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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XIII 호감과 사랑의 방정식 (1)
작성일 : 17-11-27 18:24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9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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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13화 호감과 사랑의 방정식 (1)

 

 

 선배네 가족행사가 갑자기 잡히면서 데이트 시간을 다음주 토요일로 옮긴 우리는 서로 두근대는 마음을 달래며 힘겨운 1주일을 더 보내야 했다.

 그동안 줄곧 학교에서 마주치면 계속 토요일에 만날 얘기만 나눴고, 다 못한 아쉬운 얘기들은 방과 후 집으로 돌아와서까지 전화로 길게 수다를 떨면서 둘만의 거리를 더욱 줄여나가며 채워지지지 않는 만족감을 속였다.

 

 그렇게 늘 풀리지 않는 긴장과 함께 방황이 계속 되던 평일을 무사히 보내어

 드디어 오늘! 내 인생 최초로 어릴 적 엄마나 히마리처럼 가족이라는 명분하에 있는 여성과의 조촐한 데이트가 아닌 비록 나라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어찌됐든 이어지게 된 여성과 함께 하는 제대로 된 데이트가 이뤄지는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아아.. 어젯밤에 그냥 잘걸

 떨려서 잠이 통 안와가지고 밤새 무리해서 데이트 코스를 짰더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네.

 시내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육교 위에 서서 몰려오는 만성 피로로 인해 난간 위에 축 늘어져있었다.

 

 "아직 10분 정도 남았으려나.."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도착한 나는 이곳으로 오던 중에 산 커피 두 잔을 들고 선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학교에서 선배와 나누었던 행복한 시간들을 되새겨 보았다.

 9:20…

 9:21……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을 쓸 일이 별로 없었는데 선배를 만나고 나서부터 으레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게다가 요즘은 히마리가 추천하는 스마트폰 게임 앱을 직접 다운해서 하고도 있다.

 어렸을 때 친구 psp나 닌텐도로 가끔 해본 게임이 전부였는데 이제 그 게임들을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놀랐었다.

 뭐랄까.. 내가 보기에도 난 너무 시대에 뒤쳐져 있으니까 말이야.

 이따금 또래 남자 애들과 얘기가 잘 안 통할 때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저리 가요, 인간의 숲」이라는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

 그저 참고일 뿐이니까.

 아 그리고 다른 얘기지만 꼭 하루 빨리 옆나라 한국에도 출시했음 좋겠다.

 

 '마지막으로 어제 적어놓은 계획표나 확인해볼까.'

 난간 밖으로 내밀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서 크로스 백 안에 넣어둔 수첩을 꺼내었다.

 

 「촤르르륵ㅡㅡ」

 

 적은 것이 없어 텅텅 빈 수첩 안 백지들을 넘겼다.

 음, 버릇이라고 해야 되나?

 나는 새 책에 뭔가를 적을 때는 맨 앞장부터 쓰지 않고 중간이나 처음에 딱 펴놓은 곳에다만 쓰는 약간 이상한 습관이 있다.

 

 글쎄.. 왜라고 물어보더라도 딱히 번듯한 대척이 없다.

 -새 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첫 장부터 쓴다는 일반성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랄까..

 

 「내일 카나미 선배와의 첫 데이트 계획……」

 

 연필과 펜의 흔적이 남아있는 책면에서부터 몇 장씩 넘기다 보니 어제 쓴 메모가 드러났다.

 '어디 보자…?'

 데이트 코스(선택 1)- 수족관, 유원지, PC방, 가라오케, DVD방, 마사지방…

 할 것 - 1.수족관에 가서 생선 구경하기, 펭귄 밥 주기 체험하기, 수족관 앞 해산물 식당에서 생선구이 나눠먹기…

 2. 유원지에 가서 자신 있게 롤러코스터 타고 멋있게 보이기, 유령의 집 들어가서 멋지게 클리어하고 나오기, 대관람차에서…

 

 '아니, 이게 뭐람.. 가라오케까지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DVD랑 마사지방은 왜 있는 거야? 그리고 물고기도 아니고 생선은 또 뭐고...' 

