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일반/역사
나는 김구다! 제2부 - 홍구공원 1932, 백범 김구
작가 : 과하객
작품등록일 : 2017.11.22

'나는 김구다!' 제2부의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전날 천붕을 당해 의욕이 꺾였던 글인데 권유가 있어 다시 써보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 인물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인데, 혹시 아니다 싶은 부분이 보이거든 가차없는 질책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18.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10
작성일 : 17-11-23 15:41     조회 : 415     추천 : 2     분량 : 42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8.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10

 

  일본의 첩보전은 오랜 전통이 있었다. 도쿠가와 막부 초기에 이미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라는 첩보전 전문 다이묘를 낳은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군국(軍國)을 이룬 후 대륙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여 대륙낭인 명색의 첩보원들을 이웃 나라에 뿌렸다. 그 과정에 을미년의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그에 연한 백범 김구의 치하포사건이 있었음은 기술해 온 바와 같은데, 저들이 밀파한 대륙낭인들은 상인 등의 백성을 가장한 행색으로 현지인의 경계심을 풀었다고 한다.

  러일전쟁 때의 일본군 첩보부대는 아카시 모도지로(明石元二郞)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서방에 보내어 폴란드 병사들의 현실을 알린다. 러시아는 대일전쟁이 벌어지자 속국이었던 폴란드의 젊은이들을 징집하여 총알받이로 삼는데, 일본 측의 어떤 기록에는 극동 주둔 러시아군의 15%가 폴란드인이었다고 하였다. 식민지 출신 군인들에게 적국 러시아에 대한 애국심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으니, 러일전쟁의 승패를 가른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아카시는 러일전쟁을 총지휘하던 만주군 총참모장 고다마 겐타로(児玉源太郎)의 밀명을 받고 폴란드에 잠입하여 염전사상을 불러일으킨다. ‘러시아가 일본을 이긴 후에는 너희 나라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것이다’는 식의 선동을 하며 풍부하게 갖고 간 자금을 풀었으니, 폴란드 파르티잔들의 반응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야마모토 다다사부로라는 인물은 아카시와는 시대가 약간 다르지만 역시 일본군 특무대에 속한 자로 실제로 조선 호랑이를 절멸시킨 기록을 남겼다.

  해가 바뀐 1923년 초, 선생에게 한 장의 편지가 전해졌다. 편지에는 ‘원수의 종적을 찾아 독일로 들어갑니다’라는 내용이 문안 인사와 함께 간단히 적혀 있었고, ‘놈과 교전 중에 얻은 전리품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은제 탄환 하나가 동봉되어 있었다.

 

  야마모토는 죽음에 임해서야 자신이 호랑이 떼에 의해 몰이 사냥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몽골계 백계군 게릴라부대에 무기를 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다음 공작 목표를 찾아 이동하던 중에 시베리아 호랑이의 이야기를 얻어들었고, 사냥 본능의 발동으로 추적을 시작한 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호랑이와 더불어 찾아온 사신(死神)에게 목숨이 포획되었던 것이다.

  만주벌에 욕심을 내고 있는 일본에게 공산혁명이 성공한 러시아는 가상 적국 1호였다. 때문에 야마모토는 적의 적은 내 편이라는 개념으로 백계군 게릴라들의 무력을 보존하는 작전을 세워 스스로 전장에 나섰는데, 어느 결에 사냥 본색이 드러나서 호랑이를 쫓고 있었다.

  일이 시작된 것은 야블로노비산맥(Yablonovyi Mts)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철도의 한 소역(小驛)에서부터였다. 갑자기 열차가 멈추어 내막을 알아보니 백계군 게릴라에 의해 철도 일부가 폭파되어 복구중이라 하였다. 야마모토는 자신이 무기를 주어 선동한 몽골계 백계군의 작전으로 보고 공작의 성과에 흐뭇해하던 중에 동양계 사냥꾼을 만나 호랑이 이야기를 들었다.

  “호랑이를 사냥하셨군요. 시베리아 호랑이는 이 근처가 본고장이지요. 시호테아린산맥 쪽은 멸종이라지요?”

  털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동양계 사냥꾼은 호랑이가죽으로 만든 피풍용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조선반도와 아무르강(江) 유역의 침엽수림을 누비며 호랑이 사냥을 하였던 야마모토는 기꺼이 무용담을 나누었다.

