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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제타를 위하여
작가 : 최달민
작품등록일 : 2017.11.17

이루어진 소원, 각기 다른 시간에 갇혀버린 그 남자, 그 여자 닿을 수 없는 둘의 이야기
[시간][소원]

 
뜻밖의, 불편한 만남
작성일 : 17-11-20 23:17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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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인터폰 화면에는 승윤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긴장한 나는 승윤임을 알면서도 물어보았다.

 

 

 “누…누구세요?”

 

 “나야 승윤.”

 

 

 반가운 목소리이건만 왜이리 긴장하게 되는지.

 핸드폰이 없는 승윤은 예전부터 전날 약속장소를 정하지 않으면 연락 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승윤에게 의문을 품던 지금.

 거짓말 같은 타이밍에 거짓말 같은 인물의 목소리.

 

 승윤은 지금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저 나는 문을 열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추보다 조금 큰 인터폰 버튼 위에 올라간 손가락은

 차마 그것을 누르지도 못한 채 내 가슴과 같은 진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아 왜 이래. 쟤 가면 바로 자야지. 뭔 쓸데없는 생각을 해가지고’

 

 

 “지잉”

 

 

 눈을 질끈 감고 버튼을 누르자

 대문만큼이나 낡은 잠금 장치의 열리는 소리가 크게만 들린다.

 

 방금 전의 다짐과는 별개로 특유의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내 가슴은 더욱 거세게 뛰었다.

 

 “어..”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고 승윤이 들어왔다.

 

 

 “어 저기..”

 

 잔뜩 땀 범벅이 된 나는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승윤은 내 말을 못들은 것인지, 들은 척 한 것인지

 나라는 존재를 개의치 않은 채

 가벼운 고개인사만을 한 뒤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야! 너 지금 뭐 하자는”

 

 

 평소와는 다른, 오히려 무시하는 그런 모습에 약간은 화가 몇 마디 하려 했지만

 예측 못한 그의 등장도 등장이지만

 곧이어 이어지는 그의 행동에 말은 목구멍을 채 벗어나지 못했다.

 

 

 방문을 연 뒤 그는 그저 서 있었다.

 

 그는 들어가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제는 벽밖에 없는,

 예전에는 할아버지의 목침에 있었던 구석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빈방.

 그리고 방의 주인이 없음을 그는 계속해서 확인했으리라.

 

 

 본인의 할아버지에게 비보를 다시 한번 전해야 하는 까닭인지

 아니면 비통에 빠져서 그러한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는 서 있었고 나 역시 그저 그를 보며 서 있었다.

 

 

 “갈게…”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승윤이었다.

 그는 내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야 음료수라도 마시고 가.”

 

 “괜찮아.”

 

 또다시 평소와 같은 미소를 보이는 승윤은

 어느새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고 있었다.

 

 “야 그러지 말고 마시면서 가”

 

 어찌되었던 내 친구인 동시에 손님인 승윤을 그냥 보낼 순 없었다.

 냉장고에서 캔 음료수 하나를 꺼내 현관으로 갔을 때

 

 “아니야. 정말 괜찮아. 다음에 먹을게.”

 

 “야. 그러지 말고 좀 가져 가라니까”

 

 승윤은 신발을 신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괜찮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흔드는 손이 아닌

 신발을 잡고 있는 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손에는 멀리서도 보이는, 용접을 한듯한 상처가 있었다.

 

 

 “퍽”

 

 

 일은 갑자기 터져버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음료수는 바닥에 떨어졌고

 

 나는 승윤의 손목을 잡고 말았다.

 

 

 그는 손을 뒤로 빼려 했지만, 나는 무시한 채 손목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곤 뚫어져라 그의 손을 보았다.

 빛 바랜 사진에서도 확실히 보였었던,

 아무리 봐도 사진 속 남자와 똑같은 커다란 상처가 그의 손에 박혀있었다.

 

 

 “뭐.뭐 하는 거야?”

 

 

 

 나의 이상한 행동에 그는 적잖게 당황해 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화를 내기는커녕

 마치 그의 안에 짙게 스며든 슬픔이 지금의 당혹함을 밀어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차분해졌는데

 슬픔이 짙게 스며든 그의 눈빛과 평소와 같은 그의 모습이

 도리어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눈빛에 기세가 눌리어 오히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더 놀라

 당장이라도 ‘미안해’ 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분명 승윤이 오기 전 잘못 보았다고 했던 치부했던 그 모든 것들이

 그 누구도 부정 못하는 현실이 된 지금.

 나는 확인을 해야만 했다.

 

 

 ‘알아내야 한다. 내가 이해 못한 그것을 알아내야만 한다.’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이 눈을 파고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묘한 감정이 일어나 자꾸만 나를 부추겼다.

