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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빼빼로데이外』설녀의 입술이라도 차갑진 않아
작성일 : 17-11-12 22:27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9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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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外傳』빼빼로데이 외전 (完)。 설녀의 입술이라도 차갑진 않아

 

 

 한 손에는 현상된 커플 사진이 든 큰 봉투를 들고, 나머지 한 손에는 쌀쌀한 가을 기온에 한기가 흐르는 인형같은 동생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매간의 키스라는 언뜻 불미스런 일을 벌인 직후라 서로를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런 기류는 흐르지 않고 오히려 일가단란한 분위기다.

 

 "히마리, 오늘은 오빠랑 못 자게 할 거야."

 "앗 왜?.."

 "네가 사람들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오빠 창피하게 만든 벌이야."

 쪼잔하지만 작게나마 이렇게라도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

 왜, 어차피 이 세상은 피가 이어진 친형제가 결혼한다고 해도 축복받는 세상인데 주변 시선에 굴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나 자신에 양심이 찔려서 그런 히마리의 마음과 내 마음을 애써 절제하려고픈 것일 뿐이지.

 정말 딱 여기까지만, 더이상은 없을 거야라며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확인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그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나는 세상 분위기에 휘말려 정말로 히마리를…

 

 청천벽력같은 오빠의 특급 제재를 선고받고 정신이 혼미해진 히마리를 집까지 억지로 질질 끌고왔다.

 잠겨있는 현관문을 열기 위해 늘 열쇠를 옷 안쪽 주머니에 지니고 다녔기에 몸 전체를 뒤졌지만 열쇠가 없어서 초조해졌다.

 "어라… 열쇠가 왜 없지? 집에 두고 왔나."

 "히마리 혹시 비상용 열쇠 지금 가지고 있어?"

 "으으음. 없어"

 큰일이네. 열쇠가 없으면 당장 애들이 집에 찾아와도 파티는 커녕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잖아..

 

 아아.

 좋은 수가 떠올라 귀를 현관문에 바짝 대고 집 안 쪽의 소리에 집중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 안에서는 TV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고 누군가가 있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럴 때만큼은 이게 참 도움이 되는 구나.

 찝찝하긴 한데 일단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띵ㅡ동ㅡ

 누가 나와서 문을 열어줄 거란 확신에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왜 내가 내 집에 들어가는데 초인종을 눌러야 되는 건지 참…

 "초인종은 왜 눌러?"

 "보고만 있어. 금방 나올 테니까."

 당연히 아무 것도 모르는 히마리는 뭐지..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럴 이유가 있다.

 매 번 집에는 내가 히마리보다 먼저 도착했으니까 뒤늦게 오던 히마리는 모를 수밖에.

 

 예상대로 집 안에서 그 누군가가 뾱뾱뾱 총총걸음으로 현관문을 향해 다가오는 깊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게 저녁에 든 좀도둑이 아닌 이상, 그 녀석이 분명하다.

 

 정체불명의 무단침입자가 현관문 앞까지 다가오자 굳게 걸어 잠겨있던 방범 열쇠들이 찹ㅡ착하고 차례로 풀리더니 곧이어 현관문이 열리며 그 주인공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셨어요."

 "칸나?"

 "다행이다. 있었구나."

 칸나가 왜 집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동생은 뒤로하고 먼저 네가 집에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귓속말로 몰래 전해주었다.

 무단침입으로 막무가내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도움이 됐으니까 넘어가 주기로 하자.

 왜인지 궁금해 하던 히마리도 간만에 데이트로 피곤했는지 그러려니하고 선두로 들어가 옷 갈아입으러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히마리가 날 닮아서 낙관적인 성격이라 다행이야.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내려오자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다.

 이번에도 집에 먼저 들어와 있던 칸나가 직접 요리를 하고 있던 모앙이었다.

 아직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나베 전골에 쓸 식재료 손질이나 간단한 반찬거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벌써 다 해놨어? 어떻게 알고 준비한 거야?"

