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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디디! 라이프! (DDD! LIFE!)
작가 : 구름향
작품등록일 : 2016.8.22

멸망의 위기에 처한 용들의 세계로 초대된 지우.
마지막 남은 용들과 용생한번 잘살아 보기 위해서.
지우의 유쾌한 용생 설계가 시작된다.

 
5. 사냥꾼과 사냥감 - 2
작성일 : 16-09-01 16:36     조회 : 541     추천 : 1     분량 : 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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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절벽을 노려보는 표정이 다부지다. 요즘들어 날개가 간질거리고 힘이 부쩍 실린 군청이가, 사뭇 도전적인 눈빛을 보였다.

 

 “쿠우우.”

 

 지우가 둥지를 떠나 사냥을 나선지 어느덧 삼일이 지났다. 얼마 안되는 시간 같지만 군청이에게 변화가 찾아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본래 어린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깡총거리며 도약을 해보던 군청이가 날개를 휘두르자 바람소리가 둥지에 퍼졌다. 빨강이와 노랑이가 그 소리와 행동을 영화관 팝콘먹듯, 고기 한조각씩 들고선 사이좋게 감상중이었다.

 

 “크릉. 크르릉?”

 “끼융. 끼유우?”

 

 식사가 아닌 간식의 개념인지 야금야금 먹고있자, 지나가던 초랑이가 둘을 타박하곤 군청이를 보는데 조금 걱정스런 눈치였다. 왠지 사고뭉치 동생을 보는 시선이라 군청이가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모여 잠에 취해 꿈나라를 여행중인지, 고롱고롱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파랑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홀로 있었다. 바로, 지우의 코트위에 웅크린채 누워있는 것이다.

 

 “카르르릉.”

 

 지우가 자리를 비워서 불안했던지, 지우의 냄새가 가득한 옷가지에 얼굴을 묻고 파랑이가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파랑이는 한동안 코트 위를 벗어나지 못할 듯 싶었다.

 

 “쿠우웅!”

 

 빨강이와 노랑이의 관전모드를 무시하며 비행용(?)을 꿈꾸는 군청이가 계속 메뚜기 마냥 폴짝거렸다. 나름 훈련의 효과가 있는지, 점차 바닥에서 떨어지더니 체공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쿠우! 쿠르르릉!”

 

 스스로 흡족한지 기분좋게 울음소리를 내는 군청이의 시선이 절벽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 * * * * *

 

 

 “삐루루루~!”

 

 사랑을 하는 남자는 열정적이라고 했던가? 여기, 숲속의 로멘티스트라 불리는 파랑새가 자신의 짝을 향해 힘차게 날게를 펼쳤다. 촤악, 햇살에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깃이며, 왕관처럼 자리한 붉은 깃털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촤악! 촥, 촥, 촥!

 부채춤을 추듯 날개를 번갈아가며 격렬한 몸짓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자태. 그 현란함에 암컷새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리며 호응하듯 노란부리로 지저귄다.

 

 “삐익? 삐이삐이!”

 “삐루루~!”

 

 둠칫, 둠칫 리듬을 타고 암컷새가 율동을 맞춰 꽁지를 흔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다른 수컷들이 여기저기 암컷새들을 유혹하고 다닐때도,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바라보았던 로멘티스트 순정수컷의 결실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삐루루룻~!”

 

 날 봐줘, 나의 춤을 봐! 숨이 부리끝까지 차오르지만 수컷의 본능이 멈추지 않게한다! 발을 굴러 가지를 흔들어 분위기를 더욱 살리는 기교를 더하자, 암컷새가 어멋! 이러면 안돼는데! 하면서 슬슬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삐루루!”

 

 격정적인 춤사위와 흥에 겨워 파랑새가 외쳤다.

 

 드드드드!

