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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5화. 찌찌 (5)
작성일 : 17-11-29 00:04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5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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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찌 (5)

 by 하얀그림자

 

 

 싸늘한 공기에 몸이 떨렸다. 의식이 생기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깊은 밤인 듯 눈을 떴음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힘들게 몸을 돌렸다. 하늘은 평온하게도 수많은 별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기지개가 일어났다.

 

  “으음….”

 

  또 다시 싸늘한 기운이 깃털을 파고들었다. 그제야 가벼운 통증이 몸을 찔렀고 정신이 돌아왔다. 여기가 어딜까 생각하며 기지개를 위해 들어 올린 날개를 접기도 전이었다.

 

  “일어났구나, 찌찌.”

 

  난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채 이상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이 목소리는,

 

  “히호?”

 

  뜨거워진 눈으로 고개를 돌린 내 시야에 히호가 들어왔을 때,

 

  “히호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모든 감정이 울음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대체 왜 이제야 온 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잠깐은 날 수 있게 됐어. 히호는 잘 지냈지? 아이도 낳았다며.

 

  많은 말들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울음만 서럽게 흘렀다. 내 등을 훑는 히호의 발길이 느껴졌다. 그 잔잔한 진동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행이야. 다친 곳이 별로 없어서. 깨어나 줘서 너무 고마워.”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역시 내가 옳았다. 내 믿음이 옳았다.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내가 히호에게 해줘야 할 말이었다. 히호의 목소리는 잔잔한 바다처럼 고요하게 내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덕분에 진작 했어야 할 말을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아냐. 오히려 내가 더, 구해줘서 정말,”

 

  잦아들었다고 생각한 울음이 다시 터졌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고맙다는 말은 턱없이 모자랐다. 말이라도 해야 했지만 고맙다고 말을 하게 되면 단지 그것으로 히호를 향한 내 마음이 정리가 될 것만 같아 부리가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히호가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놈한테 속을 줄은 몰랐어. 난 단지 네가 자랑스러워서 얘기했을 뿐인데, 그런 자식을 친구라고 생각했었다니. 이건 전부 내가 잘못한 거야.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

 

  히호도 추운 건지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러고 보니 날 안고 있는 발도 떨고 있었다. 내가 히호보다 컸으면 내 깃털로 따뜻하게 덮어줬을 텐데. 하긴, 이 세상에 호랑이보다 큰 새는 없겠지.

 

  “오늘 있었던 일은 이제 다 잊어버려. 모든 호랑이가 다 그런 건 아니니까. 잊을 수 있을 거야.”

 

  “응.”

 

  히호의 말에 간신히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검은 액체가 내 앞으로 떨어졌다. 이어 히호의 기침소리가 괴로울 정도로 심하게 들려왔다.

 

  “쿨럭쿨럭!”

 

  “왜 그래?”

 

  기침과 함께 히호의 입에서 검은 액체가 다시 후두둑 떨어졌다. 비릿한 향이 신경을 건드렸다. 이건… 피? 다친 건가? 한 방울도 아니고 이렇게 많이 피를 흘리다니. 나를 구하려다 다친 게 분명했다.

 

  “괜찮아. 이 정도야 우리들한텐 흔해서.”

 

  어두워서 검게 보이긴 하지만 분명 피였다. 그런데도 히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서더니 몸을 길게 쭉 늘어뜨리며 기지개를 켰다.

 

  정말 괜찮은 걸까? 그 모습이 너무 태연해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다 큰 호랑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난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 아무래도 우리 파랑새들처럼 고작해야 부리로 쪼고 마는 수준은 아니겠지.

 

  “그래도 피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

 

  “아, 괜찮다니까. 날 뭘로 보고. 이 정도는 간지러워. 내가 저번엔 후후 얻으려고 싸웠을 땐 이쪽 가죽 막 다 뜯겨나가고, 한번은 멧돼지랑 싸우는데 뿔이 막 이쪽에 들어와서, 바위 오르다가 떨어진 적도 많고, 사실 나 여러번 죽었다가 살아났어. 대단하지?”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히호를 보자 안심이 됐다. 정말 이 정도는 괜찮은 거구나. 그래도 아플 때는 있었는지 다 죽어가는 시늉까지 보여주는 히호를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알았어. 믿을게.”

