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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제타를 위하여
작가 : 최달민
작품등록일 : 2017.11.17

이루어진 소원, 각기 다른 시간에 갇혀버린 그 남자, 그 여자 닿을 수 없는 둘의 이야기
[시간][소원]

 
안녕 할아버지
작성일 : 17-11-17 14:28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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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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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할아버지는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생긴 일이었다.

 급히 연락을 받은 나는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웃음이 참 서글서글하다고 생각했던 의사가 나에게 무어라 말을 하였고

 눈물이 새하얀 색이 된 듯 세상은 흰색으로 물들었고 그대로 내 눈은 점멸이 되어버렸다.

 

 차로는 거리를 재기도 민망한,

 걸음으로 쳐야 몇 십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 외떨어진 건물로

 할아버지와 나는 옮겨졌고 그곳에서 나는 다시금 할아버지의 임종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시간이 압축되어 한번에 몰아친 듯 불과 몇시간전의 일이 몇달전 혹은 몇년전과 같이 느껴졌다.

 

 

 TV나 영화에서 보면 장례식장 속 주인공은 마치 고장 난 수도처럼 끊임없이 울고 있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낮에 너무 운 탓인지 눈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며칠을 내리 밤샌 것마냥 주위 모든 것들이 몽롱하게 보였다.

 

 꿈이라기보단 마치 누군가 이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서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그걸 또 다른 누군가가 카메라로 찍어서 다른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TV속 TV를 보는 것만 같은 상황

 

 분명 나는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고가 멈춰버렸는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행동을 하고 있었다.

 

 분명 나는 장례 순서나 음식주문, 일하는 아주머니 고용한 것은 해본 적도 알지도 못했지만

 

 그 모든 일들은 마치

 예정된 수순이라는 듯

 할아버지의 임종은 어떠한 물건이 공장에서 조립되는 것마냥

 아귀에 안 맞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운 공정 속에서

 나는 크기가 다른 커다란 여러 톱니바퀴의 가운데에 물려있는

 한 귀퉁이가 맞지 않는 작은 부품이었다.

 모든 일은 척척 흘러가지만 그 가운데에서 부숴질 듯 부숴지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듯 튕겨나가지 못한 채로 뭉개지기 직전까지 언제나 나는 중심에 있었다.

 

 이미 돌아가셨음을, 그 누가 보아도 알 수 있건만

 그 절차라는 것 때문에 가슴속으로 할아버지를 몇 번이고 더 묻었다.

 

 

 

 예전 어느 작가가 말했듯이

 

 죽음은 늘 산 사람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 몫은 아직 끝난 게 아님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저 끝에 닿아있는

 선을 이제야 밟은 것이라고.

 누군가가 알려준 적 없음에도 나 스스로 배우고 있었다.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에 내가 찬 검은색이 두줄 그어진 완장은

 어느 곳에도 머물 곳이 없는 내 모습을 보여주듯이 대각선으로 가까스레 매달려있었다.

 

 

 완장도 나 자신도 어느 하나 기댈 곳 없이 작은 발판 위에 서있듯

 주위 모든 것들이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 내 주위 사방으로 퍼져있는 공기마저 점점 그 무게를 더하더니

 이윽고 나를 압사시키려는 듯 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누군가가 나를 안으며 운다.

 또 다른 처음 보는 사람이 나와 악수하며 운다.

 누군가는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술이 취한 채 잘 들리지 않다는 듯이 큰소리로 무어라 말을 한다.

 누군가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누군가는 자꾸 나와 시선을 마주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는 별개로 묵묵히 기계처럼 나의 할 일만을 하고 있었다.

 

 부의금을 내고 방명록에 이름을 쓴 사람은 할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 절을 하였고

 나는 그 사람에게 절을 한 뒤 접객실로 안내하였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었지만 조문객이 지나간 자리와 신발을 여유가 되는대로 정리하였고

 속이 새해야진 머리와 금방이라도 풀어질 다리로 쉼 없이 움직였다.

 

 깊기는커녕 얕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행여 조금의 틈이라도 생기면

 이대로 무너질 것이라는 예감에 일부러 잠깐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감각은 헤질 대로 헤져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잊은 채 습관이 된 것마냥 절을 하고 또 절을 했다.

 

 

 그리고 점차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단 두 분류의 사람들밖에 없었다.

 고인과의 친분을 증명하려는 듯, 자신의 감정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듯, 혹은 슬퍼해야 할 상황이라서

 애써 슬프다고 거짓을 표하는 사람들,

 

 애써 불편한 것이 싫어서 나와 눈도 안 마주치려 하는, 차라리 솔직한 사람들

 

 

 제 삼자가 아닌 자리에서 본 사람들은 내 상태만큼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들 누구와도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

 내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는 ‘이상한 새끼’가 있었다.

 이해는 안되지만 이상하게 편안하게 느껴지던 그 놈.

 

 그렇다 그것은 승윤이었다.

 

 그다지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실에서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되어주던,

 오히려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는 나보다 더 손자에 가깝던

 승윤이 찾아온다면 잠시나마 기운을 차릴 수 있을 텐데.

