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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나는 김구다! 제2부 - 홍구공원 1932, 백범 김구
작가 : 과하객
작품등록일 : 2017.11.22

'나는 김구다!' 제2부의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전날 천붕을 당해 의욕이 꺾였던 글인데 권유가 있어 다시 써보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 인물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일인데, 혹시 아니다 싶은 부분이 보이거든 가차없는 질책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5. 기미년(己未年) 1
작성일 : 17-11-22 13:04     조회 : 389     추천 : 2     분량 : 5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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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기미년(己未年) 1

 

  참으로 아름다운 원을 그리는구나. 내 적수는 부상 따위 당한 적도 없나보다. 내가 부셨던 오른쪽 어깨가 팔과 손목을 지탱하기에 어렵지 않아 보여. 오히려 부드러운 걸. 저토록 이름다운 원이라니, 생애 안에 본 적 없고, 또 볼 수 있으리라 어림도 안 돼.

  원은 우주를 말한다지. 내 적수의 검은 우주를 그려내고 있어. 저토록 부드럽고 저토록 무한한 우주는 내 적수만이 닿을 수 있을 걸. 나는 무엇으로 저 아름다운 검우주(劍宇宙)에 감사해야 할까.

  우주는 점에서 시작하여 원으로 무한하다 하였지. 그래, 이치에 따라 한 꼭지 심어주자. 무한은 끝이 없다지만, 시작 없는 무한은 없다지 않더냐.

  선생은 사사키 주로의 검이 그린 원 속에 한 점 시작의 장소를 새겼다. 하늘은 한없이 푸르렀고, 천지(天地)는 귀원(歸元)하여 일기(一氣)로 흥(興)했다.

 

  사사키와의 대결 이후 여러 날, 선생은 열병을 앓았다. 대결 도중에 이미 인간을 잃고 오로지 한 점 극의의 장소를 찾아 물미장이 가는대로 팔을 움직이는 자신만의 우주를 느꼈지만, 어느 순간 몰두하게 되어 사사키의 검무에 취해 들었다. 정이 있으면 반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음양은 원래 한 우물의 샘이었다지 않더냐. 선생은 물미장을 내밀어 무한의 시작에 끝의 이치가 있음을 증명하려 하였다. 문득 하나의 점을 찾았다 싶었고,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선생님, 일어나셨습니까?”

  진경이 장지문 밖에서 기척을 한다. 누군가 왔나보다. 요즘 같은 중한 시기에, 혼자만의 우주는 사치이고 오만이지. 민족이 있어 나라가 만들어지고, 내가 설 자리도 있다지 않더냐.

  “의암선생이 운양대감의 댁에서 함께 하자고 전갈을 보내오셨습니다.”

  전 년의 고종황제 망명 시도 때에 거짓으로 왜적을 유인하여 선생의 천리교 공격을 도운 후 운양 김윤식은 또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총독부의 야마가다 정무총감이 직접 방문하여 출사를 권해도 그리했으므로 정작 피해를 입은 고지마 경무국장과 구니모도 고등과장은 불평도 붙여보지 못했다.

  해가 바뀌어 기미년의 2월 초, 전월 21일에 승하하신 고종황제의 사인에 독살 혐의가 있다하여 전국이 울분에 들끓을 때 선생은 손병희와 함께 김윤식을 만나고 있었다.

  “저들의 하는 짓이 이까지 이르렀는데도 대감께서는 수수방관하실 생각이십니까?”

  손병희는 황제의 독살설을 들어 김윤식을 설득하고 있었다. 김윤식은 신년인사 때에 이미 황제의 병색을 보아왔던 터라 독살설을 믿지 않았지만 구태여 반박하지도 않았다.

  (황제는 심병을 앓았소. 슬하를 떠난 영친왕이 왜적의 황녀와 짝짓기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조상을 볼 낯을 잃었다하여.)

  나라를 빼앗겼다는 불명예를 안은 황제는 황후와 비빈을 차례로 잃고 애지중지하던 막내아들 영친왕을 유학 명목으로 적토로 보낸 후 심화를 끓였고, 게다가 기왕의 혼처를 무시하고 아들을 강제 결혼시키려는 왜적의 음모에 분해하여 심병이 깊어져 있었다.

  “그 때에 망명이라도 할 것을 이리 수모를 당하오.”

  “신들의 불충이옵니다. 하오나 당금 황제가 계신데 망명은 불가하였습니다. 신이 아뢴 까닭도 행여 불경한 자가 있어 권을 드릴까 염려한 때문입니다.”

