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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8화. 요오 (2)
작성일 : 17-12-04 03:5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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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툭 …투둑

 

 점점 빠르게

 

 투둑 …쏴아아아

 

 들렸다. 비님이 오시는 걸까? 상쾌하게 나뭇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시원해 눈을 살짝 뜨자 온 몸을 찔러대는 욱신거림이 상쾌함을 앞질렀다. 다시 눈을 감자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 몇 줄기가 내 깃털을 파고들었다. 그 덕분인지 통증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으로 눈을 떴다.

 

 어떻게 온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이었다. 넓은 푸른 잎사귀가 얽혀있는 정다운 우리 집. 한결 마음이 놓여 몸을 일으키려다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윽.”

 

 내 신음소리를 들은 건지 아래쪽에서 깃털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곧 내가 있는 나무줄기에 오른 그 소리는 비를 털어내려는 듯 한 차례 푸득거리곤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요오, 일어났니?”

 

 매일 들었지만 오늘 따라 무척이나 포근한 엄마의 목소리.

 

 “엄마….”

 

 엄마의 깃털이 내 몸을 덮었다.

 

 “요오야. 엄마가…,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흐느낌. 포근한 느낌. 그리고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엄마의 눈물.

 

 “미안해.”

 

 엄마는 내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엄마는 눈물을 애써 참아냈다. 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푸드득!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올라섰다.

 

 “몸은 좀 괜찮은 거냐.”

 

 아빠였다. 아빠는 잠시 날 바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나는 건 꼭 봐야겠다고 인간세상에 갔다가 얼마 안 돼 돌아온 아빠였다. 화를 내도 되는데 아빠는 단지 그 말뿐이었다.

 

 “좀 아픈데, 괜찮아. 낫겠지.”

 

 이상한 느낌이었다. 분명 슬픈데 감정이 살아나지 않는다. 가슴 속이 텅텅 비어있어 말을 할 때마다 소리가 울렸다.

 

 “새미가 죽었어.”

 

 이 말이 너무도 쉽게 나왔다. 새미가 잡아먹히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북받치는 감정은 없었다.

 

 “새미면 저기 옆숲에 산다는 아이 아니니? 어쩌다?”

 

 “호랑이한테 잡아먹혔어. 내가 그걸 봤고. 도망치다 이렇게 된 것 같아.”

 

 아빠와 엄마는 더 묻지 않았다. 엄마는 내게 이슬을 가져다줬고, 아빠는 몸조리 잘 하라는 말과 함께 빗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비 내리는 빈 공간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오른쪽 날개로 시선을 돌렸다. 통증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펴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치기 전에 날아보긴 했으니 다행일까.

 

 얼마나 다친 건지, 낫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급한 건 없었다. 아직 깃털도 제대로 다 안 난 친구도 있으니까.

 

 내가 그나마 내 몸을 내 것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 건 해님이 다섯 번이나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나서였다. 아직 통증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이정도도 감지덕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느니 차라리 친구들이라도 보면 좀 더 빨리 나을 것만 같았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친구들을 만나러 간 공터엔 리리와 시시 그리고 꾸꾸가 있었다.

 

 “어떻게 된 거니, 요오?”

 

 “요오야. 몸은 이제 좀 괜찮아?”

 

 “많이 다쳤다며. 안 아파?”

 

 “응, 괜찮아. 걱정해줘서 다들 고마워.”

 

 쉬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생각보다 빨리 나으면 날아서 가야지. 아직 날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몸도 다 나았고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회복은 내 기대와는 무관하게 더디기만 했다.

 

 “아직 다 안 나은 것 같은데 조금 더 몸조리 좀 하지 왜 여기까지 나왔어. 그래도 움직일 정도면 우리가 좀 일찍 가볼걸.”

 

 리리가 내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괜찮아. 움직여야 몸도 빨리 낫지.”

 

 “그보다 정말 어떻게 된 거야? 너희 엄마가 다 얘기해 주셨어. 피투성이로 집에 왔었다면서? 진짜 괜찮아?”