 

 

 손을 놓았지만 나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역시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내 입 밖으로 나올 말을 기다린다는 듯 아무런 미동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 착각일수도 있잖아. 오래된 사진의 흠집이 상처로 보일 수도 있는 거고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로 둘 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일단 사과를 하고 조금이라도 자야 해.’

 

 

 또다시 내 머리는 이 상황을 도망치고자 타협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슬픔이 잔뜩 베인 그의 눈빛은 내 의심은 점점 더 키워만 갔다.

 원래 이상한 새끼긴 했지만 요즘 들어서 더욱 이상해진 승윤의 행동.

 말도 안 되는 손위의 상처…

 

 그리고 그때 내 시선을 다시 느낀 듯 손을 뒤로 감춘 승윤의 모습을

 본 나는 결국 입 밖으로 내 뱉었다.

 

 

 “너 우리 할아버지랑 무슨 사이야”

 

 

 매번 그래왔듯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띈 채

 

 

 “그야 당연히..”

 

 

 나조차도 예상되는 대답이었다. ‘그야 당연히 너희 할아버지 친구 손자’ 라고 말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승윤은 그 예상되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내 쪽을 보더니 곧 사색이 되어 입을 벌린 채 굳어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닌 내 뒤의 무언가를 보더니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 자그마한 상자.

 

 할아버지가 모든 것이 담겨있는 자그마한.

 

 이제는 나에게 ‘작은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상자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심하게 흔들렸다.

 

 곧이어 나와 상자, 그리고 할아버지의 방을

 몇 번이고 두리번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애써 티를 안 내려 했지만 그는 매우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해 하고 있었다..

 

 잠시 바닥을 보며 숨을 고른 뒤 나를 마주했을 때

 특유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무언가 결심한 듯 굳은 얼굴이었다.

 

 

 

 

 “봤구나. 사진”

 

 

 

 

 나는 망치로 얻어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

 갑작스러운 한기에 온몸의 털들이 곤두서고

 방금 전까지 뜨겁던 땀들이 얼음과 같이 느껴졌다.

 

 사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건만 승윤은 이미 사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사진을 봤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니가 어떻게 그 사진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같이 갈 곳이 있어”

 

 

 

 그는 현관문을 연 채로 나에게 말했다.

 크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듣지 못했던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마치 내가 따라갈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승윤은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나는 승윤의 예상대로 말없이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그의 손을 잡은 이후로 모든 일은 마치 수문에 구멍이 난 듯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고 빠르게 막연한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온몸이 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상황에 압도되어 발은 앞으로만 나아갔다.

 

 게다가 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지금은 따라가는 것. 이것 외에는 없었다.

 

 

 목적지를 알려주지도 않은 채 아무 말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승윤을 보며

 

 

 혹 내가 알면 안될 것을 알게 되어서

 나를 없애려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엉망진창으로 뒤범벅되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적어도 내 앞에 있는 승윤의 뒷모습은

 나에게 ‘안심해.’ 라고 말하는 것 만 같았다.

 

 

 내 생각과는 별개로 승윤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돌아보는 일도, 말을 거는 일도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갔다.

 

 

 그렇게 그를 한참 따라갔을 때 그의 발이 멈추었다.

 

 

 “아”

 

 내가 알고 있는 곳이었다.

 

 공사가 중간에 끝난 것인지 아니면 취소가 된 것인지 아스팔트가 중간에 끊긴,

 사람에게 버림받은 길이었다.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이곳의 위치를 물어보신 적이 있었는데

 달리 이름이 있는 곳이 아닐뿐더러

 아는 사람도 몇 없거니와 주변에 건물이랄 것도 없어서

 

 

 

 ‘길의 끝’ 이라고 설명해 드린 적이 있었다.

 

 

 주변은 건물 한 채 없이 횅한데다가

 아스팔트가 깔끔하게 잘려나간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물어뜯긴 듯이 끊어져

 흉물스럽기 까지 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조금만 걸어나가면 보이는 도로와는 달리

 인도에는 사람이 없고, 차도에는 차가 없었으며 그 흔한 길 고양이마저

 찾지 않는 곳이었다.

 

 

 나도 이렇게까지 가까이 본적은 처음이었는데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안전제일 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들이

 이곳은 만들어지기도 전에 버려진 곳이라고 대신 말해주고 있었고

 

 가로수를 위해 만들어놓은 보도블록 사이 그 동그란 공간은

 그 흔한 풀마저 보이지 않는, 이미 죽어버린 흙이 담겨있었다.

 

 바람마저 다른 곳으로 비켜 불듯한, 길이지만 길이 아닌 곳.

 

 

 

 그리고 승윤은 그 물어뜯긴 듯한 길 한복판에 서서

 길이 끊어진. 길의 끝. 아무것도 없는 저편.

 

 그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이야기는 이곳에서 시작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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