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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브라콘 여동생은 울지 않아!
작가 : 송완청
작품등록일 : 2017.10.20

19세기와 20세기를 더불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이어진 전쟁들로 인해, 남성 인구에 대한 감소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남성 인구 부족 현상이 뒤따랐고, 성비 불균형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몇 차례의 국제 회의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심각성이 바다 위로 떠올라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모든 국가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이름은
치카사 제도(近さ制度).
수 십, 수 백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던 치카사는 역경을 딛고 성공을 향해 도약하여
비로소 21세기가 된 2000년 전후가 되어서야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된 지금, 조금 특별하고 별난 이 현재의 법을 지지하는 절대적 브라콘 오빠바라기 여동생과,
현재의 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는 은근한 시스콘 여동생바라기 오빠와 그의 파트너가 된 국가 연인 추천상대 외 몇 명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기 펼쳐진다.

 
V 활기의 학교
작성일 : 17-11-03 16:21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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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5화 활기의 학교

 

 아침이 돼 뒤척이다 간신히 들었던 단잠에서 깨어난 나는 일어나자마자 뭣보다도 밤새 내 팔을 베고 잔 동생의 머리 때문에 오른팔이 마비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몸집이 작아 그다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벅찬 안 그래도 좁아터진 이 침대에서 살결은 아니고 옷.결을 맞대고 함께 자려니 꾸깃꾸깃 자세가 어지간히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삭신이 쑤시는 나와는 달리, 곁에 누워서 함께 자고 있던 히마리는 불편하긴커녕 오히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아직도 꿀잠을 자고 있었다.

 

 얘.. 이러고 있으니 엄청 약오르네?

 침대에서 나오면서 5분 뒤로 설정한 알람시계를 큰소리로 맞춰놓고 동생 머리맡에 시한폭탄처럼 조심히 설치한 뒤 유유히 방을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후후 때론 가끔씩 유치해지는 것도 즐겁잖아?

 

 저 녀석 덕분에 늦잠을 자서 웬만해선 얄짤 없이 아침부터 쉬지 않고 움직이는 나도 몰려오는 피곤함 때문에 귀챠니즘을 느껴 찬장 안에 고이 모셔두었던 비타민 시리얼을 뜯어내었다.

 아침은 소홀하게 준비했지만 점심에 먹을 도시락만큼은 직접 엄마의 (오빠의) 사랑을 담아 만든 여러 가지 반찬들과 함께, 냉동실에 방치돼있던 솔직히 영양가는 적지만 맛은 좋은 약간의 냉동식품을 곁들여 만들고 있었다.

 

 「뜨라라라라ㅡㅡㅡ」

 기본적으로 평범한 대부분의 알람 소리들은 '따르릉'이지만 볼륨을 Max 상태로 설정한 내 방 알람시계는 일반적인 음량을 초월한 광폭적인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3.. 2.. 1.."

 탐스럽게 잘 말린 게 보기도 좋고, 또 맛도 훌륭한 오빠 표 계란말이를 도시락통에 담으면서 실실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것은 그 어떤 소음도 3초면 사라지도록 만드는 마법의 구호!

 덤으로 온 집안이 울릴 정도로 신경질을 내며 계단을 쿵쾅ㅡ 쿵쾅ㅡ 밟고 내려와 멀쩡한 부엌문을 당장이라도 부숴버릴 것처럼 팡! 하고 재껴치고 들어오면서 욕은 하고 싶은데 차마 입 밖으로 낼 엄두를 내지 못해 식탁 앞에 얌전히 앉아 구시렁 구시렁대는 귀여운 생명체도 만날 수 있으니 기회가 있다면 여러분도 꼭 시도해보도록 하세요~

 

 같이 자고 일어난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넘쳐흐르는 건지 오늘은 평소와 달리 나도 히마리도 둘 다 장난기가 넘치는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였다.

 

 게다가 오늘은 어젯밤 그 일이 있고 나서 히마리가 알아서 자제하며 응석을 부리거나 나를 달달 볶지 않아 준 덕분에 아침 등교 시간의 편의점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8시 1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7시 50분 정도쯤 학교에 도착하는 나로서 오늘은 여유까지 부렸음에도 5분이나 이른 7시 45분에 온 기분 좋은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패밀리 파티 파티 파티~ 혼자선 볼 수 없는 것도~"

 조금 이른 시간이라 보이는 사람이 없는 텅 빈 학교 복도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만화나 애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신짱 극장판의 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도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오늘 내 기분은 완전히 업 돼 있다.

