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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디디! 라이프! (DDD! LIFE!)
작가 : 구름향
작품등록일 : 2016.8.22

멸망의 위기에 처한 용들의 세계로 초대된 지우.
마지막 남은 용들과 용생한번 잘살아 보기 위해서.
지우의 유쾌한 용생 설계가 시작된다.

 
4. 육룡이 나오샤 - 4
작성일 : 16-08-30 13:03     조회 : 466     추천 : 1     분량 : 8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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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산속의 어둠은 바깥보다 빨리 찾아온다. 커다란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공터에는 야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어이, 뗄감을 구해왔어! 생각보다 마른가지가 제법 있더군.”

 “수고했네. 제린트. 불 피우는 것은 내가 맡을 테니 쉬고있게.”

 

 숲의 새벽은 춥다. 지금 불 피울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습한 공기로 땔감이 젖을수도 있었다. 제린트가 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근처 나무둥치에 엉덩이를 내리깔았다. 잠깐 움직였다고 강행군으로 잊고 있었던 피로가 몰려오는지 제린트라 불린 사내가 길게 하품을 했다.

 

 “어우, 역시 새벽은 춥군. 따뜻한 차 한잔하고 싶은데…”

 

 그리말하면서 뗄감에 불이 잘붙도록 가지런하게 쌓으며 불을 붙이려는 그를 바라봤다. 그 은근한 압박을 받은 사내가 피식 웃으며 허리춤을 뒤졌다. 야영도구를 구성하는 필수품 중 하나인 화염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조금만 참아. 금방 대령하지.”

 “아니야. 천천히 하자고. 그런데… 랍토르, 막내는 어떤 것 같아…? 잘 따라오는 것 같아?”

 “글쎄… 자네가 보기엔 어떤데?”

 

 질문을 했더니 다시 질문으로 되받아 치는 랍토르를 보며 제린트가 작게 혀를 찼다. 조금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려 했더니, 은근슬쩍 대답을 피한다. 랍토르와 함께 용병생활을 한지도 1년이 넘었지만 가끔 저렇게 속내를 내보이지 않았다.

 

 ‘음흉한 늑대 같은 녀석.’

 

 제린트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그를 보았다. 검붉은 빛이도는 짧은 더벅머리와 탄탄하게 단련된 육체에는 여기저기 상처가 가득하다. 마치 치열한 전장을 뚫고 생존해온 맹수를 보는 것 같았다.

 

 “역시, 화염석이 있으니 편하군. 값을 제대로 하는 녀석이야.”

 

 마력이 담긴 화염석을 손으로 비비자 빛을내며 불씨가 떨어져 내렸다. 자연적인 불씨와 다르게 마력을 품은 불씨이기에 쉽게 꺼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불을 피우기에 참으로 유용한 아이템이지만 마력을 품은 물건은 제법 가격이 나가서 귀중품에 속했다.

 

 후, 후 입김을 불어넣자 노란 불꽃이 금새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며 따듯한 열기가 느껴지자 기분이 좋은지 랍토르가 입가에 길게 미소를 띄웠다.

 

 “……쳇.”

 

 바로 저 미소가, 랍토르에게서 은근하게 풍기는 위험한 느낌을 흩어지게 만든다. 마치 양떼들 사이로 희희낙낙 웃으며 들어와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예전부터 저 경계심을 허물어 버리는 미소를 따라해 보려고 시도해봤지만 끝내 포기했던 제린트가 입을 열었다.

 

 “나이브 말이야. 딱 봐도 초짜티가 풀풀 나는데, 도대체 왜 이번 사냥에 들인거야?”

 “뭐야, 나이브를 말하는 거였나?”

 

 어쩔수없이 총대를 메고 직접적으로 물어오자 랍토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게 뭐 대수냐는듯 평이한 반응에 제린트가 울컥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지금까지 그와 함께하면서 최소한 손해를 보진 않았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이런 장거리 사냥에 초보자를 포함시켰을 테지.

 

 “초보자라곤 해도 체력적으로도 괜찮고… 행동도 빠른편이야. 우리 일정에 지장을 주진 않는 것 같은데? 자네가 저 녀석 때문에 피해를 본게 있던가?”

 “…없지. 아직까지는.”

 

 찻주전자를 간이식 걸이에 올려놓은 랍토르가 찻입을 넣고 휘휘 젓기 시작했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우린 지금 사냥을 가는거야! 그것도 용잡이를 가는거라고!”

 

 용잡이, 용병이나 사냥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용을 사냥할 때 일컫는 말이었다. 어디서부터 유래된 말인지는 분분히 의견들이 많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용살전쟁’때 군부에서 흘러 나왔다는게 정설이었다.

