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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 마이 런웨이
작가 : 잔물결
작품등록일 : 2017.11.24

현대판 까미유 끌로델과 로댕.
영감이 고갈된 탑 디자이너 로딘이, 디자이너 지망생인 미유의 재능을 탐하여 계약결혼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1화. 그가 내게로 왔다.
작성일 : 17-12-01 20:43     조회 : 756     추천 : 8     분량 : 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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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반쯤 뜬 눈으로 택시 차창에 기댄 로딘. 쇼 준비로 며칠 밤샌데다 연거푸 들이킨 샴페인에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 어디쯤을 헤매는데. 그의 눈에 비친 도심의 야경이 꿈처럼 휘황하다.

 

 “에브리바디 크레이지...”

 

 택시 기사, 룸미러로 힐끗 로딘을 본다.

 

 “손님 괜찮아요?”

 “아저씨 나 몰라? 나 로딘이야 로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탑 디자이너... 그리고 질문이 틀렸잖아.. 퍼~펙 하냐고 물어야지. 괜찮은 걸론 부족해...”

 

 그리고는 갑자기 자조하듯 흐흐흐흐 소리 내 웃는 로딘.

 

 “고저~스, 뷰티풀~ 아주 다들 좋아 죽는 꼴을 아저씨가 봤어야 하는...욱!! ”

 

 금방이라도 토할 듯 우웩 거리는 그의 모습에 당혹스러운 기사, “어허 잠깐만 좀 참아 봐요!” 하더니 샛길로 빠져 끼익~~~~ 차를 세운다. 밖으로 끌려 내려진 로딘, 길바닥에 한바탕 토사물을 쏟아 놓고는 그대로 축 늘어져 버리는데.

 

 어떡하나 잠시 고민하는 택시기사, 주변을 살펴 오가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다가가 로딘의 쟈켓에서 지갑을 꺼내들고 사라진다. 잠시 후 택시는 출발하고, 정신을 잃은 로딘은 바닥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다.

 

 그 시각, 귀가 중인 미유. 꿈에 그리던 런웨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피날레를 장식한 모델과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인사하는...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오늘하루 열심히 묵묵히 런웨이 주변 좌석을 정리했다. 알바생인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를 봤으니까! 흐흐흐 생각만 해도 막 웃음이 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로딘! 파슨스 스쿨 졸업 당시 각종 상을 휩쓸며 일찍부터 천재로 인정받았고, 밀라노 파리 뉴욕의 유명 편집 샵에선 그의 브랜드가 불티나게 팔린다. 몇 년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L사의 수석 디자이너로 전성기를 이끌었고, 지금은 자신의 브랜드로 패션계 흥행의 마술사라고 불리는...바로...그 로딘!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모델들 보다 백만 배는 더 빛나던 그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던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쩜 그리 멋있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빛이 날 수 있어? 아~~~ 난 언제 그런 쇼 해보나... 백 스테이지에서 로딘이랑 샴페인 잔 들고~캬~”

 

 단꿈에 젖은 채 골목길을 들어서는 미유.

 

 “엄마야!!!”

 

 미유 앞에 웬 널브러진 남자하나, 그 앞에 쏟아놓은 토사물을 보니 딱 각이 나온다. 눈살 찌푸리며 지나치려는데, 이상하다 어딘가 쎄한.. 느낌적 느낌... 이때 몸을 뒤척이며 돌아눕는 남자. 꿈을 꾸는지 뭐라고 중얼대는데,

 

 “사뿐히. 꿈꾸듯이...”

 

 순간 미유, 소름이 쫙 끼치며 뇌리에 뭔가 떠오른다. 패션쇼 리허설에서 모델에게 하던 로딘의 말 “사뿐히 꿈꾸듯이!” 고개를 돌려 취객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그제야 제대로 보인다!!!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말문이 막힌 미유. 오늘 패션쇼의 주인공! 나의 우상! 히어로! 그이가 지금... 우리 집 앞 골목에 쓰러져 있다!!!

 

 미유, 자신의 뺨을 때려본다.

 꿈은 아닌 게 분명하다.

 

 ‘로딘이 왜 이런 곳에...??’

 

 휴대폰도 지갑도 보이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알려지면 그에게 피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이는 미유. '그래. 까짓거 오늘 밤 내가 지켜준다! 마음을 굳게 먹고는 축 늘어진 그를 초인적인 힘으로 끌어올린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 한 걸음 한 걸음... 그러다 어느 순간 자리에 우뚝 서는데. 눈앞으로 수십 개의 층계가 보인다. 미유, 아득히 높은 계단 위를 헐떡이며 보다가 어깨에 걸친 로딘의 팔을 푼다. 바닥에 툭 쓰러지는 로딘.