 

 그렇게 복도의 무법자가 된 기분으로 복도를 오가며 들썩이는 내 어깨 위로 등 뒤에서 누군가가 손을 올려놓자 순간 오한이 들면서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히이ㅡ익?!"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어깨 위에 걸쳐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네일 아트를 받지 않은 평범한 손이지만 얇고 고운 손가락과 보통보다는 좀 더 크기가 큰 워너비 손톱을 통틀어 손 전체가 예쁜 섬섬옥수였다.

 

 누구 손이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런 손을 가진 남자 애는 호타루밖에 없을 텐데.

 그리고 호타루 걔가 이렇게 일찍 다니는 녀석도 아니란 말이지.

 사람의 특징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고 겹치는 시간대를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의 손이라 함은..

 

 "일찍 왔네요. 신이치 군?"

 아침 라디오 방송의 인기 성우나 연예인이 말해주는 달달한 멘트처럼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생각했던 대로 이 손의 주인은 카나미 씨였다.

 

 "카나미 씨 인가요? 깜짝 놀랐잖아요…"

 뒤로 돌자 어제 평상복을 입고 있던 모습과는 다르게 같은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새로운 모습의 카나미 씨가 뒷짐을 지고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델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군 살더기가 없는 쭉 뻗은 다리와 그 때문에 짧아 보일 수도 있는 살짝 아찔한 교복 치마가 어우러진 선배는 첫인상과는 또 다른 상큼한 매력이 돋보였다.

 

 "뒷모습만 봤는데도 역시 신이치 군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후훗."

 두 손을 깍지 껴서 가슴 앞부분에 올려두고 다리를 꼬며 수줍게 서있는 선배가 금방이라도 끌어안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후… 나한테 그럴 용기가 어딨어. 게다가 겨우 두 번 본 사이인데 그런 짓을 했다간 변태 취급을 당할 거라고..

 상상되는 그 최악의 상황을 잊기 위해서 화두를 돌렸다.

 "선배도 일찍 오셨네요. 역시 수험생이니까 그런 걸까요?"

 "아~ 내가 3학년이긴 해도 보통은 이렇게 일찍 오진 않아요! 봐봐요. 아직 다들 이렇게 빈자리가 많은걸요?"

 선배가 옆반 창문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배가 가리킨 반들은 정말로 모범생처럼 생긴 4~5명 말고는 8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의자가 내려져있지 않은 반이 꽤 많았다.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반 패들을 훑어보았다.

 3-C, 3-D, 3-F … …

 복도를 이리저리 누비던 내가 어느새 3학년 선배들의 공간까지 와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말이네요… 수험생이니까 무조건 공부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의외인걸요. 하하.."

 공부를 안 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선배는 무슨 일로 일찍 오셨나요?"

 "음…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떨려서 일찍 오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리고…에서 선배는 한동안 아무 말도 이어가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째서인지 말을 잇지 못하고 나와 시선도 못 마주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선배가 조금씩 조금씩 내 쪽으로 뒷짐을 지며 다가오더니 몸을 가볍게 살랑살랑 움직이며 말했다.

 "오늘 신이치 군을 만나게 되면 어떤 얼굴로 인사해야 될지… 떨려서 어제 밤새 고민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일찍 와버렸네요…"

 

 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정부 통지가 생각났다.

 어젯밤의 정부로부터 도착한 메시지와 정부 관계자가 우리 집에 방문한 시점에서 이미 카나미 씨와 나는 특별함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평범한 학교 선후배 사이가 아닌 정부 연인이 된 것이다.

 불과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이름만 주고받았던 처음 만난 카나미 씨가  정부 연인이 돼 지금 바로 앞에서 팔뚝을 쿡쿡 찌르며 내가 대답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어.. 저기 그… 그런가요?"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대는 게 어제와 비슷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 범위까지 좁혀와 적당한 단어 선정이 힘들어지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어렵게 만들었다.

 

 뭔가를 말해주기를 기대하는 카나미 씨.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워서 결국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한 채 8시가 되면서 전교에 울려 퍼지는 종을 듣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 반으로 돌아왔다.

 

 "난 정말 멍청한 녀석일지도 몰라…"

 책상에 엎드려서 두 번이나 바보같이 행동했던 나를 한탄하고 후회했다.

 서서히 애들이 많아 들어오기 시작하는 활기가 흐르는 분위기의 반 한가운데에서 혼자 저주의 주문을 읊는 것 같은 침울한 분위기로 주절거리고 있으니 애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보다 못한 호타루가 내게 다가와 뒤통수 한 대를 후려치면서 먼저 안부를 물어주었다.

