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2화. 찌찌 (2)
작성일 : 17-11-28 23:51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76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화. 찌찌 (2)

 by 하얀그림자

 

 

 

  집에서 바로 보이는 넓은 해안가. 저 멀리 이름 모를 새들이 보인다. 이 세상 전부가 자기들 것인 양 자유롭게 하늘을 떠다니는 새들. 최소한 저들의 발톱에 걸려서라도 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마침 하늘에 피어있던 구름이 지나가자 내 옆으로 따스한 노을 한 자락이 길게 늘어졌다. 동시에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물결이 시야로 들어왔다.

 

  날고 싶다.

 

  지금 이 세상을 지배하는 저 붉은 노을 속으로 내 몸을 실어보고 싶다. 나 또한 저 새들처럼 노을의 일부가 되는 것, 정말이지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짜릿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날아야겠지.

 

  그 때였다. 알 수 없는 강한 힘에 내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공기를 가르는 촉감에 기분 좋게 깃털이 흔들렸고 노을 속으로 최소한 한 발자국은 다가갔다고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난 혼신의 힘을 다해 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날아오른 게 아니라 히호가 뒤에서 날 던져준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내가 아무리 날갯짓을 해봤자 이렇게 떨어질 것이라는 걸 말이다.

 

  엄마가 이미 이야기한 사실이다. 난 아직 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체념은 쉬웠는데 바다 위에 몸을 싣고 출렁이는 물결에 몸을 맡기자 다시금 욕망이 타올랐다.

 

  두 눈을 감자 바다는 거대한 하늘처럼 내 날개를 간질였고 내 몸은 바다를 하늘 삼아 두둥실 떠다니기 시작했다. 날아오른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그래서 난 날갯짓을 멈추지 못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들이 어우러졌다. …내가 날고 있었다.

 

  “하하하!”

 

  히호의 익숙한 웃음소리에 즐거운 상상이 멈췄다. 이런 내 모습을 히호에게 한두 번 보여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 이런 비웃음도 익숙하다. 분하긴 하지만 언젠가 날아오를 먼 훗날을 떠올리며 참기로 했다.

 

  어쨌든 난 히호의 비웃음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짧았던 나의 비행은 분명 히호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히호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신경 쓰지 않았다. 히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고마워.”

 

  하지만 히호는

 

  “고맙다니? 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덕분에 잠시나마 정말로 날아올랐던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어 줘서 정말로

 

  “고맙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히호는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건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몸을 움직여 바다를 벗어난 뒤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내 깃털에 달려있던 물방울이 히호에게 떨어져 나갔다. 나의 물방울 세례를 불평 없이 받고 있는 히호의 등으로 힘겹게 올라갔다.

 

  “노을이 안 보여.”

 

  히호의 불타는 듯한 머리가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내 머리 위로 올라와.”

 

  히호가 머리를 숙여주었고 난 몇 발자국 걷는 것으로 히호의 머리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히호의 머리 위에서 바라본 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너무나 광활했다.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내 눈엔 저 하늘, 저 공간만 가득했다. 눈을 돌려도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곳. 어렸을 때 이런 광경을 어떻게 참았나 싶다.

 

  가슴이 심하게 아렸다. 그 아픔은 내 의사를 무시한 채 내 날개를 흔들었다. 안 된다는 건 알지만, 하지만 이대로라면, 정말 이대로라면 이번엔 실수하지 않고 날아오를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를 일이었다. 내 발이 때마침 불어온 바람을 밟기 시작했다. 푸드득. 가능한 빠른 속도로 힘차게 날개를 흔들었다. 저 멀리 노을이 내게 점점 가까워 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툭.

 

  난 그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래로 떨어졌다.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아픔은 없었다. 분명, 내가 방금 전 분명

 

  “날았지?”

 

  “그래, 나도 봤어. 아주 잠시였지만 분명 날았어.”

 

  “그렇지? 그렇지?”