 

  “믿는 게 느려. 무조건 믿어야지. 아무튼 너무 늦었다. 얼른 들어가. 어머니께서 걱정하시겠다. 저 앞이니까 이 정도는 혼자 갈 수 있지?”

 

  히호가 앞발로 날 가볍게 밀었다. 정신을 잃은 날 데리고 집 근처까지 온 모양이었다. 히호가 가리킨 방향으로 우리 집이 있는 나무가 보였다.

 

  “히호는?”

 

  “나도 이제 들어갈 거야. …가.”

 

  난 떠밀리다시피 히호에게서 멀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어서 가라며 한쪽 발은 위아래로 흔들고 다른 발은 인사하듯 좌우로 흔드는 히호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날 기다리며 걱정할 엄마가 떠올랐다. 히호는 언제가 됐든 또 보면 되니까.

 

  그러고 보니 이 말을 잊고 있었다. 그래도 한 마디는 했어야 했는데.

 

  정말 고마워.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하루하루가 흘렀다.

 

  그날 내 상태를 본 엄마의 화난 목소리를 태어나 처음 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바로 정신을 잃어서 혼난 기억은 없다. 며칠 지나자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었고 이슬과 벌레도 예전처럼 먹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내내 히호가 떠올랐지만 몸이 다 나을 때까지 돌아다니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그동안 집에만 있었다.

 

  그렇게 또 다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확실히 나아갔고 엄마 몰래 집 근처에서 나는 연습도 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정도니 히호 역시 몸이 나았으리라 생각하며 푹 잠을 자고 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거 먹으면서 들으렴.”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몸이 이상하게 가뿐한 것을 보니 다행히 푹 잤나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몸이 무척 가벼워진 느낌마저 들었다. 분명 서있는데도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 그래서 엄마에게 말하자 차려놓은 아침을 먹으면서 들으라고 했다.

 

  “아마 혼자서 연습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나는 거?”

 

  조용히 반문했다. 어떻게 아신 걸까.

 

  “그래, 숨길 건 없단다. 엄마 역시 나무에서 떨어져 다쳤을 때도, 지금은 인간 세상에 가 계시는 찌찌 할아버지 몰래 그런 연습을 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마음만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실제로 몸은 가볍게 뜀뛰기만 하고 있었단다.”

 

  내가 착각했다. 내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엄만 날 수가 없는 거였단다. 그 시기엔 말이지. 우리 파랑새는 원래 날개가 약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날개를 흔드는 연습을 계속 하도록 되어 있단다. 하지만 그건 날개의 힘을 키우는 것만 될 뿐이지 날개의 감각을 익히는 데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단다. 그래서 어깻죽지가 가려워서 날개를 흔들던 시기가 끝나도 날 수가 없는 거지.”

 

  그런 거였구나. 난 속에서 무엇인가가 탁하고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더욱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런 걸 알 수는 없었어. 누구에게도 물어보기가 싫었고, 그럴 생각도 들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날 수가 없어서 엄만 내가 날 수 없는 최초의 파랑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단다.”

 

  “엄마도?”

 

  “그럼. 많은 친구들이 다 그랬을 거야. 그리고 얼마 뒤였지. 엄마의 몸이 날고 있는 것처럼 가벼워졌어. 저 구름을 밟고 뛰어다니는 그런 느낌? 지금 찌찌처럼 말이야.”

 

  심장 소리가 귀 바로 앞에서 쿵쾅이는 것 같았다. 엄마는 분명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데 나와 똑같았다.

 

  “그건 바로 공기를 느끼는 거였단다.”

 

  “공기를? 그건 벌써 오래 전부터 느꼈는데?”

