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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10화. 요오 (4)
작성일 : 17-12-04 04:01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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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은 천천히 해님의 흔적을 지워나갔다. 여느 때처럼 잠깐 생각에 잠기고 나면 깊은 어둠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님의 흔적을 노려보면 노려볼수록 움직임이 멈춰지는 듯 더뎠다. 아무래도 호랑이와 친구라는 찌찌를 만난다는 흥분에 너무 들떠 있는 것도 같았다. 새미 이후로 당연히 호랑이는 파랑새의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호랑이는 새미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싶었다.

 

 문득 얼마 전 해변에서 본 파랑새와 호랑이가 떠올랐다. 새미와 커키, 해변의 두 그림자. 게다가 이번엔 찌찌라는 친구와 호랑이라니. 새미의 결말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호랑이는 우리 같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벌레를 잡아먹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벌레와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걔네들은 왜 호랑이와 친구가 된 걸까.

 

 대답이 어찌됐든 나로서는 새미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연유로 만나 어떤 생각으로 호랑이와 지내든 결말은 정해져 있다. 막아야했다. 두 번 다시 새미와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밤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눈을 떴을 때 해님은 벌써 산 중턱까지 올라와 있었다.

 

 공터엔 이미 리리와 시시, 꾸꾸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차차까지 나와 있었다. 차차는 바쁜 일이 있다며 인사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난 리리와 시시와 꾸꾸가 날갯짓을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시시는 제법 그럴 듯한 자세로 날개를 푸득거렸고 꾸꾸는 오히려 전보다 자세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 옆에서 자세를 봐주던 리리가 마침내 폭발했다.

 

 “꾸꾸! 넌 도대체 내가 이렇게 알려주는데도 왜 그렇게 혼자만 이상하게 해?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지.”

 

 “어차피 리리 너도 아직 못 날잖아. 왜 나한테만….”

 

 “너 정말 계속 그렇게 할 거야!”

 

 “흥이다. 나에겐 나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지. 암.”

 

 저 둘은 정말 엄마와 아들 같다. 늘 화를 내면서도 끝까지 챙기는 리리와 거기에 반항하는 걸 즐기는 듯한 꾸꾸다. 저 둘은 어떻게 만난 걸까. 리리는 비밀이라면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다만 꾸꾸를 잘 부탁한다는 말만 강조했다.

 

 리리와 꾸꾸가 한바탕 다툰 뒤 시시의 날갯짓을 시범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하는데 누군가 나타났다.

 

 “리리야, 안녕!”

 

 우리 중 가장 작은 시시보다 약간 큰 파랑새였다. 어제 리리가 말한 찌찌인 듯싶었다. 리리는 찌찌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곧 우리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늘린나무 숲 가장자리에 살고 있다고 하며, 우리와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고 한다. 소개가 끝난 후 리리가 찌찌에게 물었다.

 

 “히호는?”

 

 “응. 일이 있어서 조금 바쁜 모양이야.”

 

 찌찌와 만난다는 호랑이의 이름이 히호인 모양이었다. 시시와 리리가 걱정스런 말투로 몇 가지 물었는데 찌찌는 히호를 완전히 믿고 있는 모습이었다. 믿어서는 안 되는데.

 

 “정말 걱정돼서 해주는 얘긴데,”

 

 나도 모르게 말이 툭 나왔다. 리리의 시선이 느껴져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무슨 얘긴데?”

 

 찌찌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대로 보내선 안 된다. 왜 호랑이를 의심 없이 만나는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오늘 나온 건 찌찌 네가 오면 할 이야기가 있어서야. 그러니까 리리 너도 끼어들지 말고 잘 들어.”

 

 금방이라도 끼어들 듯한 리리에게 내 의사를 분명히 전한 뒤 말을 이었다.

 

 “꽤 오래 된 이야기야. 우리에겐 새미라는 친구가 있었어. 사실 이제와 친구라고 하기엔 우습긴 해. 새미는 우리보다 소중한 친구,”

 

 친구라는 두 글자가 갑자기 내 감정을 건드렸다. 친구라니. 속여서 잡아먹으려는 걸 어떻게 친구라고 말할 수 있지. 하지만 일단은 참아야했다. 찌찌를 설득시키기 위해선 친구라는 호랑이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한 분노가 목 깊숙한 곳에서 자꾸 터져나오려 했다.

 

 “그래, 일단은 친구라고 하자. 새미한텐 찌찌 너처럼 호랑이 친구가 있었어.”

 

 “진짜?”

 

 그렇게 환한 표정 짓지 마. 나는 지금 새미가 친구라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중이야. 너도 지금 당하고 있는 거란 말이야.

 

 참지 못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났는지 날 바라보던 찌찌의 표정이 천천히 굳었다.

 

 “하지만, 결국은, 새미는, …새미는, …새미는 호랑이한테,”

 

 “그만 좀 해!”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느라 말을 빠르게 이을 수가 없었다. 그 틈을 리리가 파고들었다. 내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리리는 나와 찌찌 사이로 들어와 찌찌의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미안해, 찌찌야. 이러려고 부른 건 아니,”

 

 참을 수가 없었다.

 

 “호랑이한테 잡아먹혔단 말야! 눈에 상처가 있는 놈이었어! 그 호랑이한테 잡아먹혔어! 내가 봤어! 새미가 잡아먹히는 걸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봤단 말야! 그러니 호랑이 같은 놈들 믿지 마. 너도 곧 잡아먹힐 거야. 그놈들 우리가 살찌기만 기다리는 거란 말이야!”

 

 말을 하면서 깨달았다. 그래, 호랑이들은 우리가 다 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새를 쉽게 잡을 순 없으니 살이 오를 때까지 친구인 척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 크면 그때 잡아먹으려고.

