배고픔에 사냥을 나왔건만 추적해오던 냄새가 끊긴 것이다.

 

 “크우우...!”

 

 허탕을 친 것이 분한지, 가슴을 두드리던 녀석이 숲으로 돌아갔다. 쿵, 쿵 녀석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한참을 엎드려 있던 나이브가, 랍토르가 일어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무릎을 폈다.

 

 “다행히 따돌린 것 같군. 제린트 이제 부터는 잡담은 줄이도록 하게. 근방에 마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많아. 내가 마수의 시선을 분산시켜도 나이브를 데리고 도망치기엔 힘들 거라네.”

 “유념할게. 목적지인 분지에 초입이라서 그런가? 여길 겉도는 녀석이 많은가봐.”

 “그렇지. 수가 많긴 하지만··· 지금처럼 천천히 전진하면 내일이면 안으로 들어서겠어.”

 

 둘의 대화를 들으며 나이브가 랍토르의 손을 보았다. 녹색 풀들을 짓이겨 삭인것으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물건이었다. 약초를 제법 알고있는 나이브도 아는 녀석으로 향이 강하여, 사람이 풍기는 냄새를 지워주는 유용한 물건이었다.

 

 나이브와 제린트의 허리춤에도 작은 덩어리를 메달고 있었는데, 앞장서서 일행을 이끄는 랍토르는 더 많은 양을 지니고 있었다. 풍기는 향을 강하게 하여, 육식동물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이쪽은 안전하겠군. 쉬었다 가지. 나이브 짐을 내려놔도 좋네.”

 “아, 네!”

 

 반가운 소리에 나이브가 짐을 나무에 기대놓으며, 자신도 바닥에 앉았다. 막간의 휴식을 이용하여 각자 육포와 물을 섭취했다.

 

 ‘제법 맛있네. 어떻게 만든거지?’

 

 조금 질기긴 했지만, 그 것 또한 나름 씹는 맛이 있었다. 육포를 씹어 삼키며 어떻게 하면 비슷한 맛을 내는 육포를 만들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이브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아직까진 잘 버티고있네.”

 “랍토르씨?”

 

 내려다 보는 시선에 나이브가 의아해 했다. 곁에 앉지 않고 서있는 랍토르가 이상했던 것이다. 그런 나이브를 내려보던 랍토르가 잠시 고민하더니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아무래도 용건이 있는 모양이다.

 

 “잠깐 따라오게.”

 “네?”

 “잠깐이면 된다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제린트를 돌아봤지만 그는 눈을 감고, 잘못 걸린 육포의 질김에 미간을 찌푸린채 투덜거리고 있었다. 앞장선 랍토르를 따라나선 나이브가, 왜 단둘이 자리를 옮겨야 하는지 내심 고민할 때였다.

 

 “이 정도면 돼겠군.”

 “네? 뭐가요?”

 

 제린트가 있는 곳과 거리가 꽤나 떨어진 곳이다. 시야도 우거진 수풀들이 충분하게 가려주겠지.

 

 “다른게 아니라, 이 앞을 경계로 분지에 들어서게 되네. 위험도가 지금까지와 다르지.”

 

 속으로 무슨 얘기를 꺼낼까 긴장했던 나이브의 얼굴이 풀어졌다. 랍토르의 파티에 참여할 때 부터 예상했던 질문인 것이다. 사전에 자신의 각오를 충분하게 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시점에 일행을 이끄는 리더로써 불안감을 느꼈나 보다.

 

 “괜찮습니다. 랍토르씨. 충분히 각오한 일인걸요. 이만한 보수와 성과금··· 이런 조건은 다른 곳에선 기회조차 없습니다.”

 “그런가? 그렇군··· 자네, 목돈이 필요해서 이 일을 했다고 그랬나?”

 “네··· 뭐, 제린트씨는 눈치 채신 것 같지만··· 그, 그 뭐랄까! 고향에서 저를 기다리는 녀석이 있어서요. 미래를 약속한 녀석인데··· 아무래도 남자인 제 입장에선 돈이 좀 필요해서요. 헤헷!”

 

 머리를 긁적이는 나이브 움직임에 목에 걸린 팬던트가 흔들린다. 조금 쑥스러운지 나이브가 헤실거리며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랍토르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 올랐다.

