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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제국의 황녀 (3)
작성일 : 17-11-23 22:34     조회 : 313     추천 : 2     분량 : 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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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텔라 숲의 한낮은 간간히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조그만 햇살 외에는 그림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걷던 레아는 열 사람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큰 가방을 내려놓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붉은 매 용병단과 마주친 이후로는 특별히 검을 쓸 일이 없었지만, 언제 다시 또 다른 누군가가 쫓아올지 몰랐기에 쉬지 않고 걸어온 그녀는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불꽃을 보며 심한 피로와 배고픔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가방에서 조그만 주머니와 수통을 꺼낸 그녀는 불 위에 걸린 양철 냄비에 물을 부었다. 얼마 후 끓기 시작한 물에 레아는 주머니를 열고 그 안에 들어있던 가루와 건더기를 털어 넣었다. 이내 고소한 냄새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나는 스프 한 그릇이 완성되어있었다. 어느새 꺼내 든 빵 한 조각을 씹으며 수프를 마시던 레아는 옆에 놓여있던 검 한 자루에게 시선을 돌렸다. 순백의 검신에, 붉은 루비가 가드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검이었다. 20년 전, 그녀의 아버지 아르도르 황제가 그와 함께 대악마를 봉인한 영웅들 중 한명인 난쟁이들의 왕 드뤤에게 선물 받은 검이었다. 레아가 황궁에서 가져온 몇 안 되는 물건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문득 레아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자신밖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가방 깊숙이 손을 넣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나온 것은 돌멩이 두세 개를 합친 것 만한 크기의 붉은 보석이었다.

 “이 드래곤하트 때문에 내가 5년 동안 목숨을 걸고 있다......라.”

 레아가 중얼거렸다.

 “아버님은 아투스님을 찾아가라 말씀하셨지만 스킨틸라에서 드라케니아로 가는 길목은 전부 병사들이 막고 있고 하늘에는 용기병들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런 감시 속에서 당연히 레아는 제국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고, 그저 숲과 산에 숨어 다니면서 제국군의 감시를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5년 동안 힘겹게 도피를 이어가던 도중, 레아는 정보 하나를 손에 넣었다. 수개월 전 숲을 지나가던 제국군의 한 분대와 마주치게 된 그녀는 간단히 그들을 쓰러트린 후 그들의 소지품을 뒤지던 중 우연찮게 편지 한 장을 발견했는데, 그 편지는 황후 루마가 제국의 북부군 총사령관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 편지의 내용인 즉, 제국을 거치지 않고도 드라케니아로 갈 수 있는 안텔라 숲을 감시하라는 것이었다. 그 즉시 레아는 안텔라 숲으로 향했고, 제국군 역시 그녀를 뒤쫓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엘프들의 구역이었기에 많은 수가 함부로 들어설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며칠을 번 레아는 드라케니아와 숲의 경계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아투스님을 찾으면 되는 건가.”

 그렇게 말한 레아는 보석을 다시 가방에 넣고 크게 기지개를 폈다. 나뭇가지와 이파리 사이로, 눈이 시릴 정도의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문득 레아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님은...... 잘 지내고 계시려나.”

 꼭 7년 전의 일이었다. 정정하던 황제가 급작스레 앓아누웠고,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지만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다행히 차차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더 이상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그 이후 황권은 자연스레 황후에게 넘어갔다. 침대에만 누워있게 된 아르도르는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내가 이 모양이니 루마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구나.”

 아버지의 앞에서는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레아는 잠들기가 무서웠다. 황실 기사단이 그녀의 곁을 지켰지만 항상 악몽에 시달렸다. 벨라를 잃은 후 아버지마저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아르도르는 그런 딸을 보다 못해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레아. 아투스님에게 가렴.”

 “드래곤 로드 아투스님이요?”

 “그래. 내가 병상에서 일어나기 전까지 그 분께 몸을 의탁하면 안전할 거다.”

 “하지만......”

 “네 어머니와 벨라마저 잃고, 너마저 잃을 수는 없어.”

 그 발에 레아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뼈마디만 남은 아르도르의 손을 잡으며 레아는 입을 열었다.

 “반드시...... 돌아올게요. 꼭 일어나셔야 해요.”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내일 아침 황실 기사단과 함께 비공정을 타고 출발하렴.”

 그 것이 레아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날 저녁 아르도르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루마 황후는 자신과 의사 외에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황후는 황실 기사단을 아르도르가 누워있는 방을 경비하게 만들었다. 전부 황제의 명령이라고 했지만 레아는 알고 있었다. 전부 루마의 함정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아버지와 자신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날 밤, 레아는 도망치듯 황궁을 빠져나왔다. 더 이상 지체된다면 모든 것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5년 동안의 목숨을 건 방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다 왔어.”