 

  온 몸이 떨렸다. 마냥 이렇게 이 느낌을 맛보고 싶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한참동안. 아무 말도 건네지 않은 히호 덕분에 편안히 그 느낌을 되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이었고 짧았으며 제대로 해낸 게 아니었기 때문인지 날아올랐던 그 느낌은 바다 내음을 싣고 날 적셔오는 바람 속에 빠르게 풍화되어갔다. 그 느낌의 끝자락을 뒤쫓던 내 앞으로 히호가 다가왔다.

 

  “왜 울어?”

 

  “응?”

 

  “왜 울고 있어?”

 

  히호가 앞발을 들어 내 눈 아래를 훑어주었을 때에야 난 주룩 흘러내리는 내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됐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왜 눈물이 나온 것일까.

 

  “모르겠어. 나 왜 울지?”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 그 답을 그대로 히호에게 맡겨버린 난 다시 내 날개를 바라보았다.

 

  “이상해. 달라진 건 없는데.”

 

  히호를 바라보았다. 분명 내겐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공기가 날 가엾이 여겨 하늘로 밀어줬을 리도 없는데. 그렇다면 역시 히호겠지. 가만히 웃고 있는 히호를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하긴. 히호에겐 뭐든지 잘 보이려고 했으니까.

 

  고마워.

 

  고맙다는 말도 이해 못하는 히호를 위해 속으로만 마음을 전한 내 눈으로 히호의 앞발이 들어왔다. 양쪽 한 눈에 들어오는 큰 상처가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았지만 뛰어오다가 바위에 걸려 넘어졌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턱에도 금방 생긴 것 같은 상처들이 보였다. 넘어져서 이렇게 다칠 수도 있는 거야? 물으려다 말길을 돌렸다.

 

  “히호야. 그러고보니 왜 지금 여기에 있어? 집엔 안 갔어? 다친 것도 그렇고,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아니라니깐.”

 

  원래 혼자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히호도 집으로 가고 나 역시 집에서 저녁을 먹고 심심해지면 나와서 게나 거북이 따위랑 놀기도 하는 시간. 이런 시간에 뜻하지 않게 나타난 히호의 존재가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이 시간에도 항상 만나는 건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녁은 짧고 밤은 금방 찾아오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수는 없는 시간이다.

 

  비록 빈약하고 거친 깃털이지만 엄마가 내게 해준 것처럼 히호의 앞발을 날개로 덮어주었다. 히호는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얼른 낫길 바랐다.

 

  그로부터 별일 없이 해님이 뜨고 지기만을 반복했다. 무료할 정도로 아무 일 없는 날들 속에서 약간의 변화라면 얼마 전부터 온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매우 오랜만에 만난 파랑새 친구 리리에 의해 지금의 내가 엄마와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새 진한 갈색에서 푸른색으로 깃털이 변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히호는 내 목소리를 쿠쿠에 비교했지만.

 

  아, 그러고 보니 히호의 그런 놀림도 요즘엔 잘 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기분이 나빴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모양인지. 이 외에는 별다를 것 없는 나날들이었다. 한 가지 더하자면 계절이 변해 해님이 하늘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건지 잘 모르겠다.

 

  달님이 그리워지는 계절 속에서 파란 해님이 금빛 하늘에 먹혀 들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어깻죽지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에게 물어보려고 부리를 벌렸다가 다시 닫았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그런 이유로 난 식사도 잠시 미뤄두고 계속해서 날개를 움직였다. 그래야 이상한 느낌이 사라졌다.

 

  “왜 그러니?”

 

  그런 날 가만히 바라보던 엄마가 물었다. 엄마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얼굴 한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말할까 말까 괜스레 우물쭈물하는 사이 부리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역시 말하기가 힘들었다.

 

  “아니야.”

 

  난 대충 얼버무리고 히호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아침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갔다.

 

  “안녕, 히호.”

 

  “어서와, 찌찌야.”

 

  거의 매일 만나는 히호지만 오늘따라 오랜만에 만나는 듯한 느낌이 새삼스럽다. 그래서 물끄러미 히호를 바라보다 이유를 알아냈다.

 

  “히호 넌 볼 때마다 더 크는 거 같아. 도대체 얼마나 더 커지는 거야? 난 전혀 변한 게 없는데.”

