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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제타를 위하여
작가 : 최달민
작품등록일 : 2017.11.17

이루어진 소원, 각기 다른 시간에 갇혀버린 그 남자, 그 여자 닿을 수 없는 둘의 이야기
[시간][소원]

 
그의 소원 -3-
작성일 : 17-11-29 00:01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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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쏟아 지는 햇살에 눈을 떴어.

 분명 길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내가 일어난 곳은 방이었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밝은 햇살과는 달리 몸은 얼음장 같았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는 옷을 주어입고 허겁지겁 나가는데

 

 

 벽에 걸려있는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가 보였어.

 흙투성이는 커녕 입은 흔적도 없는 깨끗한 옷.

 

 그리고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져 있는 돈과 편지.

 

 

 실로 지독한 꿈이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긴장을 너무한 탓인지 나는 가당치도 않은 꿈을 꾸게 된 거야.

 

 너무나 선명해서 정말로 어제 일어난 것만 같았지.

 

 혹시나 하고 열어본 찬장 속에는 버린 게 분명한 술이 그대로 있었어.

 

 그럼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는 전날 못다한 일을 시작했지.

 술 버리기.

 

 

 멀리 떨어진 쓰레기장에서 집으로 돌아가 씻는데, 자꾸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거야.

 

 그럴 리는 없지만 예지몽 같은 걸까.

 일어나면 흐트러져 기억조차 나지 않아야 할 꿈이 바로 어제 일어난 일마냥 너무나 생생했고.

 나는 그 꿈이 보여준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머리를 만지는데도 옷을 미리 입어보는데도 그 찝찝함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어.

 

 

 자꾸만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남의 것을 홈쳐 입은 듯 당장이라도 벗고 싶었어.

 그렇게 머리를 만졌다가 감고 다시 만지고.

 어차피 입을 옷은 하나밖에 없었지만 입었다가 벗어도 보고

 

 결국 그녀를 만나기로 한 11시가 되기 10분 전에 난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어.

 

 

 지금 당장 출발해야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시간이었지.

 

 땀 범벅으로 된 모습을 보이긴 싫었지만 서둘러 달려가는데

 전해줄 편지를 깜빡 한 거야.

 

 정말 되는 일도 없었지. 모든 것들이 나를 방해하는 것 같았어.

 

 

 편지를 가져가려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길.

 저 멀리 그녀가 일하는 식당이 보였어.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지독한 꿈의 한 장면.

 처음 보는 여종업원, 잔뜩 화가 난 주인장

 

 정말 그럴 리는 없지만, 확인해야만 할 일이 있었지.

 

 

 시간은 촉박했지만 내 걸음은 느렸어.

 여유로워서, 포기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투명하고 두꺼운 벽이 있어서

 나를 자꾸만 밀어내는 듯, 급한 내 마음과는 달리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도 힘들었어.

 

 

 황금빛으로 빛나는 길, 진하게 칠해놓은 꽃과 풀

 꿈속에서와 같이 화창한 날이었어.

 평소라면 그 풍경에 푹 빠졌을 텐데 꿈과 같은 그 풍경에 나는 조바심이 났어.

 

 화려한 물감을 잔뜩 써서 그려놓은 풍경에 나 혼자 검은색으로 칠해놓은 듯

 그 풍경에 어울리지도 같이 묶이지도 않았어.

 

 추를 달아놓은 두 다리를 억지로 끌고 식당의 간판이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그녀를 왜 찾냐는 주인의 말에 대답할 그럴싸한 핑계거리를 생각해두고 있었어.

 스스로 그럴싸한 핑계가 떠올라, 유리로 된 식당 문 안쪽을 들여다 보았을 때

 그녀는 없었어.

 그럼 그렇지. 오늘 그녀는 쉬는 날이니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어. 조금 늦긴 해도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만 날수 있으니까.

 뒤를 돌아서는데 유리창 너머로 소리가 들렸어.

 

 

 “주문하시겠어요?”

 

 

 ‘어라… 이게 아닌데…’

 

 

 꿈에서 봤던 낯선 여자. 그 여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린 거야.

 그 여종업원은 주문을 받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종업원을 보고 있었어.

 

 그리고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여종업원과 눈이 마주쳤어.

 

 그 여자는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소름 끼친다는 표정으로 주방 쪽으로 달려갔고

 

 곧이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인이 잔뜩 성난 얼굴로 씩씩거리며

 나를 향해 다가왔어.

 

 

 나를 밀고 있었던 투명한 벽이 이제는 나를 튕겨내듯

 누구도 밀지 않았지만 난 내팽개쳐졌고

 넘어진 나는 바로 일어나 그대로 달아났어.

 

 

 거짓말이라고 몇 번을 소리질렀는지 몰라

 

 

 정신 없이 뛰다 턱까지 차는 숨을 몰아 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내가 가야 할 곳도 갈수 있는 곳도 없었어.

 분명 예전과 같은 길인데 낯설게만 느껴졌어.

 

 길가의 꽃도 아름답지 않았고 화창한 날씨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아름답게 꾸며진 지옥에 나 홀로 떨어진 거였어.

 

 

 내가 꿈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지독하다고 믿었던 그것은

 꿈이 아니었어.

 

 만약 이것도 꿈이어서, 악몽이 이어진 거라면 당장이라도 깨고 싶었어.

 

 ‘꿈이라면 제발 깨라’

 

 얼굴에 몇 번이고 주먹질을 해봤지만 깨지도 않았고

 바닥을 적시는 코피는 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어.