 분명 계획이랍시고 고민해 놓았던 건 무척 많아 보이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처음에는 괜찮다 싶더니 갈수록 그 의미를 알지 못할 만큼 횡성수설하고 있었다.

 확실히 어젯밤에 데이트를 한다는 생각에 떨려서 잠도 안 오고, 할 게 없으니까 계획이라도 짜놓자라고 생각했는데 책상 앞에 앉으니 홀연히 잠이 몰려와 꾸벅꾸벅 졸면서 한 한 시간동안 뭔가를 열심히 적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졸려서 의식이 흐려진 상태인데 마음은 급급하니 떠오르는 대로 아무거나 적었겠지.

 

 이거야 원, 없으나 있으나 도움이 안되는 건 거기서 거기네..

 아무래도 이건 가방 속 깊은 곳에 고이 묻어둬야겠다.

 더군다나 이런 추한 내용이 적힌 것을 만에 하나 선배가 보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흑역사가 탄생할 테니.

 

 "어라, 신이치 군? 먼저 와있었군요!"

 방금 막 도착한 예쁘게 차려입은 선배가 육교 끝에서 내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 제가 오래 기다리게 했으려나요?.."

 큰카라로 된 청남방 데님 셔츠와 흰 사선들이 그려진 상아한 검정 숏스커트로 한껏 꾸민 선배의 데이트룩

 이제껏 교복을 입은 선배만 보다가 처음으로 마주한 선배의 사복 차림은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하물며.. 평상시엔 불편한 교복 셔츠로 동봉(?)돼 약간이나마 감춰졌었던 넘치는 볼륨감은 편한 사복으로 갈아 입으면서 멜트다운을 넘어선 멜트쓰루 상태로 심히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우두커니 서서 (출렁이는) 아리따운 선배의 모습을 세월아 네월아 응시하고 있던 나는 뒤늦게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을 의식했다. 

 '큰일이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 5분이나 남았는데 계획표는 엉망이고, 선배는 와버렸잖아?'

 

 "처- 천만에요! 저도 바- 방금 도착했는걸요. 하하…"

 급한 대로 서둘러 수첩을 가방 속에 처넣고 「아하하..」 만면에 다소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뛰어오는 선배를 맞이했다.

 "방금까지 뭘 유심히 보고 있던 거 같았는데? 뭐 보고 있었어용?"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어요."

 내 바로 옆까지 온 선배가 아까 오면서 내가 수첩을 들고 있던 것을 봤는지 궁금해 했지만 노심초사하며 아닌 척 했다.

 제발 더는 묻지 말고 그대로 넘어가 주세요..

 

 "흐음..? 제가 잘못 봤나 봐요! 그.. 어제 신이치 군이랑 단둘이 밖에서 데이트 한다는 생각에 떨려서 잠을 잘 못 잤더니 헛 게 보인 걸까요..."

 갈수록 목소리를 낮추며 동공을 제 곳에 두지 못한 채로 바닥을 훑어보는 선배의 얼굴은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배도 나랑 똑같았나 보구나..

 왠지 흐믓했다.

 

 "아무렴 어때요. 그건 그렇고 선배 옷이.."

 "후훗 어떤가요? 신이치 군이랑 만난다고 오랜만에 나름 신경 써서 입어봤는데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두 손을 깍지 껴서 가슴 윗부분에 얹고 허리와 골반을 부드럽게 돌리며 치맛단을 살랑거렸다. 

 

 지나가는 산바람에 간들대는 산골짜기 절벽 위에 자라난 빠알간 국화 꽃처럼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예쁘던지 금방이라도 끌어안고 싶었지만 그 사고가 너무 세차서 불같은 심정을 추스르고 최대한 순화시켜서 말했다.

 "절대로 예쁩니다.."

 "아앙~ 그게 뭐에요~"

 【푸화아아악!】

 예상치 못한 선배의 핵 귀여운 앙탈에 이미 속에서는 쌍코피가 터져서 폭포수 떨어져 내려가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아직 데이트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정신이 남아돌질 않아..

