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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9화. 요오 (3)
작성일 : 17-12-04 03:5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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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님은 무심히도 떴다 지고만을 반복했다. 저 높이 우거진 산 속에서 태어나 저 먼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해님. 마치 날지 못하는 새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그렇게 무심히 훨훨.

 

 이곳 해변은 자주는 아니었어도 조용히 생각할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온 적이 있었다. 가까운 거리였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뛰어오려니 여간 먼 곳이 아니었다. 날았을 때의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어서였을까. 다리의 힘으로만 이동하는 게 새삼 힘들고 귀찮았다. 다치지 않았다면 원할 때 언제든 쉽게 올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날아본 적 없었다면 뛰어다니는 게 당연했을 텐데 그 한번의 경험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해님은 어느새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을 감싼 구름과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바다 속에서 하룻밤을 지새울 준비를. 저렇게 구름과 하늘조차 뜨겁게 타오른다면 차가운 바다 속에서도 그리 쉽게 식진 않을 것이다. 바다조차도 점차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해님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어떤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해님을 가려 검게 물든 그 그림자는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마치 호랑이처럼 크고, 다른 하나는 나처럼 작았다. 두 그림자는 사이가 좋은 듯 작은 그림자가 큰 그림자를 밟고 뛰어오르거나 함께 나란히 해님을 보고 있었다.

 

 …호랑이?

 

 갑자기 그림자의 정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 큰 그림자는 분명 호랑이였다. 해님을 비껴서 뛸 때마다 언뜻언뜻 검은 줄무늬가 눈에 비쳤다. 호랑이의 머리 위에서 다시 뛸 준비를 하는 작은 그림자는…, 맙소사! 파랑새였다. 난 순간 사실은 새미가 살아있어서 커키와 뛰어 놀고 있다는 착각까지 해버렸다. 하지만 난 커키의 입에서 흐른 피를 분명히 보았다.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새미도 저렇게 커키와 즐겁게 지냈겠지. 그러다 잡아 먹혔을 테고.

 

 도망쳐! 그놈은 결국 널 잡아먹을 거야!

 

 차마 소리를 내지르지 못했다. 여기서 저 호랑이의 시선을 끌어봤자 도망치지도 못한다. 괜한 짓으로 저 파랑새까지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호랑이가 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외엔. 모레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멀리서 두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파랑새는 우리 또래와 비슷해보였다. 아직 나는 법은 모르는 듯 호랑이 머리에서 뛰어내리기만 반복했다. 가끔 공중에서 제법 버티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떨어지고 말았다. 호랑이는 그게 뭐가 그리 즐거운지 거친 웃음소리를 쉴 새 없이 흘렸다. 뛰어놀다 지친 파랑새가 주저앉으면 호랑이도 곁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다 그게 또 심심해지면 호랑이가 파랑새에게 모래를 끼얹거나 파랑새를 머리에 얹는 등 두 그림자는 오랜 시간을 그렇게 함께 했다.

 

 멍하니 노을의 끝자락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두 그림자가 사라졌다. 분명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치 꿈이라도 꾼 듯 이제 거의 사라진 해님의 여운처럼 그들은 사라졌다. 난 그제야 급하게 그들을 찾으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주변을 깔려있어 그들을 찾기는커녕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세상 모든 게 두려웠다. 저 나무 뒤 수풀 안 모든 곳에 호랑이가 숨죽이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두 발에 모든 힘을 주고 집을 향해 달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야했다.

 

 그 이후로는 집에만 있었다. 차라리 날지 못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젠 지친다. 아무리 한탄을 내뱉어도 과거는 변하지 않았다. 현재를 변하게 하는 건 내 의지인데 다시는 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현재였다. 지금 이 상태가 미래로 간다고 생각하니 짜증만 샘솟았다.

 

 “요오야.”

 

 언제 와 있었는지 꾸꾸가 내가 있는 잎사귀에 올라와 있었다. 펴지지 않는 날개에 온갖 신경질과 짜증을 부리고 있었던 탓인지 잎사귀가 흔들리는 것조차 느끼질 못했다.

 

 “요즘 좀 어때? 공터에도 안 나오고 네가 저번에 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한 번 와봤어.”

 

 “…….”

 

 내가 대답하지 않자 꾸꾸는 불편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기, 내가 좀 불편하지? 사실 리리가 등을 떠밀어서….”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하고 싶었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지만, 그래도 정말 괜찮다고,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리리를 제외하곤 원래 처음부터 우리와 잘 어울리지 못했고 그런 것들을 어색해 하던 꾸꾸였다. 꾸꾸에겐 솔직한 내 감정보다 배려를 해주는 게 내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그동안 뼈저리도록 느낀 좌절감은 그런 대답조차 쉽게 내보내지 않았다.

 

 안 괜찮아. 나는 앞으로 영영 날 수 없어. 괜찮을 리가 없잖아.