 그의 심장의 고동이, 비트가 다리를 타고, 가지를 흔들고, 이윽고 나무가 덜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암컷새가 갑작스런 재해에 당황해 했지만, 수컷은 구애행위에 심취해 주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우를 범했다. 오로지 쌀이 익어 밥이 되어간다는 확신에 멈추지 않을 뿐이다.

 

 쿠그그그그! 콰자자작!

 

 “삐루루?”

 “삐이익?”

 

 마침내 항거 할 수 없는 재해가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수컷의 내 집 마련의 꿈이었던 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옆으로 내동댕이 쳐진 것이다.

 

 “삐루루루―!”

 “삐에에에에―!”

 

 파랑새 예비 신혼부부의 단말마를 짓밟고 거대한 덩치의 그림자가 숲을 파괴하며 나타났다. 붉게 충혈된 눈과 날카로운 이빨들이 가득한 주둥이에서 흘리는 침들이 비처럼 흩어졌다.

 

 “쿠오오오오―!”

 

 오로지 전진뿐이라며, 남자는 직진이라는 신념으로 흑색의 털을 지닌 마수가 앞을 가로막는 모든것을 밀어 버렸다. 그 불도저 같은 어깨치기에 나무들이 조각조각 허공을 날아다녔고,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두 도망자가 있었다.

 

 “허어억! 허억! 저, 저런 무식한!”

 “케에에! 케엑!”

 

 지우와 사슴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뒤를 쫒는 자연파괴자 흑곰을 보았다. 숲에 들어오면 작은 덩치인 자신들이 유리할거라 생각한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이 곳이 상식은 비상식으로 바뀌는게 얼마나 쉬운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저 덩치를 얕본 그들의 실수였다.

 

 콰자자작!

 흑곰이 어깨 치기 한방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몸져 누웠고, 앞발 한번 휘두르면 커다란 바위들이 공깃돌 마냥 허공을 널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흑곰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게 고작인 것이다. 숲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낮잠 한번 깨웠다고 이지경이라니…! 두번만 잘못 깨우면 아주 대지를 아작 내겠다아!’

 

 휘이익!

 귓가를 머리통 만한 돌이 스쳐지나가 굴러간다. 제대로 맞았다간 그대로 저승행이다. 부지런히 발을 놀려 최대한 거리를 벌려보려 애쓰지만, 흑곰의 그림자가 점점 지우를 잠식해 온다.

 

 “헉, 헉! 여기서 죽을쏘냐!”

 

 빠르게 눈앞에 다가오는 장애물들을 피했다. 숲의 아름다움을 구성하던 기괴한 바위를 뜀틀마냥 뛰어넘고, 올곧게 자라난 나무들을 리듬게임 마냥 최소한의 스텝으로 피해낸다. 지우 스스로도 감탄할만한 훌륭한 몸놀림이었다.

 

 “케엥?”

 

 오죽하면 옆에서 사력을 다해 같이 뛰던 사슴마저, 저게 인간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쿠아아아아!”

 

 한번만 다리가 꼬여도 뒤를 잡힐 것이다. 최고조에 다다른 집중력으로 길을 찾아내 요리조리 달려가던 지우가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온 녹색줄기와 붉은 장애물을 거의 본능적으로 피해내며 두손으로 집고 넘어섰다.

 

 ‘방금 뭐였지? 어디서 많이 보던…’

 

 우지지지직! 쿠콰가가가갓!

 

 스스스슥! 촥촥촥!

 

 분명 최근에 어디선가 봤던 것 같아서 기억을 더듬을 때였다. 땅을 끄는 소음과 함께, 지우의 오른쪽에 불쑥 꽃봉오리가 튀어나왔다. 붉은 바탕에 노란색 점들이 장식된 익숙한 녀석이었다.

 

 “식충이?”

 “케엥?”

 “……”

 

 꾸물꾸물 뿌리들이 지우의 눈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지우의 부름을 알아들었는지 식충식물의 봉우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식충은 졸지에 당한 횡액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가롭게 낚시꾼 마냥 미끼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숲의 폭군인 흑곰이 활동영역을 벗어나 식충식물 군락지역에 들어온 것이다.