 오늘은 그저 평범한 주말 데이트일 뿐인데 무척이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일단은 그.. 장소를 옮기는 게 어떨까요? 계속 여기서 데이트 하는 것도 좀 뭣하니까요."

 "네. 저도 찬성이에요! 그런데 우리 이제 어디로 가나용?"

 아… 맞다 계획표..

 엉망진창인 데이트 코스 준비 때문에 갈 길을 잃고 쏘다녀야 할 신세가 되었다.

 아직 시간도 널널해서 지금부터 생각하더라도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도무지 어느 곳에서 놀면 좋을지 쉽사리 결정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첫 데이트로 가장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이 좋겠지. 어디가 좋을까나.'

 이럴 땐 꾀를 부린다고 하거나 쪼끔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암거나 때려 박는 게 제법 일리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원지로 갈까요?"

 "우아~ 저도 유원지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딱 맞았네요! 역시 저희 둘은 환상의 커플일지도 몰라요."

 정말로 신기한지 반짝이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기뻐했다.

 아하하.. 그렇게 기뻐해주시다니, 부족한 제가 더 영광이지요.

 

 뭐가 됐든 간에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을 한 것 같았다.

 행운의 여신께 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그나저나 유원지를 언제 가봤더라?..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 …

 

 

 우리 도시는 신도시 중에서도 꽤 큰 편이라서 편의시설과 오락시설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 제대로 뭔가를 하면서 놀아보고 싶더라도 굳이 전철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다.

 테마 파크같은 관광 유원지는 물론이고 소규모 카지노 센터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활발한 관광 사업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마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쉽게도 덕후들을 위한 일명 '전자 상가'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철을 타고 다른 인근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요 앞이지만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일 수도 있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한 우리는 만난지 10분 만에 드디어 본격적인 데이트 장소 앞으로 도착하고 말았다.

 꼭 어린이 동물원 같이 자사 마스코트 캐릭터를 걸어놓은 출입구 바로 앞 쪽에는 만남의 광장 비슷하게 큰 분수와 매점 등으로 꾸며놓은 넓은 공간이 있어 유원지로 가기 위해 그곳을 지나가는 동안 주변 커플들을 둘러보았다.

 "저희 말고도 커플들이 무척 많이 온 모양이네요."

 "토요일이니까요. 알콩달콩하기 좋은 날이죠~"

 토요일날 유원지랑 유원지 앞에 커플들이 많은 게 뭐 대수롭냐 듯이 가볍게 웃어보였다. 

 

 이게 정상인 거였어?

 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왠지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전에 딴 남자는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던 같은 처지의 선배였건만 적어도 나보다는 이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문 앞 매표소에서 자유이용권을 끊고 유원지 안으로 입성한 우리는 주말이라서 그런지 엄청나게 붐비는 인구 밀도를 보고 적지 않게 감탄했다.

 "공원 내부는 훨씬 많네요."

 "음~ 그게 유원지에서 빠질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요? 왠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산해 보인다면 좀 심심하잖아요."

 "하긴 그렇죠."

 그야 그렇지.

 하지만 시내로 나오기만 해도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여긴 더 하니까..

 특별히 공황장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사람 많은 곳은 기피해왔다.

 

 "신이치 군, 우리 저거 타러 가요!"

 쨍쨍 내리쬐며 눈을 괴롭히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고 본격적으로 탐방을 시작하기 전, 첫 대상물을 찾던 선배가 방금 막 경사가 심하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듯이 내려오며 시원하게 물을 튀기고 있는 배 모양 기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재촉했다.

 윽… 꽤 높아 보이는데..

 어째서 선배는 처음부터 저런 걸 타려는 걸까.

 솔직히 겁이 나긴 했지만 남자가 체면이 있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거요? 재밌어 보이네요!.. 날도 더우니까 아무래도 시작은 물이 좋겠죠? 하하.."

 "그럼 줄 더 길어지기 전에 어서 가요!"