 

  예전엔 히호의 등으로도 가볍게 뛰어오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히호가 앉아야만 오를 수가 있게 되었는데, 그건 곧 난 전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히호는 목소리까지 무척 굵고 멋있어졌다. 힘들게 히호의 머리 위로 오른 내게 히호가 말했다.

 

  “넌 변하는 게 좋아?”

 

  “응?”

 

  변하는 게 좋냐니. 난 갑작스러운 히호의 물음에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변하지 않으면 날 수도 없어.

 

  “뭐, 지금 이대로 보다는. 아무래도 난 빨리 커서 날고 싶으니까.”

 

  “물론 변하면서 지금의 모습보다 멋지고 아름답게 되는 건 좋아. 하지만 그만큼 우린 삶을 살아버린 게 되는 거야. 계속 변한다면 한때의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 역시 순간일 테고 곧 우리 몸은 힘을 잃고 시들겠지. 저 꽃들처럼.”

 

  히호의 발길이 나무 밑동 근처에 자리 잡은 귀여운 꽃 한 송이로 향했다. 히호의 표현을 빌자면 언젠가는 시들어버리고 말.

 

  “그건 당연한 거잖아.”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꽃이 피고 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난 이어진 히호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어제 우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 바로 내 눈 앞에서.”

 

  히호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했다기 보다는 어떤 상황이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를 대충 느꼈다는 뜻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으면 피고 시드는 저 꽃들이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슬퍼보이는 히호의 힘을 북돋워주고 싶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 어차피 죽는 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니까.”

 

  “본래의 모습으로?"

 

  “응. 정령이라고 못 들어 봤니?”

 

  난 히호의 머리에서 푸득거리며 땅으로 가볍게 내려앉은 뒤 히호를 정면으로 올려다보았다.

 

  “원래 우린 이 세상에 정령의 모습으로 나무나 꽃이나 물 등에 깃들어 있었대. 그랬다가 정령의 임무를 일정기간 잘 수행하면 그 보상으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거야. 그리고 죽으면 다시 정령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래.”

 

  “그럼 우리 할아버지는 지금 어딘가에서 그런 정령의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계실거란 얘기야?”

 

  “응. 그러니까 기운 내, 히호.”

 

  난 언젠가 엄마에게 들은 정령의 이야기를 히호에게 들려주었다. 다행히 히호는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다. 미소를 보이는 히호를 보며 난 시선을 바다 쪽으로 옮겼다.

 

  사실 난 아직까지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 마음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를 단 하루라도 보지 못한다면 정말로 슬플 테니까.

 

  “내가 찌찌한테 이런 얘길 다 듣다니. 찌찌 너도 역시 많이 변했어.”

 

  “흥. 바뀐 거 하나도 없어. 목소리도 거의 그대론데.”

 

  이제와 새삼스럽게 변했다니.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사실 다른 이가 나 자신을 나보다 많이 보고 듣고 느낄 수는 없다. 난 나와 언제나 함께 있으니까.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는 없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 그런데 히호 뿐만 아니라 엄마 역시 나를 대하는 모습이 조금은 변한 것 같기도 하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나 자신을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말 변한 걸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변한 걸까?

 

  이런 내 생각은 몇 걸음 나가지도 못한 채 멈추고 말았다. 그 순간 또다시 가려워진 어깻죽지 때문이다. 생각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날개를 푸득였다.

 

  “왜 그래?”

 

  “아, 아냐아냐. 아무 것도.”

 

  난 흔들던 날개를 황급히 멈췄다. 이유를 떠나 나도 모르게 일어난 행동이었지만 계속되는 가려움은 내 참을성을 무너뜨렸다.

 

  “그냥 얼마 전부터 이상하게 겨드랑이가 가려워서 이렇게 날개를”

 

  푸드득.

 

  말조차 채 끝맺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 난 흔드느라 뻐근해진 날개를 내리고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차마 히호를 마주볼 수 없어 고개만 숙이고 있는데 다행인지 히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시 뒤

 

  “정말 파랗다.”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까지 했다. 하늘을 말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오늘따라 가득한 구름에 가려 파란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뭐가?”

 

  “뭐겠어. 너지.”

 

  “나?”