 "카나미 선배가 오늘 히마리네 집에서 파티를 할 거라고 전화 해줬어요. 다같이 모여서 먹기 좋은 음식이면 좋겠다고 하시길래 전골은 어떨까 해서 준비 해본 거에요."

 "기특하네. 덕분에 수고 좀 덜겠어."

 일 편하게 잘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두 눈을 찡그려 감고 얼굴이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칸나는 가만히 서서 쓰다듬을 받았다.

 

 칸나와 둘이서 저녁 준비를 하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카나미와 코코, 밧줄같은 끈으로 상체가 묶여서 코코의 손에 이끌려온 호타루가 차례로 도착했다.

 쟨 왜 묶여있는 거야?

 늘 무표정인데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억지로 포섭 당한 티가 난다.

 

 곁에 서있던 카나미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더니 내 손을 붙잡고 방으로 데려왔다.

 "미안해 신이치. 좀 늦었지? 파티 준비하는 거 도와줬어야 됬는데.."

 거실 마룻바닥에 쓰러져 레스링 한 장면을 연출하는 녀석들과 주방에서 막 내려온 히마리와 함께 칸나가 저녁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있는 사이에 붙들려 방으로 올라온 내게 카나미가 침대 위에 털썩 앉으며 유감을 표했다.

 "아니야. 미안해 하지마. 칸나가 도와줘서 별로 힘들진 않았어."

 정말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칸나가 요리를 할 줄 알아서 다행이었지.

 히마리었다면... 망했을 지도 모른다.

 

 "과자에 대해서 궁금해 했지?"

 "어? 음 아직도 궁금하긴 해."

 "그 과자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줄까?"

 카나미 옆에 따라 앉자 바짝 달라붙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밖도 아니고 집에선 그렇게 해도 안 놀란다고.

 그래도 내심 놀라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라 약간의 반응은 더해줬다.

 

 "아… 깜짝이야. 응, 알려줘"

 캬~ 역시 내 연기력은 변하지 않는다니까.

 내가 해놓고 연기가 너무 어색해서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뭐야 그 시원찮은 반응은.. 알았어! 그래도 알려줄게~"

 "대신!"

 눈을 감고 입술을 내미는 카나미.

 알고 싶으면 그에 맞는 보상을 내놓으라는 거구만?

 "으구."

 그런 카나미의 얼굴을 손으로 잡아 고정시키고 무심한듯 다정하게 짧고 애매모호한 키스를 해줬다.

 

 "아이.. 이게 아닌데!"

 자기가 생각하던 것이 전혀 아니었는지 몹시 억울해하며 침대에 앉은 상태로 방방 뛰어서 침대가 삐걱삐걱 흔들거렸다.

 "왜? 해줬잖아. 난 보상 한 거야. 약속은 지켜야지?"

 "너무해!! 에구구… 알았어 알았다구."

 실망한 카나미가 짧은 아쉬움을 표하고서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과자 봉지를 가져와 보여주며 말했다.

 

 "나중에 애들이랑 따로 모여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몰래 알려주는 거야."

 "알았어. 근데 누구랑 짰다는 거야?"

 "아 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억울한 거 있지? 다시 한 번만 더…"

 "안돼. 빨리 말하기나 하셔."

 아쉬움의 여운 때문에 선뜻 말을 꺼내려하지 않아서 강제로 시켰다.

 

 "사실은 이 과자 나랑 히마리, 칸나랑 코코가 다같이 만나서 우리 집에서 만든 거야."

 "진짜? 아아. 그래서 딱 4개 밖에 없었구나. 드디어 알겠네."

 "그동안 우리한테 잘해준 신이치한테 뭔가 선물해주고 싶어서 쿠키를 만들었어."

 봉지에서 가장 큼지막하고 먹음직스러운 하트모양 쿠키를 꺼낸 카나미가 바닥에 부스러기가 떨어질까 손으로 아래를 받치며 내게 먹여줬다.

 

 "음~ 안에 뭐가 들어있네. 맛있다."

 "호호! 그거 내가 만든 거지롱."

