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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XIV 호감과 사랑의 방정식 (完)
작성일 : 17-11-28 23:5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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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14화 호감과 사랑의 방정식 (完)

 

 

 선배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유원지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옷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꾸리꾸리한 냄새가 줄곧 내 코를 자극해와 신경이 쓰여 분위기를 망치고 있었다.

 "아-이… 축축하고 냄새도 나네."

 구름에 햇빛이 가려지면서 금방 마를 줄 알았던 젖은 옷이 통 마를 생각을 하지 않아 줄곧 찝찝함을 느끼는 참이었다.

 

 "흐음 어떡하죠.. 아! 저기 가면 옷이 있지 않을까요?"

 홀딱 젖은 옷 때문에 감기라도 걸릴까봐 옆에서 함께 걱정해주던 선배가 조금 앞에 있는 유원지 내 기념품 가게를 발견하고 화색이 돌았다.

 오 그렇네.

 분명 기념품 가게라면 티셔츠나 다양한 의류 상품도 팔고 있을 지 모른다.

 

 기념품 가게로 한걸음에 달려온 우리는 갈아입을 만한 옷이 있는지 탐색하며 가게 안을 이리저리 누볐다.

 캐릭터가 그려진 각종 문구•완구들과 인형, 유령 가면이나 뿅망치 같은 특이한 장난감들도 있어서 그 앞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눈길이 끌리고 있었다.

 '옷 사러 온 거지 기념품 구경하러 온 게 아니잖아. 허튼 데 관심 보이지 말고 찾기나 하자..'

 그러면서 선배한테 선물할 머리끈 한개를 집어들고 있는 나였다.

 

 이왕 왔는데 작은 선물 하나 사는 것도 괜찮겠지.

 '선배는 잘 찾고 있으려나?'

 선물용 머리끈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선배가 있는 쪽을 확인하였다.

 내 생각과는 반대로 선배 역시 앙증 맞은 인형들에 매료돼 다른 기념품들 구경하기도 바빠 보였다.

 여성 방문객들을 노린 기획 상품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기념품계의 천국인데 관심이 안 갈 리가 없긴 하다.

 

 '엄청 신나 보이네.. 저대로 구경하게 냅둘까나. 혼자서라도 찾아봐야지.'

 머리끈을 손에 들고 옷과 모자들이 진열된 곳으로 다가가 괜찮은 디자인이 없나 살펴보았다.

 대게 유원지 마스코트나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가 대부분이었다.

 

 "우와~ 예쁜 옷들이 많이 있네요! 마음에 드는 옷 골랐어요?"

 혼자서 뭔가를 열심히 고르던 선배가 구경을 마치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생각해두고 있던 괜찮은 디자인의 티셔츠가 두 개 정도 있긴 하다.

 도도하고 깐깐하게 보이는 암컷과 수컷의 검은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과, 온화하고 주인만 바라보는 말 그대로의 해바라기일 것 같아 보이는 암 수컷 강아지가 그려진 같은 디자인의 옷들

 

 개와 고양이를 주제로 만든 커플 상품 같은 건가 본데, 아마 입는 사람에 성별을 맞추려고 일부러 둘 다 암컷-수컷으로 나눠 놓은 것 같았다.

 당연히 나는 이 옷들을 보자마자 선배를 떠올렸다.

 마침 나는 갈아입을 옷이 필요했고, 단둘이 주말에 데이트를 한다는 구실로 만났는데 기념할 수 있는 뭔가를 사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일단은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지.

 

 "선배 그.. 이 옷, 같이 사 입을래요?"

 내가 생각해둔 강아지와 고양이가 그려진 옷이 자기도 마음에 들었는지 손으로 만져보며 구경하던 선배가 내 말을 듣고 순식간에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정말요?! 이런 게 그 커플티란 거 맞죠…?"

 "네 뭐… 별로인 거 같으면 안 그러셔도 돼요."

 "싫긴 누가 싫다 그래요! 저도 신이치 군이랑 커플티 같은 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이 벌써 이루어졌네요. 후훗."

 내가 안 해도 된다고 예의상 한번 말해봤더니 되레 볼을 부풀리고서 귀엽게 화를 내며 부정했고, 흥얼거리면서 티셔츠를 자기 몸에 맞춰보며 적당한 사이즈를 골라보기 시작했다.

