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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제타를 위하여
작가 : 최달민
작품등록일 : 2017.11.17

이루어진 소원, 각기 다른 시간에 갇혀버린 그 남자, 그 여자 닿을 수 없는 둘의 이야기
[시간][소원]

 
할아버지,나,이상한새끼
작성일 : 17-11-17 00:48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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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의 임종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끼이익

 

 기름칠을 하지 않은 대문이 신음소리를 내고

 마당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무릎 언저리까지 자라고 있었다.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 할아버지의 방은 묘한 먼지냄새가 자리잡고 있었고

 우편물들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신발장 위쪽에 쌓여있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기까지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말해주고 있었다.

 

 

 집안청소를 한다는 핑계로 할아버지께서 계신 병원에 발을 끊은 지 오래였었다.

 그렇다. 집의 상태를 보면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할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가지 않는 이유는 나로써도 설명하기 매우 힘든 것이었다.

 허나 찾아 뵌 지 너무 오래되었고 마주하기 싫음에도 마주해야만 하는 일은 있는 것이다.

 

 “후우”

 

 깊은 한숨과 함께 버스에 올라타게 되었고 나는 예전의 그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매일같이 병문안을 갔었을 때

 

 “삼대독자 왔느냐”

 

 꼿꼿한 자세로 이불의 구겨짐도 없이

 언제 아팠냐는 듯 여전히 정정한 할아버지는 웃으며 나를 반기곤 하셨다.

 

 “밥은 좀 드실 만 하세요? 좀 괜찮으시고요??”

 

 “아픈 데는 없는데 그냥 검사 몇 개 더 받으려고 있는 거야. 우리 삼대독자는 밥 먹었고?”

 

 삼대독자…

 삼대독자는 할아버지가 기분 좋을 때 자주 쓰시는 말이었다.

 밖에 나가실 때나 집에 계실 때나 늘 깔끔하게 다려진 옷을 입고 계시고

 단정함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온다고 늘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 여전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내심 안심했었다.

 

 앞집 아저씨가 또 화투를 치는 바람에 속옷바람으로 쫓겨난 일,

 입원하시기 전에 시작되었던 집 근처 공원이 거의 다 완성된 일,

 이번에 옆집으로 새로 이사온 사람들 등

 

 

 병실에만 계시는 할아버지가 미쳐 듣고 보지 못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

 매우 재미있다는 듯 기분 좋게 웃곤 하셨다.

 

 그러다 문뜩 화장실이 급한 바람에

 

 “할아버지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응 그래 그래 다녀와야지.”

 

 길고 좁은 복도 끝 화장실에 다녀와 하던 얘기를 마저 이어가려고 하려는데

 

 

 

 “아이고 우리 삼대독자가 왔네.”

 

 제가 어디 가겠어요 라고 대답하려는 찰나

 

 “그래 그래 밥은 먹었고?”

 

 무언가 위화감이 들어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착각이겠거니 하며 하던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어찌나 재미있는지 마치 새로 들은 이야기마냥 즐거워하셨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어둑어둑 해지는 그림자가 창문을 타고 넘어오고 있었다.

 

 “할아버지. 내일 또 올게요.”

 

 늘 그렇듯 서운하다는 표정하나 없이 밝은 표정으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그래 그래 가야지. 밥은 꼭 먹고 다녀야지.”

 

 네 라는 대답대신 고개를 숙여 병실을 빠져 나왔다.

 

 ‘내일 올 때는 과일이라고 좀 사와야지’

 

 “잠시만요!”

 

 담당의사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매우 조심스럽게 마치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비밀을 말하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보호자분. 사실 환자분께서 보호자분 오신다는 연락을 받으시면 직접 병실을 청소하시거든요.

 아시다시피 환자분께서는 안정을 취하셔야 해서 저희가 말리고는 있지만

 꼭 본인이 해야 한다고 하셔서요. 청소는 저희 측에서 해드리니까

 안정을 취하라고 말씀 좀 꼭 전해주시겠어요?”

 

 역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였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것이 가장 할아버지다운 모습이니까.

 그리고 누가 말한들 설령 그것이 나라고 해도 고집을 꺾지 않는 분이라는걸 잘 알기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꼭 말씀드릴께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의사가 나를 붙잡는다.

 

 “아 그리고….”

 

 의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당최 내 앞에 서있는 이 사람이 뭔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할아버지는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고 그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이었는데

 

 분명 할아버지는 입원전과 다를 것이 없었고 그 증거로 누구보다도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 대화를 하지 않았는가.

 

 무슨 되도 않는 소리냐고 화를 내려던 차

 

 문뜩 방금 전 할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들었던 위화감이 다시금 들었고

 

 

 다음날 나는 아무런 연락 없이 병문안을 갔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정정한 나의 할아버지 대신 초점을 잃어버린 눈을 가진,

 죽어가는 노인이 방치되듯 누워있었다.

 

 

 할아버지가 기분 좋을 때만 쓰는 삼대독자라는 말.

 

 우리의 은밀한 단어는 어느새 당신의 위독함을 감추기 위한 보호색이 되어있었다.

 

 결국 나는 도망치듯, 아니 집으로 도망을 쳤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예전 일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병원이었지만 내 발은 닫힌 병실 문 앞에 멈추고 말았다.

 

 

 자주 찾아 뵙지 않은 죄책감도 있었지만

 

 아직 준비조차 되지 않은 나에게

 인의 생이 끝나는 장면을 마주하기 어려움,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인이 나의 할아버지라는 것은

 하얀색 벽, 그보다 더 하얀 이름표 위에 쓰여진 할아버지의 이름 세 글자.