 

 

 ‘아니야. 그곳에 가면 그녀가 있을 거야. 그녀를 무언가 착오가 생긴 거지.

 만나러 가자. 그녀를 만나러 가자.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었고 움직일 이유도 없었지만

 그녀를 만나면 이 꿈도 끝날 거라 믿었어.

 그리고 그녀를 만나기로 한 그곳에 갔을 때.

 

 

 어째서 항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은 꼭 일어나는 걸까.

 

 

 그 어느 곳에도 그녀는 없었어.

 다리는 본인의 일을 다했다는 듯 그대로 힘이 빠져 무릎이 꺾이더라고.

 그대로 주저앉아 멍하니 바라만 보았어.

 

 

 도대체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다고.

 정말 잘못을 했다면 최소한 뭘 잘못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만약 내가 잘못한 게 없다면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지.

 

 

 아무도 없는 그곳에, 아무도 없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계속해서 물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화창한 날씨는 그대로인데,

 처음에는 풀잎이 그 다음에는 꽃들이, 이어서 나뭇가지들이 요동치고 있었어.

 무언가에 두들겨 맞는 듯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정신 없이 흔들리고 있었어.

 

 하지만 내 관심을 끌지 못했어.

 더 이상 이상할 일이 뭐가 있겠어.

 

 

 취하지도 약을 먹은 것도 아닌 체

 멍하니 흔들리는 풀잎을 꽃들을 나뭇가지들을 보고 있었어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어.

 대놓고 쳐다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어.

 누구 하나 나서서 말을 걸지도 않았지.

 

 당연한 거야. 굳은 피가 그대로 붙어있는 얼굴.

 그런 피가 굳어서 초콜릿 색이 되어버린 흰색 셔츠.

 그런 사람이 길 한복판에 반쯤 널부러진듯 앉아있으면 누구나 쳐다 보게 되는 거지.

 

 그러나 그런 시선들을 무시하고 싶어도,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었어.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인데 고작 구경거리라니

 

 아까부터 멈춰 서서 나를 쳐다보는 남자에게 욕지거리라도 하려고 일어났을 때

 

 내 눈과 마주친 그 남자의 표정을 보고 알게 되었어.

 

 처음엔 몰랐지. 호기심 혹은 동정심에 힐끗힐끗 쳐다보던

 그의 시선은 수분 혹은 수초가 지난 후에

 

 마치 자신의 보면 안될 것을 봤다는 듯,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어.

 

 

 그제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

 

 

 

 

 우산이었어.

 

 

 

 그 남자가 급하게 도망가느냐고 버린 우산은 펴진 채 그대로 바닥을 구르고 있었어.

 그래. 그 사람은 우산을 쓰고 있었어.

 

 

 ‘화창한 날에 왠 우산을 쓰고..’

 

 

 그때 보이는

 내 발에 밟히는 젖은 신문 한 장.

 

 

 ‘전국에 폭우’

 

 

 그제야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

 

 

 

 비를 피하는 듯 우산 없이 뛰어가는 사람의 젖은 옷.

 젖은 머리. 젖은 신발.

 

 우산을 쓰고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가로수 아래 차양막 아래 비를 피하려는 듯 움츠려 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

 

 하지만 젖기는커녕 뽀송뽀송한 나. 그리고 내 눈에는 유난히 맑은 하늘.

 

 그리고 점점 늘어만 가는 사람들의 시선들.

 그리고 점점 나를 보고 도망갔던 남자의 표정처럼 변하는 사람들.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 비, 내 눈에만 보이는 밝은 햇살

 

 

 무언가에 맞는 듯 이유 없이 흔들리고 있는 풀잎, 꽃, 나뭇가지.

 

 

 그 기괴한 광경에 먼저 도망간 건 나였어.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아무도 안 지나가는 골목으로 뛰어들어갔어.

 그리고 몇 번이나 내 몸을 그리고 건물 사이로 비추는 밝은 햇살을 보았어.

 분명 자그마한 건물들 사이 내 머리 위의 하늘은,

 내가 보고 있는 저 바깥의 하늘은 티한점 없이 맑은데

 어른들은 비를 피하고 있고, 철없는 아이들은 속옷만 입은 채 물장구를 치고 있었어.

 

 

 혹시나 움푹 패여 있는 땅에 손을 넣어봤지만, 만져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양손으로 물을 뜨듯 얼굴에 뿌려봤지만 손은 허공만 가르고 있었어.

 그래, 물 따윈 없었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내가 잘못되었다고 믿었던 일들은 시작에 불과한 거였어.

 여태 내가 미친 게 아닐까 했지만

 이제는 세상이 미친 건지 내가 미친 건지 알 수가 없었어.

 

 

 

 흙과 피로 잔뜩 더러워진 셔츠는 흰색을 찾기가 어려워졌어.

 바보 같이. 옷 따위로 꿈이었다고 믿다니,

 

 

 

 그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단 걸 알 수 있었지.

 혹시나 골목길 밖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닿을까 봐

 잔뜩 쌓여진 쓰레기 옆에 기대어

 스스로 쓰레기처럼 보이게, 그 누구도 나를 볼 수 없게

 

 나는 짐승마냥 쪼그린 채로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어.

 

 

 

 어느새 해는 졌는데 골목길 밖의 사람들은 여전히 우산을 쓰고 있었어.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직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들어갈 틈 따윈 없었어.

 잠깐만이라도 아무도 없길 바랬지만

 그날따라 왜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결국 밤이 되었을 때 나는 나가지도 못한 채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쓰러지듯이 그 골목길에서 잠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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