 

 ‘아, 정말 보기 좋아. 훌륭한 미소야. 나이브.’

 

 잘익은 과실이 눈 앞에 있다. 당장이라도 취하고 싶지만,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

 

 “그렇군. 축하할 일이군. 정말이야··· 그런데 그런 아가씨를 두고서, 목숨을 건다? 자네 목숨은 여벌로 몇 개 더있는 모양이군. 인생 선배로써 조금 걱정이 들어.”

 

 나이브를 사냥파티에 받아 들이기 전, 셔츠 안감에 불룩 튀어나온 물건을 보았다. 나름 잘 감춰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을 거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 독특한 냄새··· 내 생각이 맞다면···’

 

 랍토르의 걱정어린 말투에 나이브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아니에요! 랍토르씨! 저, 저도 목숨은 소중한걸요.”

 ‘소중하지. 소중한 그 목숨을 내걸게 만든 이유를 보여다오.’

 “저도 마을을 떠나올 때,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특히나 맹수며 마수들이 언제 어디서 만날지도 모르고요.”

 “그렇지.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자네를 왠지 사지로 끌고 가는 것 같아서 말이세.”

 

 이제 미끼를 던질 때가 왔다. 랍토르의 눈이 둥글게 휘었다.

 

 “그러니, 이쯤하고 자넨 돌아가는게 어떻겠나? 여비와 보수는 내 특별히 챙겨줄 테니··· 여기까지 함께 짐을 나른것만 해도 잘해준 거라네. 난 젊은 사람이 화를 당할까봐 걱정이라네.”

 “아, 아닙니다. 저도 이제 다 컸어요!”

 

 이대론 돌아가게 생겼다는 절박감에 나이브가 허둥거렸다. 이번일만 잘 끝 맞추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무조건적인 수당을 챙기기로 했다. 성공하면 엄청난 대박을 건지는 거고, 실패를 해도 평범한 농사꾼이나 사냥꾼으론 몇 년을 일해야 만질 수 있는 금액을 받는다.

 

 ‘아, 안돼! 이럴순 없어. 여기서 돌아가면··· 몰래 빠져 나온게 헛일이 돼!’

 

 즐겁게 나이브의 모습을 감상하던 차에, 나이브가 드디어 미끼를 물었다. 허둥대던 나이브가 망설임 없이 셔츠안에 손을 집어넣더니 가죽으로 돌돌 말은 물건을 꺼낸 것이다.

 

 “그게 뭔가?”

 

 랍토르의 눈이 빛났다. 기대 어린 그의 눈빛을 보지 못한 나이브가 가죽을 벗겨내자, 작은 손바닥 크기의 유리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 집안에서 예전에 모험가 한 분을 도와드리고 보상으로 받은 물약이에요. 잘은 모르지만 목숨이 위급한 상처도 복용하면 낫는다고. 이걸 믿고 참여한 것도 있어요! 그, 그러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랍토르씨!”

 

 고급스러운 유리재질의 병. 그 안에는 생명의 힘이, 마법의 힘이 담겨져 있다. 안에 담긴 액체의 색깔은 피빛이다. 적색,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였다. 랍토르가 끓어 오르는 탐욕에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적색, 적색이라니.’

 

 마법과 환력등 각종 이능을 이용해서 만드는 비약. 손상된 육체를 회복시켜주는 기적적인 효능을 보여주는 비약을 세계는 ‘혈정수’라 부른다. 가장 등급이 낮은 최하급도 귀한 취급을 받는데 하물며 적색이라니. ‘적혈정수’는 완성하기가 까다로워 대마법사도 한달에 몇 개를 만들어내는게 고작이다.

 

 “랍토르씨···?”

 

 기괴한 표정.

 달라진 분위기.

 

 평소 사람좋은 웃음과 다른 흉포한 웃음에 나이브가 주춤 물러선다. 뭐지? 뭐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걸까? 다리가, 몸이 덜덜 떨리며 오한이, 식은땀이 흘렀다.

 

 “아, 그렇게 떨지말게나...”

 

 우드득.

 랍토르의 팔이 변하기 시작했다. 탁한 붉은 털이 자라나 양팔을 뒤덮고 비정상적으로 부푼 근육이 야성의 힘을 담아낸다.

 

 터억.

 

 “어? 어!? 흐흡! 읍!”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네.”