 

 "기분 나쁘니까 그렇게 우울하게 구시렁거리지 마. 또 무슨 일인데?"

 "아… 왔냐. 그냥 뭐.. 난 왜 이리 바보같이 태어났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넌 생각을 입으로 다 배출하냐? 부탁인데, 입은 다물고 생각해라."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입부터 닫으라고 해서 솔직히 조금 빈정이 상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입으로 말하면서 생각했다는 거야? 난 조용히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고! (나만 모르는 무의식중의 행태)

 

 "넌 일단 너한테 거슬리는 것부터 충고하고 시작하더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물어봐 주면 안되는 거냐."

 "글쎄. 딱히 말 안 해줘도 알 것 같아서 말이지. 보나 마나 정부 통지 때문이잖아?"

 모르면 한소리 늘어놓으려고 했었는데..

 분하지만 정곡을 제대로 찔렸다.

 가소로운 녀석… 소꿉친구가 맞는 게 맞긴 한가보다.

 

 "알고 있으면 좀 물어봐 달라구.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한 손에 들고 있던 빨대 꽂힌 얼마 남지 않은 오렌지 주스를 쭈욱 들이켜 비운 뒤 쓰레기통으로 던지고 대화를 이어갔다.

 "쩝.. 하아ㅡ… 정부 상대가 맘에 안 들기라도 한다는 거냐?"

 "내가 언제 그렇게 콕 집어서 말한 적 있어? 맘에 안 들기는 개뿔이고, 솔직히 행복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지.

 카나미 선배는 얼굴도 예쁘고, 친절하고 상냥하시고, 가까이 있으면 좋은 향기도 나는 거 같고 또, 같이 얘기하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느낌마저 들고 말이야..

 겨우 두 번 마주쳐서 약간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나에겐 단순하긴 해도 그녀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만이 각인되어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걱정하고 있던 이유가 뭘까?

 히마리 때문에?

 

 "내가 보기엔 니가 문제인 거 같다."

 "… 엥.. 나한테?"

 … …

 

 "음음, 그렇네. 내가 보기에도 네가 문제인 거 같아."

 어느새 호타루와 나 사이에 한 여자아이가 끼어들어 나도 모르는 내 문제점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여자아이……?

 

 "으억? 누 누구야."

 

 레드 브라운의 눈에 띄는 머리색으로 땋은 포니테일 헤어와 강렬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베이지색 눈, 평소에 관리를 잘해서 탄탄한 몸과 카나미 씨에게는 비교도 안되지만 나름 어디 가도 꿀리지 않을 크기의 가슴을 소유한 같은 학급의 여학생인 히라가와 코코아가 뭔가 재밌는 미끼를 덥석 물고 우리 사이에 껴서 몰래 얘기를 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있잖아 있잖아 신이치~ 네 정부 상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줘봐."

 즐겁고 흥미 돋는 일이라면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 어느 순간 함께 껴서 수다를 떠는 악명 높은 히라가와가 내 팔을 손바닥으로 약하게 착착 밀치면서 오락거리를 구걸하고 있다.

 

 뭐지… 히라가와는 괴도 팬텀인가. 공간지각 능력이 발달해서 작은 움직임도 세심하게 느낄 수 있는 내 레이더망에 걸리지도 않고서 벌써 영역 안으로 들어와 있잖아?

 그나저나 내가 얘랑 친했었던가..?

 

 뛰어난 기능을 자랑하는 내 공간 레이더 지각 센서가 한낱 평범한 여자 급우한테 뚫렸다는 현실에 충격받아

 내 팔을 흔들며 이야기를 재촉하는 산들바람 같은 코코의 팔 힘에 의해 혼이 빠져버린 내 몸은 광활한 갈대 밭 중심에 땅속 깊게 박아 놓았으나 긍경'이가 절반가량 뽑힌 외로운 허수아비처럼 비틀비틀 위태롭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호타루는 놓치지 않고 불청객 코코를 불러 세웠다.

 '긍경 - 사물의 핵심이나 일의 관건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누군진 모르겠지만 네가 낄 얘기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딴 데 가서 알아봐."

 신학기 시작된 지 벌써 세 달째가 다 돼가는데 아직도 같은 반 애 이름을 모른다고?!

 방금 호타루의 충격 그 자체의 예상 밖 발언에 집 나갔던 정신이 쏙 들어왔다.

 

 "호 호타루… 니가 아무리 꽃미남이고 잃을 게 없다지만 친구 이름 정도는 기억해둬도 되는 거잖아.."

 내가 다 창피해진다..

 

 

 

 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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