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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디디! 라이프! (DDD! LIFE!)
작가 : 구름향
작품등록일 : 2016.8.22

멸망의 위기에 처한 용들의 세계로 초대된 지우.
마지막 남은 용들과 용생한번 잘살아 보기 위해서.
지우의 유쾌한 용생 설계가 시작된다.

 
5. 사냥꾼과 사냥감 - 1
작성일 : 16-09-01 12:43     조회 : 549     추천 : 1     분량 : 7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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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깥으로 통하는 길은 문의 말대로 복잡하지 않았다. 단순한 외길이었고 공기가 순환하는지, 얼굴을 스치는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반복적으로 걷기만 하면 되었다. 단조로운 길이라 조금 심심한걸 제외하면 말이다.

 

 ‘애당초 뭔가 특별한게 별어지면 안 돼지.’

 

 한참을 걷다가 휴식을 취할 겸, 적당히 자리를 깔고 엉덩일 붙였다. 체력적으로 지치진 않았지만 허기가 져서 더 이상 걷기가 힘들었다. 허리춤에 보관했던 고기를 한입 베어 물어 꼭꼭 씹어 삼킨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세끼를 먹는게 정형화 되어있다. 현대인이라면 하루 삼세번이 당연한 일이지만, 이곳에 적응한 지우는 한번이면 족하다. 주식으로 삼고 있는 날고기가 가지는 포만감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식량은 그렇다 치고… 물을 생각 못했어. 뭐, 이틀 정돈 괜찮겠지?’

 

 재해나 인재로 고립된 사람들의 말을 생각해보면 이틀정도는 괜찮을 테다. 당장 지우의 몸 상태를 봤을땐 그 정도는 거뜬하게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목이 마른 것은 별개였지만.

 

 “크흠! 아, 목말라…”

 

 고기를 씹어 우물거려 보아도 쉽게 목마름이 가시진 않는다. 푸른보석을 등불삼아 적당히 몸을 눕힌 지우가 둥지에 있을 꼬맹이들을 생각했다. 아이들의 위협할 위험은 둥지엔 존재하지 않으니 잘들 지내겠지만 걱정이 들었다.

 

 ‘초랑이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왠지 초랑이의 가늘고 높은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아서, 지우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최고참으로써 얘들을 감독하는 초랑이, 이에 따르는 나머지 아이들. 식량도 지우가 몇일 없어도 충분할 것이다.

 

 “아, 노랑이.”

 

 그렇게 안심하려던 찰나. 노랑이가 지우의 상상에 휙 나타났다.

 부푼양볼, 우물거리며 쉴새 없이 입을 움직이는 노랑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식량재고에 위기감이 닥쳐오자 지우가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괘, 괜찮을거야. 초랑이가 잘 해주겠지…아마도…”

 

 조금은 자신감이 결여된 지우가 잠을 청했다. 조금은 서둘러야 될지도 모르겠다.

 

 “후우…!”

 

 두 번째 식사 시간이 지났다. 식사를 기점으로 하루로 계산하면 이틀이 지난 것 이다. 조금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지우가 발걸음을 떼었다. 점점 길의 경사도가 올라가고 있어서 숨이 차올랐지만 괜찮았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 같기는 한데…! 출구가 얼마 남지 않은건가?’

 

 휘이이이!

 

 “웃차!”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지우의 몸을 바람이 차갑게 식혀 주었다. 조금 가파른 언덕을 손으로 짚어가며 넘어서자 저 멀리 눈부신 빛이 보인다.

 

 “출구다아! 드디어!!”

 

 드디어 동굴을 빠져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환하게 들어서는 빛을 보자니, 밖은 아직 한 낮으로 생각되었다.

 

 탁! 탁! 탁!

 절로 빨라진 걸음이, 이내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한다. 동굴의 어둠이 점점 물러가며 지우가 빛으로 물들어 갈 때. 화아악! 신선한 공기가 지우를 덮쳐왔다.