 아니 사소한 말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염치없지만 그래서 내 짐을 좀 덜어갔으면..

 

 

 하지만 그는 저녁시간이 지나 한가해질 때까지도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았다.

 

 

 기대가 커서 그랬던 것일까.

 

 매일 병문안을 왔었던 것도 결국엔 그의 할아버지가 대신 보낸 것이리라.

 그리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의무감에 방문을 하였었다고. 그저 내가 유난 떨었을 뿐이라고.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아 물이라도 마실 겸 접객실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큰소리가 들려왔다.

 

 “장례식장은 원래 시끄러워야 해!”

 

 “아 호상이지 호상!”

 

 “자 흔들고 흔들고오 아 거기서 싸냐”

 

 

 세상이 떠나가듯 울고 불고 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얼굴이 벌개져 구석에서 하하 호호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할아버지와의 이야깃거리로 늘상 올라오던 앞집아저씨는 또 사람들을 모아다 한쪽 구석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여기! 마른 안주!”

 

 “맥주 좀 더 줘!”

 

 악의 없이 술기운에 하는 것이겠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술집 종업원 취급하며 소리를 질러댄다.

 

 금연 표시가 무색하게 담배를 피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그 술에 못 이겨 코를 골며 자는 사람들과 그들이 부끄럽다는 듯 깨우려는 사람들

 

 삼라만상에 온갖 추잡한 것을 모아놓은 듯 동물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한

 그 엉망진창을 보자 턱에 힘이 들어간다.

 

 

 세상사람들 모두가 미웠고

 지금 내 눈앞에 없는 승윤도 미웠다.

 

 까닭 없이 그가 미워져서 그런지 심장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담배를 핑계로 잠시 밖으로 나왔다.

 

 

 왁자지껄한 소리만큼이나 기분 나쁜 열기가 가득 찬 안과는 달리

 바깥은 고요하고 알 수 없는 한기가 맴돌았다.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차가운 공기는 나를 가볍게 해주었고

 보일 리 없는 입김은 내 속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힘을 내라는 듯 알 수 없는 손이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하지만 힘이 실어지기는커녕 기분 나쁜 끈적임이 묻는 것만 같았다.

 

 “힘내야지.”

 

 옆을 보았을 땐 아까 보았던. 울고 있었던 혹은 잔뜩 취해있었던.

 얼굴도 잘 모르는 이들이 나에게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아..네..”

 

 반가울 리 없는 나는 다시 끔 전과 같이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그 느낌에서 벗어나려 도망치듯

 

 아무도 보이지 않는 조명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구석으로가 담배한대 입에 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그 속에서 나도, 여기 온 다른 사람들도 이 장소도 모두 묻으리라,

 담배 연기 한 모금이면 잠시 쉴 틈이 생기리라

 

 

 불을 붙이려 라이터를 켰을 때

 

 그 어둠 속에는 나보다 먼저 와있는 사람이 있었다.

 

 

 

 

 매일 지겹게 입는 옷으로 알아보았다.

 승윤이었다.

 

 

 “아”

 

 반가움에 짧은 시간이지만 그리웠음에 아는 체를 하려 했으나

 

 내가 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모습은 고개 숙인 체 웅크리고 있었다.

 

 이윽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그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자 들리는 것은, 풀벌레 소리보다도 작은

 숨마저 삼키는 울음소리였다.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흐느끼는 주제에

 새어 나오는 소리를 틀어막은 그의 울음만이 그 어둠을 메우고 있었다.

 

 보고 싶었던 승윤이 앞에 있었으나 반가우면서도 적잖게 당황하였고

 담배에는 불도 붙이지 못한 채 한참을 그를 보고 있었다.

 

 구조상 빛이 안 드는 어두운 구석이었지만

 마치 원래는 밝은 곳이었지만 그로부터 어두워져서, 빛 한줌 안 드는 공간이 된 것마냥

 도리어 내가 그의 소중한 보금자리에 아무렇게나 침범한 것 같아

 무언가 볼일이 있는 것마냥 의태를 하듯 입을 열어 실없는 말을 던졌다.

 

 

 

 

 “밥이라도 먹어..”

 

 

 그러나 그는 도리질을 하며 아까와 같이 계속해서 흐느낄 뿐이었다.

 

 시간도 공간도 가늠할 수 없는 오로지 나와 승윤

 그리고 그의 울음소리만이 가득 찬 어둠 속에

 

 아까와 같은 불쾌함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뻗으려 하나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손,

 보이나 보려 하지 않는 눈,

 들리나 들으려 하지 않는 귀,

 

 

 ..온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울고 있었고 불을 붙이지 못한 담배는 그대로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채

 나는 아무런 말없이 다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도망쳐버렸다.

 

 

 왁자지껄 난장판이라고, 세상에서 제일 혼란스럽다고 생각했던

 빈소는 사실 굉장히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곳이었다.

 

 

 

 승윤이 있던 그곳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게 나는 꼬박 3일을 승윤이 있을 그곳에 가지 못한 채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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