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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최종병기 (7)
작성일 : 17-11-24 21:28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7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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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금강산 어귀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멍한 정신을 붙잡으려 두 뺨을 세차게 때리자 아직도 요란한 전투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균열이 닫혔음에도 일단 나온 몬스터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

 

 단전에 내기가 충만하게 들어차 있었다. 며칠 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마나가 없는 세상에서는 두 손 두 발을 다 묶인 느낌이었다.

 

 그때 머리에 산신의 음성이 울렸다.

 

 「어떻게 되었어?」

 

 “균열은 닫았습니다. 이제 나와 있는 것들만 처리하면 될 거 같아요.”

 

 「좋아. 수고했어.」

 

 몬스터들이 짜증이 났던 것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균열이 닫혔으니 산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이들을 막아낼 수 있을 거다.

 

 산신과 천유강의 활약에 힘입어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놈까지 모조리 처치했다.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너도 수고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금강산부터 주기적으로 돌 걸 그랬습니다.”

 

 「······부탁하마. 다시는 이런 피해를 입기 싫구나.」

 

 균열에서 나오자마자 전투하느라 훨씬 더 지친 느낌이다. 잘려나간 나무둥치에 앉아서 쉬고 있으니 기다리던 것이 나타났다.

 

 「축하드립니다. 무사히 균열을 클리어하셨네요. 이번에도 퍼펙트 클리어네요.」

 

 “세레나자드.”

 

 역시나 아무 기척도 없이 세레나자드가 천유강 앞에 나타났다.

 

 “이런 곳에서 나타나도 되는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주변에 막을 쳐서 우리의 모습이 안 보이도록 설정해 놓았습니다. 물론 산신의 힘이라면 무용지물이겠지만요.」

 

 “산신님에게는 허락을 맡았으니 상관없겠지.”

 

 「좋습니다. 그럼 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세레나자드가 손짓을 하자 어김없이 투명판이 허공에 나열되었다.

 

 《재능 - 특수 요원의 전술 교본》

 조건 - 균열 클리어.

 능력 - 과학 대륙의 무기 숙련도 +15%

 

 《효과 - 키다리 아저씨》

 조건 - 아이들을 전부 살린다.

 능력 - 모든 유닛의 호감도 +30

 

 《아이템 - 다용도 충전기》

 조건 - 균열 클리어

 능력 - 태양 빛을 받으면 주변 10m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충전시킨다.

 

 《능력 - 가혹한 훈련》

 조건 - 균열 클리어.

 능력 - 올 스탯 +25

 

 《능력 - 능숙한 사격》

 조건 - 쓰러트린 적 10명 이상.

 능력 - 과학 대륙 무기 데미지 +15%

 

 《재능 - 마나리스》

 조건 - 퍼펙트 클리어

 능력 - 마나가 다 떨어지면 5분 동안 모든 스탯 1.5배

 

 수많은 보상 중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역시 퍼펙트 클리어 보상이었다. 균열에서 얻는 보상은 현실과 게임만이 아니라 다른 균열에서도 적용되니, 다시 마나가 전혀 없는 곳에 떨어지게 되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두 개 선택할 수 있지?”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님.」

 

 상급 균열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특급 균열에 비해서 보상의 질이 확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마도 과학 대륙의 기술에 대한 보상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고 퍼펙트 클리어를 제외한 나머지는 올 스탯 25와 호감도 관련 특성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뒤도 보지 않고 올 스탯을 선택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성과 영지를 얻어 수하 유닛들을 잘 통솔해야 하는데, 호감도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호감도 30을 먹고 들어가면 퀘스트에 관련된 NPC와의 대화도 한층 더 편해질 거다.

 

 ‘올 스탯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호감도가 더 좋아 보이네.’

 

 결심한 천유강이 세레나자드에게 말했다.

 

 “키다리 아저씨와 마나리스를 선택할 게.”

 

 「알겠습니다, 플레이어님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균열에서 얻은 아이템입니다.」

 

 세레나자드가 손을 내밀자 빛나는 무언가가 천유강의 손에 떨어졌다.

 

 《메모리 큐브》

 (유니크)

 사용자 주변을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정밀한 기계.

 능력 : 사용자 주변의 모든 것을 5년 동안 자동으로 기록한다.

 

 “······이건 카메라 같은 건가?”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은 물품이니 주머니에 넣고만 있어도 작동됩니다.」

 

 “갖고 있는 공간 확장 주머니에 넣어도 작동돼?”

 

 「그렇습니다.」

 

 “전투한 것 복기할 때 쓰면 좋겠네.”

 

 원하는 아이템은 아니었으나 잘 사용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리에 차고 있는 공간 확장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세레나자드에게 말했다.

 

 “균열의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신기하네요. 플레이어님은 보상보다 균열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안 그래?”

 

 「일단 균열을 퍼펙트 클리어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중에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르겠어. 그냥 다음 이야기를 알고 싶어.”

 

 「알겠습니다. 이 정도 서비스는 아무것도 아니죠.」

 

 세레나자드가 손을 내젓자 다시 천유강의 의식이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다시는 눈 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몸이 움직여지는 것이 느껴졌다. 힘겹게 눈을 뜨자 안개가 걷히듯이 어둠이 사라지고 환한 빛이 찾아왔다.