 

 “울지 마, 요오.”

 

 내 왼쪽 날개에 자신의 오른쪽 날개를 얹으며 토닥이는 꾸꾸의 모습에서, 그 날개가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바로 그 날개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울분이 났다. 지금 이렇게 날 염려하고 걱정해 줘도, 결국은 공터로 가서 저 날개로 나는 연습을 할 테고 결국은 날아오를 테지. 그리고 보란 듯이 우리 집에도 날아올 테고. 그리곤 또 다시 위로하는 척 몇 마디 내 뱉고 친구들과 함께 날아가 버리겠지.

 

 “안 울었어!”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비명과도 같은 내 외침에 놀란 꾸꾸는 날개를 황급히 거두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잎사귀가 출렁였다. 한 줄기 강한 바람이 불었는지 내가 있는 나뭇가지 전체가 흔들린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균형을 잃은 꾸꾸의 몸이 사라졌다. 푸드득거리는 꾸꾸의 날갯짓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꾸꾸!”

 

 잎사귀 끝에서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많은 나뭇가지와 잎들에 가려 꾸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아직 남아있는 눈물을 힘껏 털어냈다. 잎사귀에서 연결되는 나뭇가지를 밟고 서둘러 땅으로 내려왔다.

 

 “꾸꾸!”

 

 하지만 꾸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뭇가지나 잎사귀에 꾸꾸가 걸려있지는 않았다. 분명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꾸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보다 키가 큰 풀잎 때문에 다시 나뭇가지로 올라가서 아래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풀잎은 나를 올려다 볼 뿐이다.

 

 분명 꾸꾸가 왔었다. 하지만 무엇인가에 홀린 듯 꾸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혹시 호랑이가 와서 마침 떨어지던 꾸꾸를 물고 가버린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들었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고, 그렇다면 역시 헛것을 본 것 같다고 난 생각했다. 난 그렇게나 친구들이 보고 싶었던 걸까.

 

 다음날 해님이 다시 떠올랐을 때, 이번엔 시시가 찾아왔다. 내 걱정, 걱정, 또 걱정. 사실 깨어있었지만 시시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내 감정조차 추스르지 못한 상태라 꾸꾸처럼 내가 원하지 않는 반응을 보일까 두려웠다. 와줘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못했는데 시시는 돌아갔다.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해님이 산 속에서 다시 떠오르고, 내리는 비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중에 리리가 찾아왔다. 여느 때와 다르게 리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부리를 열기 전엔 자신도 부리를 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날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난 그런 리리를 보며 몇 번이나 말을 해보려고 했지만 열린 부리에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해님이 정상에 올랐다가 미끄러져 내려올 때까지 리리는 내 곁에서 가만히 주위 꽃들과 나무들을 바라만 보았다. 난 그런 리리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내 소중한 친구 리리를.

 

 리리는 참 예뻐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갈색으로 얼룩진 어린 새였을 뿐이었는데 지금 내가 바라보는 리리는 어느새 은은한 하늘빛으로 몸을 잔뜩 치장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서 목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목소리 역시 꽤 예뻐졌을 것이라고 난 확신했다. 새벽의 이슬을 마시고 목소리도 예뻐졌고 몸도 파래진 리리는 지금 당장 날아오른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나는 역시 친구들에 비해 성장이 꽤 빨랐다. 이미 날아올랐으니까. 하지만 과연 그게 정말로 좋았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내 부리가 열렸다.

 

 “리리야.”

 

 “…….”

 

 내 목소리가 작았던 걸까. 리리는 내가 사는 나무 중앙 줄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미동조차 없었다. 리리를 부르기 위해 다시 부리를 열었는데

 

 “요오.”

 

 리리의 말이 먼저 나왔다. 리리의 목소리는 예상대로 매우 예뻤다.

 

 “날게 되면 뭐가 가장 좋을까? 나나 시시나 꾸꾸나 모두들 아직 날지 못하잖아. 엄마나 아빠한테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말야.”

 

 “…….”

 

 리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계속해서 부리를 열었다.

 

 “나는 그래. 너도 날기 전엔 그랬겠지? 정말, 너무너무, 무척이나 날고 싶어. 지금 네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죽어라 하고 너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게 더 나쁜 짓인 것 같아. 그래서 얘기하는 거야. 난 정말 날고 싶어.”

 

 리리는 내게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날개를 내게 내밀었다.