 의기양양해졌다.

 역시 카나미야.

 모양도 제일 이뻤는데, 주인을 닮아서 그런가?

 

 "이거 두 개랑 다른 하나는 히마리랑 코코, 칸나가 만들었어."

 이야… 작은데 타기까지 했던 이게 히마리랑 코코 작품이었나보다…

 코코 걔는 요리 잘 할텐데 왜 이따구로??

 그리고 이 괴상하게 생긴 게 칸나 건가.

 쿠키가.. 맞는 거겠지?…

 칸나도 요리를 한다면 잘 하는 앤데 이것 만큼은 예외적으로 대졸작이었다.

 아니 졸작을 뛰어 넘어서 적어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기괴한 형태였다..

 

 "뭐… 히마리는 그렇다 치고, 코코랑 칸나는 왜 이 모양이 된 거야?"

 "원래는 더 많이 만들었는데 다 먹고 남은 게 그 4개야.. 그리고 쿠키 구울 때 따로따로 구워서 했거든. 코코가 깜빡하고 딴짓 하느라 제때 안 꺼내서 타버렸지 뭐야."

 그렇게 먹고도 또 내 과자에 손 데려고 한 거였어? 보나마나 제일 잘 만들어진 카나미 쿠키만 쏙 빼먹을 속셈이었나보다.

 그리고 더 있었다면서 왜 이 4개만 준 거야?..

 결국 쿠키가 탔든 안 탔든 나한테 줄 거 하나 빼고는 다 자기들이 까먹었다는 거네.

 

 그리고… 제ㅡ일 눈에 띄는 기괴한 형태의 쿠키.

 아무래도 저게 칸나가 만든 건가본데, 차마 그 당시의 정황까지 물어보고 싶은 비주얼이 아니었다.

 넌 쿠키가 아니야..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아하하… 다른 애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나머지는 먹던지 말던지 알아서 처리할 게. 어쨌든 쿠키 고마워."

 "으흠흠. 말은 됐으니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하는데~"

 잔망스러운 말투를 하며 나를 도발해서 순간 픽 돌았다.

 "어쭈? 내가 못 할까 보냐!"

 "꺄ㅡ~~"

 팔에 달라붙어서 애교 넘치게 아구아구 무는 카나미의 어깨를 잡고 같이 침대로 쓰러지며 덥쳤다.

 

 「데굴 데굴 (삐걱  삐걱)」

 그 상태로 서로를 껴안고 굴러다니다 구르기를 멈추고 코 닿는 거리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방금 전 장난으로 고새 숨이 차서 헐떡이는 카나미의 숨결을 맞으며 눈을 맞추었다.

 코끝을 부비부비 마주치며 서로를 애간장 태우니 참다 못한 카나미가 머리를 잡아당겨 키스했다.

 학교에서와는 달리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 편하게 애정표현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

 카나미도 마찬가지인지 더 찐하고 걸쭉하게 키스를 이어갔다.

 

 한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누가 노크도 안 하고 내 방문을 벌컥 여는 바람에 순간 당황한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로를 밀쳐 거리를 내려다 너무 세게 밀렸는지 벽에 머리를 박은 나는 어질어질한 머리통을 부여 잡았다.

 "…? 내려와서 밥 먹어."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주려고 호타루가 내 방까지 올라왔다.

 어질러진 침대 시트, 창피해하는 두 사람을 보고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대충 짐작은 갔겠지만 관심이 없는 호타루는 한마디만 하고 다시 돌아갔다.

 휴… 호타루라서 다행이다.

 코코였으면 죽자고 달려들어 이거 하나로 평생 놀려 먹었을 지도 모른다.

 

 "내..내려 갈까?"

 "으응.."

 앞으로는 집에서도 눈치를 봐야할 것 같아.

 주의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기고 말거야..

 

 카나미와 함께 내려오니 자리에 앉아서 우리가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던 코코가 음담패설이 약간 섞인 농담을 던졌다.

