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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폭풍을 대하는 자세 (5)
작성일 : 17-12-06 19:14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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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페는 불규칙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기세를 누그러트릴 생각을 하지 않은 채 퍼부어지고 있는 빗방울들이 곳곳에서 부딪치며 미친 듯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리페의 불규칙한 숨은 이내 하얀 입김이 되어 빗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왼손에 들고 있던 스태프를 지지대 삼아 힘겹게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깊게 베인 어깨에서 붉은 선혈이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거기서 더 무리하면 평생 오른팔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아가씨.”

 빗물에 젖은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깊고 푸른 두 눈이 리페를 응시하고 있었다. 리페는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상관없습니다. 당신을 붙잡아두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리페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노파에게 두려움마저 느꼈다. 애초에 그녀에게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저 엘타에게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무모함을 무릅쓰고 그녀에게 도전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자신이 무너질 줄은 몰랐다. 그만큼 노파의 강함은 압도적이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건 다 이렇게 괴물들밖에 없는 건가. 도대체 왜 대전쟁에서 큰 희생을 치렀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걸.’

 의문과 고통을 끌어안으며 리페는 문득 어느새 검은 하늘 저 끝에서 조그만 점이 되어버린 비공정들을 바라보며 문득 엘타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한 시간 전.

 “총사령관님의 말씀대로 아무런 충돌 없이 임베르의 경계 안에 들어온 것은 좋은데, 들어왔다면 연방의 수도로 바로 진격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왜 이런 조그만 마을에 제일 먼저 포탄을 쏟아 붓고, 비룡들이 불을 뿜어야 합니까. 제가 아는 총사령관님은 적어도 아무 죄 없는 연방 사람들까지 죽이는 쓰레기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곳에 낭비할 포탄과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십니까?”

 남부군의 총사령관 엘타는 자신의 발밑에 펼쳐진 한 때는 아기자기했던, 그러나 이제는 포탄과 비룡들의 불길에 엉망이 되어버린 마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도 정말 이 방법은 쓰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리페,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라뇨?”

 리페가 의아해하며 묻자 엘타는 여전히 창 밖에 시선을 둔 채 대꾸했다.

 “리페. 카렌 살리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대전쟁에서 전사하셨던 다섯 소드 마스터 중 한 분이 아니십니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죠.”

 “......그녀가 살아있기라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엘타가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창에 다가간 리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두 마리의 비룡을 막 베어 넘기고 있는 한 노파였다.

 “왜 저분이 이곳에......”

 “자세한 건 모릅니다. 지금 중요한 건 저런 무시무시한 적을 등 뒤에 남겨둔 채 수도로 향하는 건 위험하다는 거죠.”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는 하지만 혼자서 제국군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만. 이대로 수도로 진격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리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군대의 규모와 우수한 무기가 아닐까요. 가끔씩 저런 소드 마스터가 말 그대로 군단에 필적한다고 일컬어지긴 하지만 그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들도 인간이잖습니까. 제아무리 수천, 수만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겠지요. 다섯 소드 마스터 중 한 분은 인간이 아니시긴 했지만. 그리고 비공정 몇 척만 있어도 많은 수의 군대가 두렵지 않은 것처럼 무기가 중요하고요.”

 “......전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을 이끄는 사령관이겠지요. 얼마나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많은 수의 적을 섬멸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자. 그리고 카렌 살리아님은 단지 유능한 검사로만 이름을 떨쳤던 게 아닙니다. 대전쟁 초기에 연합군이 크게 밀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와 그녀의 군대가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그녀가 직접 나선다면...... 이 전쟁은 힘들어질 겁니다. 다른 지역에 남아있는 연방군은 많으니까요. 그녀의 이름이 가지는 영향력은 리페도 잘 알 테죠.”

 “그렇지만 그녀는 시데랄리스 출신이 아니었습니까? 전사했다는 것처럼 꾸미면서까지 고국을 떠나 연방에 몸을 맡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그녀만이 알겠지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엘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를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반드시 죽여야 합니까?”

 “그녀가 살아있다면 연방과의 전쟁이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그녀와 맞설만한 검사는 현재 우리 측에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법사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엘타가 고개를 돌려 리페를 바라보았다.