 그런 말을 중얼거리던 레아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거나 놔두고 가장 편안해야 할 곳에서 떠나 외로이 떠돌아다니며 5년 동안 자신에게 충성을 바쳐야 할 이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았다. 긴 고생 끝에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안도감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는 불씨를 꺼트리고 나뭇잎과 흙을 덮어 흔적을 지운 다음 짐을 들고 일어섰다. 이내 그 곳에는 바람에 팔랑거리는 나뭇잎들과 이름 모를 벌레들의 울음소리만이 맴돌고 있었다.

 

 

 

 

 “......떠났네요.”

 멀리서 레아를 지켜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좋습니다. 계속 뒤따라가도록 하죠. 거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그렇게 대답한 이는 레아를 쫓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레아를 감시하던 이가 그 뒤를 따랐다.

 “여왕님은 무슨 생각으로 황녀님을 지켜보기만 하라는 걸까요.”

 선두에서 걷던 이가 중얼거렸다.

 “글쎄요...... 여왕님은 항상 알 수 없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니까요. 그렇다고 그 말씀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죠.”

 뒤에서 걷던 이가 대꾸하며 눌러쓰고 있던 망토의 두건을 걷어 올렸다. 옅은 금빛 머리카락이 아름답게 흩날리며 그 사이로 인간의 것보다 월등히 긴 귀가 삐져나와있었다. 크고 맑은 눈동자는 옅은 녹색을 가지고 있었다.

 “여왕님의 말씀은 곧 포레스티스님의 뜻이니까요.”

 금발 엘프의 말에 선두에서 걷던 이 역시 두건을 벗으며 입을 열었다. 은발의 머리카락과 푸른 벽안이 잘 어우러지는 시원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아우카. 뭔가 불안해요.”

 “괜한 불안감이에요, 루넬리아. 설마 여왕님이 말씀이 틀렸다고 말할 셈인가요?”

 아우카라 불린 금발의 엘프의 핀잔에 루넬리아라 불린 은발의 엘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당신 말대로 괜한 불안감에서 멈추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죠.”

 루넬리아는 중얼거렸다. 바람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기분 좋게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을 타고 날듯이 사뿐하게 숲을 달려 나가는 두 엘프가 있었다.

 

 

 

 

 그 시각, 드라케니아의 어느 레어(Lair)에서 크고 작은 폭발음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그 충격으로 인해 누군가가 레어의 입구에서 튕겨져 나오며 몇바퀴를 구르다가 나무에 강하게 부딪쳤다.

 “으윽.”

 보통 인간이라면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일어나 몸 곳곳을 툭툭 터는 이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었다. 원래는 짙은 검은색이었을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폭발에 휘말리고 바닥을 구르는 바람에 뽀얀 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걸치고 있던 로브 역시 흙투성이였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반쯤 부서진 레어의 입구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고 있는 중이었다.

 “또 실패인가.”

 황금색의 눈동자를 두어 번 깜빡거린 소년은 이내 한 손을 주먹을 쥐고 힘차게 하늘로 뻗었다.

 “그래도 이 정도 파괴력이면 반은 성공......억!”

 누군가에 의해 뒤통수를 강타당한 소년의 말이 끊겼다. 분노에 차서 뒤를 돌아본 소년의 눈에,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소년과 마찬가지로 흑발과 금안이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반은 성공 같은 소리 좋아하시네.”

 “아...... 아버지!”

 “이번에는 또 뭘 만드느라 레어가 저 지경이 된 거냐. 마법을 물건에 부여하는 것도 꽤나 일인데. 늙은 아비를 언제까지 부려먹을 셈이지?”

 남자의 말에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휴대용 숨결......이라고 일단 부르고는 있는데. 보시다시피 폭발력은 얼추 근접했는데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터져서 문제에요. 평소처럼 아버지가 좀 봐주시면 좋으련만.”

 “나도 그러고 싶다만, 오늘은 가야 할 곳이 있다. 그리고 나는 마법사가 아니야. 너 또한 대장장이가 아니고. 이런 건 그들에게 맡기는 게 좋아.”

 “저도 그러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는 없는걸요. 그리고 아버지만큼 마법에 능통한 사람은 없잖아요? 만드는 건 제가 할테니, 아버지는 그냥 마법을 불어넣어주시면 된다고요. 그나저나 갈 곳이 있다고 하셨죠? 그럼 다음에 봐주세요, 뭐.”

 “아니. 너도 같이 간다.”

 “네......네?”

 엉망이 된 레어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던 소년은 뒤늦게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얼빠진 소년의 목소리에 남자는 아득히 먼 하늘의 저편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마중 나가야 할 손님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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