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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장미의 교단
작가 : 우와아와앙
작품등록일 : 2017.11.22

여신 '셀레스틴' 과 함께하는 본격 교단 부흥기-!!
전직 톱모델 출신 강우진. 하지만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고 우진은 금세 연예계에서 묻히게 되고, 우진은 다시 유명세를 되찾기 위해 '에스테반' 속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용서하겠습니다(3)
작성일 : 17-11-28 19:01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8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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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스러운 셀레스틴의 기사들이여, 간악한 미트라의 잔당들을 처단하자-! 가자- 장미를 위하여-!! 셀레스틴을 위하여-!!"

 

 """장미를 위하여---!! 셀레스틴을 위하여---!!"""

 

 두두두두두---!!

 

 미트라의 신전이 위치한 서쪽 지구 광장. 이곳에 이안의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에 기사단은 힘차게 이안의 명령을 제창했고, 이안과 기사단은 갈라진 인파 사이로 빠르게 말을 내달렸다.

 

 이미 네 자리수에 가깝게 모여있던, 수많은 인파들은 '셀레스틴 교단' 의 등장함과 함께 양쪽으로 길을 터주고 있었고, 그에 이안과 기사단의 돌격은 아무런 장애 없이, 더욱 속도를 붙여, 순식간에 정문을 향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안은 시야 속에 점점 확대되어 오는 신전의 정문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얼핏 보기에도 문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그 문은 굳게 잠겨져 있어, 외부인의 침입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말에서 내려, 차분히 문부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밍기적대기에는 이곳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여기서는 지켜보고 있는 군중들에게 쇼맨십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또 교단의 무력을 자랑스레 선보이기 위해서라도 강한 이펙트를 필요로 하는 때였다.

 

 '셀레스틴 교단' 이야말로 '화이트 런' 의 제일 교단이라고 말이다.

 

 이안은 말을 달리는 자세 그대로 살짝 고개를 비틀어, 기사단을 향해 소리쳤다.

 

 "기사단이여- 랜스를 들어라-!!"

 

 "랜스를 들어라--!!"

 

 이안의 명령이 오필리아를 통해, 기사단 전체로 퍼져나갔다.

 

 기사들은 그 명령을 듣는과 동시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일제히 랜스를 들어 올렸다.

 

 두두두두두---!!

 

 기사단 모두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힘찬 말 발굽 소리는 더욱 빠르게 광장을 울렸고. 그 소리와 비례하게 정문과의 거리 역시 더욱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다.

 

 '슬슬... 타이밍을 재야 하는데..'

 

 이안은 면갑 아래의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기 시작했다.

 

 정문과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가늠해보기 위해서였다.

 

 '300미터.. 아니, 250미터 쯤인가? 아무튼, 이 쯤이 적당하겠군.'

 

 이안은 지금의 거리가 다음 행동을 개시하게 딱 적기라는 것을 판단하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이상 늦장을 부리다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대로 문에 충돌하게 될게 불 보듯 뻔했다.

 

 이안은 다시 한 번 입을 벌려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랜스- 투척 준비--!!"

 

 """투척 준비---!!"""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이안의 함성이 말 발굽 소리 사이로 울려 퍼졌다.

 

 기사들은 그 지시를 놓치지 않고, 들고 있던 랜스를 역수로 고쳐 잡은 채, 어깨 위로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간, 숱하게 연습해온 '셀레스틴 교단' 만의 랜스 투척 자세였다.

 

 때를 맞춰,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내리쬈다.

 

 그에 기사들의 랜스 끝이 아름답게 반짝였고, 이안은 경건히 성언을 읊어 내렸다.

 

 "셀레스틴 이시여, 나약한 저의 가슴에 당신이란 꽃을 한송이 피워 주소서. 장미의 기도-!"

 

 - 장미의 기도(셀레스틴)의 효과로 인해 모든 스텟이 한 시간 동안 12% 상승합니다.

 

 """셀레스틴 이시여, 나약한 저의 가슴에 당신이란 꽃을 한송이 피워 주소서! 장미의 기도-!"""

 

 이안의 성언을 시작으로 기사들도 함께 성언을 읊어 내린다.

 

 그렇게 이안과 기사단은 '장미의 기도' 에 이어, '장미의 가호' , '플로레스타' 마저 읊어 내렸고, 마지막으로 '로즈 플러터' 를 시전한 채, 장미잎을 흩날렸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 또 웅장하기 그지 없었다.

 

 그에 군중들은 기사단이 경건히 읊는 '셀레스틴 교단' 의 성언을 무언가에 홀린 듯 함께 열심히 중얼거렸고, 곧 광장안은 '셀레스틴 교단' 의 성언이 마치 찬송가 마냥 은은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친 이안은 곧장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투척---!!"