 

 “봐봐. 이미 날개도 파래졌어. 듣고 있다시피 목소리도 예뻐졌고. 이제 날기만 하면 돼. 그런데 사실, 너무 두려워. 한 번 날면 저 하늘 끝까지 날아가 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그래도 요오 넌 이미 날아봤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지금 날 놀리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가슴 가득히 끓어오른 그 말을 내뱉고 싶었다. 결국 환상이었지만, 꾸꾸가 떨어진 것처럼 그렇게 리리를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어차피 이것 또한 잠깐의 환상으로 끝날 것이다. 그동안 북받쳐 온 것 그 모두를 미안하지만 리리에게 풀어내고 싶었다. 리리라면 아무리 미안해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왜였을까. 폭발하듯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그것들은 리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으로 몰려들었다. 코가 찡했고 곧바로 눈물이 고였다. 리리의 눈처럼.

 

 “뭐가 그렇게 문제니? 처음 날아올랐을 때, 그때 기분 생각 안 나? 너무 오래 돼서 기억조차 나질 않는 거니? 아니면 지금 너한테 그런 것 따위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거야? 널 놀리러 온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도대체 왜 그래? 네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새야? 그런 생각이 들어? 난 오히려 아직도 날지 못하고 있는 내가, 시시가, 꾸꾸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던데? 최소한 넌 이미 날아봤잖아? 날게 된다는 것에 대한 기쁨, 환희를 넌 알잖아!”

 

 리리의 말은 거침없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듯 온 몸이 아파왔다. 하고 싶었던 말들이 가시에 찔린 구멍으로 연기처럼 새어나가고 있었다.

 

 “너도 잘 알잖아. 언제나 말은 늘 그렇게 하지. 이제 곧 우리도 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너도 잘 알잖아. 난 지금 무서워. 두렵다고. 하늘 끝까지 날아가 버릴까봐 두려운 게 아니라, 이러다 혹시 날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사실 그게 너무 두려워. 그래서 친구들한테 이제 곧 날 수 있을 거라고 자만하고 있단 말야. 시시나 꾸꾸를 보면 걔네들도 분명 조금만 더 있으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그런데 난 아직이야.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잠깐이라도 뜰 수조차 없어. 시간이 지나면 다 날 수 있다고? 그럼 연습은 왜 하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도 나이를 먹으면 날 수 있다는 건데.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렇잖아? 안 그래, 요오?”

 

 리리는 거칠게 날갯짓까지 해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는 중에 결국 버티지 못한 깃털 몇 개가 흩어져 약하디 약한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난 네가 부럽단 말야. 그래도 한 번은 날아봤으니까. 지금 네가 날지 못하는데서 오는 슬픔 따위는 나에겐 아무 것도 아니란 말야. 알겠어?”

 

 난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리리의 말 마디마디가 긴 줄기로 내 부리를 옭아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틀린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나 역시 처음 날기까지 많은 좌절과 방황을 했다. 그땐 그냥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난다는 건 나와는 무관한 일처럼 보였다. 날지 못하는 새가 되느니 차라리 세상에서 없어지자고, 그렇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나의 지금 상황은 그저 배부른 이야기에 불과하다.

 

 왜 그 때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너무 두꺼워서 뚫을 수 없는 벽도 결국은 날아가거나 돌아가는 방법이 있는 것을, 왜 너무 두껍다고, 뚫지 못하겠다고 투정만 했을까. 날아서 넘어가지 못하면 돌아서라도 가면 되는데. 조금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그만큼 조금만 더 빨리 달리면 되는 문제였다.

 

 “미안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흐느끼지 않겠다는 듯 잔뜩 충혈 된 눈으로, 부리를 꽉 다물고 날 바라보는 리리에게 다시 말했다.

 

 “정말 미안.”

 

 한동안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특별히 무엇인가를 바라본다던가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이미 그것들을 한데 묶을 줄기는 만들어진 상태였다. 무엇부터 차례차례 묶어나갈까 하는 문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해님은 리리와 나의 대화엔 관심도 없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스르륵 바다 속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붉게 타오르는 바다 속에서 마침내 그 줄기는 머릿속의 온갖 상념과 감정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냈다. 그 묶음을 잘 치워 놓고 리리를 돌아보았다. 흘러내린 눈물자국이 아직 리리의 하늘빛 깃털을 파랗게 물들인 채 남아있었다.

 

 “그땐 내 정신이 아니어서 몰랐는데, 그래도 날았던 순간 그 기분을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어. 이 깃털 속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이 좋았고, 날갯짓 마다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좋았다. 저 하늘 속에, 내가 그 일부를 이룬다는 거, 정말 멋진 일이야.”

 

 리리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잠시 뒤 내게 얼굴을 돌린 리리는 웃고 있었다. 난 그런 리리에게 마주 웃어주었다.

 

 “아, 그래. 요오. 내일 해님이 저기 꼭대기에 올라오면 공터로 나와. 소개해 주고 싶은 친구가 있으니까.”

 

 “누군데?”

 

 리리가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찌찌라는 친군데, 만나보면 할 이야기가 많이 있을 거야. 그 애도 내일은 분명 올 테니까 꼭 와야 해.”

 

 리리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날 향했다.

 

 “찌찌도 호랑이와 친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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