 엄청 마음에 들었나 보네.

 선배가 좋아하니까 나도 따라서 옷을 골라보았다.

 

 "신이치 군은 이거 입어봐요!"

 검은 수컷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내 몸에 맞춰보고 마음에 쏙 들었는지 선뜻 권유를 했다.

 하지만 난 저 만사에 무심해 보이는 무덤덤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도 선배랑 같이 강아지 티셔츠 입고 싶었는데 왜 고양이인 거예요?"

 "그야 신이치 군은 이쪽이 더 어울리는걸요? 보세요! 느낌이 비슷하잖아요."

 "아니거든요! 하나도 안 비슷해요.."

 내가 이 깐깐하게 생긴 고양이 녀석이랑 어디가 어떻게 닮았다는 거야…

 

 "히잉... 정말 안입어줄 거에요? 제발요~"

 어떻게든 내가 이 옷을 입도록 만들기 위해 폭풍 애교를 부려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귀여운 선배가 이렇게 까지 하는 마당에 넘어가지 않고서는 못 베기겠네…

 "알았어요.. 선배가 꼭 입어줬으면 싶어하셔서 입는 거에요.."

 「야호!」라며 들뜬 선배 때문에 기념품 가게 직원들 모두의 시선이 우리한테로 집중되었고, 저분 귀엽다며 소곤소곤 대는 것이 여기까지 들려와 내가 다 무안해졌다. 

 

 저 넘쳐흐르는 비글미를 어찌 길들여야 할까...

 그나저나 이럴 때 보면 약간 강아지랑 비슷한 것 같은데?..

 내 옆에는 옷에 그려진 강아지와 그것과 똑같은 푸근한 인상을 하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손!」하면 진짜 손을 내밀 것 같은 사람의 행세를 하는 강아지, 총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옷 고르는 것 좀 도와드릴까요?"

 저쪽에서 동료 직원과 카나미 선배를 보면서 귀엽다고 얘기하던 점원 한 분이 흐무뭇한 얼굴을 애써 감추며 다가와 물었다.

 같은 여자들한테도 엄청 인기 있구나..

 다시금 다른 남자들을 심히 경계해야겠단 생각이 확고해졌다.

 

 "저 이거 고양이 95 사이즈 입어볼게요. 선배는 몇 사이즈 입어요?"

 "음.. 66 사이즈이려나?…"

 선배는 분명 M 사이즈를 불렀지만..

 내가 보기에도 선배한테는 그 사이즈가 맞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자기도 M 사이즈 입을 수 있다는 확신의 툴툴대는 표정이라 차마 말해줄 수가 없었다.

 

 "두분 여기서 갈아입고 나오시면 됩니다."

 우리가 부탁한 사이즈의 옷을 들고 가게 구석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2개의 피팅룸으로 안내 받았다.

 그렇게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선배가 들어간 피팅룸 바로 앞에서 선배를 기다리던 점원 분과 나는 피팅룸 안쪽에서 들리는 선배의 정체 모를 신음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 선배?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 그게.. 쫌 황당한 일이라서..."

 도통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다가 마지못해 스르륵 문을 열고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나온 선배는 한번 밖에 안 입었는데도 흡사 5년 정도는 가뿐하게 입은 티셔츠처럼 한없이 헐렁해진 옷을 들고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M 사이즈는 안 된다니까...

 

 선배의 대단한 스펙으로 인해 늘어나 버린 옷까지 해서 3개를 사야 했고, 도망치듯 가게를 나온 우리 둘은 강아지와 고양이 조합의 커플티를 입고서 유원지를 더 돌아보았다.

 걸어다니는 내내 몹시 미안해 하는 선배를 달래느라 진이 빠질 정도였다.

 이 옷은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

 집에 돌아가면 히마리 잠옷으로 선물해줘야겠군.

 

 그 후로 롤러코스터와 커피 잔, 회전목마나 바이킹 같이 사람들이 많이 타는 대중적인 놀이기구들을 타면서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져가고 있었고, 대부분 탈 건 모두 타봐서 대관람차 한 개만을 남기고 있었다.

 "이제 대관람차 하나 남았네요. 역시 롤러코스터 같은 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 같아요."

 "흐흐 롤러코스터랑 바이킹 탈 때 신이치 군의 얼굴 꽤 볼만 했다구요?"

