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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나는 김구다! 제2부 - 홍구공원 1932, 백범 김구
작가 : 과하객
작품등록일 : 2017.11.22

'나는 김구다!' 제2부의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전날 천붕을 당해 의욕이 꺾였던 글인데 권유가 있어 다시 써보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 인물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인데, 혹시 아니다 싶은 부분이 보이거든 가차없는 질책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22. 상해의 김구 3
작성일 : 17-11-23 16:51     조회 : 411     추천 : 2     분량 : 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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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상해의 김구 3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1920년 2월 5일자 1면에서 ‘칠가살(七可殺)’ 을 공식적으로 거론한다. 칠가살은‘마땅히 죽여야 할 일곱 가지 대상'을 말함인데, 그 하나가 적의 수괴요, 둘이 매국적(賣國賊), 셋이 고등경찰과 형사와 밀정이었고, 넷이 친일 부호, 다섯이 총독부 관리, 여섯이 불량배, 일곱이 모반자(謀反者)였다.

  칠가살에 해당하는 자는 취체에 불응할 시 재판 없이 처단해도 좋다는 게 불문율이었다. 이는 임시정부의 공식 방침이었고 경무국장과 내무총장을 역임한 선생의 뜻이기도 하여, 임정 경무국의 사람들이 밀정들을 처단한 논리적 근거로 삼았다.

  1923년 10월경, 일본국 경시청 고등정탐 선우을(鮮于乙)은 경시청 경부보인 족형 선우갑(鮮于甲)과 함께 상해에 파견되었다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에 잡혀 얼이 빠져 돌아온 후 처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밀정은 칠가살에 들어 즉결처분의 대상이오. 헌데 살려 보내는 것은 개과천선하여 애국하는 일을 해보라는 뜻이오. 따르시겠소?”

  “살려만 주십시오. 목숨 걸고 애국을 하겠습니다.”

  상해에 파견된 임무의 하나로 암살 대상 1호였던 김구가 뜻밖에 목숨을 구해 주는 동아줄이 되었다. 선우갑은 아예 바닥에 머리를 박고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고, 선우을은 덩달아 머리를 조아려 구명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조만간 사람이 갈 것이오. 그를 도와 일을 해보시오.”

  임시정부 경무국의 김구가 어떤 인물인가. 일본 경시청 체포대상 제1호로 20만원의 현상금이 걸린 자가 아니던가. 그에게 처단된 밀정의 숫자는 열손가락을 헤아려도 모자랄 터, 프랑스 조계에 들은 즉시 임정 경무국의 사람들에게 포착되어 몰매를 맞고 끌려온 선우씨 형제로서는 선생의 호의에 저승 입구에서 관음보살을 만난 양 옷자락 끝이라도 붙잡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할 테니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그렇게 약조하고 살아난 목숨이었다. 흠씬 매를 맞은 건 원통하기 짝이 없지만 목숨 살린 게 어디냐? 더구나 좋은 정보까지 얻지 않았느냐?

  “임정 경무국은 의열단과 함께 큰일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참에 두 분은 제대로 공을 세워 애국의 길로 들어서시기를.”

  호랑이 상의 김구가 미소까지 지으며 관용을 말하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칠가살에 든 자로 임정 경무국에 체포되어 살아난 자가 없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인데 이런 호의라니……헌데 이어지는 말에서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

  “두 분의 장형인 선우순 형과는 오랜 교분이 있어요. 가시면 의논을 잘해서 두 분도 순 형을 도와 매국적의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친일단체 대동동지회의 회장으로 총독부 중추원 참의이기도 한 선우순은 3.1만세운동 당시 기독교의 목사로 만세진무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만세운동 무용론을 주장하여 독립운동을 반대하는 세력의 대표적인 존재였던 선우순이 임정의 정보원이었다는 말은 친동생인 선우갑으로서도 금시초문이었다.