 내 예의상 한마디에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기뻐하던 선배가 내 손을 붙잡고 그 놀이기구를 타는 곳으로 힘차게 끌고 갔다.

 이미 반포기 상태인 나는 정신줄을 놓고 그저 선배에게 이끌리는 대로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대기줄에 선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어느덧 우리는 황망한 바다로 향할 배 한 척 없는 물길 앞 안전선까지 와있었다.

 곧이어 앞서 두명의 커플을 태우고 출발했던 배가 탑승자의 옷은 물에 흥건히 젖어있는 채 저 멀리서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보여 이제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아씨.. 괜히 타자고 했나. 이런 거 잘 못 타는디..'

 분명 물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주변이 시원했지만 유독 나 혼자만 손과 이마에서 식은 땀이 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앞 팀의 배가 도착하고 그들이 내리자 다음은 우리가 탈 차례가 되었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내며 쭈뼛쭈뼛 배 안쪽으로 먼저 들어앉으니 선배도 내 뒤를 따라 옆자리에 앉았다.

 "기구가 움직이고 있을 때는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지 마시구요. 떨어지면서 튀는 물 때문에 옷이 젖을 수도 있으니 막을 거리가 있으면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쥬라기 탐험대, 출발하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우리가 자리에 착석한 것을 확인한 직원이 유원지 놀이기구 운행 알바 혹은 직원 특유의 국어책을 읽는 것 처럼 주절주절 읊으면서 귀찮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준비된 출발 멘트를 날렸다.

 

 직원이 출발 멘트가 끝나기도 무섭게 바로 작동 레버를 당기자 멈춰있던 물길 아래의 레일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타고 있는 배를 흐르는 물살 위로 옮겨놓았다.

 아직까지는 쥬라기 시대의 물가를 이동하며 끼기긱거리며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도 내는 소공룡의 모형과 풀숲이 장식된 평화로운 지대를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1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었지만 아직도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초조함 때문에 자꾸 혼자서 손을 만지작거리는 걸 카나미 선배가 보더니 슬쩍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내 손, 땀 때문에 축축해졌을 텐데…

 이러고 있기가 조금 죄송해서 안쓰러운 미소를 짓고 선배 눈치를 살살 보며 조심스럽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선배 쪽에서 더 강하게 손을 잡으며 놓아주려 하질 않았다.

 "……"

 "솔직히 쫌 무서워서 그런데.. 손 잡고 있어줄래요?"

 내가 곤란해 할까봐 일부러 자기가 그런 척 양해를 구했다.

 정말이지…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저도 이 손 놓지 않을게요."

 "후후후 앞으로도 계속 놓지 않아주셨으면 하네용."

 

 잔잔했던 숲 구간이 지나가고 점점 공룡의 수나 생김새가 무섭게 변하더니 물살의 속도나 주변 분위기가 빠른 흐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새끼 공룡을 지키려는 어미 공룡과 새끼와 어미를 노리는 비교적 작지만 그 수도 훨씬 많고 배는 포악한 육식 공롱들의 대치전을 표현한 장면도 나타나 나름 스토리가 있는 전개가 펼쳐졌다.

 옆에서 그것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선배는 풀숲 안쪽을 가리키며 놀라워했다.

 "저-기 풀숲 좀 보세요! 저기서 티라노사우르스가 우릴 노려보고 있었네요~"

 아니나 다를까, 숨어있던 티라노사우르스 기계가 괴성을 지르며 우리 쪽을 향해 커다란 머리를 들이밀었다.

 

 퀄리티가 굉장하군.

 

 그 순간 물살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배의 출력이 서서히 낮아졌고, 약간 정글같이 어두웠던 주변은 배가 시설 바깥으로 나오면서 밝아져 드디어 끝이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훅하고 떨어지는 지점이 코앞까지 다가와 카나미 선배와 처음 포옹했을 때만큼 심장이 쿵쾅거렸다.

 한 손은 선배의 손에 잡히고, 다른 한 손은 앉은 좌석 배 사이드에 달려있는 안전봉을 이거 놓치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젖 먹던 힘을 다해 손이 터질 듯이 쥐어잡았다.