 

 평소에 흑곰은 이쪽 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식충식물 군락이 단체로 뿜어내는 기묘한 달달한 냄새를 싫어했던 것이다. 게다가 조금만 더 이곳을 벗어나면 황룡의 거처가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흑곰이 침범할 일이 없었다.

 

 촤라락! 스스스!

 그럴텐데, 그럴진데. 저 망할 인간이 숲의 균형을 무너트린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보니 분명 어제 낚시에 실패했던 먹이감임이 분명했다. 더더욱 열불이 치솟는다.

 

 “헉, 헉, 허억!”

 “켁, 케엥, 케엑!”

 “……”

 “쿠오오오옹―!”

 

 뒤를 쫒는 마수 흑곰.

 쫒기는 짐승, 인간, 식충식물.

 

 기괴한 조합에 때아닌 흑곰의 지랄발광을 피해 달아나던, 숲의 동물들이 잠시 멈췄다. 어디 가서도 돈주고 구경못할 조합인 것이다.

 

 오독. 오도독.

 마침 숨막히는 추격현장과 동떨어진 안전지대에서, 다람쥐 한가족이 나뭇잎을 바닥에 깔고는 도토리를 하나씩 들어서 냠냠 까먹는다. 역시 불구경 다음에 싸움구경이라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서 까먹는 도토리가 그렇게 고소할수 없었다.

 

 “……”

 

 이대론 있을수 없다. 식충이는 분명 피해자였다. 그러니 이번 사건에서 빠지는게 옳다. 생각을 정한 식충이가 행동에 옮겼다. 빠른 실천과 행동력!

 

 츄아악! 휘리리릭!

 신축성있게 뻗어나간 줄기가 멀리 떨어진 나뭇가지에 돌돌 말렸다. 느껴지는 감촉이 단단하게 잘 붙잡았음을 확인한 식충이가 옆에서 살겠다고 애쓰는 불쌍한 중생들을 보았다. 갑작스런 식충이의 행위에 움찔한 둘이 의아한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대로 떠날수도 있지만…억울했다.

 

 우물우물.

 

 “헉, 허억! 허…억!? 뭐, 뭐야!”

 “케엥!?”

 “퉤엣! 퉷!”

 

 정확한 일점사가 깔끔한 헤드샷을 성공시켰다. 녹색체액을 뒤집어 쓰고 앞이 보이질 않게된 인간과 짐승이 당황해서 머리를 흔들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을테지.

 

 “키키, 키에엑!”

 “저, 저거 분명 비웃은거 같은데!”

 

 줄기에 힘을 주어 되감아 올리자, 식충이의 몸이 허공에 떠 크레인에 매달린 인형마냥 딸려 올라간다. 어느정도 허공에 떠오르자 식충이가 다른 줄기를 뻗어서 다시 행위를 반복했다. 줄기 촉수를 이용한 공중 고속이동! 식충이가 현장을 빠르게 이탈해 사라져 갔다.

 

 터억. 턱.

 

 “우아아아악!!”

 “케엥!!”

 

 마침내 불상사가 벌어졌다. 간신히 식충이가 선물한 녹색액체를 털어낸 둘이, 길게 쓰러져있던 나무를 발견하지 못하고 걸려 넘어진 것이다. 바닥에 깔린 풀에 미끄럼을 타듯 길게 슬라이딩한 지우가 욱씬 거리는 가슴을 매만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망할…, 다 끝났구나!”

 

 크우우우우오!!

 적의가 가득 담긴 포효가 공기를 떨게 한다. 차마 뒤돌아 볼 용기가 생기질 않지만, 힘을내어 고개를 삐걱이며 뒤를 돌아 보았다.

 

 “크후우우욱! 크후욱!”

 

 흑곰의 흥분에 겨워 내뱉는 숨이 지우의 얼굴에 닿는 것 처럼 느껴졌다. 분명 20M 정도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지척인양 그 적의가 느껴져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 틀렸구나 싶어서 주저 앉았는데 흑곰이 움직이질 않았다.

