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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장미의 교단
작가 : 우와아와앙
작품등록일 : 2017.11.22

여신 '셀레스틴' 과 함께하는 본격 교단 부흥기-!!
전직 톱모델 출신 강우진. 하지만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고 우진은 금세 연예계에서 묻히게 되고, 우진은 다시 유명세를 되찾기 위해 '에스테반' 속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전후처리
작성일 : 17-11-28 18:51     조회 : 337     추천 : 0     분량 : 9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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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두두----!!

 

 거칠게 흔들리는 말 안장 위, 이리나는 눈가를 좁히고는 전방을 바라 보았다.

 

 시야의 앞으로 포위당해 공격을 받고 있는 수인족들과 엔트들이 보였다.

 

 이리나는 사전에 적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이안에게 고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이안에게 들은 정보로는 성물이 '플로렌스 숲' 에 있으니, 그 성물을 되찾으러 간다는 말과 엘프들을 돕기 위해 지원군이 필요하다는 말. 이 두가지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리나는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에 이리나는 숲에 도착함과 동시에 정찰병들을 통해 숲을 수색, 숲에서 벌어지는 대략적인 움직임은 이미 파악을 끝낸 상태였다.

 

 적들의 정체가 엔트들이라는 것과 그들이 성물을 노리고 있다는 단편적인 정보등을 말이다.

 

 다만, 그런 이리나 역시 예상치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수인족들과 일부의 엔트들이 지금과 같이 이안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인족들이야 엔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외양을 가지고 있으니, 적으로 오인하여 눈먼 공격을 가할 위험이 없었지만.

 

 엔트들은 그 사정이 달랐다.

 

 왜냐면, 엔트들의 생김새는 크기를 제외하고는 육안으로 구분을 짓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리나는 더욱 눈가를 좁히며, 아군으로 보이는 엔트들과 적대 진영의 엔트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이리나의 눈에 아군의 엔트들이 적대 진영의 엔트들보다 좀 더 수염이 풍성하고, 고목으로 몸체가 이루어져 있다는 미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리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2기사단장을 바라 보았다.

 

 "앤서니 경. 경도 아군 엔트들과 적군 엔트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느끼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마이 로드."

 

 곧장 2기사단장 엔서니에게서 대답이 들려 왔다.

 

 그에 이리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는 안장에 걸려 있던, 랜스를 집어 들었다.

 

 "앤서니 경. 경은 2,3,4 기사단을 이끌고 적들의 포위망 좌측을 무너뜨려 주십시오. 저는 1기사단을 이끌고 우측을 무너뜨리겠습니다."

 

 "옙! 모든 것은 영주님의 뜻대로."

 

 "화이트 런의 기사들이여! 적군과 아군을 오인해 눈먼 공격을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라! 우리의 목표는 적군의 포위망을 와해 시키는 것이다! 적들의 발목을 노려라! 가자-! 차지이---!!"

 

 """"차지이----!!""""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흐음~ 어디의 누가 선뜻 지원군을 보내줬을까 심히 궁금했는데.. '화이트 런' 의 병력들 이었군요?"

 

 백마의 엠블럼을 펄럭이는 기마대의 돌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셀레스틴이 물어 왔다.

 

 지원군의 정체를 파악한 셀레스틴의 얼굴은 언제 경악했냐는 듯, 어느새 평소와 다를바 없는 평온한 얼굴로 되돌아 와 있었다.

 

 "예. 지금으로써는 저희에게 지원군을 보내 줄 사람은 이리나 영주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이안은 셀레스틴의 물음에 기마대의 선두에서 말을 달리고 있는 '이리나 반 화이트런' 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연줄이 없는 '셀레스틴 교단' 에 먼저 동맹을 제의해 온 유일한 협력자인 고마운 이리나 영주였다.

 

 현재 그녀를 제외하고 교단에 지원을 해 줄 인물이 달리 있을리가 없는 상태였다.

 

 셀레스틴은 힐끔 이안을 바라 보고는 재차 질문을 던져 왔다.