 "뭐하고 있었길래 안 내려오는 거야? 혹시… 자기 집이라고 둘이서 부등켜 안고 아주 깨소금 뿌려댄 거 아냐? 크큭"

 남녀 둘이 방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몰래 애정 행각을 벌인다.

 너무 뻔한 스토리였지만 또 틀린 말은 아니라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히마리랑 칸나가 나를 관통해버릴 기세로 눈에서 레이져를 푱푱 쏘아대서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 껄껄껄 쓴 웃음만 지었다.

 

 "하긴 뭘 했다는 거야.. 카나미가 할 말 있다고 해서 잠시 둘이서 얘기한 거 뿐이야. 그치?"

 "어? 어 그랬지, 응! 우린 아주~ 건전하게 대화만 나눴어. 절대로 신이치가 안 덥쳤어!"

 그렇게 말하면 더 의심 받잖아?!

 불난 집에 기름 뿌리기로 저 두 사람의 아우라가 한층 더 공포스럽게 변해 마치 몸 주변이 검은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죽어, 이러다간 언젠가 나 진짜 죽을 지도 몰라...

 

 "괜한 허튼 소리로 둘 곤란하게 만들지 마."

 응?

 젓가락으로 반찬 중에 맛있는 것만 골라 먹고 있던 호타루가 젓가락을 식탁에 탁하고 소리 내어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가 올라갔을 때 무슨 얘기를 하는 지는 몰랐어도 대화만 나누고 있던 건 분명했어. 그니까 1절만 해라, 코코."

 "칫.. 장난을 장난으로 못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여겨서 풀발하는 너도 한 몫 하잖아!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이리 까칠하게 군담… 아 몰라 밥이나 먹자!"

 진지하게 반박해오는 호타루의 나무람에 무안해진 코코는 젓가락에 분한 심정을 담아 전골에 들어 있는 불고기들만 골라 자기 그릇에 옮겨갔다.

 "야! 니가 고기 다 처먹으면 우린 풀때기만 줏어 먹으라는 거냐?"

 "남이사~ 꼬우면 뺏어 보시던지이~"

 고기를 쟁탈하기 위한 병X들의 젓가락 싸움이 격렬하게 치뤄졌다.

 

 그리고 내게 있어 호타루라는 개같은 소꿉친구를 다시 한번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얘랑 지내면서 이렇게 듬직하게 보였던 적이 있었나..

 내가 여자였으면 반해버렸을 거다.

 다시 한번 네게 고마움을 표하마.. 영웅이여.

 

 호타루가 혼신의 쉴드를 쳐준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사실인) 오해를 풀은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과와 함께 거실에서 여러 가지 게임을 진행했다.

 오늘은 빼빼로 데이일 뿐인데 어째서 파티를 하는 건지 궁금해서 카나미에게 살짜쿵 물어봤지만 「다같이 모여 놀면 좋잖아~」라는 의미가 부실한 대답만 남겼다.

 

 거실 탁자에 둘러 앉아서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는, 전혀 파티라고는 할 것 없는 그런 평범한 모임이었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기분이 좋은 건가.

 모두가 모인 거실 내부는 전등 빛으로도 채우지 못했던 밝은 무언가가 가득했다.

 

 그렇긴 하네.

 가끔 평일에 모여서 노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녀석들과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카나미는 파티를 핑계로 이런 또다른 즐거움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지.

 저 해맑은 표정을 보니 아마 그 정도로 큰 그림까지 그리진 않았을 거 같아.

 

 아.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트럼프 카드로 도둑잡기를 하고 모두 손에 쥔 카드가 몇 장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뽑을 차례가 되어 나는 옆에서 카드를 뽑기를 기다리는 코코의 카드를 비장하게 집어 올렸다.

 이번에는 느낌이 좋아!!

 

 그리고 조커 카드였던 그것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아 나의 3연패로 게임이 끝났고 벌칙 세례를  받아야 했다.