  전년의 망명 소동을 화제에 올려 열석한 이완용을 비롯한 매국의 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게 엊그제의 일인데 승하라니, 독살설이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김윤식이었다.

  “민족 대표에 이름을 올리신 후 하실 일을 하셔도 무방합니다. 일은 저희가 할 테니 대감은 유림을 대표해 주십시오.”

  손병희의 권이었다. 황제가 독살 당했다면 신하된 자로서 응당 복수를 해야 할 터, 백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했더니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구나. 더구나 앞장설 것을 상정하고 일을 진척시킨 듯하여, 승하하신 황제에게 면목이 서겠다 싶었다. 하여 문득 말이 나온 게 이완용이었다.

  “차라리 일당(一堂) 백작을 청하지 그랬소?”

  일당은 이완용의 호다. 경술국치 때에 총리대신으로 황제를 겁박하여 나라를 팔아먹은 자라 상종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칠 때마다 외면하곤 하였는데, 역으로 생각하여 그런 자야말로 이용가치가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실은, 그에게 먼저 다녀왔습니다. 일당의 조카 이희구가 우리 동지라 안내역을 맡아주어 찾아갔다가 거절을 당했습니다.”

  손병희의 답변에 김윤식은 혀를 찼다. 그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게구나. 하기는 이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도 내 허울뿐인 명성을 이용할 속셈일 터, 나는 매국노의 서열에서도 첫째를 못하는 인생이었구나.

  “그래, 뭐라 답하며 피하던가?”

  “이번 운동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였습니다. 이제 와서 독립을 부르짖는다고 사람으로 보아줄 이는 없을 터이니 악역으로 죽게 해달라 하였습니다.”

  한일합병의 공로로 작위를 받고 은사금을 받아 호의호식하고 있지만 마음 놓고 대로를 활보하지 못하는 처지가 된 건 김윤식 역시 오적(五賊), 혹은 칠적(七賊)으로 불리는 자들과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이완용은 열혈청년 이재명에게 복부를 찔려 죽음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는 터라 밝은 세상 보기에는 진작 그른 인사였으므로 그 다운 처세이다 싶기는 하였다.

  “나 역시 같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겠군. 따로 호응할 테니 그로써 용서해 주시오.”

  김윤식은 만세운동 직후 일본정부에 독립을 청원하는 성명서를 보내는 등의 일을 하여 작위를 박탈당한다. 허나 선생과 손병희가 방문한 이때는 앞장서서 일을 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유림의 처지도 비슷할 거요. 광무황제의 국상을 목전에 두고 있는 터라 행동에 나서기 어려울 터, 혹 호응하는 이가 없다 하여도 원망일랑 마오.”

  김윤식은 작별의 예물로 한 뭉치의 돈을 내놓았다. 방법이야 달랐지만 그로써는 최선을 다해 독립운동에의 의지를 드러낸 셈이었다.

  “황가(皇家)의 사람들 중에는 호응하는 이가 없었소?”

  문득 선생이 그렇게 물었을 때 손병희는 묵묵부답이었다. 광무황제가 죽고 왕세자가 납치되어 간 후 이씨 왕조는 기개마저 사라져 폐족이 되어 있었다.

  기미년 2월 초순, 도쿄에서 이광수 최팔용 등이 주도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는 등으로(二八獨立宣言) 국내외가 어수선 하던 때에 선생은 조선팔도의 대동계원들과 활빈당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선봉에 설 때에는 왜적의 칼날을 앞장서서 받고, 배후에서 일할 때는 짚신 짐을 도맡는 잡역부가 되고, 동지들을 도울 때는 선언서를 배달하는 파발마가 되시오. 각인의 단독 행동을 허락할 테니, 이번의 운동에 이 한 몸 불태울 각오로 나서주기 바라오.”

  활빈당의 오가연통제(五家聯通制) 조직은 아직 전국 곳곳에 살아 있었다. 철도와 전신과 전화가 전국 주요도시에 깔려 하루면 조선팔도에 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지만, 당일에 동시다발적으로 행동에 나서려면 치밀한 준비가 없어서는 안 되었다.

  운동본부의 준비가 철저하다 하지만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을 터, 이런 때를 위하여 힘을 비축해두지 않았더냐. 활빈당은 초석이 되어 백성들을 이끌고 불쏘시개가 되어 열기를 끓어오르게 할 것이다. 선생은 오산과 당쇠, 이걸, 진경 등의 동지들을 불러 결의를 다졌다.