 

 이리나 영주가 비록 어리기는 하지만, 현명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셀레스틴 역시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리나 영주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선뜻 지원군을 보내줬을리 없을 텐데요? 저 아이, 비록 어리기는 하지만 훌룡한 지도자의 자질이 보였거든요. 절대 손해를 볼 사람이 아닐듯 싶은데?"

 

 "그렇죠.. 아무 이유도 없이 이런 대군을 이끌고 올 이리나 영주가 아니죠.."

 

 이안은 셀레스틴의 날카로운 질문에 말 끝을 흐렸다.

 

 셀레스틴 모르게 이리나 영주와 딜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나마 양심에 찔려 왔기 때문이었다.

 

 "흐흥~? 그럼 어떤 조건으로 이 먼 곳까지 '화이트 런' 의 지원군을 불러 들인 거죠?"

 

 이안이 머뭇 머뭇 말을 아끼자, 셀레스틴의 눈초리가 점점 날카로워 지기 시작했다.

 

 이안이 터무니 없는 딜로 지원군을 요청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셀레스틴의 뇌리에 한가득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점점 날카로워 지기 시작한 셀레스틴의 시선에 꿀꺽 침을 삼켰다.

 

 셀레스틴이 지원군에 대한 조건을 들으면 불 같이 화를 낼 것이 뻔한 일이었다.

 

 이안은 셀레스틴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 얼른 플레타를 향해 돌격 준비를 서두를 것을 지시했다.

 

 일단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인 듯 보였다.

 

 이안은 돌격 준비를 위해 멀어져 가는 플레타를 바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돌격 준비가 완료 될때까지는 어떻게든 자연스레 시간을 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음.. 일단 그 점은 전투가 다 끝난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여유롭게 잡담이나 나눌 시간이 아니니까요..."

 

 "하~? 설마 지금 이대로 어물쩡 넘어갈 생각이신가요?"

 

 "어물쩡 넘어 가다니요..?"

 

 "지금 이안님의 태도가 어물쩡 넘어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죠? 아무튼, 헛 생각 말고 빨리 말 하세요. 대체 무슨 조건으로 지원군을 불러 들인 거죠?"

 

 "그게..."

 

 계속되는 셀레스틴의 추궁.

 

 이안은 슬쩍 고개를 돌려 성문 앞을 바라 보았다.

 

 어느새 준비가 끝났는지, 엘븐 나이트들과 함께 플레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실례..!"

 

 이안은 마침 잘됐다는 듯, 그들을 발견함과 동시에 냅다 계단을 향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도피의식이 머리속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곧장 등 뒤에서 셀레스틴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 왔다.

 

 "어라~? 어딜 도망가시는 거예요-!"

 

 "...."

 

 "빨리 다시 안 와요!? 마지막 경고에요!"

 

 "...."

 

 이안은 애써 셀레스틴의 외침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계단을 내달렸다.

 

 어차피 지금 되돌아가나, 나중에 되돌아가나 셀레스틴의 구박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 였으니 말이었다.

 

 "죄송합니다! 전투가 다 끝난 다음에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안은 셀레스틴의 부름을 무시한 채 성문의 앞으로 도착해서는, 병력들의 선두 플레타의 옆에 준비된 자신의 말에 올라 탔다.

 

 그리고는 오른손의 랜스를 하늘 높이 치켜 들고는 병력들을 향해 외쳤다.

 

 "성문을 개방해라! 원군을 도우러 간다-!"

 

 "성문을 개방해라-!"

 "성문을 개방해라-!"

 

 쿠그그그긍--!!

 

 이안의 외침을 시작으로 플레타 그리고 부관들의 명령이 재창되자, '그라니아 요새' 의 두터운 성문이 무거운 마찰음을 울리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안은 고삐를 꽉 움켜쥔 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요새의 성문을 바라 보았다.

 

 쿠그그긍-- 철컹-!!

 

 곧 이음새가 고정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성문이 활짝 개방돼, 성문 밖 치열한 전장의 풍경을 유감없이 그려내었다.