 

 떨어지기 바로 직전에 모든 마음의 준비를 마친 나는 마지막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유원지 풍경을 느껴보기 위해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끼르륵ㅡ?」

 

 "……?"

 

 「슈화ㅡ악!」

 

 그렇게 내가 떨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눈 앞에서 마주친 것은 쪼그마한 장난꾸러기 랩터 기계였고, 그걸 보고 깜짝 놀란 나는 손에 힘이 풀려버린 상태로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서도

 '배가 첨벙하고 착지하면서 선배의 옷에 물이 튀겨 젖으면 어떻게 되겠냐, 다른 남정네들이 계속 쳐다보겠지'라는 걱정이 들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공포를 직면하면서도 견뎌내야 했고

 그렇게 선배가 그 물을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떨어져 내려오는 순간에 곁에 있던 선배를 품 안으로 끌어안으며 후두둑 쏟아지는 물들은 내가 모두 맞았다.

 

 무슨 물이 이리 많이 튀어.

 두 명이 나눠 맞아야할 물을 혼자 실컷 맞는 바람에 내 옷이 흥건하게 젖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선배의 옷(젖었을 때의 노출도)을 뽀송뽀송하게 지킬 수 있었기에 흡족스러웠다.

 그 후로 때마침 점심 시간이라 점심을 먹기 위해 가까운 곳에 있던 매점으로 온 우리 둘은 간단하게 핫도그 두 개와 빙수 한그릇을 사서 테이블로 가져와 앉았다.

 

 "괜찮아요? 유원지 놀이기구에 있는 물은 더러울 텐데…"

 "아… 옷이야 말리면 그만이죠. 날씨도 좋으니까 뭐- 금방 마르겠죠."

 그나저나 이 물 진짜 드럽긴 한가보다.

 아까부터 물 묻은 옷에서 자꾸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게다가 하필이면 지금 구름이 껴가고 있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먹구름은 아닌데, 햇빛이 가려져서 안내려오잖아.

 

 어쩔 수 없지, 별 수 있나 싶어서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방금 사온 핫도그를 한 입 베어물었다.

 "음. 물 맞고 먹으니까 더 맛있네. 선배 껀 무슨 맛이에요?"

 "치즈 듬뿍 뿌린 건데 한 입 먹어볼래요?"

 "네? 아뇨. 제 것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렇다고 선배 꺼 까지 먹기는 좀…"

 "괜찮아요~ 오히려 신이치 군이 먹어줬으면 싶은걸요?"

 그렇게 말하면서 선배의 핫도그를 내게 들이미는데 안 먹기도 뭣하고..

 

 "알았어요. 제가 먹을 테… 아얏."

 역시 이런데서 서로한테 먹여주는 건 부끄러운 것 같아서 알아서 들고 먹으려고 손을 가져다대니 「어허!」하고 추임새를 넣으면서 내 손등을 찹-하고 때렸다.

 "안돼요! 제 꺼니까 제가 먹여드릴 거라구요?"

 "핫도그 먹는 건데도 꼭 그렇게 해야하는 걸까요..."

 "핫도그던 빙수던 제 돈으로 산 건 제가 먹여드릴 거에요. 자! 토달지 말고 어서 아~"

 어쩐지 내가 사겠다고 했는데 필사적으로 자기가 사주겠다고 하더니, 이러려고 그랬던 거구만?

 하여튼 선배는 어디까지 갈지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순수 결정체인 여자인듯 하다.

 

 "알았어요… 아-.."

 비록 학교 점심 시간에도 겪어보긴 했지만 너무 쑥스러워서 금붕어 입보다도 작게 입을 벌리고 눈을 내리깔며 땅바닥에 개미들을 지켜봤다.

 "더 크게 아ㅡ~!"

 하지만 굳센 선배한테는 끝까지 통하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아… 아ㅡㅡ!"

 

 아암-

 우물우물...

 뭐야 이게… 어린애 같아.