 

 따지는 제린트를 바라보던 그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찻주전자를 살피더니, 준비된 양철컵에 각각 따르기 시작했다. 쪼르르 물 소리와 함께 상쾌한 차내음을 맡으며 랍토르, 그가 제린트를 쳐다봤다.

 

 “……!”

 “그렇군, 자네는 그게 불만이었나?”

 

 여진히 웃는 얼굴? 아니다. 정확하게는 입은 웃고있지만…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런 표정을 지을때면 왠만하면 그의 의견에 따르는게 좋다. 그것은 1년간 랍토르를 경험했던 그의 직감이자, 어쩌면 나약한 인간 본연의 생존본능일지도 몰랐다.

 

 “정확하게는 용잡이가 아니라네. 우리를 움직이게한 정보의 내용이 무엇이었지?”

 “…그야, 1년 전쯤에, 아니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용살전쟁에서 도망친 황룡 한 마리가 용의 분지로 도망갔다는 정보였지.”

 “그렇지. 그것도 심각한 상처를 입고 도망친 성룡급의 황룡이지.”

 

 꿀꺽.

 여전히 차가운 눈빛에 제린트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며 그제야 랍토르의 눈가가 조금씩 반달처럼 휘어졌다.

 

 “사냥이 아니야. 우린 황룡을 추적해서 다 죽어가는 녀석을 확보하곤 추가 인력을 모집해서 돈만 만지면 그만이라네.”

 “그, 그렇지.”

 “비록, 다친 용을 추적하는 일이지만 용의 분지도 험하기로 소문난 곳이지. 항상 둘이 움직였지만… 한 명쯤은 보험으로 괜찮지 않겠나?”

 

 보험이라는 말에 납득이 되었다. 제린트는 어째서 초보자를 일행에 포함시켰는지 비로서 이해했다. 용의 분지라 불리는 곳은 몇몇 용들이 자주 목격되는 곳이다. 게다가 마수들의 출현 빈도도 높아서, 마력의 사용자라 불리는 ‘마투사’나 ‘마법사’등이 아니면 괴물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가능하다고 쳐도 엄청난 인명손실을 대가로 간신히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위험지역에… 보험이라면 납득이 가는군! 말그대로 보험인…거야…!’

 

 일행이지만 위험한 사내였다. 하지만 아군이라면 든든하다.

 

 “이해…했어! 차는 잘 마실게.”

 “알아줬다니 다행이군. 쉬고 있게나. 난 나이브에게 가볼 테니까. 초행이니 많이 힘들게야.”

 

 양철컵을 건내준 랍토르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곤 걸어간다. 일행의 막내였기에 잠자리를 정리하는 나이브에게 향한 것이다.

 

 “하아, 참 자상도 하시지…!”

 

 물론,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지만 말이다. 찻물을 한 모금 마셔보자 따뜻한 기운이 식었던 몸을 데워줬지만 제린트는 쓰게 웃었다. 항상 마셨던 싸구려 찻물이지만 오늘따라 입맛이 썼다.

 

 “고생하는구나. 나이브.”

 “아, 랍토르씨! 아닙니다. 고생은요. 저도 가끔 사냥을 나갈 때, 숲에서 노숙을 하곤 했습니다.”

 “다행이네. 몇일 지켜봤더니 적응을 잘하더군. 덕분에 안심하고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어. 얼추 정정리 됐을 테니… 차 한잔하겠나?”

 “감사합니다!”

 

 기운차게 대답하는 나이브는 시골 마을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던 소년이었다. 올해로 18살인 그가 마을을 떠나, 용잡이 사냥에 나선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마니아 지역 몇몇 작은 마을은 물물교환을 위해서 가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시간 여행은 처음이라 나름 재밌습니다!”

 

 마니아는 대륙 각지의 나라에서 대상인들이 출자해서 세운 상업도시로, 그 근처에는 옛부터 산골 마을 같은 작은 마을들이 존재했다. 아마도 나이브는 그 마을 한곳 출신인 듯 했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 순박한 시골 소년이었다.

 

 “그런가? 역시 젊은 나이라 그런지 생기가 넘치는군! 보기좋아. 사실 이번 사냥은 운이 좋게 정보를 입수했으니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거야. 확실히 큰 건이라네. 비밀을 위해선 오랜 파트너인 제린트만 대동하고 싶지만… 뭐, 정상적인 사냥이 아니니. 자네 같이 단순하게 힘을 써줄 젊은이가 필요했네.”