 

 "후우~~"

 

 이안은 시선의 정면, 피튀기는 전장의 풍경에 호흡을 한 번 가다듬었다.

 

 드디어, '그라니아 요새' 의 치열했던 마지막 공방전이 그 막을 다해가고 있었다.

 

 등 뒤로 돌연 후끈한 열기가 전해져 왔다.

 

 다른 무엇도 아닌, 엘븐 나이트들이 뿜어내는 고양된 사기의 열기였다.

 

 이안은 그 고양된 사기를 느끼며,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면갑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말의 옆구리를 박차며 병력들을 향해 소리쳤다.

 

 "돌겨억--!! 이번에야 말로 적들을 섬멸한다-! 셀레스틴님을 위하여, '플로렌스 숲' 을 위하여--!!"

 

 """"셀레스틴님을 위하여, '플로렌스 숲' 을 위하여--!""""

 

 

 

 

 두두두두두--!

 

 "이쯤에서 성물을 발동해 봐야 겠지..?"

 

 이안은 말을 달려, 엔트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고는 오른손의 '플로랄 플레그폴' 로 시선을 옮겼다.

 

 원래 오른손에 들려있던 '브리사 랜스' 는 돌격과 동시에 엔트의 다리에 꽂아 넣은터라 '플로랄 플레그폴' 그 자리를 대신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안은 다시 시선을 옮겨 전방을 살펴 보았다.

 

 적군 엔트들에게 둘러 싸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인족 전사들이 보였다.

 

 이안은 그대로 깃대를 들어 올려, 날카로운 날끝을 수인족들을 향해 겨냥했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날끝이 향해 있는 곳은 수인족 전사들이 아닌, 그들이 딛고 서 있는 지면을 향해서였다.

 

 "부디 제대로 꽂혀야 할텐데.."

 

 '플로랄 플레그폴' 에는 '셀레스틴 교단' 의 성물 답게 '장미의 화원' 이라는 회복 스킬이 내재되어 있었다.

 

 고로 아이템 창에 나와 있던 장황한 설명대로 지면에 깃대가 박히는 순간, 이 '장미의 화원' 회복 스킬이 곧장 발동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장미의 화원' 의 스킬 효과는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아군의 생명 회복속도와 마나 회복속도를 500퍼센트 상승시키는 괴랄한 능력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 이정도의 회복 스킬이 발동된다면, 수인족들은 물론 세콰이어의 엔트 동료들 역시 즉사가 아닌 이상, 모든 부상들이 단숨에 치유될게 분명한 엄청난 효과였다.

 

 이안은 흔들리는 날끝을 호흡을 조절해, 신중히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잠시 멈추는 순간, 재빨리 깃대를 전방의 지면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가라-! 스피어 샷--!!"

 

 슈화와아아악--!

 

 쏘아진 깃대가 장미의 엠블럼을 펄럭이며 엔트들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이안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깃대를 바라 보았다.

 

 만에 하나라도 깃대가 빗나가 지면에 박히지 않는다면, 스킬의 발동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깃대는 교단의 깃발을 펄럭이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모든 엔트들의 사이를 지나, 이안의 기대에 부응하듯 무사히 지면에 박혀 들었다.

 

 ".....?!"

 

 이안은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스킬의 발동을 기다렸다.

 

 그러자 이안의 귓가로 곧 하나의 메세지 알림음이 울려왔다.

 

 -띠링! '장미의 화원'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플로랄 플레그폴' 을 중심으로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아군의 생명 회복 속도와 마나 화복 속도가 500퍼센트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10분간 지속됩니다.

 -띠링! 시전자는 추가 효과로 인해 10초간 무적 상태에 돌입합니다.

 

 "좋았어-!"

 

 이안은 귓가를 울리는 기분 좋은 알림음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지고 있던 마지막 승부수가 아무런 장애 없이 무사히 발동 되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플로랄 플레그폴' 의 주변으로 하나둘 푸른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새싹은 이내 빠르게 번져나가 전장을 가득 뒤덮어 갔다.