  “모두들 백의를 입으시오. 흰옷을 입고 선봉에 서서 왜적의 총칼에서 백성들을 지키시오. 무저항 평화운동이 목표라 하나, 왜적의 무도함은 이를 용납하려 들지 않을 거요. 당연히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 역할에 우리 활빈당이 앞장서야 하오.

  성패가 여하하던, 우리 활빈당은 달라질 거요. 양지로 나와 명분이 확실한 일을 할 계기가 될 터이니, 동지의 절반을 잃을 각오로 선두에 서시오.”

  전국 각지의 활빈당 조직이 전력을 기울여 거사 일을 기다리고 있었고, 만주의 부경주를 비롯한 동지들에게도 전통이 갔으므로 만세운동은 조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불타오를 것이었다.

 

  거사 전날의 밤, 선생은 무저항 비폭력운동의 허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육당 최남선이 작성한 독립선언서가 천도교에서 경영하던 인쇄소 보성사에서 인쇄되는 과정에 종로경찰서 고등계 형사 신철에 의해 발각되었는데, 보성학교 교장인 최린이 설득함으로써 신철이 일시 물러난 사건에 개입한 결과였다.

  선생은 최린과의 안면 때문에 자리를 피한 신철의 앞에 문득 나타나 물었다.

  “최선생이 무어라 하던가요?”

  신철은 돌연 들린 소리에 도깨비를 만난 양 놀랐다. 체포해서 공을 세우느냐, 대의를 앞세운 최린의 설득에 모르는 척 넘어가주느냐로 고민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어 달라 하더군요.”

  그렇게 답변을 했다. 실제로 최린은 “같은 조선 사람으로서 너 자신이 한 차례 죽어주지 않겠느냐?”고 물어 신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랬군요.”

  선생은 혀를 찼다. 40줄에 들었다하나 세상 물정 모르는 서생들의 처세가 안타까웠고, 그러한 억지 주문을 받고 고민하는 신철의 처지가 딱했다. 왜적에 빌붙어 형사 노릇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는 조선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김구요. 나를 잡아가면 그 공로가 종이쪽 몇 장 압수한 것보다 몇 십 곱절 클 것이니, 나로서 만족하고 이 일은 눈감도록 하시오. 맹세컨대 내 일찍이 왜병 중위를 죽게 한 일부터 최근의 천리교 사태까지 귀공의 일에 도움이 될 죄상을 낱낱이 고백할 것이고, 험이 될 변명 따위 일체 않을 것이니 이로써 용서하시오.”

  선생의 제안이었다. 신철을 불에 댄 듯 몸을 떨었다. 김구가 누군가. 해서 일대의 불령선인 일인자로 통문이 돌던 인물 아닌가. 일본 정계 막후의 실력자 누군가가 비호하여 체포령이 내려지지 않았을 뿐 폭력적인 반일운동으로 요시찰 인물 첫째로 꼽히던 자가 아니던가. 고등계에서 빌미만 잡히면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져 있던 그가 “그간의 죄상을 고백할 테니 보성인쇄소의 일을 눈감아 주고 나를 체포하라”고 양손을 내밀고 있다. 그렇다면……

  등골이 서늘해 왔다. 김구를 체포하는 일이야 그가 원하고 있으니 성공할 것이다. 그런데 그 후는? 김구의 배후에 무엇이 있던지 감당할 성질은 아닐 터, 아마도 일가의 몰살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명분 없는 개죽음을.

  “저도 조선 사람입니다. 어쩌다 이 길에 들어섰지만 해도 좋을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쯤은 분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습이 문제인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고등계 형사 신철은 타협을 택했고 김구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만주로 가십시오. 공이 해를 입지 않을 만큼의 공로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신철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였다. 김구의 일언은 천금이다. 그가 약속한 이상 의열단의 추격을 염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고, 기왕의 경찰 일에도 명분이 될 만한 공로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허나…….

  “아닙니다. 이 기회에 저도 조선 사람으로 살아 보겠습니다. 만주로 가겠습니다만, 선생님의 일에 도움이 될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선생은 신철의 손을 잡았다. 이로써 왜적의 고등경찰 안에 또 하나의 심복이 심어진 것이다. 나를 희생하여 전체를 구한다는 비폭력운동의 진정한 효과가 증명된 셈, 이제부터의 일에 교훈을 삼을 일이다. 선생은 신철에게 방책을 설명하며 비폭력운동을 주창한 의암 손병희에게 깊이 감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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