  “몰이꾼이 필요한 사냥을 하셨군요. 볼쇼이 사라나칸부터 싱안링산맥에 이어지는 침엽수림은 대호가 많아 몰이꾼이 필요하지 않지요. 사냥꾼과 호랑이의 단독 대결, 이런 게 진짜 호랑이 사냥이 아닐까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몰이꾼이 몰아다 주는 호랑이를 쏘는 형식의 사냥에 익숙해 있던 야마모토를 비웃는 한방이었다. 열을 받아 그가 권하는 마유주를 거푸 들이킨 것은 기억하는데, 어느새 사냥 마당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사방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세계였다. 주위가 어둑한 것을 미루어 초저녁이거나 새벽녘인 듯싶은데, 어느 결에 시작했는지 호랑이 발자국을 쫓아 총을 들고 뛰고 있었고, 발자국이 사라진 하천가를 수색하던 중에 짐승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때요? 따라오기 잘했지요? 용기가 있으면 호랑이를 쫓으시고 겁이 나거든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지요. 아직 열차가 머물고 있던데.”

  정신이 번쩍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비몽사몽, 꿈결 같은 호랑이 사냥이었지만 야마모토 역시 일류의 사냥꾼이었으므로 한 번 발동한 사냥 본색을 멈출 수는 없었다. 사냥터까지 가게 된 경과가 모호하기는 하였지만 시베리아의 대호를 쫓고 싶었음은 사실이었고, 당장 들리는 게 짐승의 포효 소리라서 총을 고쳐 잡을 수밖에 없었다.

  침엽수림에 들었을 때 얼핏 호랑이 그림자가 보였다. 사위는 안개가 짙어 현실 세계가 아닌 듯싶었지만 호랑이 울음소리만은 거짓이 아니었고,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는 호랑이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틀림없었다.

  조선반도에서의 몰이꾼들을 동원한 사냥이 되새겨졌다. 사람과 짐승이 서로 소리를 높여 기세를 자랑하는 현장에서 목을 지켜 총을 쏘기만 하면 되던 그때의 사냥에서 야마모토는 주역이었고 영웅이었다. 조선인 포수와 몰이꾼을 호령하여 호랑이를 쫓던 한 때를 되새긴 야마모토는 흥에 겨워 고함을 질렀다.

  “나는 조선 땅의 호랑이를 절멸시킨 영웅 야마모토 다다사부로다!”

  함부로 총을 쏘았다. 주위 침엽수림 사이로 호랑이 그림자가 번뜩거리며 지나갔고, 포효 소리는 더욱 요란했다. 야마모토는 무작정 뒤쫓으며 총을 쏘아댔다. 애용하는 영국제 라이플이 연신 불을 토하고, 영웅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냥꾼의 방포소리는 호랑이 울음소리와 잘 어울렸다.

  그러나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 사격이었다. 호랑이 울음소리는 여전했고, 오히려 기세가 높아진 듯했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싶은 곳을 향해 다시 총을 쏘았다. 별무소용으로 호랑이 울음소리가 지배하고 있는 밀림 안을 헉헉거리며 뛰고 있는 자신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사격을 계속하던 야마모토는 지칠 대로 지쳐서 “나는 호랑이 떼에 포위되어 있나보다”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징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던 조선반도의 사냥터는 사람과 짐승이 아울러 살던 곳이었다. 그런데 유독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그게 아마 나였지 싶다……하고.

  비장의 은제 총알까지 모두 쏘아 댄 야마모토는 제풀에 주저앉았다. 호랑이 떼에게 몰이사냥 된 자신을 확인한 후였다.

 

  선생은 수제자 이걸의 죽음을 부른 은제 탄환을 본 순간 그때의 분노가 되살아났다. 왜적은 비무장·비폭력운동이던 삼일만세운동을 폭력적인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고, 저격수를 풀어 조준사격을 하였다. 특히 후계자로 기르고 있던 이걸을 노린 은제 탄환은 선생 자신을 목표로 한 도발로 짐작되고 있었는데, 만세운동을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던 선생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인물의 선전포고로 보았던 것이다.