 그 앞에서 나는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문을 열기는커녕 노크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간호사가 나에게 말하길

 

 “어머 그 동안 형제 분께서 매일 와주셨어요. 요즘 그런 분도 드문데, 그나저나 동생분이신가 봐요.”

 

 

 “네? 그럴 리…”

 

 나에겐 형도 동생도 없다고 말하려는 그때 승윤이 나타났다.

 

 승윤은 역시나 변함없는 특유의 차분한 모습으로 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곤 내 옆에 서있었다.

 

 “네. 이분이에요 이분. 어머 두분 형제 아니었어요?”

 

 나의 대답대신 승윤은 가볍게 도리질을 하였다.

 

 

 그는 매일 찾아왔다는 사실을 몸으로 다시 알리는 듯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 모습에 기운을 얻은 나는 들어가려 했으나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더 이상 내가 아는 할아버지가 아닌

 무척이나 초췌한 모습을 한 노인을 보고 또 도망을 치고 말았다.

 

 

 “안 들어 갈 거야?”

 

 “아..나. 뭐 뭐 좀 두고 와서. 내가 뭘 깜빡 했네.”

 

 

 되도 않는 변명을 그에게 하고 그 어설픈 거짓말이 들킬까 봐 최대한 천천히 그곳에서 벗어났다.

 

 

 ‘어째서 병원 복도는 들어올 때와 나올 때의 느낌이 왜이리 다른 것일까.’

 

 ‘아니 그걸 떠나서 쟤가 왜 할아버지한테 가는 거지?’

 

 

 빨갛게 불이 들어온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며 머릿속으로 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았다.

 

 

 

 그의 이름 승윤.

 

 그를 만난 것은 1년이 조금 안되었었다.

 평소와는 달리 낮부터 얼큰하게 취하신 할아버지는 초인종도 제대로 못 누르고 소리를 지르셨다.

 

 “삼대독자 우리 삼대독자 문 좀 열어봐라”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끌려오듯 그는 우리 집으로 들어왔었다.

 어찌나 취하셨는지 할아버지는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내 친구의 손주다. 너와 동갑이니 둘이 같이 자주 놀러 다녀라"

 

 바로 쓰러지듯 주무셨다.

 

 그런 모습에 승윤과 나 모두 적잖게 당황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승윤은 나를 빤히 쳐다본 뒤 할아버지를 그 두 배의 시간만큼 보고 나서 나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끝으로 대문 밖을 나섰다.

 

 

 ‘이상한 새끼’

 

 그것이 그의 첫 인상이었다.

 

 그 뒤로 그는 종종 집으로 찾아와 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곤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간혹 할아버지가 평소보다 많은 용돈을 주시면서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가서 놀라고 하였는데.

 

 

 처음에 달라붙었던 ‘이상한 새끼’ 라는 타이틀은 점점 더 진해져만 갔다.

 

 그는 술, 담배를 하지 않으며 옷에도 먹을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할 줄 아는 게임도 없었으며 심지어 여자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맥주나 마실래?”

 

 그러면 그는 도리질을 하며 먼 곳을 바라보기만 했다.

 

 무언가 결여되어있어 보이기까지 하는 그와 단둘이 있으면 도저히 할 것이 없어서

 

 “내 친구 부를 건데 괜찮겠어?”

 

 승윤은 또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앞서 말했듯 그는 필요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대상이 여자일 경우 말수는 더욱 줄어들어 마치 공기대하듯 대하곤 했었다.

 

 고의적으로 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기분 나빠할 법도 하지만 매번 의외의 질문만 날아오곤 했었다.

 

 “쟤 여자친구 있어?”

 

 내 상식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서

 담배를 핀다는 핑계로 내 친구들을 따로 불러내 왜 그리 그에게 관심을 가지냐고 물으니

 

 

 

 자신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와 단둘이 있으면 할 것이 없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단둘이 있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분명 동갑인데 어느 때보면 형 같기도 하고 그가 내뿜는 특유의 차분함은

 옆에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만들곤 했었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옷을 입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훤칠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농도가 짙은 힙스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승윤은 가끔 시간을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몇 시 며칠의 수준이 아닌 년도를 헷갈리곤 했었다.

 

 그러한 어수룩함과 아직도 핸드폰 하나 없이 잘 살고 있는 그의 괴짜 같은 모습은 그것은 그것대로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오곤 했었…..

 

 

 

 “아! 핸드폰”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직전 케이스에 끼워놓은 교통카드를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까스로 병원 로비의 의자 위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을 기억해내었다.

 

 

 누군가 주워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걸음으로 다시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내 핸드폰은 의자 위에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잠시 바깥 바람을 쐬어서 마음이 진정된 듯 문뜩 이대로 돌아가면 안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와서 할아버지 얼굴을 안보고 가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괘씸하다는 생각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나 혼자 타는 것보다

 그와 같이 타고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할아버지가 계신 병실로 슬그머니 들어가려는데

 

 

 살짝 열린 문틈,

 

 할아버지와 그.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많이 아파?”

 

 “그냥 남들이 호들갑 떠는 거지 뭐 아프긴 뭘 아파.”

 

 승윤은 서슴없이 할아버지에게 반말을 하고 있었고. 할아버지 역시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치매 증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흘려 들었던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었다.

 

 악화된 할아버지의 상태도 모를 정도로 발길을 끊은 내 자신이 한심해서,

 그래도 그런 손자가 오면 우리 삼대독자 왔느냐며 밝게 웃어주시던 할아버지께 죄송해서,

 아무리 자기 할아버지의 친구분 이라지만 손자인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그에게 미안해서

 

 

 더 이상 병실 옆에 있지 못한 채 병원 밖 계단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다가 버스도 타지 못한 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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