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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6화. 찌찌 (6)
작성일 : 17-11-29 00:0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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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찌 (6)

 by 하얀그림자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난 공중에서 제법 균형을 잃지 않을 만큼 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은 반대로 무거워만 갔다. 이 기쁜 일들을 이야기할 곳이 엄마밖에 없었던 탓이다.

 

  왜 그런지 그 동안 히호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나도 나는 연습을 하느라 히호를 찾을 여유가 없기도 했고, 사실 아직 제대로 날지도 못하면서 히호를 찾으러 섬을 누빌 수는 없다는 게 가장 컸다. 그렇다고 다른 호랑이가 머무르고 있는 그 공터로 갈 수도 없는 노릇.

 

  도대체 히호는 어디로 간 걸까? 왜 어서 나타나지 않고 저 호랑이를 내쫓고 우리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걸까?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 물음들은 대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렇게 지루한 하루하루가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해서 흘렀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모를 끈질긴 물음들이 가지를 치고 자라나 이젠 이 물음들로 나무 한 그루를 세워도 되겠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난 오늘도 연습을 하다가 아침부터 시작된 히호 생각에 오랜만에 조금 쉬기로 했다.

 

  이젠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날아내리기만 하고 있는 이유가 아무래도 히호 때문인 것 같았다. 히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나는 연습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잘못이었을까. 내 다리는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느새 바닷가로 날 이끌었다.

 

  나쁜 히호, 바보 히호

 

  앞에선 하지 않을 말들을 마음속으로 내뱉는 사이 난 백사장 바로 앞까지 다다른 상황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내가 왜 이곳에 서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나도 모르게 히호를 입에 담고 말았다. 오래전 나와 함께한 내 친구가 그곳에 있었다.

 

  “히호!”

 

  소리를 지른 순간 후회했다. 스스로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히호가 아닌 다른 호랑이가 날 돌아봤다. 내가 아는 히호는 저렇게 젊지 않다. 따라서 당연히 히호가 아니었다. 엄마가 말한 바로 그 호랑이였다. 빨리 도망쳐야했다.

 

  풀렸던 다리에 힘이 돌아왔고 난 재빨리 몸을 돌려 날개를 휘두르며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찌찌!”

 

  모든 감각을 다리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줄 알았는데 낮고 굵은 목소리가 비웃듯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저 호랑이도 내 이름을 알고 있다.

 

  설마 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 곳에 계속해서 머문다는 건 히호와 아는 사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 날 잡아먹으려 했던 호랑이들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건진 목숨인데 설마 하는 마음 하나로 히호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온 힘을 다해 다시 도망치려했다. 이런 내 귀로 호랑이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어왔다.

 

  “기다려 주세요! 전 제 아버지의 유언으로 이곳에 왔어요!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찌찌 맞죠!”

 

  설마는 이제 의심을 넘어 확신으로 변하려했다. 호랑이의 격앙된 말이 뒤따랐다.

 

  “제 아버지의 성함은 히호예요! 히! 호! 모르세요?”

 

  그와 함께 설마는 완연한 확신이 되었고 그 확신의 힘으로 도망치려는 마음을 거두고 호랑이를 향해 돌아섰다.

 

  미칠 것만 같았다. 머리 속에서 셀 수 없는 물음이 이리저리 뒤섞여 떠올랐다. 물음 하나가 떠올라 스스로 대답을 하려해도 그 물음은 이미 사라지고 또 다른 궁금증이 머리를 내밀었다. 아무거나 하나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그래야 입이 계속해서 열릴 것 같은데 그 첫 한 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게 다가온 어린 호랑이가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히호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미소였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전 히호 아버지의 아들인 야호라고 해요. 파랑새와 정말로 이런 친분을 쌓으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는데 정말이었네요. 그럼 아버지의 유언을 전해 드릴게요. 이제야 아버지도 마음이 편해지시겠어요. 휴.”