 

 “후웁! 하아!”

 

 달디 단, 공기를 가득 마시며 눈부신 빛을 손으로 막으며 찡그린 눈살을 펴보았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지우가 적응을 끝 맞췄을 때, 비로서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아…!”

 

 짧은 한마디를 끝으로 지우가 말을 잊었다. 녹색의 바다가 바람결에 출렁이며 풀내음을 실어왔다. 끝없이 펼쳐진 녹음 위로 몇몇 새들 무리가 창공을 노닐고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규모가 어마어마한 숲이 지우가 있는 산을 중심으로 애워쌓으며 처량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우와! 엄청나네… 나무들도 죄다 크기가 장난이 아닌데!?”

 

 주변 경관에 감탄을 내뱉던 지우의 눈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보였다. 그 묶은 세월을 짐작케 하는 굵다 못해 무슨 건물 같은 크기에, 지우가 입을 벌린 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용도 그렇고 여긴 스케일이 모두 남다른 것인가 싶었다.

 

 ‘조심해서 움직여야겠는데.’

 

 숲이 크면 그 곳에 기거하는 동물들도 평범하진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용이 잡아온 동물들도 범상치 않은 크기를 지우에게 보여주지 않았던가?

 

 ‘조심, 또 조심하자…!’

 

 지우는 스스로의 목숨을 소중히 하기로 했다. 홀몸도 아닌 딸린 식구까지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아니, 애초에 자기 목숨인데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게 단단히 다짐을 했던 지우가 숲들 사이에 불록 튀어나온 언덕을 찾았다. 검은 풀들이 잔디처럼 깔린 완만한 언덕이었는데,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었다.

 

 ‘저길 기점으로 사냥을 시작하자. 적당히 이정표도 될 테니까. 괜찮겠어.’

 

 지우가 서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 이다. 멀리 떨어진 산들도 존재하지만 적당한 거리에서만 움직일 생각인 지우에겐 적당한 거점이었다. 대충 눈대중으로 봤을땐 하루면 충분히 도달할 위치였다.

 

 ‘가는 도중에 사냥감이라도 발견하면 더 좋을텐데!’

 

 지우는 살아생전에 단 한번도 사냥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자연다큐등을 좋아해서 방송상 몇 번 보긴 했지만 실제 경험이 있을리 없었다. 도시에 사는 일반인들이 어디가서 사냥을 해보겠는가? 사냥감을 발견해도 잡을 순 있을지 걱정이었다.

 

 비탈길을 내려와 숲으로 진입한 지우는 높은곳에서 내려다 볼때와 달리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위에선 마치 바다와 같이 숲의 표면을 보았다면, 지금은 그 안을 살펴보게 되어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나머들이 전부 질릴 정도로 크진 않았다. 큰 나무를 주변으로 작은 나무들도 옹기종기 모여서 군락을 이룬고 있었다. 물론, 작은 나무라고 해도 그의 눈엔 커 보였지만 말이다.

 

 각양각색의 들꽃들과 사방을 날라 다니는 벌레들. 숲을 뚫고 광명을 비추듯 쏟아지는 햇살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음… 저건 피해가자.”

 

 달려드는 날벌레를 손으로 쳐내며 걷던 지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곳을 바라보았다.

 붉은 색을 바탕으로 알록달록한 노란 점들이 장식된 꽃 봉우리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고운 자태로 지우를 유혹하듯 살랑살랑 꽃줄기가 흔들린다. 그리고 그 모습에 더욱 지우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바람 한점 안부는데 흔들린다라…거기다가 저런 유형의 식물을…본적이 있었지.’

 

 아래로 쳐진 꽃봉오리에서는 꿀이라도 흐르는지 끈적한 액체가 바닥을 적신다. 정말 꿀이라도 되는 것인지 달콤한 내음이 지우를 유혹했지만, 그는 돌을 주어들곤 꽃의 바로 앞에 던졌다.