 

 “여긴······.”

 

 주변을 살펴보니 자신이 거대한 기계장치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기계에서 뻗어 나온 선들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충전되었군요.”

 

 확인해보니 50%나 충전되어 있었다. 제이콥 박사가 수년을 연구해 겨우 4% 충전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울 만한 성과다. 하지만 플루토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누가 날 충전한 거죠?”

 

 알렉에게 아이들을 맡겼지만 그가 무사히 빠져나갈 확률은 병사들에게 잡혔을 가능성보다 훨씬 적었다. 그가 잡혔다면 자신도 정부 단체에 잡혀 연구되었을 거다.

 

 “인류는 또다시 과오를 되풀이하는 건가요?”

 

 화려한 문명을 자랑하던 고대의 인류는 유례없는 과학 기술력을 손에 넣었다. 환경오염, 식량부족 등도 과학으로 해결했고 질병 대부분도 정복해 사람들은 무병장수를 누렸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까지 모두 자동으로 해결했고 부족한 운동도 기계에 누워 자고 일어나면 몸짱이 될 수 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이 대단한 문명을 자랑하는 시대는 너무 강인한 무기를 지니고 있었기에 멸망했다.

 

 버튼 한 번만 눌러도 산이 갈라지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니 사소한 다툼만 일어나도 대륙의 지형이 변화했고 수백, 수천만의 인명이 산화했다.

 

 그 선봉에 섰던 것이 자신이다.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도출해서 사람들을 죽이고 시설을 파괴했다.

 

 기계이니 자비심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살아 있는 생명이면 어린아이와 부녀자, 심지어 임신부도 가리지 않고 모두 죽였다.

 

 자신은 뛰어난 기계이니 수백 년이 지나도 그들의 비명을 잊을 수 없다.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오~ 드디어!”

 

 그는 6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플투토가 깨어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허겁지겁 달려온 모양이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

 

 “어머니,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누구?”

 

 “접니다, 토비.”

 

 “토비?”

 

 플루토 기억 속의 토비는 폐기장을 뛰놀던 개구쟁이였다. 자세히 보니 정말 그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토비, 정말 토비구나.”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못할 수 없어.”

 

 그녀의 말에 토비는 빙그레 웃었다. 그녀가 기계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이들은?”

 

 “하하하~ 할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혹시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토비의 말에 플루토가 몸을 살짝 움직여 보았다. 오랜 시간 누워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

 

 “가능해.”

 

 “그럼 밖으로 나와 보시죠. 연락했으니 다들 이리로 올 겁니다.”

 

 아직 상황을 모르는 플루토는 토비를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기계이니 당황하지 않았고 금세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50년은 지났나 보네.”

 

 “정확히 45년입니다. 그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플루토의 존재를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었기에 토비 혼자 그녀를 충전할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지금에야 나온 것이다.

 

 플루토가 복도를 따라 걷다가 거울이 있어서 무심코 봤는데 그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바로 마리아의 모습이었다.

 

 “이건······.”

 

 플루토가 믿기지 않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자 토비가 쑥스러운 듯이 뒷머리를 긁었다.

 

 “하하~ 충전하기 몇 년 전에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냥 나가면 사람들이 놀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플루토가 깨어났을 때를 상정해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그녀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대문을 열자 바깥세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긴······?”

 

 “맞습니다. 여기는 전에 폐기장이 있었던 곳입니다. 그곳을 정리하고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 많은 것이 변해있었지만 이곳은 기계 도시 아스트리아가 맞았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공장지대는 그대로였지만 주택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다 쓰러져가는 낡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세련된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하늘을 덮었던 매연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어떻습니까? 멋지지 않습니까?”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알렉 아저씨의 도움이 컸습니다.”

 

 “알렉?”

 

 “네. 아저씨는 그 뒤로 요원 일을 그만두고 이곳의 재건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도시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랫동안 모은 돈도 순식간에 없어졌고 사람들의 냉대와 소극적인 태도에 포기하려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알렉의 활동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무려 30년이나 도시의 시장 자리를 맡으면서 도시를 변화시켰다.

 

 “우리 아이들도 아저씨를 도와서 같이 일했어요.”

 

 폐기장의 아이들은 나중에는 알렉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다. 폐기장의 경험 덕분인지 모두 독을 품고 공부를 시작했고 토비처럼 각 분야에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서 물심양면으로 도시 재건을 도왔다.

 

 “알렉도 오고 있어?”

 

 알렉의 이야기가 나오자 토비는 고개를 저었다.

 

 “1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도시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도시가 안정화되자 알렉은 시장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도시의 외곽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다가 일생을 마쳤다. 그때가 69세였다.

 

 “어머니!”

 

 토비의 말처럼 마리아가 돌보았던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오랜 시간 끝에 많이 늙었지만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클락, 대머리가 되었네?”

 

 “헤헤~ 그렇게 되었습니다.”

 

 “말렛과 제니는 결혼한 거야?”

 

 “소꿉친구만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다행히 폐기장의 아이들 10명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모두 살아 있었다.

