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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장미의 교단
작가 : 우와아와앙
작품등록일 : 2017.11.22

여신 '셀레스틴' 과 함께하는 본격 교단 부흥기-!!
전직 톱모델 출신 강우진. 하지만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고 우진은 금세 연예계에서 묻히게 되고, 우진은 다시 유명세를 되찾기 위해 '에스테반' 속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냉정하고 보다 냉혹하게(4)
작성일 : 17-11-28 18:59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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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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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흘흘~ 옆방에 지연양이 묶고있을 줄이야. 그래 그래. MC아가씨는 이 할미한테 무엇이 그리 궁금하실까?"

 

 '장미의 신전' 중요한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진 어느 한 객실방.

 

 '에스테반 이야기' 의 MC지연은 우연히 마주친 '잿빛 마녀' 올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올가는 갑작스러운 인터뷰 제의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마치 손녀를 바라보는 듯한 따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지연은 그런 그녀의 푸근함에 세간에 알려진 그녀의 평가와는 달리 그녀가 꽤나 인간적인 냄새를 풍긴다고 머리속 그녀에 대한 편견을 정정했다.

 

 "올가님. 지금부터 제가 민감한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지연은 머리속에서 그녀에 대한 정말 궁금하고 중요한 몇가지 질문을 추려내고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올가는 문제 없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렴, 괜찮고 말고. 차라리 잘됐어. 나도 이참에 내 나쁜 소문들도 해명할 수 있을테니."

 

 "네. 그러면 첫번째 질문을 드릴게요. 올가님은 왜 '로젠 블레이드' 의 길드 가입 제안을 거절하셨나요? 제가 알고 있기로 '로젠 블레이드' 는 몇번이나 올가님을 찾아 갔다고 들었는데요."

 

 "왜 길드에 안 들어 갔냐고? 그야 '로젠 블레이드' 는 이 할미 취향이 아니거든. 길드원 전원이 젊은 아가씨인 것도 그렇고.. 이름부터도 영~"

 

 이름을 듣는 것 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는 시늉을 하는 올가.

 

 지연은 그런 익살스러운 모습에 쿡- 웃음을 터트렸다.

 

 어째 초면인데도 올가에게 마구 친근감이 느껴지는 지연이었다.

 

 "아~ 이름이 마음에 안 드셨군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요즘 올가님은 '신 왕국' 인 '볼튼 왕국' 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왜 이 '화이트 런' 까지 오신거죠? 거리가 상당했을 텐데요?"

 

 지연의 입술을 타고 '신 왕국' 볼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순간 올가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의 푸근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는 엄청난 압박감이 지연을 짓눌러 왔다.

 

 지연은 갑자기 뒤바뀐 무거운 분위기에 슬쩍 눈꺼풀을 들어 올려 올가의 눈치를 살폈다.

 

 "볼튼 왕국을 떠나 '화이트 런' 으로 온 이유..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치우' 놈들이 꼴보기 싫어서였지. 또 여기 '셀레스틴 교단' 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치, 치우 길드요...?"

 

 지연은 생각치도 못한 '치우 길드' 를 향한 디스에 화들짝 놀라 올가에게 반문했다.

 

 올가는 치우가 뭔 대수냐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 빌어먹을 치우놈들. 어찌나 '볼튼 왕국' 에서 나대고 다니던지. 도저히 같은 왕국에서 못 살겠더구나."

 

 "저.. 올가님. 방금하신 그 발언이 방송에 나가도 될까요? 괜히 올가님이 '치우 길드' 의 표적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정의 지연이 올가에게 물었다.

 

 만약 올가의 이 발언이 방송을 타게 된다면,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올가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올가 역시 탑 플레이어로 꼽히는 실력자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올가는 소속 세력이 없는 '솔로 플레이어' 인 반면, '치우 길드' 는 전투원만 수백명에 달하는 거대세력이니 말이다.

 

 물량빨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난 상관없으니, 내보내려 무나. 그리고 아가야.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스트레스 받아서 어떻게 게임을 하니? 난 그런 거 싫다. 남들 눈치나 살살 보는 것도 싫고.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양아치 같은 것들 눈치나 보니? 한심하게."

 

 '빌어먹을' , '양아치' 등등의 거침없는 발언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지연은 파리해진 안색으로 올가를 쳐다 보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가는 올가는 당장 내일이라도 '치우 길드' 의 표적이 될 듯 싶었다.

 

 지연은 투철한 노인 공경의식을 발휘해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올가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편집을 할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염두에 두고 들으세요?"

 

 "편집? 왜 편집을 해? 그냥 내보내라니깐?"

 

 "아-! 그러지 마시고, 그냥 손녀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시고 잠깐만 들어주세요!"

 

 뭐하러 편집을 하냐고 묻는 올가의 손을 붙잡으며 지연이 소리쳤다.