 

 투욱. 데구르르르.

 돌멩이가 바닥을 굴러 꽃봉우리 앞에 도달한다. 잠시 몇초의 정적이 흘렀고, 지우가 자신이 생각했던것이 틀렸나 싶어서 경계를 한단계 낮추려할 때 였다.

 

 쩌어어억!

 지우의 눈치를 보던 꽃봉우리가 괴물의 아가리처럼 쩌억 벌어지더니, 지우가 던진 돌멩이를 순식간에 덮쳐 물었다. 길가에 난, 어여뿐 꽃인양 가만히 있던 줄기들도 꿈틀거리며 촉수처럼 사방을 휘젓는다. 마치 주변에 떨어진 맛있는 먹이를 찾는 괴물처럼 보였다.

 

 “…아니, 이만하면…괴물이 맞지.”

 

 오지의 숲이나, 늪지대에서 발견된다는 식충식물.

 

 지우가 흉포한 기세로 꿈틀거리는 녀석을 어디선가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확하게 본 것 같았다.

 얌전히 대지에 뿌리내려 영양분을 흡수하는 평범한 녀석과는 다른 식물계의 맹수. 스스로 사냥을 하거나 함정을 놓는 식물의 진화체였다. 단순한 식충식물이라면 상관없다. 인간의 입장에선 그냥 신기한 식물이구나 하며 지나가면 되었다.

 

 하지만 지우는 그럴수가 없었다. 그가 알고있는 식충식물과는 크기가 남달랐던 것이다. 숲이 크다고 저런 녀석까지 사람을 위협할 크기라면…, 이곳은 절대 평범한 숲이 아닐 것이다.

 

 “아오... 긴장 제대로 타야겠다아…”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지우가 조용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만일, 숲의 아름다움에 빠져 식충식물을 모르고 지나쳤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면 할수록 오한이 밀려온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생존기가 될 것 같았다.

 

 

 * * * * * *

 

 

 숲이라 그런지 어둠이 더 빠르게 찾아왔다. 바닥에서 야영을 하기에는 이전에 거대 식충식물을 봤던 터라 불안했다. 지우는 주저없이 나무를 타고 올랐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지.’

 

 절벽을 오른 경험이 있어서인지, 나무를 오르는게 수월했다. 적당히 지상에서 떨어진 위치에 도달한 지우가 가지에 몸을 뉘였다. 가지가 튼실하고 넓어서 의외로 괜찮은 느낌이었다.

 

 찌르르르.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노랫소리처럼 들려오자 스르르 눈이 감겨온다. 둥지에 비해 기온이 낮은지 조금 쌀쌀한 느낌이었다.

 

 스륵. 스륵.

 지우가 막 꿈나라로 입장하려는 무렵이었다. 땅을 끄는 기묘한 소리에 지우가 눈을 떴다.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지우가 있는 나무를 지나가려는 모양이다. 궁금함과 경계심을 갖고 내려다 보니, 황당한 광경이 보였다.

 

 스르륵.

 낮에 보았던 식충식물이 뿌리를 다리처럼 사용해서 땅을 스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식충식물의 움직임이 여간 자연스러운게 아니다. 아마도 낮에는 숨을 죽이고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덮치고, 어두운 밤에는 직접 사냥에 나서나 보다.

 

 ‘아 정말 가지가지 한다…’

 

 적극적인 녀석을 내려다 보며 지우가 황당해 하던 말건, 식충식물이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지우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녀석의 근처를 살펴보니, 작은 토끼 한마리가 겁도 없이 접근중이었다.

 

 ‘감각이 엄청 예민한가 본데? 땅의 진동을 느끼는 건가?’

 

 폴짝 거리며 뛰던 토끼가 달콤한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벌름거렸다. 그러더니 스스로 지옥의 아가리로 몸을 던지는지도 모르고 식충식물 근처에 다다른다.