 

 웬일로 꾸꾸가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꾸꾸는 리리가 데려온 친구인데 항상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성격도 그리 좋지 않아서 리리에게 항상 혼나곤 했다. 리리와의 관계가 마치 엄마와 아들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리리가 없었다면 진작에 다시 볼일이 없었을 텐데, 그런 꾸꾸가 날 걱정해 주다니. 이런 모습만 볼 수 있다면 다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꾸꾸는 아마 잘 모를 텐데, 새미 말이야.”

 

 하고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알아야했다. 이들이 새미와 친분이 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은 본 사이인데다 호랑이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줄 필요가 있었다.

 

 “새미가 왜? 새미도 다쳤어?”

 

 시시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 뒤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새미는 원래 너희와 알기 전부터 알던 친구야. 너희를 만나고 지내면서 같이 지내고 싶어서 데려온 거지. 어쨌든 새미에 대해서 너희들한테 이야기 못한 게 있어. 새미도 아마 본인이 스스로 말할 수 없었을 거야.”

 

 호랑이와 만나는 파랑새에 대한 소문은 있었지만 그게 새미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소문을 믿지도 않았겠지만. 아, 리리는 혼자 알고 있었던가.

 

 “새미는 말이야,”

 

 이렇게 시작된 나의 이야기는 조금씩 새미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잊으려는 듯 더 이상 떠올리기 싫어서 한꺼번에 떠올려 버리려는 듯 그렇게 난 모두에게 새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새미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이곳에 데려오게 되었으며 호랑이와의 소문이 바로 새미 이야기였다는 것까지.

 

 “그리고 새미는, 날게 된 걸 자랑하려고 호랑이한테 갔는데, 새미는, 거기서, 호랑이한테,”

 

 잡아먹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부리가 열리는 대신 눈물샘이 열렸다.

 

 톡

 

 메마른 줄 알았던 감정이 어느새 가득 차 있었다. 눈물 한 방울을 흘리자 다음 눈물은 쉬웠다. 너무 쉽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리리와 시시와 꾸꾸가 날개를 들어 날 감싸주었다. 이제 막 푸른빛을 내기 시작하는 친구들. 거의 같이 태어났는데 확실히 내가 빨랐다. 내 목소리가 더 빨리 아름다워졌고 내 날개가 더 빨리 파래졌으며 결국 내가 먼저 날아올랐다. 리리와 시시는 아직 깃털도 제대로 다 자라지 않았는데. 나보다 빨랐던 유일한 파랑새가 바로 새미였다.

 

 투둑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했다. 더 이상 울지 말아야지. 언제까지 슬프다고 울 수는 없었다. 날개가 다 나으면 새미의 몫까지 훨씬 높이, 훨씬 빠르게 날아올라야지. 네가 보지 못했던 모든 세상을 볼 거야. 내가 대신 봐줄게. 네가 호랑이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이 세상을.

 

 이날은 나 때문에 모두 연습은 않고 나를 위로해주기 바빠서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금방 나아서 나갈 테니 그동안 연습들 많이 해두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다음에 올 땐 날아서 올게.”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날개가 펼쳐지지 않았다. 이전처럼 통증 때문에 날개를 펼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날개에 힘은 들어가는데, 펼쳐지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아직 다 낫지 않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래, 오래 걸릴 수도 있지. 하지만 해님이 열 번도 넘게 다녀간 뒤에도, 스무 번이 넘을 때 까지도 날개는 낫지 않았다. 피가 흐르고 욱신거리던 상처는 이미 다 나았다. 단지 펼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일 뿐.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펼칠 수 없는 날개가 내 가슴 속에 박혀 빠져나오지 않을 때까지 해님이 서른 번도 넘게 다녀간 듯싶었다.

 

 “요오야….”

 

 “올라오지 마!”

 

 언제부턴가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만 들려도 신경질이 났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나을 거라면서, 기다리면 낫는다면서. 그래, 다리는 다 나았다. 통증도 없고 걸을 수 있으며 뛸 수도 있다. 하지만 날개는 다친 부위에 깃털도 새로 났건만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곧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날개는 더 이상 펼쳐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움직이지 않는 것인 양, 그렇게.