 

 "옳치! 잘했어요~"

 "자꾸 부추기지 말아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이럴 때면 또 엄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손으로 뜨거워진 얼굴을 비볐다..

 

 푸근하게 웃으면서 나를 말없이 지그시 바라보던 선배가 숟가락으로 빙수 그릇을 「팅- 띵-」소리 나도록 건들이며 말했다.

 "그래도 방금 신이치 군이 안아줘서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야.. 선배 물 맞아서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까요."

 "으으응. 그렇지 않아요. 제가 본 남자들 중에서 아빠 다음으로 가장 멋졌는걸요. 아무리 그 어떤 아빠라도 그렇게 할 생각까지는 못 했을 거에요."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왜인지 납득이 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선배가 그 정도로 나를 좋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앗- 잠깐만요. 가만히 있어보세요."

 선배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손을 뻗어 내 얼굴로 향했다.

 입가에 묻은 치즈를 검지 끝으로 살포시 닦아주더니 휴지에 닦지 않고서 곧바로 자기 입으로 핥아먹어버렸다.

 화아악…

 온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 그.. 저.."

 "입에 치즈가 묻어.. 있길래…"

 아무렇지 않게 담백한 치즈 맛을 보던 선배가 빨개진 내 얼굴을 발견하고 자기도 덩달아 얼굴이 붉어지더니 따박따박 말끝을 흐리며 부끄러워했다.

 "이- 이제 슬슬 다른 거 타러 갈까요.."

 "네-…"

 

 둘다 얼굴이 선홍빛이 되어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나란히 걸으면서 계속해서 스쳐지는 손등에 찌릿한 전율이 흘렀다.

 

 결국엔 이번에도 나는 먼저 손을 잡지 못했고, 선배가 아담한 손으로 보다 큰 내 손을 은근슬쩍 쥐어잡으면서 분위기가 더 무르익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계속 저번 주에 야나기 씨가 말해줬던 얘기가 떠오르려고 한다.

 포옹하는 것과 손을 잡는 게 아닌

 다른 그 무언가를 선배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야릇한 생각들이 끊임 없이 일어나서 긴장의 연속이 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에야말로 선배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말
 

 달달합니다잉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XVI 그래도 오빠 뿐이야 2017 / 12 / 8 280 0 9351   
19 XV 내 동생은 안돼! 2017 / 12 / 8 258 0 9266   
18 XIV 호감과 사랑의 방정식 (完) 2017 / 11 / 28 262 0 10925   
17 XIII 호감과 사랑의 방정식 (1) 2017 / 11 / 27 251 0 9401   
16 XII 난 애가 아니야 2017 / 11 / 17 262 0 8580   
15 『빼빼로데이外』설녀의 입술이라도 차갑진 … 2017 / 11 / 12 264 0 9837   
14 『빼빼로데이外』좋아한다고 말해줘 2017 / 11 / 12 281 0 8451   
13 『빼빼로데이外』게임을 가장한 키스 작전! 2017 / 11 / 12 286 0 6432   
12 XI 야밤의 두 신부 2017 / 11 / 12 278 0 8762   
11 Ⅹ 내 두 팔 위에 두 여동생 2017 / 11 / 12 313 0 6079   
10 Ⅸ 우리 집엔 왜 왔니 2017 / 11 / 12 280 0 6263   
9 VIII 삼인방 (完) 2017 / 11 / 9 317 0 10281   
8 Ⅶ 삼인방 (2) 2017 / 11 / 7 287 0 6039   
7 VI 삼인방 (1) 2017 / 11 / 6 288 0 4161   
6 V 활기의 학교 2017 / 11 / 3 307 0 5526   
5 IV 여동생의 밤 2017 / 11 / 2 357 0 9404   
4 III 너와 내 마음의 준비 2017 / 11 / 1 311 0 5885   
3 Ⅱ 충고와 갑작스런 준비 2017 / 10 / 30 334 0 4406   
2 Ⅰ 아침부터 이러기냐 2017 / 10 / 21 378 0 3469   
1 프롤로그 2017 / 10 / 20 571 0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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