 

  순간 모든 게 지워지고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히호, 아들 그리고 유언. 묻고 싶었던 게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히호와 아들과 유언이라는 이 세 단어만으로 내가 품었던 모든 의문이 사라졌다. 나는 나았지만 히호는 결국 낫지 못했을 것이라는 뻔한 이야기.

 

  괜찮다면서. 간지러운 수준이라며. 흔한 일이라며. 난 정말 네가 괜찮은 줄 알았단 말이야. 왜 거짓말을 한 거야.

 

  금방이라도 터질 듯 눈가에 눈물이 잔뜩 고였다.

 

  “찌찌?”

 

  젊은 호랑이를 바라보았다. 히호의 아들. 그가 남긴 그의 또 다른 분신. 이렇게 보니 또 닮았다고 느끼는 건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찌찌!”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듣고 있다고, 행여나 눈물이 흐를까 간신히 말했다.

 

  “얘기해 줘요.”

 

  날 잠시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자신을 야호라고 밝힌 호랑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리고…,”

 

  흘러내리지 못한 눈물 덕분에 시야가 흐렸다. 그 덕분인지 야호의 목소리만은 히호의 목소리처럼 내 귓가로 선명하게 스며들었다.

 

  “내가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는 건 잘 알아. 네가 날아오르는 모습도 지켜볼 수 없게 됐으니까. 약속은 찌찌가 했는데 내가 지킬 수 없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날 수 있지? 비록 현실에선 안 되겠지만 찌찌 말대로 정령이 될 테니까 분명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고 있다고 믿고 꼭 날아 줘. 그 옆에서 내가 항상 지켜보고 있을게.

 

  끝까지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파랑새로, 아니면 네가 호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정령이 되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찌찌가 정령이 돼서 내 곁으로 오길 기다릴게. 파랑새들은 정말 오래 살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 땐 같은 정령의 모습으로 함께 지내자.

 

  확실히 죽을 때가 되니 할 말만 많아지는 것 같아. 아마 이건 내가 내 삶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기고 가는 게 많아서 그럴 거야. 찌찌 넌 그러지 않을 거라 믿어.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렇게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정말 아직 완성하지도 못해서, 언젠가 찌찌가 날게 되면 그 선물로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그거 하나는 정말 너무 억울하다. 어렸을 때 나한테 발 왜 다쳤냐고 물었던 거 혹시 기억 나? 사실 자주 다쳤었는데 다행히 그 때만 네가 발견했지. 그거 너 몰래 뭐 좀 만드느라 그랬던 거야. 하늘을 날게 됐는데 막상 날게 됐을 때 하늘밖에 느낄 게 없을까봐 하늘 어디에서도 볼 수 있도록 만든 곳이 있어. 날게 되면 그곳에 꼭 와줬으면 해. 날게 되면, 그곳에서, 그냥 한 번만, 많이도 필요 없어. 그냥 한 번만 내 생각 해 줘. 나라는, 히호라는 호랑이가 있었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 그냥 한 번만.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정말 많이, 좋아했어.”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울음소리도 참을 수 없었다.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온몸을 뒤덮었다.

 

  갑자기,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딨어. 이 나쁜 놈아!

 

  욕이라는 게 난생 처음 가슴 깊숙한 곳에서 튀어나왔지만 내뱉을 곳이 없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사라지셨어요. 이미 의식도 없으셨는데 그 몸으로 어딜 가셨는진 모르겠지만요.”

 

  야호의 말이 언제 끝났는지 그리고 야호가 말을 마친 후 언제 떠났는지는 모르겠다. 히호의 마지막 말들을 되새기기에 바빴다. 언젠가 시간이 한참 흐르면 당연히 잊혀질 게 두려웠다. 하지만 절대로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 밤이 새도록 히호를 떠올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밤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너무나 무심히 잔인할 만큼 빠르게 흐르고 또 흘렀다.

 

  “이름이 찌찌라고?”