 

 그들은 얼싸안고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아저씨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와 이웃 도시에 정착할 수 있었어요. 아저씨가 준 돈으로 작은 숙소에서 생활하다가 아저씨가 요원 직을 그만두고 같이 살게 되었고요.”

 

 “정부에서 날 찾지는 않았어?”

 

 “부서진 충전소를 어머니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모두 망가졌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다행이네.”

 

 그날 알렉이 충전소에 몇 가지 장치를 해 정말 플루토처럼 보이게 했다. 날아오는 미사일에 그것을 던져 산산이 조각낸 것은 플루토의 일이었다.

 

 “모두 무사했어.”

 

 플루토의 눈에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그들이다. 나이가 먹었어도 어쩐지 그럼 기분이 들었다.

 

 플루토가 예전처럼 그들을 껴안자 눈물바다가 되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플루토는, 아니 마리아는 자신들을 길러준 어머니였다.

 

 그리고 밤이 깊었다.

 

 이야기하느라 지친 다른 이들은 모두 잠들었지만 플루토는 잠들지 않았다. 애초에 잠을 잘 수 없는 구조인 플루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뒷산에 올랐다.

 

 그곳에 있는 것은 커다란 무덤이었다.

 

 -알렉-

 

 플루토는 가지고 왔던 꽃을 무덤에 놓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듯, 주변에는 많은 꽃이 놓여있고 무덤도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잘 보았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이룬 것이군요.”

 

 차갑게 식은 무덤이 이야기할 리 없었지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이룬 모든 것이 이 도시 곳곳에 꽃피워 있다.

 

 플루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예전 자신이 기록했던 메모리 큐브였다. 토비가 간직하고 있다가 저녁에 선물론 준 것이다.

 

 딸깍

 

 「플루토.」

 

 「네, 박사님.」

 

 이건 메모리 큐브의 마지막 기록이다. 제이콥 박사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리아가 죽은 후에 삶의 목표를 잃은 그는 빠르게 약해졌다.

 

 결국,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 박사는 플루토를 불렀다.

 

 「그동안 고마웠어. 네 덕에 말년이 외롭지 않았다.」

 

 「마리아의 부탁이었습니다.」

 

 「큭큭! 그래, 마리아는 착한 아이였지.」

 

 「박사님.」

 

 「그래, 말해 봐.」

 

 「다음에 저는 무엇을 할까요?」

 

 마리아의 마지막 부탁은 박사를 돌봐주는 것이었다. 이제 박사가 죽으면 목표가 사라지니 해야 할 다른 임무가 필요했다.

 

 하지만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정해주는 게 아니야. 네가 선택하는 거지.」

 

 「전 명령대로 움직이는 로봇입니다. 명령이 없이는 그 무엇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플루토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최첨단의 A·I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사람의 명령어 없이는 그 무엇도 작동할 수 없다. 하지만 제이콥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지 않아, 플루토. 넌 이미 누구의 명령이나 도움 없이도 네가 원하는 것을 수행할 수 있단다.」

 

 몇 년간 플루토와 함께 지내면서 낸 결론이다. 플루토는 이미 개발자의 목적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건 제 프로그램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감정이란 것은······, 자유의지라는 것은······, 누구도 프로그램할 수 없어. 그것은 네 안에서 자라난 거다.」

 

 박사는 플루토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박사의 온기가 플루토의 얼어붙은 기계 몸체를 후끈하게 달궜다.

 

 그 온기를 확인하려는 듯이 플루토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내 안에서?」

 

 「그래, 이제 아무도 너에게 명령하는 사람도 없고 명령할 수도 없다.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박사의 마지막 미소와 말은 플루토의 기계 심장을 뛰게 했다.

 

 「내 딸아.」

 

 재생이 끝났다. 이것이 메모리 큐브에 기록되어 있던 마지막 영상이었다.

 

 “알겠습니다, 박사님······, 알렉.”

 

 이제는 만들어진 목적이 아닌 자신이 진정 꿈꾸는 목표를 위해 움직일 때다.

 

 이날 플루토는 진정으로 태어났다.

 

 ***

 

 한편, 금강산의 한 기슭에서 누군가가 터벅터벅 내려오고 있었다. 긴 장검을 들고 혹시 튀어나올지 모를 적들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시리도록 푸른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여우 가족을 도왔던 의문의 가면인이다. 천유강과 산신이 몬스터들을 다 정리한 후에도 산을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그때, 저 멀리에서 중학생처럼 보이는 소년이 다급히 뛰어왔다. 그 역시 가면인처럼 중국 무인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 소년이 가면인에게 뛰어와 헉헉거리며 소리쳤다.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한참을 찾았잖아!”

 

 “미안, 길을 잃었다.”

 

 “하여간에 맨날 길을 잃어버리는 길치면서 왜 그렇게 쏘다니길 좋아해? 내가 미치고 팔짝 뛰겠네, 진짜!”

 

 소년이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며 울화를 표현했지만 가면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것을 본 소년이 낙담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 내가 말을 말아야지······, 다니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어?”

 

 “······없었어.”

 

 “알았어. 그럼 내려가자,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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