 

 “저기요. 저기 좀 일어나 봐요. 로...”

 

 멈칫 하는 미유, 누가 알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이봐요. 제발 눈 좀 떠봐요.”

 

 하다가 안 되겠는지, 어깨를 흔들고, 얼굴을 살살 쳐본다. 몇 번 손사래를 치다, 귀찮다는 얼굴로 실눈을 뜨는 로딘, 가로등 불빛에 눈이 시려 고갤 돌리다 뭔가를 봤다. 눈을 끔뻑이며 잠시 응시하는가 싶더니, 이내 비틀거리며 계단 옆 벽을 향해 기어간다. 그리고는 벽에 그려진 아기천사를 향해 신음하듯 내뱉는다.

 

 “엄마....”

 “엄마??”

 

 잠시 후 벽을 짚고 일어난 로딘은 하늘로 향하는 아기천사들을 더듬으며 비틀비틀 계단을 오른다. 곁에서 지켜보는 미유, 엄마를 찾으며 벽화 속 천사를 만지는 폼이 어딘가 변태스럽지만, 제 발로 걸어주는 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조심해요... 하나씩 올라가요... 위험해요...”

 

 벽화를 더듬으며 하늘로 하늘로 로딘이 계단을 오르는 동안 행여 굴러 떨어질까 뒤에서 그를 받치는 미유. 층계를 하나 남겨두고 마지막 천사를 더듬던 로딘이 흐린 눈으로 아래를 본다. 자신을 받치고 서 있는 여자. 엄마인가 싶어서 보면, 엄마는 아닌 거 같다.

 

 “누구야? 너도... 천사야?”

 “네?”

 

 아슬아슬하게 선 로딘을 붙잡으며 올라서는 미유. 당황할 겨를도 없이 자신을 향해 푹 쓰러지는 로딘을 버텨내느라 거의 허리가 꺾일 지경이다. 마지막으로 죽을힘을 다해 로딘을 부축해 자신의 원룸으로 들어온 미유. 침대에 그를 떨구다시피 눕혀놓고는 겨우 허리를 편다. 그리고 바라보면, 로딘은 세상모르고 잠에 취해있다.

 

 미유, 숨을 헉헉 내쉬며 다가가 그를 본다. 낮엔 그렇게 멀리 있던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자신의 코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꽃 미모. 하얀 피부에 날선 콧날 그리고 도톰한 으? 입...술에 묻은 건?? 헉!! 토한 자국...!! 으...

 

 미유 얼른 물을 적신 수건을 가져와 그를 닦아주는데, 얼굴에서 목으로 내려가던 손이 문득 더러워진 윗옷에서 멈춘다. 옷에 뭔가 묻는 걸 질색한다는 얘길 어떤 인터뷰에선가 본 기억이 난다. 난감한 미유, 꿈속 어딘가를 헤맬 로딘을 향해 소곤거린다.

 

 “윗옷 좀 벗길게요. 꿈에서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찝찝할까봐 그러는 거니까.”

 

 그리고는 조심스레 셔츠 단추를 푸는 미유. 손길이 닿자 로딘, 뭔가 느끼는 듯 앓는 듯 야릇한 신음소리를 낸다.

 

 “아니라니까요...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하면서 실눈을 뜨고 옷을 벗기는데, 소매를 당기자 로딘의 새하얀 몸이 드러난다. 초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살짝 한기가 느껴지는지 몸을 잔뜩 웅크리는 로딘. 미유, 조심스레 로딘의 등에 깔린 셔츠를 당기는데. 뒤척이던 로딘이 자신의 몸에 닿은 미유를 그대로 끌어안는다. 순간 윽 소리도 못하고 일시정지 된 미유, 로딘의 가슴팍에 그것도 맨살에 푹 파묻힌 채 그의 쿵쾅대는 심장박동을 듣고 있다. 덩달아 미유의 심장도 벌렁대는데. 정신을 차리고, 그의 품을 벗어나려는 순간, 흐느끼는 소리를 내는 로딘.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빛나던 별 같은 존재가, 지금 그녀를 안고 흐느끼고 있다.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는 그에게서 깊은 외로움,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자, 너무도 가까운 사람 같은 착각이 든다.

 

 꽉 조였던 로딘의 팔에 살짝 힘이 풀리자 몸을 일으키는 미유. 오래 알았던 사람처럼 따뜻하게 애잔하게 그를 본다. 그리고는 로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준다.