 

 "그 얘기는 그만 하시라니까요! 계속 그러시면 저 그냥 집에 갈 거예요…"

 자꾸 옆에서 혼자 킥킥거리고 나를 놀려대서 창피했던 방금 전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꼭 그런 무서운 것들만 골라서 타고 다닌 보기보다 악랄한 선배였지만…

 그래도 또 그런 것 나름의 신선한 추억이 된 것 같았다.

 

 … …

 

 "탑승 중에는 절대로 기구 안에서 뛰거나 위험한 장난을 치지 마시구요. 운행 시간은 약 15분 정도입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직원이 위에서부터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대관람차의 문을 열어주면서 간단한 주의 사항을 일러주었다.

 직원 분이 열어준 문을 통해 대관람차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땅에 있는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중간쯤 올라오자 해가 산 중턱에 깔려서 석양이 지기 시작하면서 노르스름한 햇볕이 안으로 들어와 안 그래도 둘이서만 있어서 그런지 긴장 돼서 더워지려고 했는데 더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편하게 얘기를 나누던 둘은 어디 가고 대화도 오가지 않는 채로 그저 뻘쭘하게 앉아 창밖만 내다보는 우리의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비춰졌다.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런 거지..

 이 난처한 공기 속에서 서로가 내뱉는 가쁜 숨을 들이마시면서 고민하던 내가 참다 못해 평범한 멘트라도 던져보았다.

 

 "좀 더운 것 같네요.. 이제 곧 여름이라서 그런가?"

 "… …"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선배가 내 눈을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이내 대답 없이 다시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추려 들지 않아서 내 마음은 더더욱 조급해졌다.

 곧 있으면 꼭대기로 올라갈 텐데 선배가 어째서 이러는 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아아ㅡ 여기 안에는 에어컨이 없으려나. 선배도 덥죠? 아니 이게 아니라..

 그 왜, '지금껏 잘 놀고 즐거웠으니까'도 아니고 그.. 그 뭐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오늘 이렇게 선배랑 데이트 하면서 또, 선배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게 됐고....

 그러니까… 그니까 그, 무슨 말이라도 좀 해줄래요?…"

 

 하지만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머릿속에서 암만 생각해도 정리가 되질 않아서 떠오르는 대로 그냥 막 내뱉어버렸다.

 흔히들 말하는 말하고 나니까 후회된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 거겠지.

 다급했던 마음에 어쩌다 말했지만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결국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손바닥에 묻고 잠시 침묵에 빠지려 들려 했다.

 

 꼭대기에 다다를 때가 되어가자 그때야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선배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고서 조신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처음에 신이치 군이 데이트 하자고 했을 때 정말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그 뒤로도 신이치 군이랑 매일 연락하면서 서로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뻤구요..

 그런데도 종종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제 자신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어요.

 내가 정말로 신이치 군을 이성으로서 좋아하고 있는 건지 말이에요…

 물론 신이치 군이 마음에 안 든 건 아니에요! 확실하게 좋아하고 있어요..

 정말 처음에는.. 정말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죠. 전 태어나서 한번도 남자를 만나본 적도, 좋아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치카사 덕분에 신이치 군이라는 한 귀여운 후배를 만나게 됐고, 치카사 덕분에 쿠로다 신이치라는 다정하고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긴 시간을 만난 사이는 아니었지만 쉽게 신이치 군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걱정했던 게 괜한 일이었구나 싶어졌어요.

 왜나하면 신이치 군은 자기랑 맞지 않는 일이 닥치더라도 언제나 받아들여줬잖아요. 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어요.

 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일생을 함께 해도 좋을 가치 있는 남자라는 걸요."

 

 여태껏 몰랐던 선배의 속마음을 듣게 되니 문득 나 자신이 떠올랐다.

 나도 선배와 같은 상황이였으니까.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랑이였는지, 아니면 일개 호기심에서 나온 호감이였는지.

 그리고 나 또한 그 방정식의 해답을 찾은 지 오래였다.

 아마도 처음 선배와 껴안은 날, 우리 둘 다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말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서 미안해요.. 어떻게 말해야 신이치 군이 더 잘 이해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충분히 이해했어요. 결국 선배가 계속 신경 쓰였던 건 제 마음은 어떤가…였겠죠?"