 

 물러서는 나이브의 입과 턱을 덮어버린, 거대한 짐승의 손이 천천히 들어올려 졌다. 두 손으로 어떻게든 자신을 붙잡은 손가락을 펴보려 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친절했던 랍토르가 돌변했다. 두팔이 짐승처럼 변한 그가 나이브 자신을 겁박했다.

 

 “읍, 으읍!!”

 

 지금의 상황은 꿈인 것일까? 숨이 막혀 손아귀에 힘이 빠진다. 쥐고 있던 유리병을 떨어트리자, 깜짝 놀란 랍토르가 남은 한 손으로 잽싸게 낙아 챈다. 너무 빠른 움직임에 나이브는 그저 뭔가 움직였다고 느낄 뿐이었다.

 

 “저런, 그 비싼 보물을! 떨어뜨려서 깨트리면 큰일이라네. 나이브군. 이건···말이지.”

 

 꽈아악!

 옥죄여 오는 짐승의 손 넘어로 차가운 랍토르의 눈빛이 나이브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네 목숨보다 비싼거라고. 인간의 목숨 따위와 비교가 안돼!”

 

 유리병을 거대화한 야수의 손으로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랍토르의 표정은 황홀함이 가득했다. 별가 아닌 물건을 숨기고 있었다면, 보험으로··· 마수를 유인하는 미끼로 사용될 예정인 거위가 황금을 품고 있었다니.

 

 “···흐으읍!”

 “고맙네. 정말 좋은 선물을 주었네.”

 

 강탈을 해놓고 선물을 받았다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랍토르가 어느덧 적혈정수를 품에 넣었다. 그리곤 평이한 어조로 나이브를 향해 속삭였다.

 

 “그럼, 자네의 모험을··· 종장을 여기서 끝내보도록 하지.”

 

 샤아악.

 날카로운 손톱이 단검처럼, 날카로운 쇠붙인양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 가지런한 손톱이 나이브의 가슴어림에 머문다.

 

 “물론, 어떻게 끝낼지는 내 마음이고.”

 “······!!”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입맛을 다시며 숨을 헐떡였다. 산채로 잡힌 어린양을 보며 즐거워 하며 송곳니를 들이밀고 있었다.

 

 푸우우욱!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질적인 느낌과 함께, 화끈한 통증이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

 

 ‘···하하하. 나도 멍청한 녀석이네. 귀한 보물을 이런 오지에서 남에게 보여주다니···’

 

 스스로의 멍청함에, 순진함에 자책감이 들었다. 이래서 소꿉친구인 녀석이 항상 그를 나무랬나 보다. 허리춤에 두손을 얹고 훈계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흘러 내렸다.

 

 ‘사람이 정도것 좋아야지! 이 바보야! 멍충아!’

 

 그녀가 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크어헉···! 쿨럭, 쿨럭!”

 

 털썩.

 심장을 관통한 상처에서 붉은 피가 울컥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두 손을 모아 막아보아도 자신의 생명이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는걸 바라만 봐야한다. 그 절망감과 고통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고 이윽고 흙바닥에 몸이 쓰러졌다.

 

 “쿨럭! 허으윽···!”

 

 멀어지려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있을 때, 나이브의 시야에 붉은 유리병 하나가 놓였다.

 

 “이런, 이렇게 쉽게 죽을텐가? 고향에 돌아가야 돼지 않겠나? 자, 여기! 여기있어! 이것만 마신다면! 자넨, 자네는 살수있다고! 힘을내 할수있어!”

 

 랍토르의 격정적인 몸짓과 말투. 무대의 광대가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달콤한 말들을 나이브에게 토해내었다. 알고 있다. 알고있지만, 그가 자신을 조롱하며 즐거워 하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아으아···.!”

 

 나이브가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바닥을 기었다. 그 벌레마냥 꿈틀거림에 랍토르가 더욱 희게 웃는다.

 

 “쿨럭!”

 

 살고 싶었다. 오로지 그녀에게 돌아가기 위해서. 마침내 그의 집념이 다시 타오를 생명의 근원을 붙잡으려 할 때.

 

 “이런, 이런···”

 

 털이 수북한 짐승의 손이 천천히 적혈정수를 들어 올렸다. 차갑게 식어가는 나이브를 내려다 보던 그가 유쾌한 어조로 잔인한 말을 던졌다.