 

 “오늘 밤은 모든 게 꿈같네요. 좋은 의미로요. 당신도 좋은 꿈 꿔요. 힘들었던 일은 잠시 잊고...”

 

 미유, 로딘 위로 겹겹이 이불을 덮어주고, 아끼느라 겨울에도 틀지 않던 보일러도 튼다. 그리고는 침대 곁에 무릎을 끌어안은 채 가만히 그를 지켜본다. 피로했던 탓에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지지만, 왠지 잠들고 싶지 않은 밤이다. 잠들면, 이 꿈이 깨질까봐. 졸음과 밀당을 벌이는 미유.

 

 그렇게 졸다 깨다 새벽으로 시간이 흐르고, 창밖이 밝아오는 시간. 뒤척이던 미유가 바닥에 퍽 머릴 박고는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반사적으로 로딘을 살피는데, 다행히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침 햇살에 행여 잠을 설칠까 블라인드를 내려주고는, 로딘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나갈 준비를 마치고, 메모를 남긴다.

 

  ‘길에 쓰러져 계셔서 누추하지만 저희 집에 모셨어요. - 당신의 팬!’

 

 “사생팬이라고 오해하는 거 아냐?”

 

 다시 고쳐 쓸까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니 알바시간에 늦겠다. 메모를 로딘의 머리맡에 붙여 두고 서둘러 나가려는데,

 

 “무서워...가지마...”

 

 애절한 잠꼬대에 미유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당신도 많이 힘들구나...”

 

 그러면서 잠꼬대에 대답하듯 작게 속삭인다.

 

 “걱정 마요. 당신 혼자 아니니까. 내가 늘 응원할게요!”

 

 하며 돌아서는 미유.

 

 “돌아오면 없겠지...”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그를 본다.

 

 “나중에 꿈 이뤄서 꼭 다시 봐요 우리”

 

 하고서, 조용히 나가는 미유.

 

 런웨이의 모델들처럼 사뿐히 꿈꾸듯 골목길을 걸어가다, 달려가는 교복 입은 학생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다. 꿈은 꿈이고, 눈앞에 닥친 현실에 걸음아 날 살려라 달리기 시작하는데.

 

 카페에서 오전알바를 하는 미유, 지각하면, 1분당 천원이다. 최저시급도 못 받는 알바생에게 너무 가혹하다 싶지만, 싫으면 늦지 말란 호랑이 같은 매니저 말에 감히 토 달 수가 없었다. 미친 듯 전력질주 하는 미유, 겨우 마을버스를 잡아타고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아슬아슬하게 정시 출근을 한 미유.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지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맞춰 출근했다는 사실에 기분 좋은 걸 보면. 물론 오늘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함께 카페알바를 하는 친구 현경은 미유에게 전해들은 얘기가 믿기지 않는다.

 

 “말도 안 돼.”

 “진짜라니까.”

 “사진... 사진 찍었어?”

 “그게... 좀 실롄 거 같아서...”

 “야... 실례고 뭐고, 다신 못 볼지도 모르는데 그런 인생샷을 놓치냐? 솔까 거짓말이지?”

 “맘대로 생각해. 믿거나 말거나. 흐흐”

 

 

 한편, 로딘의 디자인 사무실은 난리가 났다. 어제 파티장에서 사라진 후 연락이 두절된 로딘. 사라진 그를 찾느라 다들 야단법석이다. 완벽주의자 로딘이 연이은 스케줄을 뻔히 알면서 잠적할 리가 없다. 누구보다 로딘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로딘의 그림자, 샤론은 걱정이 돼 미칠 지경이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한가하게 숨바꼭질 할 때가 아니라고 로딘!!!!”

 

 샤론의 비명을 듣기라도 한 듯 부스스 눈을 뜨는 로딘. 자신의 침대라고 생각하고 몸을 뒤척이다 그만 툭 바닥에 떨어지는데, 순간 어떤 공포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헉!!! 낯선 공간. 그것도 상의를 탈의한 채 덩그러니...일순 충격이 밀려온다!!!

 

 “오 마이~ 어디야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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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쿵푸팬… 17-12-02 15:56
 
로뎅과 까미유끌로델.... 좋은데요.
다음화 두근두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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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뇌브 17-12-03 20:06
 
오오 설정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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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루 17-12-08 02:38
 
로딘, 미유 첫회부터 흡입력이 참 좋네요~~
다음회도 기대하며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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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엘리 17-12-18 21:43
 
1회 재밌네요~2회도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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