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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파랑새 이야기
작가 : nosmos
작품등록일 : 2017.11.28

파랑새 여섯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의 이야기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형식으로
순수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1화. 찌찌 (1)
작성일 : 17-11-28 23:40     조회 : 417     추천 : 0     분량 : 7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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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찌 (1)

 by 하얀그림자

 

 

 

  끼룩…

 

  멀리서 갈매기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자 구름에 가린 해님이 주변으로 손길을 뻗고 있었다. 그 손길이 따스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

 

  “어흥!”

 

  너무 놀라서 숨이 넘어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언제 다가온 건지 호랑이 한 마리가 머리 위에서 입을 벌린 채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명이라도 질러야했는데 그 자세 그대로 딸꾹질만 나왔다. 호랑이는 벌린 입 그대로 심하게 웃기 시작했다.

 

  “뭘 아직도 놀라있어. 너 그 표정 진짜 웃긴 거 알아? 눈이 이만해져선. 하하.”

 

  그 이야기를 들어도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진정이 됐다.

 

  “너무해, 히호!”

 

  히호는 여전히 내 날갯짓을 흉내라도 내듯 앞발을 옆으로 흔들어대며 연신 웃었다. 그 모습이 분해서 총총 뛰어가 히호의 뒷발을 부리로 쪼려는데 히호는 날렵하게 옆으로 뛰어 피해버렸다. 그 덕에 난 모래만 잔뜩 뒤집어썼다.

 

  “정말…”

 

  히호는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만나는 호랑이다. 오래된 건 아니지만 히호는 다른 호랑이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왜 날 잡아먹지 않지?

 

  내가 알고 있는 호랑이는 히호를 만나기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 여전히 다른 호랑이들은 우리 같은 새들이나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 게 일상이다. 끔찍하지만, 우리가 벌레를 잡아먹는 것을 생각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날 만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정말 없을까?

 

  물론 당연히 처음부터 히호가 다른 호랑이들과 달랐던 건 아니다. 그날은 오래 전 인간 세상에 가셨다가 돌아오신 큰할아버지가 불러주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던 중이었다.

 

  “나비야 나비야 어딜 날아 가느… 응?”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녹음으로 가득 찬 숲속에서 엄마의 눈길을 피해 날개를 파닥거리며 연습 아닌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하얀 새가 지나가다 흘리고 간 그의 흔적인 줄 알았다. 하얀 깃털마냥 공기와 함께 춤을 추듯 어디선가 날아와 내 앞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본 순간 난 그에게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 후 오래되었지만 짧은 시간을 살아온 난 아직 어려 이렇게까지 하얀 나비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딜 가는 중이니?”

 

  자연히 내 모든 관심이 나비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날개를 휘젓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잘도 팔랑거리는 나비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 역시 그렇게 날아보려 날개를 파닥이면서 그냥 열심히 따라갈 뿐.

 

  나비는 순간순간 눈앞에서 사라졌고 다음 날아갈 곳을 생각하는지 중간중간 제자리에 멈춰준 덕분에 놓쳐버릴 염려는 없었다.

 

  언젠간 나도 저렇게 다리가 아닌 날개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겠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내가 지금 날 수 없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기에 무엇인가를 바랄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그렇게 하얀 해님의 손길만큼 밝게 빛나는 나비를 따라 얼마나 뛰었고 얼마나 날개를 파닥였을까. 그냥 갑자기, 엄마가 늘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고,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꼭 있어야 해. 알겠니?”

 

  엄마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맑고 고와서 아무리 멀리 있어도 들릴 것만 같다고 항상 생각했다. 실제로도 언제 어디에 있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처음으로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돌아보던 그때였다.

 

  “…어?”

 

  우리집이 있는 곳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나무와 꽃과 풀로 뒤덮여 있는 곳이었다. 나비가 그때 하늘을 향해 높게 날지만 않았어도, 하필이면 그때 바람이 강하게 불지만 않았어도.

 

  “어어?”

 

  분명 이 상황을 이해했으면서도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강한 바람에 몸이 잠깐 떠오른다고 느꼈을 때 맞은편 죽어가는 덤불에 몸을 잔뜩 웅크린 커다란 두 눈동자를 보았다. 난 자연스레 뛰어오르려던 그 자세 그대로 내 앞에 놓여 있던 작은 돌멩이에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참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통증이 다리 저 먼발치에서 덤불 속 두 눈의 주인처럼 웅크려 있다가 순식간에 튀어 올랐다.

 

  “어흐…”

 

  “아야!”

 

  두 눈의 주인이 누구였든 간에,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 충격이 너무 컸다. 너무 아파서 아야 소리만 절로 나왔다.

 

  히호와 처음 만난 게 바로 그때였다. 그때의 히호는 분명 나를 잡아먹기 위해 숨어있었다고 확신한다. 본인은 아니었다고 하는데 모든 상황을 다시 생각해봐도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히호는 그날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 후로도 종종 찾아와 내게 먼저 말을 걸곤 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익숙해진 건지 말대꾸 몇 번 해주면서 이젠 내가 히호의 장난을 받아줘야 하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건 좀 너무하잖아. 모래 터는 게 얼마나 힘든데.”