 

  나도 모르게 부리가 열렸다. 엄마는 내 말에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파랑새의 깃털은 다른 새들과는 다르단다. 태어나서 몸이 성숙하면서 깃털 역시 성숙한단다. 겉으로만 보면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어깨의 힘을 기르기 위한 시기가 지나면 깃털의 성장이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성장이 끝난 깃털은 스스로 공기를 느낀단다. 이건 날개가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거야.”

 

  전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내가 느꼈던 공기는 단순히 날개가 느낀 것뿐이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깃털이 그것을 느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간 날개에만 집착하는 사이 내 깃털은 느리지만 분명히 변화하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들려줬던 얘긴데, 난다는 건 날개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기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말 기억나니?”

 

  “응.”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공기를 느낀 후부터 엄마의 그 말을 깨닫고 있었다. 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는 날개를 펼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날개가 바로 그 공기와 친구가 될 준비를 이제 막 끝마친 거란다.”

 

  엄마의 말에 갑자기 날개가 저려왔다. 내 마음과 이제야 일심동체가 된 건지 공기를 잔뜩 머금은 날개가.

 

  “그리고 이제부터는 다시 돌아다녀도 좋다.”

 

  “엄마!”

 

  뜻하지 않은 엄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엄마를 껴안았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흐르려는데 갑자기 히호의 얼굴이 떠올라 울음을 방해했다.

 

  “그럼 나 히호 만나러 가도 되는 거야?”

 

  “그래. 하지만 조심해야 해. 그러지 않아도 엄마가 히호 한 번 보려고 주위를 계속 살피고 있었어.”

 

  “엄마가?”

 

  벌을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는 그보다 더한 사랑을 내게 주고 있었다. 집을 떠나지 못하는 날 위해 대신해서 히호를 만나러 가다니.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만났어? 괜찮아?”

 

  엄마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었다.

 

  “만나지 못했어. 그보다 어떤 어린 호랑이 한 마리가 근처에서 보이긴 했는데 분명 히호는 아니었어. 그러니까 일단 나가는 건 허락하겠지만 조심해야 한다?”

 

  이미 호랑이들한테 당한 적이 있는 내게 이렇게까지 믿음을 주는 엄마에게, 절대로 그 믿음을 배신 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나가 히호를 찾고 싶었지만 가능한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기로 했다. 더군다나 히호가 아닌 다른 호랑이가 그곳에서 배회하고 있었다는 엄마의 말은 마냥 들떠있던 내 마음에 경각심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왜 히호는 그곳에 다시 나타나지 않은 걸까. 요즘 잘 나타나지 않던 히호였긴 하지만 그래도 몸은 다 나은 건지, 또 내가 보고 싶지는 않은 건지 궁금했다. 괜히 속이 상하려 했다.

 

  어쨌든 일단은 빨리 가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으로 엄마의 당부를 몸 속 깊이 넣어 둔 채 위험하지만 히호와 함께 했던 그곳으로 나는 듯 뛰어갔다.

 

  히호에 대한 걱정과 한편으론 이제 다시 볼 수 있겠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난 엄마가 말한 어린 호랑이를 볼 수 있었다. 분명 집에서 살폈을 땐 보이지 않던 그 호랑이는 한동안 이곳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지 심심해 보이는 표정으로 길게 하품만 연신 해댔다. 그 근처엔 큰 발자국들이 두서없이 가득했다.

 

  히호가 아닌 다른 호랑이는 철저히 경계해야 했다. 히호가 없어도 최소한 히호를 기다리며 나는 연습을 하려고 했던 내게 히호와 나만의 공간을 빼앗은 저 호랑이가 미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과거의 기억은 떠올리지도 못하고 근처에 있던 조개껍질을 발로 힘껏 차버렸다. 그 소리를 들은 호랑이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 건 당연했다. 난 깜짝 놀란 나머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날개는 잊어버리고 다리만으로 날 듯이 도망쳤다. 분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없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집 근처에서 나는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아직 날지 못하는 날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처음은 누구나 다 그렇단다. 오늘내일 날아오르진 못할 거야. 노력하렴. 지금부터가 날기 위한 마지막 연습이 될 테니까.”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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