 

 찌찌의 표정은 순식간에 다양하게 변했다.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이내 금방이라도 울 듯한 눈으로, 하지만 곧이어

 

 “아냐!”

 

 찌찌는 깃털이 쭈뼛 설 정도로 화가 난 얼굴로 온 힘을 다해 외쳤다.

 

 “히호는 그렇지 않아. 아니야! 안 그래!”

 

 찌찌는 목이 찢어져라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날 노려보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뒤돌아 뛰어가 버렸다.

 

 “찌찌야!”

 

 리리가 찌찌를 쫓아가는가 싶더니 이내 포기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난 내 감정을 잊을 정도로 당황했다. 저렇게 거센 반발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새미 이야기를 통해 느끼는 것이 있을 테고, 처음은 부정하겠지만 약간의 의심이라도 하기를 바랐는데 찌찌는 온 몸으로 내 이야기를 거부했다.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똑같은 결과만 뒤따를 텐데.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뿐이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믿지 않으면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찌찌는 나를 오늘 처음 보았고, 나는 찌찌에게 그 어떤 신뢰도 준 적이 없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데려왔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 천천히 얘기해도 됐잖아.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정말.”

 

 씩씩거리는 리리를 시시가 진정시키는 사이 꾸꾸는 날개를 휘저으며 공터를 빠져나갔다.

 

 언제 날아오를 지도 모르고, 언제 잡아먹힐지도 모르는데 급한 게 아니라 이미 늦은 문제였다. 리리는 항상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이번 만큼은 내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찌찌 역시 분명 깨달을 것이다. 단지 죽음으로 깨닫지 않기만을 바랄 뿐.

 

 이후 리리를 통해서 찌찌는 여전히 호랑이와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찌찌는 새미와는 다르게 집에서도 그 사이를 인정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호랑이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둘은 누구도 막지 않는 관계였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다.

 

 확실히 새미와는 달랐다. 새미는 아무도 모르게 커키를 만나러 갔고, 나에게조차 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본인도 알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새가 호랑이를 만난다는 것이 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아마 모두가 반대하고 말릴 거라고 생각했겠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찌찌와 히호 둘 사이는 결국 히호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고 했다. 그 호랑이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새미의 그 일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니까.

 

 그 이후론 생각지도 못한 꾸꾸가 나를 자주 찾아왔다. 꾸꾸는 내게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 대신 나 역시 다시 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 제안을 수락한 건 아니었다. 난다는 건 누가 가르쳐 준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게다가 내 날개, 이 날개는 다시 펴지지 않는다. 그래서 거절했다. 그 시간에 혼자 나는 연습을 하는 게 더 많은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꾸꾸는 이런 내 대답을 개의치 않는 듯 매일 날 찾아왔다.

 

 “이렇게 하는 게 낫나?”

 

 “지금은 어땠어? 좀 괜찮았지?”

 

 “내가 안 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잘 한다니까. 이것 봐바.”

 

 그냥 대충 대답 몇 번 해준 게 잘못이었는지 꾸꾸는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었다.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꾸꾸는 내가 생각도 못할 정도로 나는 법을 빨리 터득했다. 딱히 가르쳐준 것도 없었는데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꾸꾸는 정말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나에게 처음으로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할 때만 해도 꾸꾸는 날갯짓조차 서툴렀다. 연습을 거의 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고마워. 요오 덕분에 정말로 이렇게 빨리 날아오르게 됐어.”

 

 하지만 정작 난 꾸꾸에게 도움을 준 게 없다. 몇 번 연습하는 법에 대해 설명해 주고,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준 게 다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꾸꾸의 성장은 놀라웠다.

 

 “미안한데 진짜 이렇게 빨리 날 줄은 몰랐는데. 내가 몇 마디 도와준다고 다 금방 날면 어린 파랑새들도 진작 날아다녔지.”

 

 꾸꾸는 고개를 휘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냐. 요오 네 말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데? 말뿐이 아니라, 내가 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가 옆에 있는 것 자체로도 난 이미 힘을 얻었어. 요오 말대로, 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 이번에 날 수 있게 되면서 깨달았어. 난다는 건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런데 도움이라는 건 꼭 그렇게 목적을 이루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냐. 난 요오가 해주는 설명에서, 그리고 날 지켜봐 주는 네 모습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결국 그것들이 내가 날아오를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거야. 난 정말 요오에게 고마워.”

 

 꾸꾸는 이렇게 말하고 내일부터는 내가 날 때까지 도와주겠다고 했다. 요오의 말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 난 괜찮다는 말을 차마 부리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어차피 낫지 않을 테니 쓸데없이 시간낭비 하지 말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필요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부리 안에서만 맴돈 건 내게도 조금은 용기라는 것이 생긴 탓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도움으로 인해 목적이 조금은 더 수월하게 달성될 수 있는 것. 도움이 어떤 방식이든 용기를 낼 수 있고, 희망적으로 앞을 내다볼 수 있게끔 한다면 그 도움은 세상 어떤 것보다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날개를 펼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해님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다녀 간 건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오랫동안 꾸꾸는 친구들까지 데려오면서 내가 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비록 아직까지도 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내 날개지만 이렇게 라면 내가 죽기 전에 한 번쯤은 펼쳐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진 않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날아을 때 느꼈던 그 감동 그 환희를 다시 맛볼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 다짐이 힘이 되었을까. 날개가 펴지지 않게 된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어쩐지 내 곁에서 새미도 함께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시 날아보자. 태어나 단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새미의 몫까지 다시 한 번 훠얼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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