 

  히호가 내 공격을 피할 때 뒤집어쓴 모래를 대충 털며 말했다. 털 사이로 파고든 모래를 터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엄마나 다 큰 새들을 보면 이정도 모래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난 아직 깃털조차 제대로 나지 않아 모래들이 쉽게 엉긴다.

 

  난 할 수 없이 바다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날갯짓 몇 번 하면 자연스레 모래가 빠져나간다. 문제는 물 밖으로 나와 몸을 흔들어 물을 채 떨궈 내기도 전에 히호가 다시 모래를 뿌린다는 점이랄까. 물과 뒤섞인 모래는 아까보다 훨씬 많이 털에 엉겨 붙었다.

 

  “히호!”

 

  모래는 포기하고 히호에게 부리를 앞세워 달려들었다. 물론 호랑이인 히호에게 내가 상대가 될 턱이 없다. 그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뿐이지. 사실 히호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먼 훗날 내가 날게 되면 그 땐 거꾸로 내가 히호를 놀려줄 수 있으니까. 히호는 날 놀리면서 늘 그런 핑계를 댔다. 넌 나중에 날아다닐 거잖아. 나보고 날지도 못하냐고 놀릴 거잖아. 뭐,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

 

  놀려줄 거야. 맨날맨날.

 

  그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분이 풀리고 아무 생각 없이 히호와 놀 수 있게 되는 건 덤이다. 내가 저 하늘로 날아오를 그 날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얼마나 놀았을까. 해님이 구름 밑으로 빠져나오느라 힘을 잃었는지 어느새 짙은 그늘이 바다와 숲에 깔리기 시작했다.

 

  “찌찌야!”

 

  멀리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곳은 집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항상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처음엔 그래서 안심하고 히호를 만났는데, 이건 비밀이지만, 이젠 히호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없어서 사실 가끔씩은 다른 곳에서 놀기도 한다.

 

  “알았어, 엄마!”

 

  난 히호를 의식해 한껏 목소리를 뽐내 대답해 봤지만 역시 엄마만큼 고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내 생각을 눈치 챈 건지 히호가 나 들으라는 듯 킥킥대며 웃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그만 놀고 들어오렴. 히호도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만 돌아가겠니?”

 

  히호와 내가 알겠다고 대답하자 엄마는 내가 부러워 마지않는 날갯짓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사라지자마자 히호는 다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너희 엄만 저렇게 목소리가 고우신데 넌 왜 그 모양이야? 저기 아랫마을에 사는 쿠쿠가 차라리 낫겠다.”

 

  아랫마을의 쿠쿠라면 그들 중에서도 목소리가 가장 나쁘기로 소문난 돼지다. 내 목소리를 그런 쿠쿠에게 비교하다니.

 

  “아니거든! 흥!”

 

  난 기분이 상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뒤돌아 총총걸음으로 집을 향해 뛰었다. 이런 날 향한 히호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뒤따랐다.

 

  “너 새 맞아? 새면 날아가야지! 그 짧은 다리로 집까지 뛰어가려면 하루가 모자라겠다! 내가 그냥 태워다 줄까?”

 

  억울하긴 하지만 히호의 말이 사실이다. 히호의 말처럼 나는 날지도 못하고 목소리도 곱지 않다. 그래서 히호가 아무리 놀려도 난 대꾸도 할 수 없다. 히호의 놀림을 벗어나려면 얼른 나는 걸 배우고 목소리도 아름답게 가꿔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오늘에야말로 꼭 엄마한테 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좀 더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엄마, 나 나는 법 알려줘.”

 

  나의 이런 다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부드러운 미소만으로 대답을 피했다. 내가 어떤 응석을 부려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래서 언제나 내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단순한 투정이 아닌데도.

 

  “히호가 계속 놀린단 말야. 장난도 치고.”

 

  하지만 역시 내 말을 못들은 척 여전히 미소만 짓는 엄마다.

 

  “엄마, 나 새 맞아?”

 

  울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말까지 꺼내다니. 내가 생각해도 이건 투정이 맞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무심하게 웃기만 하다니. 난 부리를 삐죽 내밀었다. 엄마에게도 내가 기분이 상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만 여전히 웃기만 했다.

 

  엄마의 딸이 기분 나쁘다는데 웃다니. 난 정말 엄마의 딸이 맞긴 한 걸까? 그래서 내가 새가 맞는지는 둘째 치고, 나 정말

 

  “엄마 딸 맞아?”

 

  라고 물었을 때 그 순간 처음으로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

 

  이라니! 갑자기 가슴속에서 뭔가가 끓어올랐다. 그 뜨거운 기운은 목을 타고 얼굴로 올라와 눈에 모였고 곧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엄만 내가 못 날아도 괜찮아? 상관없어? 응? 제발 나는 법 좀 가르쳐달란 말야!”

 

  하지만 엄마는 작은 풀잎그릇을 하나 내려놓으며 엉뚱한 대답을 꺼냈다.