 

 “끼이잇…!”

 

 토끼는 예정된 운명에 옭아 메어졌다. 가만히 있던 식충식물이 촉수처럼 줄기를 뻗어 낚아 챈 것이다. 어찌나 빠른지 채찍처럼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지우가 있는 곳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줄기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토끼의 노력이 무색하게, 식충식물의 벌어진 입으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

 

 이 모든걸 지켜본 지우가 조용히 다시 잠을 청했다. 설마 나무를 타고 올라올까 싶었지만 시험해볼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불안감을 애써 잠재우며 지우가 숲에서 하루를 보냈다.

 

 찌릇! 찌르릇!

 시끄러운 새의 지저귐에 지우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지우의 움직임에 놀라서 도망간다.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다행히 제 시간에 일어났다.

 

 “…없네. 다른 곳으로 이동한 건가?”

 

 간밤에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만약 일이 벌어졌다면 지우가 멀쩡하게 아침을 맞이하진 못했을 터였다. 마지막 남은 고기를 모두 해치운 지우가 다시 대지에 발을 디뎠다. 이젠 다시 이동해야 했다.

 다행히도 검은 산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었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커다랗게 솟은 검은산이 지우의 시야에도 보인 것이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냐…”

 

 가끔씩 자신의 존재를 잊지말라는듯, 식충식물 몇몇이 순수한 꽃인양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지만 지우가 먼저 발견하고 피해버렸다.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다 보니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상당히 넓어서 축구장 네다섯배는 되어 보였다.

 

 “이게 멀리서 봤던 산인가?”

 

 넓은 공터의 중심에는 지우가 이정표로 삼았던 작은 언덕이 있었다. 작다고 표현했지만 10m는 넘을 것 같았다. 산이라 부르긴 애매하고 언덕이라고 해야 할까? 무릎까지 자라난 잡풀들을 헤치며 접근하자 언덕을 뒤덮은 검은 풀들이 고르게 자라나 있었다.

 

 “잔디 같은건가?”

 

 일정한 길이로 자라는 식물종인가 보다. 지우가 손으로 가볍게 쓸어보니 햇빛을 받아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이 꼭 동물의 갈기털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식물인데 윤기가 흘러?’

 

 지우가 손바닥을 꾸욱 눌러보자 팔목까지 쑤욱 들어가다 멈췄다. 풀이 자라난 땅이라 생각하기엔 온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래, 이건 꼭 살아있는 생명체의 체온 같다고 해야 할까?

 지우의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보니…작은 산, 아니 언덕 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둥글다.

 

 ‘그래, 꼭 몸을 둥글게 말은 짐승처럼?’

 

 크우우우우.

 심상치 않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언덕이 점점 일어서는, 있을 수 없는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믿을 수 없는 기적에 지우가 한탄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러지마.”

 

 11M…, 12M…, 13M… 커져가던 덩치가 최종적으로 20M에 도달했다. 살아있다는 생명체의 권능인 숨쉬기를 하는지 덩치가 조금씩 유동한다. 지우는 움직이는 동산을 향해 울상을 지었다.

 

 “크우우오오오―!”

 

 슬쩍 쳐진 앞 발과 튼실한 두 다리.

 검은 털의 거대한 짐승이 포효하며 울부짖었다. 숲의 주민인 거대한 마수 ‘짓이기는 발톱’ 흑곰이 단잠에서 깨어났다. 그것도 본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아니야! 다시자! 아니 주무십시오!’

 

 지우는 녀석이 다시 잠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했다. 다행히 녀석이 아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잠이 덜깨서 정신이 없었는지 거대한 앞발로 배를 긁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주변을 인식하지 못했어! 일, 일단 숨고 보자!’

