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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제타를 위하여
작가 : 최달민
작품등록일 : 2017.11.17

이루어진 소원, 각기 다른 시간에 갇혀버린 그 남자, 그 여자 닿을 수 없는 둘의 이야기
[시간][소원]

 
일어나면 안되는 일
작성일 : 17-11-18 14:24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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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법 부는 바람에 나뭇잎은 부스스 춤을 추고

 이름 모를 새들은 조금은 시끄럽게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빛에 가까운 햇살은 창문을 지나

 제 몸이 닿을 수 있는 곳 구석구석을 향해 부숴지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면 자동차소리, 신호등소리, 가벼운 말소리가 들리고

 더 귀를 기울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어느 집인지는 모르지만 창문을 여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 모든 것들이 아침이 되었다고,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날이 시작이 되었다고

 끊임없이 알리고 있었지만

 

 

 집안은 분주한 바깥과는 별개로

 들리는 것이라곤 오로지 내가 내뿜는 숨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집이라기 보단 요람에 가까웠다.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시간의 흐름과는 별개로

 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깨어있지만 깨어있지 않았다.

 

 힘을 잃어 축 쳐진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 온기 없는 유리에 닿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틀째 잠을 안자고 있다는 사실과

 활기찬 세상과는 달리 나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꼬박 이틀을 내 앞에 놓여진 상자를 마주하고 있다고.

 

 

 품으면 반대쪽 팔에 손이 닿을 정도로 작은 상자

 

 원래는 할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가있어야 할 물건들이 담긴 자그마한 상자는

 방문이 굳게 닫히어 들어가지 못하는,

 마치 내 마음속 위치를 반영하는 듯 거실 위 테이블 한구석에

 떨어질 듯 위태롭게 제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인을 잃은 자그마한 상자는 갈 곳마저 잃어버렸다.

 

 

 나는 이 상자의 처분을 천천히 생각하고 있었다.

 대답 없는 말을 던지려 했지만 목구멍을 벗어나지 못하는 말은 내 속에서 멤 돌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말을 걸지도 만지지도 못한 채

 유달리 작아 보이는 이 상자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상자를 태울 수도 버릴 수도 없었다.

 

 몇 십 년을 산 한 사람의 인생과

 그보다는 적지만 몇 십 년을 함께하며

 그를 바라본 한 사람의 인생은

 

 한 뼘보다 조금 큰 종이박스에 갇히어

 그것을 벗어나지도 벗어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원하시기 전 모습을 그대로 담은 듯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시간이 멈춰버린 손목시계,

 지압용으로 손에 쥐고 계시던 때가 탄 호두,

 중요한 약속에는 꼭 하셨던 펜던트. 등

 갖가지 물건들이 조금의 틈도 없이 담아져 있었다.

 

 

 

 이 상자는 할아버지였고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귀한 삼대독자라고 말할 것 만 같았다.

 

 까닭 모를 뜨거운 물이 눈가에 차올라 당장이라고 뚜껑을 덮고 싶었지만

 이 상자의 뚜껑을 덮지 못함은

 아직 이별의 준비가 안된 나의 미숙함과 미련이기도 했지만

 이불이라도 된 듯 오롯이 물건들을 감싸듯 올려진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하아”

 

 애꿎은 천장을 바라보며 몇 번 눈을 껌뻑여 눈물을 삼킨 후에야

 조심스레 사진을 들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카드 크기와 비슷한 이 자그마한 사진을 보는 것은

 용돈을 꺼내던 할아버지의 지갑에서 얼핏 본적을 제외하곤 이번이 처음이었다.

 

 

 흑백이라 하기엔 갈색에 가까운 사진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고등학교임을 증명하는 듯 얼룩덜룩 한 교련복을 입은 한 사람들 제외한

 세 사람은 다들 반듯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빗김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바랠 대로 바랜 사진이었지만

 남자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으며

 사진만으로도 젊은 그 특유의 반항기와 힘이 느껴졌다.

 

 그 중 유달리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는데 환하게 웃는 친구들과는 달리

 삐딱하게 쓴 학생모와 애써 진지하게 인상을 찌푸린 표정에서 장난끼가 묻어 나오는,

 눈썹이 짙고 날렵한 코를 가진 미남이었다.

 

 야위지도 않았으며, 등이 굽지도 않은

 평소 늘 나에게 단정함을 강조하며 당신도 단정함을 늘 유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내가 본적이 없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이었다.

 

 사진 속 쾌남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잔뜩 멋을 낸 채로

 이름 모를 담벼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요동치는 젊음을 뿜어내는 눈썹 진한 남자의 시선은

 내 마음에도 작은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손끝까지 요동치는 흔들림으로 인해, 휴대하기도 좋고

 다른 유품들은 내가 가지고 다니기 어렵다는 이유와

 늦게나마 품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할아버지가 하셨던 것처럼 사진은 자연스럽게

 내 지갑 제일 안쪽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게 사진을 지갑에 넣고 가슴 안쪽부터 스며드는 뜻 모를 온기에

 일종의 안정을 느끼고 있을 때

 

 무언가 놓치고 있는듯한 찜찜함을 느껴 다시 꺼내본 사진 속

 할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남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야 이거 참.”