 

 “노력은 가상하나 제한시간이 지나버렸네. 저런, 아쉽게 됐어.”

 

 가볍게 혀를 찬, 랍토르가 볼일이 끝났다는듯,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부디 다음생에 도전하시길. 손님.”

 “아···아아아···아으아아······”

 

 흐릿했던 시야에 점점 빛이 사라져갔다. 다시는 그녀를 볼수 없을테지.

 

 ‘역시··· 네 말이 항상 옳아. 아리네···’

 

 그녀의, 아리네의 웃음소리가 듣고 싶었다.

 

 

 * * * * * *

 

 

 “응? 나이브는?”

 

 수풀을 헤치고 랍토르가 나타나자 제린트가 물었다. 둘이 사라졌는데 한명만 돌아오다니? 제린트가 의아해하며 풀잎을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었다.

 

 “아, 녀석은 돌아가기로 했네.”

 “뭐?”

 

 평온한 랍토르의 대답.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자, 지금껏 농락당하던 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랍토르가 입을 열었다.

 

 “따로 상담 좀 했네.”

 “상담? 뭔 상담을 말하는 거야?”

 

 나이브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담당했던 야영도구를 점검하며, 랍토르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분지에 들어서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새파랗게 젊은 녀석을 위해서 다시 한번 위험성을 알려주고 확답을 들으려 했지. 그랬더니, 지금까지의 보수만 받고 자긴 돌아가겠다더군.”

 “···뭐? 대체 그게 무슨···”

 

 이제와서 그게 무슨말인가?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처음 인원모집 당시에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했던 사항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언급했고 돌려보냈다고 말하고 있었다.

 

 ‘보험용으로 써먹겠다는 녀석이··· 이제와서 돌려보냈다고?’

 

 제린트의 표정이 굳어있자, 오해를 풀기 위해서 랍토르가 설명했다. 진실이 어떻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할 동료였다. 괜한 의심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

 

 “자네 생각처럼 버리는 패로 사용하기엔 조금 찝찝하더군. 게다가 결국엔 성과를 나눠야 되는데 그것도 아깝고 말이야. 솔직히 목적지에 도달했으니 분배 대상자를 줄이면 자네나 나나 이득이지 않나?”

 “···아, 그런 말이었군. 뭐, 알겠어. 랍토르 당신이 그리 정했다면 난 상관없어.”

 결국 나이브를 걱정하는 척하더니, 성과에 따른 배분을 나누기 싫다는 말이었다. 랍토르의 성정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상담 하느라 고생했겠군. 돌아가는 길은 제대로 알려준 거야?”

 

 솔직히 무사히 돌아갈지 걱정은 되었지만, 이미 지나왔던 길을 돌아가는 거라면 괜찮을 것이다. 한번 이렇게 자신들과 같은 다른 무리가 헤집어 놓으면 한동안은 맹수나 마수들이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허투로 따라오진 않았을 테지. 산골 마을 출신을 얕보지 말게. 그리고 이곳까지 길을 표시한 약도도 건내줬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주의사항도 알려줬고 냄새를 지우는 향초도 건내줬으니까. 중도에 포기했으니 어느정도 위험이야 스스로 감당해야지.”

 “그렇구만. 자 이거라도 좀 들지 그래? 상담하느라 육포도 못 먹었잖아?”

 

 의심을 지운 그가 육포조각을 꺼내 건냈다. 잠시 그가 건낸 육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랍토르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네. 미안하지만 맛있는걸 챙겨먹었더니. 육포는 입맛이 당기질 않아.”

 “뭐야? 혼자 맛있는걸 먹었어!?”

 

 먹는것에 욕심이 많은 제린트가 버럭 화를 내자, 랍토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 정말 맛있었지···! 혼자만 두고두고 먹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치사하네. 그렇게 안봤는데!”

 

 투덜거리는 제린트를 뒤로하며, 랍토르가 나이브가 남겨둔 짐을 짊어지었다. 이제는 주인이 없는 짐을 멘채 랍토르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맛있는건 혼자먹는 주의라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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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 육룡이 나오샤 - 3 2016 / 8 / 28 399 1 6369   
10 4. 육룡이 나오샤 - 2 2016 / 8 / 27 531 1 5288   
9 4. 육룡이 나오샤 - 1 (1) 2016 / 8 / 26 520 2 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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