 

 """투처억---!!"""

 

 쓔와아아아악---!!

 

 투척 명령이 떨어지자, 에어쇼에서나 들을 법한 날카로운 파공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신전의 정문을 향해 일제히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그 날카로운 파공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면 파공음은 두터운 문에 닿는과 동시 육중한 충돌음으로 그 모습을 변모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앙---!! 후두두둑-!!

 

 고막을 뒤흔드는 커다란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둔탁한 낙하음이 그 뒤를 이어왔다.

 

 이안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사이로 무너진 정문을 응시했다.

 

 마음속 한켠에 문이 뚫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 걱정은 단순히 기우에 불과한 모양이었다.

 

 고된 훈련의 성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문이 뚫렸다-! 전 기사단, 이대로 문을 통과해 이단자들을 심판한다--!!"

 

 """우오오오오--!!"""

 

 

 

 두두두두두--!!

 

 곱게 깔려진 푸른 잔디밭 위로 거칠게 말 발굽이 떨어져 내린다.

 

 부드러운 흙덩이는 마구 파헤쳐져 하늘 높이 비산했고, 윤기나던 잔디풀은 푸석푸석 공중에 흩날렸다.

 

 쾅-! 와장창-!!

 

 말 위에 앉아 있는 기사들의 병장기가 대리석 조각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조각상들은 곧 볼품없이 무너져 내렸고, 그마저도 말 밥굽 아래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이렇듯 이안과 기사단은 정문을 통과해 모든것을 헤집어 놓으며 미트라의 권속들을 찾아 움직였다.

 

 이미 신전의 아름다웠던 풍경은 안중에도 없는 이안과 기사단이었다.

 

 그렇게 미트라의 권속들을 찾아, 흩어져서 신전을 한바퀴 선회한 이안과 기사단은 다시금 어느 한 건물 앞에서 대열을 정리했다.

 

 신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아직 수색을 실시하지 못한 마지막 건물이었다.

 

 '그리고 미트라의 권속들이 꽁꽁 숨어있는 장소겠지..'

 

 "대신관님. 여기가 마지막 건물입니다."

 

 곁으로 다가온 오필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듯 딱딱히 굳어져 있었는데, 그녀는 이 문을 열면, 그 뒤에 어떤 살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칼슈타인."

 

 이안은 오필리아의 보고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칼슈타인을 호명했다.

 

 그에 칼슈타인은 묵묵히 이안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이안은 곁으로 다가 온 칼슈타인을 향해 슬쩍 곁눈질을 흘겨 보냈다.

 

 그러자, 칼슈타인 역시 이안의 시선이 의미하는 바를 금방 눈치챘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할베르트를 고쳐 잡으며, 예배당의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 옮겨갔다.

 

 "....."

 

 예배당의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선, 칼슈타인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던져 왔다.

 

 지금 바로 문을 부숴도 되겠냐는 무언의 질문이었다.

 

 그에 이안은 아무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 난리를 피워놓고, 이제와서 예의를 차릴 필요는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흐아아압---!!"

 

 꽈과아아앙--!!

 

 이안의 허락에 칼슈타인의 할베르트가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다시 지면을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 예배당의 문은 순식간에 조각나 부서졌고, 무너져 내리는 나무 조각들 사이로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안은 뻥 뚫린 입구를 통해 예배당의 내부 상황을 살폈다.

 

 곧 짙은 혈향이 코끝을 자극해 왔고, 난잡한 혈흔이 벽면을 한가득 메우고 있는 게 시야에 잡혀 왔다.

 

 게다가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새하얀 천이 덮혀져 있는 수십구의 시신또한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굳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이곳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들을 쉬이 짐작해 볼 수 있는 끔찍한 살풍경이었다.

 

 철그럭- 철그럭-

 

 이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참혹한 현장에, 얼굴을 굳히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뒤로는 이미 말에서 하마한 성기사단이 검집을 움켜쥔 채, 그 걸음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안을 필두로 한 성기사단은 뻥 뚫린 문을 지나, 예배당 내부를 성큼 성큼 걸었다.

 

 "히이이익--!"

 

 "꺄아아아악-!!"

 

 아직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미트라의 권속들이 이안의 걸음을 피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붉게 충열된 눈으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덜덜덜덜 몸을 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안은 마음의 한구석이 바늘에 찔린듯 괜히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 모든 일들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아니. 이미 되돌릴 방법도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괜한 동정심을 품지 말고, 더욱 독하게, 그리고 더욱 냉정히 행동하는 게, 저들을 위해서도 맞는 방법이었다.

 

 또한 여기서 벌어진 모든 사건은 이안, 자신이 뿌린 씨앗이었다. 자신이 뿌린 씨앗은 다시 자신이 거두어야 하는 게 도리에 맞는 일이었다.