 “힘쓰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든든하군.”

 

 나이브가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로 희게 웃으며 알통을 보여주자, 랍토르 역시 같이 웃어주었다. 사냥대의 윗사람이자 고용주인 랍토르가, 자신을 좋게 봐주는 것 같아 나이브는 즐겁게 숲의 야영을 즐겼다.

 

 “왠지 어느 이야기 처럼,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 같아서 즐겁기도 하고요! 하하핫!”

 “…그렇지. 모험이야.”

 

 그가, 랍토르가 아는 이야기 속에선 모험이란 언제나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그의 취향은 희망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그런류의 밝은 이야기 따윈 싫어한다.

 

 “재밌는 모험이 될게야.”

 

 랍토르는 세드앤딩이 취향에 맞았다. 그 것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순진한 주인공을 좋아한다. 밤공기를 타고 랍토르의 입김이 나이브의 앞을 가린다. 나이브를 바라보는 랍토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단지, 눈빛만은 그에 어울리지 않게 차갑게 빛을 내고 있었다.

 

 

 * * * * * *

 

 

 “내키진 않지만…”

 

 지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흙이 잔뜩 뭍어난 물건을 살폈다. 여전히 검은 광택이 흐르는 창은, 어두운 동굴속에서도 날카로운 예기를 발하며 무기로써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나?”

 

 얼마전에 자기 손으로 봉인했던 녀석이지만, 다시금 지우의 손에 들리게 된 것이다. 비록 어미용을 죽음에 몰아넣은 불길한 물건이지만, 지우 입장에서는 달리 선택할 방도가 없었다.

 

 “음,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

 

 현재 둥지에서 유일한 쇠붙이는 단 두개였기 때문이다. 바로, 손수 날을 갈아만든 열쇠칼과 흑색창이 전부였던 것이다. 무기로써 분류조차 되지않는 자체작품인 열쇠칼에 비해, 이미 완성된 무기인 창은 애초에 비교자체가 되질 않는다.

 

 “좋아, 그럼 준비를 해보자!”

 “꾸, 꾸우앙!”

 

 날카롭게 빛나는 창날에 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불길한 기운을 느낀것인지 평소와 달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초랑이가 꼬리와 앞발을 흔들었다. 그 파이팅 넘치는 응원에 지우가 웃으며 준비했던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여기를 이렇게 해서…! 창 날 부분은 이걸로…씌우면 되겠지?”

 

 창날 부분은 용들과 그가 먹고 남은 가죽을 이용하여 꼼꼼하게 씌웠다. 처음엔 가죽이 굳어있어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한참을 두들겼더니 부드럽게 풀려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제대로 밀봉한 창날을 확인하곤 내피를 꼬아만든 줄로 단단하게 묶어 매듭을 지어 마무리 했다.

 

 “원시 부족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꾸우…!”

 

 그 다음으로 등반과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겨울 목도리를 희생하여 양끝을 묶어 창을 돌려 메었다. 몇 번 제자리를 뛰거나 격하게 움직여 봐도 흘러내리거나 풀리지 않는걸 보면 괜찮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어미용에게 접근한적이 있던가?’

 

 본능적으로 죽음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용의 아이들은 잿빛으로 물든 어미용에게 접근한 적이 없었다. 몇몇이 가끔 호기심 어린 눈길을 줬지만 그뿐이었다. 왠지 서글퍼진 지우가 차갑게 식은 어미용의 얼굴을 가볍게 쓸어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녀올게, 가자! 초랑아!”

 

 오늘이야 말로 새로운 모험을 떠날 때가 온 것이다. 둥지에서는 지우의 심상치 않은 행동과 복장에 무언가 느꼈는지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초랑이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여 지우를 올려다 보자, 나머지 녀석들도 눈을 빛내며 바라봤다.

 

 “응? 노랑이, 노랑인 어디갔냐?”

 

 한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했더니, 노랑이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얘가 어딜갔나 싶어 두리번 거리는데 빨강이가 꼬리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래, 이젠 이 패턴에 익숙하다. 저 이정표를 따라가면 목적지, 아니 목표물이 나올 것이다.

 

 ‘근데 얘들은 꼬리로 의사소통을 통일하는 건가?’

 

 초롱이가 다른 녀석들에게 이상한 것을 전파했나 보다.

 

 “노랑아, 거기서 뭐하냐?”

 “……!”