 

  부리는 열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만나게 돼서 반갑다. 난 히오라고 해.”

 

  “아, 안녕?”

 

  한 번 더 대화가 오고 나서야 힘겹게 인사말이 나왔다. 너무 부끄러웠다. 이상한 기분이 온 몸을 휘감는 느낌. 출렁일 듯한 파란 깃털을 지닌 파랑새 히오를 보고 있으면 그랬다. 엄마의 소개로 만난 히오는 그 이름도 그랬지만 약간 굵으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히호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지낸 지난 긴 나날들이 이상할 만큼 난 히오에게 빠져들었다.

 

  사실 난 히호가 만든 그 곳에서 영원히 지내려 했다. 히호가 날 위해 만들어준 그 공간은 내가 처음 날아올랐을 때 죽어도 히호를 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웠다.

 

  처음 날아올라 아찔한 기분으로 하늘을 만끽하던 내 눈으로 섬의 중간쯤 우뚝 솟은 바위산이 들어왔다. 원래 투박한 바위들만 비죽비죽 솟아있던 곳이었는데 정상은 그 사실이 어색할 만큼 많은 꽃들로 뒤덮여 있었다.

 

  이름모를 꽃들은 단 한 송이도 예외 없이 모두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날지 않고선 오르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도대체 누가 와서 꽃들을 이렇게 심어놓았을까 생각한 순간 히호의 다친 발이 떠올랐다. 그 발을 몰랐던 건 아니다. 다만 항상 다쳐있었기에 원래 그런가보다 생각했을 뿐이었지. 히호는 오르기도 힘든 이곳을 흙으로 덮고 그곳에 꽃까지 심어놓은 것이다. 난 단번에 이곳을 알아차렸다.

 

  그 산의 중턱 즈음,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은 꽃들이 자라 빼곡하게 빈틈없이 바위를 뒤덮은 공간에서 큰 뼈들을 발견했다. 아마도 히호의 것이겠지. 이상하게 그곳만 꽃들이 많아 구경하러 갔는데 그곳에서 히호의 흔적을 찾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했는데 이곳에서 자신의 삶을 끝낸 모양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여느 때처럼 그곳에서 지는 해님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호가 그네들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생활하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내가 다른 파랑새를 만날 수 있게 할 만큼 큰 힘으로 다가왔다.

 

  이건 내가 히오를 만나는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다. 히호가 그랬던 것처럼 히호가 내게 바라고 있을 모습이라고 확신한다. 난 엄마를 통해 히오를 만났고 자식을 낳았다. 그리고 지금 난 매우 행복하다. 너무나도 보고 싶은 히호지만 히호는 분명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 정령으로 날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나 역시 행복하게 이 삶 열심히 누리고 히호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래야 히호를 볼 낯이 생기리라 생각했다.

 

  이미 오래 된 이야기지만 앞으로도 오래도록 영원히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이젠 잠시 모든 걸 접어두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가끔씩 꺼내볼 생각이다. 이런 추억도 갖고 있지 않을 옛 친구들 리리, 꾸꾸, 요오, 시시들에게 자랑을 하면서. 그리고 비록 결과가 나빴지만 그런 추억을 만들고 있었을 새미를 애도하며.

 

  난 힘차게 날아올랐다. 히호의 유언을 듣고 이틀째가 되던 날, 마침내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날아올랐던 것처럼. 혹시 모른다. 정말 정령이 된 히호가 날 밀어주고 있는지도. 이 공기가 바로 히호의 움직임일 수도 있다. 난 여태까지 날아오르지 못했고, 히호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날 수가 있게 됐으니까.

 

  푸른 하늘이 내게 손짓한다. 히호가 남기고 간 새파란 환상의 세상 위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춤을 추고 내 시야가 흐려진다. 더 이상 울지 않기 위해 마지막 눈물을 흘리기로 한다. 하늘이 파랗게 꽃들도 파랗게 그리고 나 역시 파랗게 눈물 속에서 반짝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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