 

 숨을 죽이고 납작 엎드린 지우가 때마침 눈에 들어온 바위를 발견하곤 뒤로 숨어들어갔다. 바짝 몸을 붙인 지우가 제발 이대로 조용히 흑곰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길 빌었다.

 

 “그냥 넘어가라. 넘어가라. 넘어가라…”

 “케엥.”

 

 혹여나 돌에 부딪혀 쇳소리라도 날까봐 앞으로 돌려 멘 창대를 단단히 부여잡던 지우가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짙은 갈색 털을 지닌 웬 사슴 한 마리가 지우를 휘둥그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

 “......”

 “크우우우!”

 

 서로 놀라서 잠시 아무 말 없이 상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흑곰이 울부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슬그머니 고개를 빼어 동태를 살핀다. 암묵적인 합의가 종을 초월하여 맺어진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크우우우오오오!”

 

 개운하게 잠을 자던 마수 흑곰은 용의 분지 내에서도 덩치와 힘에서 상대가 없는 포식자였다. 보통 마수화로 각성한 마수들은 그 성격이 포악하게 변했으나, 각성 전에도 온순했던 흑곰은 성격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저 가끔씩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빈도가 심해진 정도라고 할까?

 

 “크우우우!”

 

 그때문일까? 마수답지 않은 성격을 알아본 분지의 주인 황룡에게 인정을 받고, 나름 이곳에서 복지(?)를 누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중 이었다. 건드리는 귀찮은 녀석들도 없겠다, 황룡은 적당히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춰주면 무관심한 편이니 이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

 

 그런 흑곰의 파라다이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낮잠. 둘 째도 잠이요. 셋째도 잠이니라. 그 꿀맛 같은 단잠은 흑곰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마수생활 50년.

 

 “크우! 크우우!”

 

 겁도 없이 무언가가 흑곰의 몸에 손을 댄 것이다. 그 것도 하필이면 꿈에도 그리던 옆 동네 흑순이와 므흣한 관계로 진도가 나갈 타이밍이었건만! 분노가, 슬픔이, 안타까움이 합쳐져 애꿎은 주변에 짜증으로 풀려나기 시작했다.

 

 “크우오!”

 

 어떤 발칙한놈이 그를 깨웠단 말인가!

 

 콰가가가각!

 강력한 앞발 휘두르기에 공터에 밭고랑이 생긴다.

 

 “캬우우!”

 

 그 누가 소박한 자신의 욕망을 방해했단 말인가!

 

 우지지직! 콰드드득!

 태권도의 유려한 발차기 마냥 짧은 뒷 다리가 숲의 아름드리 나무를 수수깡마냥 분질러 버렸다. 우지직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땅에 몸져 누우면서 흙먼지가 피어 오른다.

 

 서슴없는 자연파괴에도 짜증섞인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고, 드디어 흑곰의 최종기술인 ‘밥상 엎어버리기’가 눈에 띄인 불쌍한 바위를 향해 시전되었다.

 

 “쿠오오오!”

 

 ←↓→↓↓↑↑!! 어느 누가봐도 깔끔한 동작과 기술이 펼쳐졌고.

 

 휘이이익! 쿠우우우웅!

 하늘을 날아오른 바위가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멀리 사라져, 마지막 단말마를 남기고 처박혔다.

 

 “……”

 “......”

 “…크우우?”

 

 됐어, 이제 하얗게 불태웠다며 시전기술에 흡족해 하던 흑곰.

 떨리는 두 눈으로 흑곰을 올려다 보는, 한 마리와 사슴과 인간.

 

 “크르르르릉.”

 

 흑곰이 범인을 찾았다는 표정으로 히죽 웃으며 양손에 튀어나온 발톱을 서로 마찰시켰다. 푸줏간 주인이 탐스러운 고깃덩어리를 어떻게 해체할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지우와 사슴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슬쩍 다리를 뒤로 빼었다.

 

 “튀, 튀어!”

 “케엥!”

 

 동시에 둘이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직 두 생명은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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