 

 ‘다잡아 놓은 고기인데…움직이질 않는다?’

 

 흑곰이 주저하는게 그제서야 느껴졌다. 한발을 내밀려다가도 다시 움츠리고 뒤로 뺀다. 그 한발이 경계인양 꺼려하고 있었다. 무엇이 흑곰을 고민하게 하는 것일까. 지우의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주변을 살폈다.

 

 ‘분명 이유가 있겠지. 뭐지? 뭐가 널 막아서는 거냐...’

 

 흑곰을 배경으로 숲의 경계가 보인다. 시선을 돌리면 안될 것 같지만 상황파악을 위해 지우가 흑곰에게서 고개를 돌려서 점차 뒤로 향하더니 탄성을 내질렀다. 이유가, 이유가 분명하게 있었다.

 

 “…용의 둥지.”

 

 그랬다. 익숙한 숲의 초입과 비탈길이 시작되는 산을 따라 시선을 올리면 여기선 가려져 보이질 않는 동굴이 보일 것이다. 바로 용의 둥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흑곰이 두려워했던 이곳은 황룡의 거처가 존재하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쿠우우우!”

 

 황룡은 상처를 입고 시름시름 앓다가 이미 죽었지만, 흑곰이 그 사실을 알리 없다. 진하게 풍겨오는 황룡의 냄새와 기운에 흑곰이 크르릉 낮게 신음 같은 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해야되는가. 그는, 흑곰 자신은 황룡의 거처에 접근해도 되는 것일까? 만일 황룡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면 ‘용의 분지’에서 추방 당할지도 몰랐다.

 

 “크우우우…”

 

 그 사실을 깨달은 흑곰이 지우를 한참을 노려보더니, 아쉬움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그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육중한 몸이 지우의 눈 앞에서 사라져간다. 숲을 헤집고 거칠게 움직이는지 여기서도 숲이 요동치는게 보였다.

 

 “살았다…살아 남았어.”

 

 흑곰의 보금자리 공터와 둥지산의 거리는 분명 하루였다. 그러나 하루라는 시간은 지우가 조심, 또 조심하며 움직여서 하루가 걸린 것이다. 마수에게 쫒겨 정신없이 달렸더니 몇시간도 안걸려서 주파한 것이다.

 

 “후아아!”

 

 안도감에 털썩 누웠더니 이제야 살았다는 실감이 났다. 지우가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게 맞았다. 그러나 놓쳐선 안될 사실이 여기에 숨겨져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사력을 다한 전력질주로 몇시간을 뛰었다. 그런데 숨도 거칠어지지 않는다? 분명 전력질주 도중에 보여준 반사신경과 운동능력도 절대 보통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지우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뭔가…변한 건가.”

 

 아마도 그 시작은 둥지에서부터. 이유는 알수없지만 운과 지금의 신체능력이 지우가 살아남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렇게 운 좋게 살아남는구나…! 아, 식충이… 망할녀석…!”

 

 다음에 보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 절로 이가 갈렸다.

 

 상황이 정리가 되자, 잊고 있던 목적이 떠올랐다. 지우가 둥지를 떠난 이유. 용의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사냥출정이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이런 험난함 이라니.

 “…사냥이라. 어디서 사냥감을 찾지. 저런 괴물 같은 녀석들을 피해서, 만만한 사냥감을 도대체 어디…에서?”

 

 그러고 보니 한마리 있었다.

 

 “케엥?”

 

 숨을 헐떡이며 주저 앉아있던 사슴이 지우의 시선을 느꼈는지 마주봤다. 방금전까진 훌륭한 도주 동료였으나 비상사태가 끝났으니 동맹은 끝났다. 이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인것이다. 사냥감과 사냥꾼으로.

 

 “…케우웅.”

 “우리도 시작해볼까?”