 

  “이것 마시렴.”

 

  그릇엔 바다에서 늘 보아오던 것과는 다른, 풀잎 색으로 물든 투명한 물이 있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이 물은 우리 파랑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새들이 먹는다고 한다. 새벽녘의 이슬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왜 이걸 먹으면 목소리가 고와지는지는 난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먹었다고 하니까 나 또한 먹을 수밖에 없다. 목소리가 고와진다는데 뭐든 먹지 못할까. 이것만 마시면 나도 금방 엄마처럼 목소리가 고와질 것이다.

 

  좀 전의 기분은 까맣게 잊고 순식간에 즐거워진 마음으로 물을 마시는 내 귓가로 엄마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세상엔 순리라는 게 있단다. 억지로 한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또 포기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야. 억지로 하면 쉽게 다칠 수 있어. 그래서 오히려 더 늦을 수도 있지. 그렇다고 포기한다고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더 빠르게 튕겨져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단다. 하늘님은 우리에게 날개라는 선물을 주셨을 뿐이지 날 수 있는 능력까지 함께 주신 건 아니야. 그래서 우린 날아오르기 위해 열심히 날개를 움직이고, 그렇게 커가면서 공기를 느끼는 거란다. 먼 훗날 날아오르게 돼야 우리의 날갯짓이 우리의 전부가 되는 거지.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엄마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난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지만 사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닐지라도 훗날 내가 더 컸을 땐 깨달을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엄마의 말을 깊게 새겨들었다.

 

  “찌찌는 지금 이 순간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

 

  “날 수 있으면?”

 

  내 생각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저 바다보다 아름답진 않겠지만, 저렇게 멋진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야. 아마 평생 날기만 할지도 몰라. 저기 구름 위로, 높이높이, 해님이 있는 곳까지.”

 

  “그래, 엄마도 찌찌처럼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어. 그 마음 하나로 열심히 날기 위해 연습했단다. 그 마음 하나면 되는 거야.”

 

  눈을 감고 엄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 하늘 높이 훨훨 나는 상상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바람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것에서 시작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서 날갯짓을 하는 것과 마치 추락하듯 지상으로 떨어지다 날갯짓 한 번으로 다시 솟구치는 내 모습은 그야말로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이었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 비행을 멈추고 착륙을 한 뒤 현실로 돌아와 엄마의 미소를 대하자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 이제 뭐하면 돼?”

 

  엄마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응? 다 얘기해 줬잖니?”

 

  오히려 날 놀라게 했다.

 

  “아냐. 결국 하나도 얘기 안 했어. 맨날 그렇게 피하잖아.”

 

  좋은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긴 하지만 돌아서면 정작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항상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직 날아오를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 정도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조금 속상한 기분이 들어 마시던 이슬도 내려놓고 엄마의 시선을 피했다. 엄마의 미소를 마주하면 또 그냥 넘어가게 될 것 같았다. 엄마는 이런 내 옆으로 다가와 파란 날개로 날 감싸며 말했다.

 

  “우리 찌찌가 원하는 걸 엄마가 말해주지 않는 건 안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서 그래. 알아도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단다. 오히려 다칠 수도 있어.”

 

  “그래도!”

 

  “그래그래. 찌찌 속 많이 상한 것 같으니 엄마가 이거 하나만 알려줄게. 그러니 이슬 맛있게 마시고 또 열심히 연습하는 거다?”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혹시나 싶어 내색은 하지 않고 모든 신경을 귀로 집중해 엄마의 말을 기다렸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공기와 친구가 되는 일이야.

 

  세상을 홀려서 나무랑 바다랑 모래 모두를 춤추게 한다는, 바람을 일으키는 그 공기를 말하는 것일까?

 

  “공기와 친구가 되면 우리 날개는 우리를 하늘 저 높이로 날려준단다.”

 

  “공기랑 어떻게 친구가 돼?”

 

  “친구가 되는 건 찌찌 네가 아니라 바로 이 날개야. 날개랑 공기가 친구가 되면 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러고 나서 엄마는 나중에 내가 날 만한 나이가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 준다고 했다. 묻고 싶은 말들이 무척 많았는데 일단 엄마의 말을 믿기로 했다. 공기와 친구라니. 내가 아니라 내 날개로?

 

  날개를 펼쳐보았다. 그제야 내 날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강한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부러져 버릴 듯 빈약해 보였다. 공기와 친구가 되려면 강한 바람과도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깃털도 길게 나야 하고, 날개도 좀 더 튼튼해 져야 한다. 그리고 엄마처럼 파랗게 물들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슬퍼졌다. 역시 난 아직은 날 수는 없는 걸까? 나는 방법을 배운다 해도 이런 내 날개로는 저 하늘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엄마의 마지막 말이 자꾸 떠올랐다.

 

  “좀 더 크면 엄마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거야.”

 

  좀 더 크면…. 난 지금 날고 싶은 건데.

 

  등에서 가볍게 퍼지는 진동을 느끼며, 어느새 내 눈물로 다시 가득 찬 그릇을 비우고 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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