 

 고기의 산에 과일에 꽂힌 이쑤시개마냥 삐죽 솟은 꼬리가 움찔 움직임을 멈춘다. 그러더니 슬금슬금 꼬리가 안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뒀다간 영영 사라질 기세라, 지우가 꼬리를 잡아 멈췄다. 본인은 반드시 전진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꼬리를 통해서 느껴졌다. 얘가 요즘 식욕이 왕성하더니 아주 고기에 파묻혀 살고 싶은 모양이다.

 

 “노랑아?”

 “……?”

 

 지우가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자, 팔에 힘을 주어 노랑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양볼이 다람쥐마냥 아주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곧 터질 것 같은 노랑이가 나타났다.

 

 우물우물. 질겅질겅.

 

 “……”

 

 도대체 얼마나 집어넣은 건지 상상조차 못하겠다. 한참을 우물거리던 노랑이가 꼬리를 붙잡힌 채 유연하게 허리를 굽히더니 지우를 올려다 봤다. 불만이 가득한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였다.

 

 “…아냐, 꼭꼭 씹어먹으라고.”

 “끼융! 우물우물!”

 

 어쨌든 노랑이를 포함해서 다 모였으니, 이제야 지우가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똑똑한 애들이라 금새 이해한 표정이었다. 장장 10분에 걸쳐서 지우가 어째서 이러한 복장을 갖췄는지, 어디를 가는지 등과 같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모자란 식량 때문에 사냥을 간다고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래 이해했구나.”

 

 생각보다 시원스런 반응에 지우가 내심 아쉬워했다. 우리들을 두고 어딜 가느냐며 울고불고 매달릴 줄 알았는데 이런 태도라니.

 

 “초랑인 얘들 잘 챙기고, 무슨일 생기면 알려준 곳으로 가는거다?”

 

 졸지에 비상대피소로 지정된 문이었다.

 

 “꾸우우!”

 

 초랑이가 지하 수정동굴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자신있게 대답하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녀석들 사이에서 어쩌다 맏이 역할을 하게 됐지만,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는 초랑이가 믿음직스러워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카르릉!”

 

 그걸 본 파랑이가 끼어들어 머리를 내민다. 그런데 의외로 빨강이도 옆에서 기웃거리길래 웃으며 같이 만져 주었다. 따뜻한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둘다 그르르릉 소리를 낸다.

 

 ‘도도한 고양이 같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시선을 맞춰 녀석들을, 용들을 보고 있자니 참 예쁜 아이들이다 싶어 녀석들을 불러보았다.

 

 “초랑아.”

 

 연녹색의 비늘과 우아하게 뻗은 긴 목덜미가 예쁜 아이. 책임감있게 맏 언니 같은 위치를 고수하며 알게 모르게 다른 아이들을 챙기는 착한 녀석이다. 물론 얘네들 성별을 모르니 언니인자 형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빨강아.”

 

 탐스러운 붉은 장미 같은 몸체와 루비 같은 두 눈동자로 지우를 본다. 왜 부르느냐며 꼬리를 바닥을 탁탁 치더니 콧김을 내쉬었다. 활달한 성격이지만 언제나 도도한척 한다. 가끔 실수를 해도 아닌척 넘어가려는 모습이 참 귀여운 아이였다.

 

 “파랑아.”

 

 맑고 잔잔한 호수 같은 아이.

 연파랑 색깔을 지닌 작은 용이, 지우의 부름에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작게 살랑살랑 흔들거리는 꼬리의 움직임에서 소심함이 엿보였다.

 

 “검둥아.”

 

 부르자마자 소리없이 다가오더니 어깨 위에 떡하니 자리를 잡는다. 신출귀몰한 움직임으로 가끔씩 지우를 놀래 키는데…, 아무래도 일부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뭐, 검둥이 나름의 애정표현이라 생각했다.

 

 “군청아.”

 

 날개가 다른 용들에 비해서 반배이상 커서 나중에 훌륭한 비행용(?)이 될 재목이다. 푸른 창공을 노닐며 자유를 만끽하는 군청이의 모습이 상상처럼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노…랑아…”

 

 마지막으로 노랑이를 보자 지우는 헛웃음을 짓는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입안에 고기를 처리하지 못했는지 우물거리던 노랑이가, 그새 고기 한 덩어리를 추가로 우겨넣고 있었다. 참 식성 하나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다들 말썽 피우지 말고…! 금방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맛있는 것도 가져올게!”

 

 물론, 사냥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크릉!?”

 “끼융!!”

 

 맛있는거란 대목에서 노랑이와 빨강이의 꼬리가 자동차 와이퍼 마냥 바닥을 쓸었다. 쟤네 둘이면 둥지 청소는 확실하겠다.