 “……!!”

 

 초식동물은 언제나 예민해야 된다. 특히 주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육식동물에게 한끼 식사로 전락하고 마는 신세이니 당연했다. 그런 사슴의 육감이 외치고 있었다. 커다란 맹수를 피했더니, 작은 맹수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파파팍!

 사슴과 지우의 제2차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냥, 우리! 쉽게 가지 않으련!!”

 

 지우가 전력을 다해 뒤를 쫓고 있지만 사슴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지우도 평범함을 벗어난 체력과 운동능력이지만 사슴의 운동능력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당장 거리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지만 지우는 답답했다.

 

 ‘여기서 놓이면! 숲으로 들어가면 힘들어져!’

 

 사슴이 달아나 숲에 숨어 버리면 동물들의 특성상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유의 동화 능력으로 숲과 하나가 되어버리면 지우 입장에선 답이 없었다. 따로 추적술을 익힌것도 전문적인 사냥꾼도 아니니 여기서 잡아야 한다.

 

 ‘제발…! 멈춰줘!’

 

 예전같으면 사슴을, 동물을 죽이겠다는 마음자체를 품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지우에겐 절실함이 있었다. 죽은 어미용을 대신한 책임감이, 어린 녀석들이 지우의 간절한 바램을 부채질 했다.

 

 “케에엥!”

 

 사슴이 숲의 초입에 다다르자 기쁨에 겨워 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앞으로 몇 발자국, 몇 번의 뜀으로 사슴은 숲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삶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초랑이는, 빨강이는! 파랑이, 군청이, 노랑이, 검둥이는……!!

 

 ‘그럴순 없지!’

 

 터더억. 타아악.

 사슴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이제 지우의 눈앞에서 도망에 성공할 것이다.

 지우는 그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이대로 사슴을 보낼순 없었다. 더 빨리, 더욱더 빠르게 녀석을 가로막는 벽이 되어야 한다.

 

 “크아아압!”

 

 쭈우우욱!

 간절함이 심장을 격렬하게 뛰게 하자, 지우의 신형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잔상을 남겼다. 주변 사물들이 물에 번진 수채화마냥 흐릿하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지우가 꾸욱 참아내고 창의 보호가죽을 벗겨낸다. 그와 동시에 팔을 들어서 단단하게 붙잡은 창을 내찔럿다.

 

 푸우우욱!

 

 “…크륵!”

 

 모든 동작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뒤를 잡으며 안타까워 했던 지우가 흐릿하게 사라지더니, 사슴의 앞을 가로막은 것과.

 생존의 기쁨에 신이난 사슴이 더욱 껑충 뛰어올랐고, 지우는 그대로 창을 뻗은 것이.

 그리고 관통되었다.

 

 “…어? 어어!?”

 “…그르륵…”

 

 사슴이 목을 뚫고 삐져나간 창대에 발버둥친다. 괴로움에 신음하며, 가래끓는 소리가 지우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그제야 멍하니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던 지우의 눈동자가 선명한 빛을 되찾는다.

 

 “이게… 방금 뭐였지?”

 

 뚝. 뚜욱.

 주르륵 지우가 쌍코피를 흘리며, 점차 충열되어 빨개진 눈동자로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코피가 턱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귓가에서도 피가 조금씩 흘러나와 귓불에 맺힌다.

 

 풀썩.

 지우와 사슴이 동시에 대지에 쓰러졌다.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고 시야가 흐려져가자, 지우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대로 정신을 놓으면…기절하면 안되는데…’

 

 이곳은 둥지가 아니다. 보호를 받을수도 없고, 숲에는 온갖 기괴한 생물들이 존재한다. 정신을 잃은 지우와 혈향을 짙게 풍기며 죽어있는 사슴은 훌륭한 먹이감이다. 거저 먹는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안…돼…”

 

 입으로 소리를 내보아도 버틸 수 없었고, 지우가 새까만 어둠을 느끼며 마침내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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