 

 '그래.. 어울리지 않게, 내가 뭔 동정이냐.. 하던 일이나 마저 마무리를 짓자.'

 

 이안은 살짝 고개를 가로저어 약해지려는 정신을 가다듬고는 마저 걸음을 옮겼다.

 

 남아있는 일이란, 바로 이 생존자들 사이에 섞여 있을 신전의 책임자를 색출해내는 일이었다.

 

 이안은 낮게 가라앉은 시선을 생존자들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몇몇 미트라의 성기사들이 황급히 이안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이놈.. 우리를 베기 전까지는, 여기있는 형제자매들 그 누구도 건들 수 없다!"

 

 "성직자의 탈을 쓴, 추악한 악마여. 우리가 너를 처단하겠다!"

 

 "......"

 

 미트라의 성기사들에게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안은 천천히 눈동자를 움직여, 눈 앞의 성기사들을 훑어 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검이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거칠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이미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력과 체력이 한계에 달해 있는 것이었다.

 

 이안은 묵묵히 창을 들어 올려 그들을 향해 휘둘렀다.

 

 어떤 기교도 특별한 스킬도 담겨 있지 않은 평범한 가로베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가벼운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 가벼운 일격조차 그들은 받아내지 못했다.

 

 "크아악..!"

 

 "어헉...."

 

 탱그랑-! 털썩-! 철푸덕-!

 

 그렇게 이안의 창이 그들에게 닿는 순간, 성기사들의 검은 저멀리 튕겨져 나갔고, 그들은 일제히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안은 차가운 시선을 내리깔아, 그들을 내려 보았다.

 

 그러자, 성기사들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이가 얼른 이안을 향해 소리쳤다.

 

 "이놈-! 교단의 정식 출범을 선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런 피의 종교재판을 벌인단 말이냐-! 지금 네놈이 하는 이 짓이 사브리나가 벌이는 악행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성기사의 노기어린 고함이 이안의 귓가를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셀레스틴 교단' 의 성기사들이 재빨리 검을 뽑아들 자세를 취했다.

 

 이안은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경의 눈에는 제가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저 역시 굳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를 원망하려거든 얼마든지 하시지요. 그래도 저는 제 할 일을 마저 할테니."

 

 "이이... 이노옴---!!!"

 

 이안의 차가운 대답.

 

 성기사는 얼굴을 붉히며 재차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발버둥은 뒤이어 들려오는 늙수그레한 목소리에 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필버트 경, 그만하십시오. 이 또한 다 저희의 업보입니다..."

 

 "케니스님..."

 

 '케니스...?'

 

 성기사, 필버트의 입에서 '케니스' 라는 이름이 세어 나왔다.

 

 이안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러자, 예배당의 끝. 미트라의 동상이 세워진 단상 앞에 한 노신관이 힘 없이 앉아있는 게 보였다.

 

 '저 노인이.. 이 신전의 책임자인 케니스군..'

 

 이안은 케니스를 발견함과 동시 필버트를 지나쳐 케니스의 앞으로 걸음을 옮겨 섰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알고는 슥슥 입가의 피를 문질러 닦아낸 뒤, 공손히 예를 취해왔다.

 

 "광휘의 여신 미트라의 빛이 그대의 앞길을 환히 밝혀 주기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때와 장소에 맞지 않은, 케니스의 공손한 인사말이 들려온다.

 

 이안은 그 온화한 음성에 한쪽 눈썹을 찡끗 꿈틀였다.

 

 이 상황까지 와서, 그리고 이 난리를 피워논 자신한테 이런 예의를 차리다니? 이안은 케니스의 이러한 행동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기도 싫었다.

 

 어차피 눈앞의 이 노인은 금방 영원한 안식에 들어 갈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안은 그 생각을 곧장 입을 통해 그에게 전달했다.

 

 "...케니스 대신관. 굳이 저한테 예를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이미 그럴 사이도 아니고요."

 

 "허허허.. 대신관이라뇨. 저는 이미 한낱 일반 사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상대방을 공경하려면 그에 맞게 예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쓸데없는 인사말은 여기까지만 하지요. 따로 남기실 말은 없습니까?"

 

 이안은 케니스의 온화한 대답에도 차갑게 응수한 뒤, 곧장 오른팔을 움직였다.

 

 이안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 대신, 한시라도 빨리 이 찝찝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이곳의 책임자인 케니스의 목을 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플로랄 스피어' 가 점점 케니스의 목을 향해 움직였다.

 

 케니스는 자신의 목가로 다가온 '플로랄 스피어' 를 힐긋 내려 보았다.