 

 “자, 가볼까!”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다. 이젠 정말로 눈 앞을 가로막은 절벽을 넘어야 할 때였다. 그 동안 수없이 봐왔던 등반루트를 확인하며 지우가 모험을 위한 첫 걸음을 올렸다.

 

 “응? 모, 몸이 갑자기 왜 이렇게 무겁지?”

 

 발을 들어올려 시작지점을 밟자마자 몸이 무거웠다. 분명, 방금전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확인했었다. 혹시 그 잠깐 사이에 몸에 문제라도 생긴건가 싶어 지우가 표정을 굳혔다.

 

 ‘정말 이상이 생겼나? 꼭, 누군가 몸을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왠지, 팔과 다리도 무거워진다. 기분탓인가 싶어서 무시하곤, 절벽에 튀어나온 부분을 잡으려 왼팔을 뻗자 익숙한 얼굴이 지우에게 눈인사를 건냈다.

 

 “크르릉!”

 “……”

 

 헛것을 봤나 싶어서 오른팔 역시 올려본다. 그러자 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끼융!”

 

 데쟈뷴가? 달라붙는 느낌도 없었는데 도대체 어느틈에 접근한 것일까.

 

 “하아아…! 아깐 가만히 있더니만…”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등뒤엔 파랑이가 고목나무 매미마냥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렇다면 다리에도 있겠지 싶어 고개를 내려보니, 초랑이와 군청이가 사이좋게 다리 하나씩 차지한 채였다.

 

 투욱!

 

 “…얘들아 나, 너네 밥 벌러 가는거야……”

 

 어느새 목덜미엔 검둥이가 꼬리를 말곤 기대어 있었다. 검둥이 얘는 점점 움직임을 읽을 수 없었다.

 

 “후우…! 가장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대론 있다간 몸살이 날 것 같다!

 

 “쿠우우!”

 “끼융!”

 “카르릉!”

 “꾸우우!”

 “캬아앙!”

 “크르릉!”

 “…정신없다…아빠 출근 좀 하자꾸나.”

 

 한동안 몇 번을 녀석들이 달라붙고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나서야, 간신히 지우는 절벽을 오를 수 있었다. 녀석들이 떨어지자 그렇게 몸이 가볍고 상쾌할 수가 없었던 지우는 정말 바람처럼 순식간에 절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몇 번을 부딪혀보고, 미끄러지고, 손톱을 깨트려 도전했던 곳이지만 지우가 거침없이 움직였다. 탄력적인 몸의 반동을 이용하여 아슬아슬하게 매달리기도하고, 지지대로 삼은 돌부리를 박차고 뛰어 올랐다. 그렇게 지우가 절벽을 길을 파악하여 오르길 수 차례.

 

 “후욱, 후우!”

 

 마침내 절벽등반에 성공했다. 정상을 정복했다!

 

 “후아아아―! 새, 생각보다 쉽네!”

 

 아래를 보니 까마득한 높이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껴졌지만, 지우는 성취감으로 모든 것을 잊고 지금 이순간을 즐겼다.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며 지우가 숨을 골랐다.

 

 “자, 이제 시작이야.”

 

 정상을 정복했다는 여운을 느끼며, 지우가 몸을 빙글 돌려 정면을 향했다. 모험을 시작할때가 된 것이다. 조금씩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푸른보석을 꺼내 들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이 등불처럼 환한 빛을 뿜어낸다.

 

 “가볼까…!”

 

 저벅. 저벅.

 어둠을 헤치며 지우가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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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6. 문이 열리네요 - 3 2016 / 9 / 8 456 1 6324   
18 6. 문이 열리네요 - 2 2016 / 9 / 7 431 1 5515   
17 6. 문이 열리네요 - 1 2016 / 9 / 6 521 1 4139   
16 5. 사냥꾼과 사냥감 – 4 2016 / 9 / 5 426 1 5755   
15 5. 사냥꾼과 사냥감 – 3 2016 / 9 / 3 406 0 8029   
14 5. 사냥꾼과 사냥감 - 2 2016 / 9 / 1 542 1 7529   
13 5. 사냥꾼과 사냥감 - 1 2016 / 9 / 1 550 1 7662   
12 4. 육룡이 나오샤 - 4 2016 / 8 / 30 467 1 8518   
11 4. 육룡이 나오샤 - 3 2016 / 8 / 28 400 1 6369   
10 4. 육룡이 나오샤 - 2 2016 / 8 / 27 532 1 5288   
9 4. 육룡이 나오샤 - 1 (1) 2016 / 8 / 26 520 2 6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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