 

 어린 새싹이 시간의 한계를 벗어나, 순식간에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명의 결실은 곧 활짝 만개하여 보라빛 아름다움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플로렌스 숲' 의 달빛 아래 이렇게 갑작스레 나타난 보라색 화원이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전장의 모두가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행동을 멈춘채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 보았다.

 

 곧 수인족 전사의 잘려 나갔던 오른팔이, 엘더 엔트의 뜯겨진 나무 줄기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살이 돋아 나기 시작한 자신의 상처를 놀란 눈으로 쳐다 보았다.

 

 두두두두---!!

 

 이안은 정지 버튼을 누른듯 정적에 휩싸인 전장 속에서 그들과는 달리, 한순간의 멈춤도 없이 엘븐 나이트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말을 달렸다.

 

 가지고 있던 패를 모두 내보인 상황이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지금 승부를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

 

 그때, 전장의 건너편에서 말을 몰고있는 이리나 영주가 눈에 띄였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있는 이안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에 이안은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이안과 엘븐 나이트, 그리고 이리나 영주와 그녀의 기마대는 장미의 화원을 가로질러 적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에 맞춰, 그들의 승리를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듯 보라색 장미잎이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여~ 아직 살아있네?"

 

 이안은 전장의 소란이 모두 정리된 뒤, 리암에게 다가가 물었다.

 

 리암은 온몸의 기력이 다했는지, 흙바닥 위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 내가 죽기라도 바랬냐?"

 

 곁으로 다가온 이안을 올려다 보며 리암이 피식거렸다.

 

 이안은 그의 웃음에 마찬가지로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천천히 말에서 몸을 내렸다.

 

 그러자,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리아가 와락 이안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어어...?"

 

 이안은 갑자기 안겨든 아리아의 돌발 행동에 난처한 웃음 지었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런 이안의 표정은 아무런 상관없다는 냥, 이안을 꼭 끌어 안고는 가슴에 얼굴을 부비적 거렸다.

 

 "아우.. 이안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얼굴을 부비적 거리던 아리아가 돌연 큰 눈망울을 들어 올려 말했다.

 

 그에 이안은 요즘따라 부쩍 애교가 늘어가는 아리아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남들의 시선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 이었으나, 이런 아리아의 행동이 이안은 결코 밉지가 않았다.

 

 마치 '친한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이안의 마음을 따듯하게 뎁혀주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하루 아니 몇시간 밖에 안 떨어져 있었는데, 좀 과한 반응 아닌가요?"

 

 "에에? 과하다뇨?! 제가 얼마나 이안님을 보고 싶어 했는데!"

 

 "아아~ 그렇습니까?"

 

 이안은 포옹을 풀고, 이제는 팔짱을 끼기 시작하는 아리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이안과 아리아의 다정스러운 재회를 바라보고 있던 리암이 돌연 퉁명스레 한마디를 던져 왔다.

 

 "야. 너 아까 성문 안 열어줄 때, 솔직히 좀 X치더라."

 

 "흐음.. 그래서 내가 사과라도 하리?"

 

 이안은 리암의 퉁명스러운 말에 슬쩍 고개를 돌려 리암을 쳐다 보았다.

 

 리암은 흙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세워, 갑옷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무 조각들을 열심히 털어내는 중이었다.

 

 이안은 잠자코 서서 리암의 뒷정리가 모두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뒷정리가 모두 끝난 후에도 리암은 가만히 주변을 둘러 볼 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안은 답답한 마음에 재차 리암에게 입을 열었다.

 

 "뭐 해? 대답 안하고. 내가 사과라도 해야 하냐니깐?"

 

 "응? 왠 사과?"

 

 "왜냐니, 너가 방금 내가 성문 안 열어줘서 기분 더러웠다며?"