 

 "남길 말.. 유언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유언 대신 한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런지요...?"

 

 창날에 목이 베이는 것도 상관없는지, 케니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물어 왔다.

 

 그에 이안은 잠시의 침묵 후,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

 

 "예.. 그럼, 염치불구하고 한 말씀만 묻겠습니다. 어찌 이런 방법을 선택하셨습니까?"

 

 케니스의 입을 타고 예상하고 있던 뻔한 질문이 흘러 나왔다.

 

 이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바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당신이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사건은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복잡히 얽힌, 풀기 어려운 난제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 난제에서 급히 발을 빼고 그저 방관하기만 했죠. 그런 나약한 당신은 제 선택을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군요,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저는 발을 빼지도, 또 도망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저희 교단의 악행에 따른 정당한 죄값을 받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굳이, 이런 잔혹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저희 몇몇 늙은이에게만 죄값을 물리고, 나머지 신전의 식구들은 이전에도 대신관께서 그리하셨듯, 아량을 배푸시어 '셀레스틴 교단' 에서 거두어 주실 수 있지 않았습니까...?"

 

 질문을 던지는 케니스의 눈동자로 짙은 슬픔이 엿보였다.

 

 이안은 케니스의 질문을 듣는 순간, 꽈악 창대를 붙잡았다.

 

 둘의 사이로 잠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의 그 대화를 예배당의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미트라 교단' 의 생존자들은 이 고통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랬고, '셀레스틴 교단' 의 성기사들은 그저 이안의 선택을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 선택이 비록 미트라의 생존자 모두를 말살하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르켜도 말이었다.

 

 이안은 이 조용한 침묵속에 입술을 달싹였다.

 

 "저 역시 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나 회유책만 써서는 사브리나와 그 일당에게 경고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제 답이 됐습니까?"

 

 "대신관께서는 이 선택을 하시고, 정말 아무런 후회가 없으십니까?"

 

 "......"

 

 케니스가 다시금 질문을 던져 왔다.

 

 그에 이안은 잠시 고개를 움직여 예배당 내부 흘겨 보았다.

 

 정말 아무런 후회가 없냐고 묻는다면, 솔직한 대답은 당연히 '아니요' 였다.

 

 하지만, 이 솔직한 마음은 절대 겉으로 표현해서는 안됐다.

 

 이미 이안의 위치는 그만큼 선택을 번복하기 힘든 높은 자리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시선을 돌려, 다시 케니스를 바라 보았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대신관님. '셀레스틴 교단' 의 다른 이름은 '장미의 교단' 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어울리게 대신관께도 고귀한 기품이 엿보이고요. 하지만.. 지금의 대신관께는 향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관. 독을 품은 장미가 아닌,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그런 향기를 품은 장미가 되십시오... 쿨럭!"

 

 케니스의 입가로 한움큼 검은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안은 가만히 침묵한 채, 챙백해져 가는 그의 얼굴 쳐다 보았다.

 

 "....."

 

 "대신관,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을 품은 꽃이 아닌, 향기를 품은 꽃이 되십시오. 그렇게 하시겠다면, 저는 미트라의 곁에서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케니스의 간절한 부탁이 이안의 창끝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안은 흔들리는 창을 멈추기 위해, 창대를 붙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주르륵-!

 

 케니스의 목에서 다시금 한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이안은 결국 씹어내듯 한마디를 뱉어냈다.

 

 "그 부탁, 한 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와 형제들의 고통을 이만 거두어 주십시오.. 미트라의 곁에서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교단의 잘못은 제가 대신 사죄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케니스의 얼굴 위로 고통에 일그러진 추악한 표정 대신, 안식을 기다리는 편안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케니스는 이런 용서받지 못할 짓을 벌인 자신을 용서하겠다고 했다.

 

 이안은 치밀어 오르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케니스를 위해 조용히 읊조렸다.

 

 그의 편안한 안식을 위해.

 

 "당신의 영혼의 빛이 부디 미트라께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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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어스름한 달빛 아래(2) 2017 / 11 / 28 345 0 6330   
99 어스름한 달빛 아래 2017 / 11 / 28 331 0 5274   
98 귀향 2017 / 11 / 28 325 0 5847   
97 전후처리(5) 2017 / 11 / 28 310 0 6070   
96 전후처리(4) 2017 / 11 / 28 313 0 5402   
95 전후처리(3) 2017 / 11 / 28 319 0 6075   
94 전후처리(2) 2017 / 11 / 28 347 0 5095   
93 전후처리 2017 / 11 / 28 335 0 9289   
92 그라니아 요새의 마지막 결전(3) 2017 / 11 / 28 321 0 6276   
91 그라니아 요새의 마지막 결전(2) 2017 / 11 / 28 323 0 6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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