 금방이라도 울 것 처럼 두 눈에 눈물을 고이고 있던 선배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때가 되었다.

 선배를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고, 솔직히 이런 타이밍에 말하려고 가슴 속에 묻어둔 건 아니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돼버렸지만…

 더이상은 미룰 수 없어 보이니 오늘 이시간, 지금 나는 선배에게 내 진심을 하나도 빠짐 없이 전하려고 한다.

 

 입술이 무거워져서 쉽게 떨어질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는 놈이긴 해도, 어차피 정해져있는 선택지인데 따로 놀 이유도 없었다.

 확실하고 간결하게, 내 모든 것을 담은 고백을 전하기만 하면 될 뿐이다.

 

 나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머리끈를 꺼내들어 선배 앞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앉은 채로 선배 머리에 묶여있던 낡은 머리끈을 풀어헤친 뒤, 내가 사온 머리끈으로 다시 예쁘게 묶어주면서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고백했다.

 "이제 선배가 아니라 그냥 카나미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참고 있던 선배의 눈물샘이 터지는 동시에 선배가 나를 끌어안고 달려들어서 둘이서 바닥에 넘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차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드럽고 묵직한 선배의 가슴의 무게로 인한 엄청난 압박감 때문에 숨도 못 쉴 수준이었다.

 

 "우왓ㅡ!? 선배, 갑자기 이렇게 달려들었다가 대관람차 고장나면 어떡할려구 그래요… 여기 아직 맨 꼭대기라니까요."

 "흐윽흑…흐극…"

 우리가 타고있는 칸이 충격으로 이상이 생겨서 땅바닥으로 추락해서 곤두박질치게 되고 말고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선배는 내 품에 안겨서 흐느껴 울기 바빴다.

 그… 사실은 아직 좋아한다는 얘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 하고 이 지경이 된거라..

 지금 이 상태에서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데,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이대로 있는 게 나을 듯 싶다.

 

 서로 껴안고 있는 동안 3분이 지나면서 대관람차는 어느덧 4분의 3을 지나 막바지로 다가가는 중이었다.

 이제 한시름 풀렸는지 훌쩍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선배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그럼 인제 나도 신이치…라고 불러야 되려나요?"

 "그래야… 되겠죠? 음.. 익숙하진 않지만 노력할 게요..가 아니라 노력할 게..?"

 "저도.. 나도 그런 신이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게요..가 아니고 하- 할게."

 쑥스러운 일을 의식해서 고치려니까 우리 둘 모두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제부터 우리가 차차 해결해 나갈 둘만의 숙제가 하나 늘었다.

 

 그렇게 15분의 길고도 짧았던 운행 시간이 끝나고 지상에 도착하자 벌써 하늘은 한창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더이상 유원지 안에서 둘러볼 것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유원지를 벗어나 드디어 시내로 나오게 되었다.

 마침 저녁이고 배가 슬슬 고프기 시작할 시간이라서 시내에 나온 김에 근처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려 스파게티를 시키고 나눠먹었다.

 

 실전 데이트가 끝나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택가로 돌아온 우리는 선배를 집에 바래다 주기 위해서 또다시 익숙한 길을 함께 걷고 있다.

 골목길이란 골목길은 모두 돌아다니며 놀던 어린 아이들도, 해가 지기 전 자전거를 타고 노을 속을 달리면서 향수 돋는 각피리를 불며 두부를 파는 두부 아저씨도 모두 사라진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밤길을 카나미 선배와 함께 걷는다.

 고사리 같이 아담한 선배의 손도, 묵묵하게 집안일을 하면서 이세상 누구보다도 가족들을 생각하다 보니 못 생기게 변해버린 우리 엄마들의 손처럼 굳은 살도 많고 맨들맨들 하지도 않은 내 손도 꼭 잡은 손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확고함이 느껴진다.

 오늘은 어째서인지 밤하늘에 별 한점 없이 깨끗한 게 꼭 탈탈 털어서 홀가분해진 우리들의 마음 같아 보였다.

 

 "들어와서 우리 엄마한테 인사라도 한번 드리고 가지 그래요..오오 가 아니라 하고 가지 그래? 엄마도 신이치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너무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요오...아 음. 다음 번에 또 오면 그 때 뵐게. 아직은 나도 솔직히 조금 떨려서.."