 

  “응.”

 

  히호의 끄덕임에 날개를 내밀어 보았다. 이미 느꼈던 것이지만 히호의 말대로 어느새 더 이상 파래질 수 없는 내 깃털에 새삼스레 웃음이 나왔다.

 

  “이건 날 나타내 주는 거니까.”

 

  “너도 변했어. 그렇게.”

 

  난 내 날개와 히호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래도 히호가 더 많이 변했는걸. 더군다나 이렇게 크게 변하다니. 내가 이젠 올라가기가 힘들잖아. 난 고작 색만 바뀐 거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히호가 큰 소리로 웃었다.

 

  “왜 웃어?”

 

  “찌찌야.”

 

  히호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무수히 얘기했지만, 넌 이제 날아오를 거잖아. 그러니까 그 동안 난 열심히 커야지. 날아오르는 건 못하다가 갑자기 되는 일이지만 크는 건 그렇게 갑자기 되는 게 아니거든. 네가 다 크는 건 날아오르는 거고, 내가 다 크는 건 몸집이 다 크는 거란 말야. 넌 언제든 날 수 있게 되면 저 높이, 나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한순간에 오를 수 있잖아.”

 

  “…알겠어.”

 

  간단했다. 내가 날아올라 히호의 머리로 언제나 쉽게 올라가면 되는 것이다. 나도 언젠간 분명 날게 될 테니까. 그 때까지 기다리기가 조금 지루하겠지만 참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중에 날게 되면 히호한테 꼭 먼저 나는 모습을 보여줄게.”

 

  내가 살짝 웃으며 입을 열자 히호 역시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내가 죽기 전에 해주길 바랄게.”

 

  “뭐야?”

 

  정말 못됐다. 열심히 연습하라고 격려는 못할망정 날 이렇게 놀리다니. 하긴 뭐, 지금 당장도 죽기 전의 시간이니까. 난 히호를 노려보던 눈길을 거두고 다시 웃었다. 그래, 죽기 전에 보여줄 테니 기다려야 돼.

 

  “그럼 나 그만 가봐야겠어.”

 

  내가 히호의 시선에 내 눈을 맞추고 있는 동안 히호는 뭐가 떠올랐는지 급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왜?”

 

  “응. 할아버지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하거든. 며칠간 못 볼 거야.”

 

  “아, 그랬지.”

 

  너무 내 생각만 하느라 잊고 있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봐, 히호. 장례식 잘 치르고.”

 

  “고마워. 그럼 안녕.”

 

  멀어지는 히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모래바닥에 앉아 생각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아직까지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다는 것과 증조할아버지와 그 위의 위, 또 그 위의 할아버지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히호의 할아버지는 벌써 돌아가셨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호랑이들은 왜 그렇게 빨리 죽는 걸까?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난 히호가 죽기 전에 날아오를 수 있을까? 순간 두려움이 생겼지만 히호도 바라고 있으니 분명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내 앞까지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람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이렇게 영원한 춤을 추는지 바다의 마음을 나로선 아직 알 수가 없었다. 날 수가 있게 되면 그 때는 알 수 있을까.

 

  일어나서 엉덩이의 모래를 털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아팠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자리를 옮겼다. 또 다시 간지러워 온 어깻죽지 때문에 날개를 힘껏 흔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리리를 만났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10화. 요오 (4) 2017 / 12 / 4 247 0 5492   
9 9화. 요오 (3) 2017 / 12 / 4 248 0 6848   
8 8화. 요오 (2) 2017 / 12 / 4 246 0 5551   
7 7화. 요오 (1) 2017 / 12 / 4 262 0 6144   
6 6화. 찌찌 (6) 2017 / 11 / 29 243 0 5609   
5 5화. 찌찌 (5) 2017 / 11 / 29 243 0 5696   
4 4화. 찌찌 (4) 2017 / 11 / 29 255 0 6545   
3 3화. 찌찌 (3) 2017 / 11 / 28 253 0 6300   
2 2화. 찌찌 (2) 2017 / 11 / 28 241 0 7694   
1 1화. 찌찌 (1) 2017 / 11 / 28 418 0 725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