 “가능하겠습니까?”

 “......검은 마법을 이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소드 마스터라면, 그 관계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엘타는 이내 마음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리페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

 “총사령관님.”

 리페가 엘타를 불렀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붙잡아두는 것도 괜찮습니까?”

 

 

 

 

 ‘내가 꺼낸 말인데 이래서야 총사령관님을 볼 면목이 없는 걸.’

 리페의 두 눈이 잠시 망설임으로 가득 찼다가, 이내 굳은 결심으로 뒤바뀌었다.

 ‘절 용서하세요, 엘타.’

 리페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이 미끼가 되겠다고 했을 때, 카렌을 붙잡고 있겠다고 했을 때 엘타는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 그녀의 고집은 그 누구보다 엘타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엘타는 단 몇 마디 밖에는 남길 수밖에 없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오세요. 명심하세요. 제 허락 없이 무리하다가 죽는 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스태프를 떨어트렸다.

 ‘끝까지 제 고집만 부리다 가는군요.’

 동시에 그녀의 두 손에서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이하게 짙은 흑색을 띠고 있는 그 불꽃이, 서서히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더 하실 생각입니까? 전 분명 경고했습니다. 오른팔을 잃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 멈추세요.”

 “하하...... 카렌님은 자신을 죽이려는 적을 앞에 두고 충고까지 해 주시는 분이셨습니까? 정말 친절하시네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거죠?”

 “글쎄요.”

 순간, 검은 불꽃이 카렌에게 똑바로 쏘아져나갔다. 카렌은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고는 그 회전력으로 순식간에 리페에게 다다랐다. 리페의 목에 서늘한 칼날이 대어졌다.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카렌의 경고에, 리페는 빙긋 웃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페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를 닮은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러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카렌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순간, 리페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짙은 농도의 마력이 그녀의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맙소사......제리!”

 카렌은 목소리를 높였고, 리페와 카렌의 근처에 숨어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리는 재빨리 대꾸했다.

 “네!”

 “도망쳐요! 빨리!”

 그리고 카렌 역시 몸을 돌려 발을 내딛는 순간, 등 뒤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에 그대로 허공을 날다가 추락했다.

 “촌장님!”

 제리가 재빨리 달려갔고, 흙탕물과 피로 엉망이 된 카렌이 비틀거리며 검을 짚고 일어서려 애쓰고 있었다.

 “제리. 당장......”

 카렌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모든 것을 뒤흔드는 소름끼치는 괴성이 그녀의 말을 뒤덮었기에. 제리 역시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턱턱 막히는 숨을 간신히 내쉬고 있었다.

 “저......저게 뭡니까.”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리페가 두 눈의 초점을 잃어버린 채, 두 발로 꼿꼿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거대한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허공에 생긴 그 속을 알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균열 속에서, 그 괴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괴성과 함께, 균열에서 막 빠져나온 것은 거대한 검은 뱀의 머리였다. 웬만한 가옥 한 채는 손쉽게 집어삼킬 것 같은 그 뱀의 머리에 박혀있는 두 개의 샛노란 안광을 뿜어내는 눈동자 한 쌍이, 카렌과 제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느새 검은 문신처럼 그림자가 몸의 절반 정도를 집어삼킨 리페가 입을 열었다.

 “모든 것들의 영혼은, 그대가 집어삼킬 지어니.”

 리페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뱀은 몸통 절반정도까지 빠져나와있었다.

 “그렇다면 내 영혼은 가장 마지막에. 저들의 영혼은 가장 첫 번째에.”

 뱀이 핏빛 혀를 낼름거렸다. 검은 비늘들이 서로 부딪치며 치르르 떨기 시작했다.

 “전부 가져가소서.”

 검은 비늘의 뱀이 지축을 뒤흔들며 카렌과 제리에게 달려들었다.

 

 
작가의 말
 

 3일만에 뵙네요. 공모전 종료 직전까지는 당분간 일일연재에서 자유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이것 저것 일이 겹치다보니......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서 써보겠습니다. 폭풍을 대하는 자세 에피소드도 서서히 마무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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