 

 이안은 갑자기 뭔 쌩뚱맞은 소리를 하냐는 리암의 얼굴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뒤늦게 말 뜻을 이해한 리암이 살짝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아~~ 그 소리였어? 사과는 무슨 사과냐? 그냥 기분이 쫌 더러웠다~ 그거 뿐이지. 그리고 내가 만약 이안 니 입장이었어도 나도 절대 성문 안 열었어. 그때 상황이 성문을 열만한 상황은 아니었잖아?"

 

 "맞지?"

 

 "그럼 당연하지. 그때 성문을 여는게 등신이지. 당연한 걸 왜 자꾸 물어?"

 

 "..저도 리암님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쯧.. 그렇게 말 해주니 고맙네."

 

 이안은 리암과 벨라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한결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사실 성문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을 당시, 칼슈타인의 격렬한 반대에 이안도 혹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내심 마음이 흔들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암과 벨라의 대답을 들으니, 역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이안은 확실히 확인 할 수 있었다.

 

 "후우~ 이안 경. 경 덕분에 이 신성한 '플로렌스 숲' 에 발을 다 딛어 보는 군요."

 

 일행들과의 반가운 재회가 끝나갈 무렵, 돌연 '화이트 런' 의 영주 '이리나 반 화이트런' 이 친위대를 이끈 채,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후, 시종의 부축을 받아 조심히 말에서 몸을 내렸다.

 

 이안은 이리나의 인사에 얼른 아리아의 팔짱을 풀어 내고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몸소 지원군을 이끌고 이 먼거리를 달려와 준 고마운 은인이었으니, 그만큼의 공경을 표하는 것이 은혜를 받은 이로써 도리상 맞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 이안 경. 어서 고개를 드세요."

 

 이리나는 고개를 숙인 이안을 향해 종종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손을 뻗어 이안의 어깨를 잡아 천천히 일으켜 세워 주었다.

 

 이안은 이리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그녀가 이끄는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리나의 얼굴이 보였다.

 

 "이리나 영주님. 이번 도움에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지.."

 

 이안은 오른손을 들어 왼쪽 가슴 위로 올려 놓으며, 다시 한 번 이리나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올렸다.

 

 그러자, 이리나는 살짝 고개를 내젓고는 불쑥 악수를 청해 왔다.

 

 "에이~ 감사의 인사라니요. '셀레스틴 교단' 과 저희 '화이트 런' 은 이미 동맹관계인 걸요? 물론, 이렇게 빨리 지원군을 요청했다는 점은 저도 의외였지만 말이에요. 후훗~"

 

 "으음.. 면목이 없습니다."

 

 이안은 이리나의 장난스러운 웃음에 괜시리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녀의 말대로 아무리 동맹관계로서니 서로의 신용이 확인 되지 않은 지금, 이런 무리한 지원 요청은 자칫 잘못했다가는 되려 무례한 요구로 오해 받기 쉽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왜 자꾸 사과를 하시는 거죠? 이건 정당한 거래가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이안님이 사과 하실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만? 혹여 이안님이 거래를 파하실 게 아니라면 말이지요."

 

 이리나가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얼굴을 내밀며 물어 왔다.

 

 그녀는 '거래 조건' 을 들먹이며 가볍게 이안을 떠보기 시작했다.

 

 그에 이안은 얼른 손을 내저으며 그녀의 의심을 잠재웠다.

 

 물론 이리나 역시 정말로 의심을 하는 것이 아닌, 가벼운 농담을 던지는 게 뻔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었다.

 

 "거래를 파하다니요?!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그렇죠? 명예를 알고, 신을 섬기는 이안 경께서 공정한 계약을 당연히 어기실리 없겠죠? 비록 그 '거래 조건' 이 이안님의 목숨이라 할지라도!"

 

 "무, 물론입니다."

 

 이안은 방끗 미소를 지으면서도 계속해서 거래 조건을 상기시키는 이리나의 언사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흐르는 것을 느꼈다.

 

 과연 대영지를 다스리는 명문가의 가주답게 이리나는 자신의 잇속을 확실히 챙기는 인물인 듯 싶었다.

 

 "저.. 일단은 엘프들의 요새로 가셔서 휴식을 취하심이 어떨지?"