 

 “아직 낫지 않아서 그런 거란다, 요오.”

 

 엄마의 말대로 아직 낫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님이 열 번도 넘게 얼굴을 내미는 동안. 하지만 이미 내 날개는 다 나았다. 한때 깃털이 떨어져 나가고 붉은 피가 엉겨있던, 심하게 다친 내 날개. 이제 상처는 다 아물었고 깃털도 더욱 파랗게 새로 돋았다. 그렇게 기다렸다. 그리고 다 나았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뛰어내린 날,

 

 툭

 

 날갯짓 한 번 못해보고 풀숲으로 떨어져버린 그 날, 난 깨달았다. 앞으로 이 날개는 펼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분명 아직 내 또래의 친구들은 날 준비도 제대로 안 됐지만, 내가 날 수 없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였다. 내 날개는 상처가 아물면서 그렇게 굳어져 버렸으니까. 해님이 서른 번도 넘게 다녀간 이후.

 

 나는 이제 날 수 없다. 기분 나쁠 정도로 나는 그 사실을 완벽하게 깨달았다. 만약 한쪽 날개로도 나는 방법이 생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한, 친구들이 아는 한, 엄마와 아빠가 아는 한, 그럴 리는 없다. 또한 내가 아는 한 날지 못하는 새는 없다. 이제 날아오르려고 준비하는 어린 새들 외에는.

 

 아마도 내가 세상에서 최초로 날지 못하는 새가 될 것이다. 친구들은 이제 슬슬 날아오를 테고 난 조용히 그들을 지켜만 봐야겠지. 차라리 날아본 적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다치기 직전 날았던 기억을 날개가 기억하고 있다. 당시엔 상황이 급해 신경 쓸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와 생각하건데 진정한 새로서의 재탄생이라고 할만한 느낌이었다. 이제 친구들이 그런 느낌으로 하늘에서 날 내려다볼 것이다.

 

 친구들은 내가 날았었다는 사실만 알 뿐 실제로 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어쩌면 이제는 내가 날았었다는 것도 믿지 않으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난 더 이상 그들의 친구일 수도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날지 못하는 새를 과연 새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나라면 내 친구 중 날지 못하는 새가 있으면 상대를 했을까. 상대의 문제 이전에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함께 어울릴 수가 없겠지. 새는 나는 게 바로 존재의 이유니까.

 

 그나저나 새미는 왜 호랑이에게 빠지게 된 걸까. 마주치면 도망가는 게 일반적인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걸까? 그랬으면 진작 잡아먹혔어야 했는데 어째서 오랜 시간을 두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냈던 걸까.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당시 새미는 호랑이 커키에게 무척이나 빠져있었다. 결국 그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이었다는 걸, 새미는 왜 알지 못했을까. 새미는 정말 커키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모르겠다.

 

 날지 못한다는 좌절감은 어느새 호랑이 커키에 대한 분노로 옮겨갔다. 커키만 없었어도 새미는 우리들과 어울려 지냈을 것이다. 난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희망, 그리고 도전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텐데. 새미는 결국 드디어 날아오른 그 순간 내 날개까지 함께 가져가 버렸다.

 

 “이제 그만 정신 차리거라.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넋 빠져 있으려고 그래? 다친 상처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반드시 낫는 법이다.”

 

 하지만 심한 상처는 흉터가 남는다는 사실을 아빠는 간과했다.

 

 “네 친구들을 봐라. 누가 벌써 날고 있니. 아직이야. 아직 멀었다. 요오야, 너는 누가 뭐래도 새란다. 시간이 지나면, 네가 정말로 날 준비가 끝났을 때가 되면 날개도 자연히 나아서 너를 하늘로 날려 줄 거야.”

 

 아빠는 내 날개가 더 이상 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말하는 대로만 모두 이루어지면 세상에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나를 걱정하는 아빠의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펴지지 않는 날개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난 아빠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가 없었다. 내 날개가 이제 영영 펴지지 않으리란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았다. 설령 날개를 새로 만들어 준다 해도.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니까.

 

 해님은 무심히 떴다 지고만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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