 "그렇다면 굳이 강요하진 않으니까 편할 때 하도록 해. 아직 시간은 많이 있잖아? 후후."

 이번에는 카나미 선배.. 카나미의 집 바로 앞까지 같이 왔다.

 

 여기에 살고 있었구나..

 여자친구.. 라고 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이렇게 연인의 집이 바로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조만간 내 집처럼 드나들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스팟 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ㅡㅡㅡㅡㅡㅡ」

 

 카나미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려왔다.

 슬쩍 보니까 아무래도 카나미의 어머님의 전화인 건 같았다.

 "오늘 아침에 신이치랑 데이트 하러 간다고 했더니 막 집에 데려오라고 하셔서 알아서 할 테니까 참견하지 마셔~라고 하고 튀었거든.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그런 가봐."

 그렇게 아침에 가족 에피소드를 풀고서 전화를 받은 카나미의 수화기 넘어로 어머님의 목소리가 얼핏 들려와 귀를 쫑긋 세우고 덩달아 집중하며 들었다.

 

 "신이치 군이랑 데이트는 잘 한겨?"

 "어 엄마. 데이트? 아주 성공적이였지이~"

 "엄마는 기냥 집에서 너처럼 허당인 애 때문에 그이가 고생해서 정내미 뚝 떨어지는 건 아닐련지 아주 시방 걱정하고 있었다니께."

 사투리를 들어보니 아키타 사투리 같은데, 카나미 선배네 부모님은 아키타 출신이신가 보다.

 여유 있고 느긋느긋한 게 아키타 사투리의 가장 큰 특징이니까 말이다.

 허허.. 선배는 집에서도 그 존재감이 강력한 것 같아 보인다.

 

 "별 걱정을 다 하네.. 옆에 있는데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는데?... 헙.."

 "뭐여?! 시방 정말루 옆에 있는겨? 니 어디여? 아까 밖에서 니 목소리 나던디 집 앞이지? 아유 빨리 데리고 안 들어오고 뭐혀?"

 선배가 말실수를 해서 내가 왔다는 것을 확신한 선배의 어머니께서 다급하게 나를 찾으셨다.

 하지만 선배는 그런 어머님께 「아 글쎄 오늘은 안된다니까!」라고 딱 잘라 말하고 그대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어머님이랑 사이가 굉장히 좋네."

 "외동이라 나 하나밖에 없는데다 워낙 같이 있을 때가 많아서 그렇지 뭐…"

 "그렇구나…"

 나도 우리 부모님에 대해서 얘기해줄까 싶었지만 하진 않았다.

 어차피 난 히마리가 있어서 상관 없으니까 뭐.

 

 "엄마가 직접 나와서 신이치를 끌고 들어가기 전에 보내줘야겠지?.."

 그렇게 말하는 카나미 선배의 눈은 저번보다도 더 아쉬움으로 가득해 보였다.

 

 가까이서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으니까 주위를 밝혀주는 가로등에 선배의 입술을 더욱 탐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야나기 씨가 했던 말들 때문인걸까.

 또 그게 아니라면 요즘 부쩍 커진 선배와 함께 깊은 곳 까지 가보고 싶다는 내 욕망이 순전히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것 일까.

 그런 와중에도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조금만 더… 다가가도 되려나…

 

 "키… 키스 할래요?.."

 "가- 갑자기 그렇게 다시 존댓말로 그런 말 해버리면… 너무해.."

 너무 긴장되서 나도 모르게 다시 경어가 나와버렸다.

 먼저 말 놓고 진짜 연인들 처럼 부르자고 했으면서 갑자기 경어로 낯간지러운 말을 해서 그런지 선배도 적지 않게 타격을 입은 모양이었다.

 

 "네가 해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네? 아.. 뭐라고?"

 "신이치가 해줬으면 좋겠다구…"

 신이치가 어쩌구 까지는 제대로 들렸는데 그 뒤로 점점 더 목소리가 낮아져서 못 알아들었다.

 

 "미안한데 목소리가 낮아서 그.."

 "신이치가 나한테 키스해달라구!… 그러니까 그.. 부드럽게 해줬으면 좋겠어.."

 창피한데 자꾸 모르겠다고 하니까 골이 나서 손바닥으로 내 가슴팍을 짝짝짝 소소하게 때리며 투정부렸다.