 

 이안은 연달아 거래 조건을 들먹이는 이리나를 향해 '그라니아 요새' 로 장소를 옮길 것을 권했다.

 

 곁에서 대화를 듣고있는 자신의 일행들이 거래 조건의 정확한 내용을 눈치채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오랜 승마로 인해 이리나의 얼굴 위로 피곤한 기색이 엿보이기도 했고 말이었다.

 

 "으음.. 인간인 저희가 정말 엘프들의 성에 출입해도 괜찮을까요?"

 

 "문제 없습니다. 자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요."

 

 "이야.. 집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군을 이끌고 온 보람이 있네요?"

 

 이리나가 '엘프들의 요새' 라는 말에 돌연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노련한 영주의 위엄을 보이는 이리나라 할지라도 그 알맹이는 이제 막 사춘기를 벗어난 여린 소녀였기에, 이리나 역시 엘프들에 대한 동경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이안은 드디어 영주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소녀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이리나의 분위기에, 그제야 긴장을 풀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리나 영주를 직접 요새까지 안내해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서 요새로 가자는 이리나의 재촉에도 몸을 돌린 이안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흐흥~ 거래 조건이.. 이안님의 목숨?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지금 당장 제가 알아 들을 수 있게 설명 좀 해주셨으면 하는데?"

 

 셀레스틴이 서릿발 같은 기세로 이안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셀레스틴의 냉랭한 눈빛에 딱딱히 몸을 굳히며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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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용서하겠습니다(2) 2017 / 11 / 28 351 0 4504   
117 용서하겠습니다. 2017 / 11 / 28 358 0 3923   
116 냉정하고 보다 냉혹하게(5) 2017 / 11 / 28 324 0 4384   
115 냉정하고 보다 냉혹하게(4) 2017 / 11 / 28 325 0 4410   
114 냉정하고 보다 냉혹하게(3) 2017 / 11 / 28 316 0 4587   
113 냉정하고 보다 냉혹하게(2) 2017 / 11 / 28 320 0 4581   
112 냉정하고 보다 냉혹하게 2017 / 11 / 28 324 0 4098   
111 잿가루가 뿌려진 잔칫상(4) 2017 / 11 / 28 316 0 5314   
110 잿가루가 뿌려진 잔칫상(3) 2017 / 11 / 28 335 0 3982   
109 잿가루가 뿌려진 잔칫상(2) 2017 / 11 / 28 327 0 4590   
108 잿가루가 뿌려진 잔칫상 2017 / 11 / 28 343 0 4856   
107 셀레스틴 교단의 출범(3) 2017 / 11 / 28 350 0 5179   
106 셀레스틴 교단의 출범(2) 2017 / 11 / 28 344 0 5362   
105 셀레스틴 교단의 출범 2017 / 11 / 28 322 0 7488   
104 어스름한 달빛 아래(6) 2017 / 11 / 28 327 0 8037   
103 어스름한 달빛 아래(5) 2017 / 11 / 28 323 0 4616   
102 어스름한 달빛 아래(4) 2017 / 11 / 28 332 0 6035   
101 어스름한 달빛 아래(3) 2017 / 11 / 28 347 0 5479   
100 어스름한 달빛 아래(2) 2017 / 11 / 28 347 0 6330   
99 어스름한 달빛 아래 2017 / 11 / 28 332 0 5274   
98 귀향 2017 / 11 / 28 327 0 5847   
97 전후처리(5) 2017 / 11 / 28 312 0 6070   
96 전후처리(4) 2017 / 11 / 28 315 0 5402   
95 전후처리(3) 2017 / 11 / 28 321 0 6075   
94 전후처리(2) 2017 / 11 / 28 348 0 5095   
93 전후처리 2017 / 11 / 28 338 0 9289   
92 그라니아 요새의 마지막 결전(3) 2017 / 11 / 28 323 0 6276   
91 그라니아 요새의 마지막 결전(2) 2017 / 11 / 28 325 0 6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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