 

 잃어버린 것을 찾은 듯 찜찜함이 날아가는 동시에 가벼운 감탄과 함께

 입 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유전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될 수도 있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하게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다름아닌 누가 봐도 승윤과 쏙 빼 닮아있었다.

 

 아마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자 승윤의 할아버지리라.

 

 나 또한 그러하듯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닮은 것은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옛날 카메라로 지금의 승윤을 찍으면

 사진 속 승윤의 할아버지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반가움과 동시에 닮아도 너무 닮은 그 모습에 너무나 신기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어찌하지 못한 채 어느 한곳 닮지 않은 곳이 없을까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반삭으로 밀은 머리를 제외하면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었고.

 눈이면 눈, 코와 입은 말할 것도 없고 손때 탄 사진으로도 보이는

 할아버지의 어깨에 얹혀진 손 위 상처마저도 빼다 닮아있었다.

 

 

 “이야 뭐 이런 것까지 닮네”

 

 

 상처.

 

 

 문뜩 승윤과 알게 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몇 군데 꿰맨 수준이 아닌 마치 용접을 한 듯 커다란 상처가 나있는 녀석의 손을 잡은 채

 

 “이야 장난 아닌데?”

 

 무례한 장난임에도 놈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렸을 때 크게 다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늘상 하던 대로 아무일 아니라는 듯 손을 쥐었다 피며 웃는 얼굴로 넘어가는

 심심한 그의 반응에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어느새 웃음은 멈추고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은

 사진 속의 남자의 손을 보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납득을 하려 했지만 상처가 유전이 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적도 없거니와 가당치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할아버지와 같은 부위에 같은 상처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은

 적어도 내 상식 선에선 제로에 가까운,

 아니 극한의 확률을 뛰어넘지 않는 이상에야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적을 지나 목뒤를 따라 허리까지의 서늘함은 한기에 가까워지고

 곧이어 구분이나 나눔 없이 정리가 안된 연산 불가능한 뒤죽박죽에 가까운 커다란 무언가가 머릿속을 뚫듯 들어왔다.

 

 

 뇌리에 스치는 비현실적인 생각들,

 뭉그러져서 형태도 잡지 못하는 일련의 조각들이

 통제가 안된 채로 내 속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우연히 병원에서 본 모습.

 아무런 거리낌없이 편하게 말을 하던 할아버지와 승윤

 할아버지는 정말 치매가 온 것이었을까.

 

 몇 월 몇 일이 아닌 년도를 헷갈려 하며

 때때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었던 모습.

 

 장례식장에서 보였던 나로써도 버거웠던 녀석의 슬픔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사진 한 장.

 

 

 내가 당연시 여겼던 일들, 무관심하게 그러려니 했었던 일련의 사건들

 내가 그 동안 믿고 왔었던 상식들은 자그마한 물길을 만난 모래성처럼

 아래에서부터 갉아 먹히듯 서서히 그 중심을 잃은 체 무너지기 시작했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는듯한 스산한 느낌에 황급히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어느새 손에는 방울방울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돌연 갑자기 시작된 압박과도 같은 두통으로 인해 눈을 질끈 감은 채 머리를 괴어보았지만

 소용은 없었고 머리와는 별개로 힘이 빠져버린 몸은 의자에 기대어 거의 눕다시피 했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지금은 방법을 안다 해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 지가 미지수였었다.

 

 

 내 선택은 단 한가지였다.

 꺼내놓았던 사진을 다시 지갑에 넣는 것.

 그리고 부정하는 것.

 

 

 ‘잘못 본거다. 잘못 본거야.’

 

 

 하지만 의심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고

 나는 그런 의심을 애써 짓누르기 위해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잠을 안 자서 그런 거고, 피곤해서 그런 거다.’

 

 

 계속해서 되뇌인 것이 효과가 온 것인지 정말 잠을 안잔 것이 화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속으로 되뇐 것처럼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당장이라도 쓰러져 잠들 것만 같았다.

 허나 기분 나쁜 찝찝함은 여전했었고 평소라면 신경도 안 쓸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었다.

 빛이 훤히 들어오는 창문이 그러했고 테이블 밖으로 튀어나온 의자가 그러했다.

 깜빡이는 형광등과 열려있는 방문은 말할 것도 없었다.

 

 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커튼을 치고, 삐져나온 의자는 테이블에 넣은 뒤

 모든 방의 문을 닫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마지막으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의 자물쇠를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나 잠겨있는 그대로였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휴우”

 

 

 

 

 

 

 그리고 그 순간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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