  “평양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할 때 김홍량 사건 취재로 김구를 만난 적은 있지만 교분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김구가 그런 이유로 풀어주었다고는 함부로 말하지 말라.”

  선우순은 임정의 호랑이 김구에게 군자금을 상납한 인연이 있었다. 1910년 이전의 선우순은 박은식 이동휘와 함께 서북학회에 들어 독립운동의 군자금을 모금하던 김구 안윤재(安允在)등과 연결이 있었다. 듣던 대로 호랑이상인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독립운동 자금의 기부를 부탁하는 김구에게 겁을 먹고 얼마인가를 건넨 일이 있었는데, 변절한 후 그때의 일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해오던 차라 저승길에서 살아온 두 아우에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

  “차라리 잘 되었다. 그가 사람을 보내온다니 잘 엮어서 공훈을 세워보도록 해라. 마루야마(丸山鶴吉) 경무국장과 연결을 시켜주마.”

  마루야마 쓰루키치 경무국장은 훗날 일본국의 경시청장이 된 인물이다. 조선에서의 공로가 영전의 이유였으니 그가 선우갑 형제의 보고를 받고 어떠한 일을 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김구가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폭탄을 구해 달라 합니다.”

  매국적 선우형제의 하나인 선우을이 마루야마에게 소식을 전한 것은 1923년 12월의 일이었다.

  “폭탄을? 일단 구해주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탐지하여 일망타진할 것!”

  마루야마의 명령이 떨어지고 일본의 경시청과 조선의 총독부 경무국은 고등계 형사들을 총동원하여 작전에 들어갔다.

  1923년 12월 31일, 의열단원 김지섭(金祉燮)은 동지 최윤동(崔胤東)에게 받은 수류탄 세 개를 품고 석탄운반선 텐조야마마루(天城山丸)로 규슈 후쿠오카현(福岡縣) 야하다제철소(八幡製鐵所) 앞 바다에 도착했다.

  “폭도들의 목표는 제국의회입니다!”

  상해에서 출발할 때부터 따라붙은 밀정 고바야시 강이치(小林寬一)의 보고는 일본 경시청을 바짝 긴장하게 하였다.

  “조선어에 능통한 자를 고바야시와 붙여 감시토록 하라!”

  텐조야마마루의 선원으로 가장하고 김지섭을 감시하던 고바야시에게 조력자로 붙여진 이는 조선인 고등계 형사 선우을이었다. 그를 비롯한 선우씨 형제 세 사람은 이 사건의 정보를 총독부 경무국에 제공한 최초의 사람들이기도 하였다.

  “놈은 외로운 늑대입니다. 철저하게 혼자 행동하고 있어요.”

  조선총독부 경무국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경시청 경무부장 소오리키(正力松太郞)는 조선인 형사 선우을과 짝패가 된 고바야시에게서 보고를 받고 계속 감시하기를 명했다.

  “놈이 지도를 사서 궁성의 위치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바꾼 것 같습니다.”

  궁성이라면 천황이 거주하는 곳을 말한다. 보고를 접한 소오리키는 즉각 경보를 내렸다.

  “경비를 늘리고 놈이 행동하기 직전까지 철저히 감시하라. 황궁을 노릴 정도라면 조력자가 있을 게 틀림없다. 황궁 주위에서 소동이 벌어지면 안 되니 접근하려 들면 즉각 체포하라!”

  “놈이 니시바시(二重橋)로 향하고 있습니다!”

  “놈이 행동을 일으키기 전에 체포하라!”

  니시바시는 궁성의 정문으로 향하는 다리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보고마다 심상치 않은 내용뿐이었지만 소오리키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폭도를 맞을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후였던 것이다.

  “궁성의 정문에 폭탄이 투척되었다! 귀관은 무얼 하고 있는가?”

  홀연 걸려온 상관의 질책 전화는 소오리키를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전담 형사를 붙여 감시토록 하고 병력을 풀어 이중삼중 궁성의 주위에 포진시켰는데 폭탄 투척이라니!