  사사키 주로. 일본국 정재계의 막후 실력자 사사키는 필생의 적인 선생을 도발하기 위해 수제자 이걸을 죽였고, 이제 그의 사주를 받아 이걸을 죽게 한 인물이 러시아 본토 깊숙이 들어 사제인 김의군에게 포획된 것이다. 선생은 사사키의 적의에 대한 경의로 오랜 싸움의 결말을 볼 결심을 굳혔다.

  이 무렵 선생은 임시정부 경무국장 직위를 내려놓은 무관의 몸으로 국무위원에 선임되어 취임을 재촉 받고 있었다. 전년에 있었던 도산 안창호의 임시정부 탈퇴 때에 함께 물러나는 형식을 취한 사임이었고 재신임이었다.

  임시정부 내무총장의 자리를 이동녕(李東寧)에게 물려준 안창호는 잠시 국무총리 대리와 노동국총판을 겸임하고 있다가 그마저 내던지고 국민대표회의의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분열을 거듭하고 있던 민족세력의 통합을 위해 스스로 만든 임시정부를 탈퇴한 결단이어서 도산의 사제를 자처하고 있던 선생은 국무위원으로 선임되었지만 취임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임시정부의 경찰력은 선생 아니면 다스릴 자가 없었다. 임시정부의 경찰력의 주력은 백의대였고, 백의대의 뿌리는 활빈당에 있었다. 백범 김구는 활빈당과 대동계의 총수로 암묵적 공인이 된 처지였고, 명목상 무관인 선생이 임시정부 경무국 명의의 첩보를 발하여 백의대를 지휘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백마장군의 우상화작전은 금년으로 끝낸다. 이후 백의대는 왜적의 간자와 조선인 부역자의 색출에 전력을 다한다.”

  백마장군의 마지막 전설이 된 사이토 마코도 총독 암살 작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베리아의 일본군 첩보대와 싸우고 있는 사제 김의군의 신분을 감추어 주기 위한 부득이한 방편이었지만, 더불어 영웅화한 한 인물의 생애를 마감하는 정보가 만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 서울진공작전 1 2018 / 6 / 19 449 3 6096   
24 24. 상해의 김구 5 2018 / 5 / 7 427 2 5241   
23 23. 상해의 김구 4 (6) 2017 / 11 / 23 547 3 4715   
22 22. 상해의 김구 3 2017 / 11 / 23 422 2 4794   
21 21. 상해의 김구 2 2017 / 11 / 23 426 1 4666   
20 20. 상해의 김구(金九) 1 2017 / 11 / 23 708 2 4801   
19 19.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11 2017 / 11 / 23 414 2 4233   
18 18.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10 2017 / 11 / 23 416 2 4201   
17 17.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9 (1) 2017 / 11 / 23 453 3 4398   
16 16.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8 (김당쇠의 보고문) 2017 / 11 / 23 420 2 5381   
15 15.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7 2017 / 11 / 23 408 2 4836   
14 14.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6 (제자들의 보고문 … 2017 / 11 / 23 420 3 4471   
13 13.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5 (제자들의 편지 계… 2017 / 11 / 23 422 3 5281   
12 12.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4 (제자들의 보고문 … 2017 / 11 / 23 456 3 4776   
11 11. 전설을 만드는 사나이 3 (제자들의 보고문) 2017 / 11 / 23 422 2 4168   
10 10. 전설을 만든 사나이 2 (김당쇠의 보고문 계… (2) 2017 / 11 / 23 489 2 7609   
9 9. 전설을 만든 사나이 1 (김당쇠의 보고문) 2017 / 11 / 23 437 2 4167   
8 8. 기미년 4 2017 / 11 / 23 404 2 5367   
7 7. 기미년 3 2017 / 11 / 23 438 2 4859   
6 6. 기미년 2 2017 / 11 / 22 417 2 5396   
5 5. 기미년(己未年) 1 2017 / 11 / 22 399 2 5375   
4 4. 종교 전쟁 3 2017 / 11 / 22 410 3 5726   
3 3. 종교전쟁 2 (1) 2017 / 11 / 22 472 3 5033   
2 2. 종교전쟁 1 2017 / 11 / 22 435 3 5500   
1 홍구공원 1932, 백범 김구 - 1. 프롤로그 (8) 2017 / 11 / 22 756 5 622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태양 셋 장미는
과하객
늘 푸른 은하에
과하객
유로파(Europa)는
과하객
장편 SF 시나리오
과하객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