 

 … … 

 

 간식거리가 모두 떨어져 나랑 호타루가 등 떠밀려 과자 같은 것들을 다시 사러갔다온 이후 10시가 지났음에도 애들은 여전히 파티같지 않은 야매 파티를 즐기고 있다.

 잠깐 바람이나 쐬러 2층 베란다 밖으로 나온 나는 담 위에 팔을 베고 서서 까막한 밤하늘의 노오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아래 있는 거실 창문 사이에서 친구들의 시끌벅쩍한 대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하암ㅡ.. 재밌게들 놀고 있네."

 "근데 넌 여기서 뭐해? 칸나야."

 여기에 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사실 아까 전부터 저 애들의 소리 중에 칸나의 목소리가 사라진지 꽤 됐었다.

 굳이 뒤쪽을 돌아보지 않았어도 칸나가 베란다 창문 뒤에서 가만히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느껴져 말을 건 것이다.

 

 "보지도 않고 제가 있단 걸 어떻게 아셨어요?"

 창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며 칸나가 내 옆으로 다가오면서 물었다.

 "음.. 나만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하면 좋겠지?"

 "멋진 능력이네요. 그 주인이랑 아주 잘 어울려요."

 나랑 똑같이 자세를 취하면서 말장난을 하는 칸나의 은빛 머릿결은 꽉 차오른 보름달의 월광이 반사되어 더욱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팔을 벤 상태에서 고개를 칸나 쪽으로 돌려 보름달을 올려다 보며 눈동자에는 그 보름달을 담고 있는 칸나의 옆모습을 그윽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직도 칸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네.

 예전보다야 친해지기는 훨씬 친해졌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갈 것이 태산이었다.

 이 아이가 어째서 무슨 목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는지, 왜 내 말을 잘 따르고 나에게 의지하는지가 궁금했다.

 근데 나는 왜 이게 궁금한 걸까.. 기분이 이상하다. 

 외에도 알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마침 둘만 있으니까 이 기회에..

 

 "저기, 칸나야."

 "네. 왜 그러세요."

 "너는 왜 항상 내 옆에 있는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오빠는 왜 그렇다 생각하시는 데요?"

 왜 그렇다 생각하냐고 한다면은…

 다른 방도로 생각해보려 해도 역시 한가지 밖에 생각나지않잖아.

 옛날의 나였더라면 이런 상황이 닥쳐오면 발뺌하며 도망치기 일쑤였겠지만,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을 깨닫아 직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기에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다.

 

 "날 좋아해서겠지."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랑이란 어떠한 감정 앞에서 두려워 좌절할 필요도 없다.

 "…많이 달라졌네요. 이러면 놀리는 재미가 없는데."

 내 말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 것도 아주 잠깐

 오히려 내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놀라워하며 미소 짓는 칸나였다.

 

 앞 쪽에 집이 꺼지도록 「하아ㅡ…」하고 한숨을 푸욱 내쉬던 칸나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정확히 바라보고 이실직고 말했다.

 "맞아요. 나 신이치 오빠 좋아해요. 그런데, 더이상은 말 안 할래요."

 "어째서?"

 "내가 오빠를 왜 좋아하는지, 오빤 그 이유를 알 수 있나요?"

 "네 감정이니까 알 도리가 없지 않을까?"

 나는 진실만을 얘기했을 뿐인데 칸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고 한심하게 여겼다.

 

 "오빠는 오빠 자신의 좋은 점을 모르고 있어요."

 "그런 어정쩡하고 밋밋한 남자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니 나도 오빠를 정말 많이 좋아하긴 해도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요."

 팩트로 때리니까 너무 아팠다..

 좋아하는 이유를 추측해 보라더니 어째서 내 결점을 내세우면서 들쑤시는 거야…

 

 칸나가 밖과 집 안의 온도차로 뿌옇게 변한 창문을 검지로 뿍뿍 문질러 「사랑의 온도」라고 쓰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그래도 전 오빠가 좋아요. 나는 오빠의 장점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저 지기 장점을 스스로 깨달아줬으면 싶은 거에요. 그게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가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요."