 

 그에 올가는 '이 년이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연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올가는 일단 지연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듯 슬쩍 입을 다물었다.

 

 "올가님. 올가님이 '치우 길드" 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건 저도 뭐라고 안 할게요. 하지만, 올가님이 계속 공개적으로 '치우 길드' 를 팩트폭격하시면 나중에는 그 어떤 길드도 올가님을 안 받아 줄 거예요. '치우 길드' 의 눈치를 봐야 되니깐요. 그러니까 그런 팩트폭격은 조금 자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올가님이 걱정되서 그래요.."

 

 "쯧쯧.. 아가가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이 할미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으니, 그런 걱정은 일찌감치 접어두려무나."

 

 길드에 소속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아 단언하는 올가.

 

 사실, 올가라고 해서 길드에 가입한 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길드라는 시스템은 올가에게 있어 답답하고, 또 부조리하게만 느껴지는 속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말년에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고 싶은 올가에게 길드의 계급체계와 단체 활동은 너무도 갑갑하고 숨막히게만 느껴졌었고, 거기에 꼴에 '길드 마스터' 라고 명령질을 해대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꼴리는 기분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연은 올가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새삼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가의, 그러니까 고연령층 플레이어의 고충을 이제서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연은 올가의 손을 감싸쥐며 조심스레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래도.. 언제까지 혼자 플레이 하실 순 없잖아요?"

 

 "그것도 걱정하지 말려무나. 사실 이번에 마음에 드는 곳이 하나 생겼거든. 물론, 거기서 나를 받아줘야 말이지만."

 

 걱정스러워하는 지연의 시선에 올가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에 지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잿빛 마녀' 올가가 드디어 둥지를 찾았다니, 올가가 누구인가? 올가는 현재 '에스테반' 속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고의 마법유저가 아니었는가?

 

 이것은 시청률 대박을 뽑을 수 있는 빅뉴스 중의 빅뉴스였다.

 

 지연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얼른 올가를 향해 물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생겼다구요? 어디죠, 거기가!?"

 

 "흘흘~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여..."

 

 똑똑--!!

 

 순간, 올가의 말을 끊으며 노크 소리가 하나 들려왔다.

 

 올가의 시선이 문쪽을 향해 옮겨갔고. 지연은 딱 좋을 때에 맥이 끊겼다는 듯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들어오세요."

 

 올가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러자, 객실의 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고, 곧 방문자들이 천천히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방문자들의 정체는 이 신전의 주인들인 '셀레스틴 교단' 의 성기사들이었다.

 

 "올가님. 대신관님께서 올가님을 찾으십니다. 준비가 되셨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성기사들 중 하나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올가는 슬쩍 눈동자를 돌려, 지연을 쳐다 보았다.

 

 지연 역시 대신관과의 면담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었으니, 괜시리 그녀의 눈치가 보이는 올가였다.

 

 "저기.. 저는요?"

 

 엉거주춤한 자세의 지연이 성기사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성기사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하지만, 손님에 대한 언급은 없으셨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타앙-!

 

 "에에엑-? 그게 무슨 말이에요!? 솔직히 따지고 보면, 올가님이나 '로젠 블레이드' 사람들보다 제가 먼저 면담을 요청했잖아요? 그럼 저부터 불러야 순서가 맞는거 아닌가요?"

 

 테이블을 내리치며 격렬히 항의하는 지연.

 

 올가는 측은한 시선을 지연에게 보냈다.

 

 올가가 알고 있기로 '셀레스틴 교단' 은 아직 플레이어의 입김이 닿지 않는 그야말로 NPC 위주의 종교 집단이라고 했다.

 

 '셀레스틴 교단' 의 상황이 그러하니, 현실에서의 명성이라면 몰라도 '에스테반' 속 플레이어로써의 명성이 전무한 지연은 여간해서는 대신관을 만나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울 듯 보였다.

 

 "아아악--! 저도 같이 데려가 줘요. 저번에도 그러더니! 왜 나한테만 이래요?"

 

 "계속 소란을 피우시겠다면, 저희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겠습니다."

 

 성기사들의 손이 점점 검집을 향해 간다.

 

 지연은 그 움직임을 보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히힝..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자꾸 나만 무시해.."

 

 "으음.. 아가야. 이 할미가 먼저 대신관님을 만나 뵙고, 내 용무가 잘 처리되면 아가의 면담도 한번 말씀드려보마."

 

 눈물을 글썽이는 지연의 머리 위로 올가의 주름진 손이 올려졌다.

 

 지연은 살짝 머리를 들어 올가의 두눈을 쳐다 보았다.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러니, 괜한 말썽피우다 쫒겨나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거라."

 

 "치이~ 제가 언제 말썽을 피웠다고.."

 

 회유가 먹혀들었는지 지연의 태도가 급격히 얌전해지기 시작한다.

 

 올가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성기사들을 따라, 지연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좋은 소식 기다리고."

 

 "네에~~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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