 

 "선배가 그렇게 말해도.. 역시 나도 첫키스라…"

 "그렇지… 근데 키스,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걸 나한테 묻는다 한들.."

 그래 맞다.

 우리 둘 다 첫키스라서 어떻게 해야 될지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연애 지식 수준을 알고나면 키스 고작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라는 생각도 잊게 된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키스랑 뽀뽀가 같은 건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고 보니까 그건 카나미 선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바로 어제 당장 있을 데이트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준비차 여러가지 데이트에 관련된 영상을 보던 중에 처음으로 알게 된거라 적지 않게 충격 받았었지..

 

 "음… 아마 내 기억으로는 처음에 코끝을 비비던 것 같았는데 말이지."

 "아니지 않아?.. 내가 어제 본 건 입술끼리 뽀뽀하는 거던데.. 코끝을 비비다 입을 맞추는 건가?!"

 "오! 제법 그럴싸 한데? 그게 맞는 것 같아."

 

 일단은 영상에서 봤던 대로 서로를 껴안고 섰다.

 한참 첫키스를 한다는 중대한 시기라서 둘 사이는 뭔지 모를 에로틱한 분위기로 휩싸였다.

 지그시 서로의 눈과 입술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니 더이상 이 야릇하고도 이상한 기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키스 할게…"

 "으음…"

 긴장된 눈꺼풀을 찡그려 감은 선배가 내가 키스해오기만을 기다렸다.

 후우.. 좋아. 괜찮아.

 처음이니까 못 해도 상관 없지!

 너무 겁 먹지 말자.

 

 나는 영상에서 봤던 그대로 한쪽 손으로 선배의 뒷목을 받혀주고 엄청난 속도와 소리를 내고 있는 우리 둘의 심장 고동소리를 따라서 조금씩 더욱 더 거리를 좁혀서 숨이 바로 닫는 데 까지 얼굴을 마주했다.

 '첫키스다..!'

 '첫키스야!~'

 서로의 코끝을 비비다가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춘 채로 1분 정도 있었다.

 

 '?????'

 '?????'

 거사스러웠던 첫키스를 끝넘긴 우리의 소감은 똑같았다.

 분명히 두근거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긴 했지만 글쎄… 코끝 비비고 입만 맞춘 거로는 왠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가 크게 빠진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뭐… 다들 처음 할 때 생각했던 거랑은 많이 달라서 실망한다던데 맞는 말이었네."

 "그래도 신이치랑 키스를 해서 너무 기뻐..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하고 갈게."

 "하여튼.. 알았어."

 방금 전보다는 짧고 굵게 입을 맞추고 끝났다.

 

 "조심해서 가고 집 가면 꼬옥 연락해줘."

 "예이 꼭 하겠습니다요. 들어가 보시지요."

 그렇게 또 한번 정말 진짜 마지막으로 입을 맞춘 뒤에야 선배는 집으로 돌아갔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는데도 항상 「어서와」라며 맞이해주던 히마리가 보이질 않아 의아해했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지도 않았고, 내 방에 몰래 침투해 은신해 있지도 않았다.

 그저 굳세게 걸어잠겨있는 히마리 방문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저녁도 못 먹었을 텐데..

 데이트 하느라고 신경 써주지 못 한 게 뒤늦게 떠올라 미안해졌다.

 히마리의 방문에 작게 노크하고서 물었다.

 "히마리, 오빠가 너무 늦었지? 저녁은? 먹었어?"

 그러나 되돌아 온 건 묵묵부답이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일단 급하게 간단하게 먹기 좋은 볶음밥을 만들어서 문 앞에 두고 노크를 한 뒤 내 방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역시 카나미 선배랑 만난 것 때문일려나.

 나중에 둘이서 얘기 해봐야 겠네.

 

 그래도 오늘은 내 첫사랑이 시작된 행복한 날이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했던 게 키스가 아니라 그냥 바보같이 뽀뽀한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우리는 그날 밤 내내 이불을 차다 잠에 들었다.

 
작가의 말
 

 참고로 평온한 억양의 아키타 사투리는 충청도 사투리와 비교할 수 있으며, 간사이 지방에 오사카는 특히 억양이 세고 말발이 강한 것이 부산 사투리와 비교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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