  그러나 현장에서 지휘를 하고 있던 아다고(愛宕)경찰서장 히로다(弘田久壽治)의 보고는 절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궁성 정문 근처에 폭탄 세 발이 투척되었습니다만, 다행히 세 발 모두 불발탄이었습니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범인 체포가 문제야? 황궁의 정문에 폭발물이 던져졌으니 어떻게 수습할 거야? 불발탄은 또 뭐고?”

  만세일계의 천황이 거주하는 황궁에 폭탄 투척이라니! 소오리키는 정신이 아득했다. 신성불가침의 경역인 황궁에 폭탄이 던져진 일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큰 사변이었고, 조선총독부 경무국의 경고를 받고도 사건을 막지 못한 소오리키의 입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 폭도에게는 전담 형사가 붙어 있도록 하지 않았나? 그놈들은 도대체 무얼 한 것이야?”

  “두 사람 모두 기절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제3의 폭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지섭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던 일본인 형사 고바야시와 조선인 형사 선우을은 머리통에 혹을 매단 채로 발견되었다. 김지섭의 거사를 막기 위해 준비된 두 밀정은 결정적인 순간 기습을 당해 버려진 장기 알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빌어먹을! 우리가 완전히 당했어! 방금 고베의 해군조병창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황궁에 폭탄을 던진 ‘폭도’를 히비야경찰서로 연행하는 도중에 전해진 또 하나의 테러 소식은 소오리키를 완전히 탈진하게 만들었다.

  “폭탄의 출처가 고약해. 제국 육군 조선주둔군사령부에서 방출된 것으로 밝혀졌어.”

  “우리가 제공한 폭탄이 그쪽으로? 궁성을 불발탄으로 습격한 것은 우리의 주의를 돌려 고베항 습격을 용이하게 할 목적이었고?”

  고베는 막부말 가쓰 가이슈의 해군조련소 이래 일본해군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습격을 당한 것은 가와사키 중공업이 건조 중인 신형 함선의 엔진제작소로 폭발로 인해 공장 몇 동이 불바다가 되었다 하였다.

  “각의에서 야마모토 내각의 총사퇴가 결정되었네. 나도 파리 목숨일세. 귀관도 각오를 해두도록.”

  경시총감 유아사(湯淺倉平)의 전언을 들은 소오리키는 사건 전반의 얼개를 그려보고 전율을 느꼈다.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되었군.”

  같은 시각, 병원에서 깨어난 선우을은 상해임시정부 경무국장 김구를 떠올려 마음속으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만하면 우리 태원 선우씨 일족이 모두 매국적일 거라 생각지 않으신 선생의 믿음에 갚음이 되겠지요?”

  선우을의 옆자리에는 권총자루로 머리를 맞고 쓰러진 왜인 밀정 고바야시가 머리를 붕대로 싸매고 누워 있었고, 곁에는 ‘불령선인 황궁습격’의 기사가 인쇄된 신문이 놓여 있었다. 선우을은 붕대가 감긴 자신의 머리통을 만지며 고바야시가 깨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는 자신과 선우을을 위해 필사적으로 변명을 할 것이었다.

  “폭도가 폭탄을 던지는 것을 막으려고 뛰어드는 찰나에 누군가 우리를 둔기로 내리쳤습니다. 우리가 소리를 치며 말리려 들었기 때문에 폭도가 제대로 폭탄을 던지지 못했음을 유념해 주십시오.”

  나도 내게는 모질지 못했군. 벌써 깨어나다니. 고바야시 군이 눈을 뜰 때까지 조금 더 누워있어야겠어. 선우을은 눈을 감으며 상해의 김구에게서 들었던 말을 새겼다.

  “우리가 강폭해지지 않으면 본국의 동포들이 대한나라 정부가 있음을 모르게 됩니다. 적들은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요. 우리는 잊히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하고, 이 싸움은 독립의 날이 올 때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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