 세세한 그녀의 속마음을 듣고 보니 칸나는 나름 생각이 깊은 아이였구나 싶었다.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지만, 내가 모르는 칸나의 꽁꽁 숨겨져 있던 내부를 발견하게 돼서 더더욱 기뻤다.

 

 "나도 너를 더 알아보고싶어. 이게… 아니, 뭐랄까.. 아무튼 왠지 궁금해졌어. 칸나라는 무궁무진한 수수께끼를 가진 또 한 명의 여동생을 말이야."

 내 말을 조용히 따라 듣던 칸나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돌았다.

 "날 너무 알려고 하면 다칠지도 몰라요. 지금은… 지금은 당장 오빠 곁에 있는 카나미 언니부터 잘 챙겨 주세요. 전 오빠 스스로가 좋은 사람임을 깨닫을 때까지 뒤에서 지켜보며 기다릴 거에요."

 파고들어가니까 되레 벽을 세우고 거리 균형을 유지시키며 들었다.

 "알고 있다고. 지금도 충분히 카나미한테 정성을 쏟아 붓고 있으니 걱정이나마"

 

 "설녀 이야기 알고 있어요?"

 "그럼.

 눈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설산을 떠돌던 아이가 설녀랑 마주쳐서 자신을 만난 사실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살아 남았는데 나중에 설녀와의 약속을 잊고 설녀에 대해 말을 꺼냈다가 사실 그건 다 설녀가 만든 환영이었고 결국 약속을 어긴 아이는 설녀가 내뿜은 한기로 얼어 죽었다는 그 내용 맞지?"

 "맞아요. 약속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는 이야기죠. 어쩌면 설녀는 충분히 아이가 살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인데 그걸 가볍게 여기고 간과한 아이의 잘못된 처사가 결국 파멸을 부른 거에요."

 "허허. 그러고 보니 칸나는 머리도 하얗고 눈썹도 하얗고.. 냉담한 것 같은 성격도 꼭 설녀랑 닮았네. 그럼 나 이제 칸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얼어붙어 죽겠구나."

 이번에는 농담의 훅이 확실하게 들어가 칸나의 얼굴에 티클 하나 없이 깨끗한 미소가 번졌고 그걸 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정서간의 거리 만큼 가까워진 칸나와 나 사이의 실질적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져 손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와 서로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되든 쉽게 못 할 거 같아요…"

 발그레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칸나의 푸른 눈이 어느 때보다도 맑고 청아하게 반짝였다.

 "음? …...!"

 

 칸나가 까치발을 들면서 힘겹게 키 높이를 맞추고 내 목 주변에 양 팔을 둘러 껴안으며 키스해왔다.

 이걸로 오늘만 벌써 몇 번째 기습 키스인지

 그나마 칸나의 키스는 5초에 이르는 지금껏 가장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되었다.

 "…… 먼저 내려가 있을 게요."

 지금껏 보아온 칸나 중에 가장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자리를 떠나갔다.

 

 뒤에서 지켜보겠다더니 결국 그 말을 한지 채 3분도 안 지나서 울렁이는 속마음에 못 이기고 진도를 한 단계 뺀 듯 했다.

 멍하니 서서 칸나의 흔적이 남은 입술만 만지작 거렸다.

 약속의 대가를 각인시켜 놓은 것 같다.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의 설녀라도 생각보다 생기가 흐르는 그 핑크빛 입술 만큼은 차갑지 않았다.

 

 오늘이 포키 데이가 맞나?

 아니, 분명 나에게 있어 오늘 하루는 엄청난 경험을 몰아서 경험한 「키스 데이」였다.

 흔들리는 사랑의 선택지를 멈추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조금 두려워졌다.

 

 빼빼로데이 외전 (完)。

 
작가의 말
 

 외전 기준의 하루동안 키스를 몇 번이나 시킨 건지… 글 쓰는 제가 다 낯부끄러웠습니다.. 여러분은 빼빼로데이 잘 보내셨나요? 저는 피방에서 하루종일 롤만 했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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