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로 2
“야아, 나는 정말 가기 싫단말이야” “알아 알지만 어쩌겠어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잖아 쉽게 생각해 범학아 지금은 가서 부모님 뜻대로 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도 좀 굽히시겠지 그때까지만 부모님 말씀대로 해봐” “너까지 왜 이러냐?” 범학 뛰어간다. “범학아” 우영, 범학을 부르면서 달린다.
따라잡을 수 없는 범학 벌써 복도 끝의 코너를 돌아서 보이지 않는다.
우영 그 자리에 멈춰선다. “범학아 나도 나도 너 가는거 싫어”
희망원 강당 저녁 어스름 속에서도 연습 중인 아이들,
아이들의 목소리가 영롱하게 울려퍼지는 강당 안, 강당입구에 서서 천상의 목소리와 같은 아이들의 영롱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는 범학, 어느새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가 있어야할 곳은 바로 여긴데 학교가 아니라 여기인데”
인기척을 내지 않고 다가온 우영 어느새 범학의 뒤에 서있다.
범학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우영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저녁 무렵 작업실에서 박스 안에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챙기고 있는 서하와 준결, 서하, 아이들에게 줄 고양이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야~~옹~야~~옹~~” 준결 허걱 하는 표정으로 “누..나...심심한 야옹이야? 노..놀아줘?” “야옹~놀아줘~” “누나..무서워 고만해...잡아먹을 포스야...야옹이 아니라, 어흥~이래야 하는거 아니야?”
“야아..” 서하 고양이 모자를 벗는다. “니가 써볼래? 준결에게 고양이 모자를 씌워준다. 박수를 치면서 “와우~깜....끔찍한데”
“누우나...끔찍이 아니라, 큼직한거겠지 이렇게 큼직하고 까암찍한 야옹이 봤어? 크크큭” 웃음 소리 섞인 야옹이 소리를 낸다.
“냐~~아~~~옹~~~큭” 서하 자신의 눈을 가리면서 “으아악~안볼래 내..눈..소중한 내 눈에 무슨 짓을 하는거야 너, 앞으로 야옹이 하면...깜찍하고 자그마한 야옹이가 아니라...니가..니가 떠오를 것 같아 어쩔거야
깜찍하고 뽀송뽀송하고 하아얗고 자그마한 내 냥이 로망을 니가...으..큼직하고 검실 검실” 반바지를 입고 있는 준결의 다리를 본다 “하고, 이따~~만한...으..커다란 냥이가...내 꿈에 나올 것 같아 너 내 꿈 책임져”
“누나 꿈 책임질께 커다란 냥이 대신 내가 나와주면 되지? 원한다면 안아보게 해줄수도 있어 안아볼래? 꿈 미리보기 할겸...일루와” 두 팔을 쫘악 벌리면서 느물댄다 “뭐어? 너...일루와” 옆에 있는 인형을 들고 준결을 사정없이 때린다 준결과 서하가 웃으면서 장난치는 사이에 벽시계는 어느새 아홉시를 가리킨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태엽 시계가 반짝인다.
갑자기 푸른 안개가 깔리면서 시야가 흐려진다.
푸른 안개가 걷히면서 시야가 밝아진다.
웃으면서 장난치는 자세 그대로 정지되어 있는 서하와 준결,
어디서 나타났는지 또 다른 서하와 준결이 그들을 보고 있다.
“어떻게 된거야? 왜 이 시간으로 온거야?”
“나도 모르겠어 누나 우리 왜 여기로 온거야?”
주머니 안의 태엽 시계를 꺼낸다 테이블 위에 있는 태엽 시계와 똑같이 생긴 시계 준결, 두 시계를 양손에 들고 비교해본다.
“똑같네, 당연하지만, 신기해” 갑자기 다시 시야가 흐려진다.
서하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 다른 시간으로 가려나봐 준결아..태엽시계 챙겨” 준결 다급하게 왼손에 들고 있던 태엽시계를 내려놓고 오른손의 시계만 꼭 쥐고 있다. 두 시계가 뒤바뀐걸 모르고 있는 준결이다.
“누나 어서 내 손 잡아” 서하와 준결 손을 꼬옥 붙잡는다.
다시 시야가 서서히 밝아진다.
정지되어있던 서하와 준결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움직인다.
서로에게 여전히 장난치느라 정신없는 두 사람....또 다른 서하와 준결이 다녀간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테이블 위의 태엽 시계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반짝인다.
뒤바뀐 태엽 시계...서하와 준결은 알지 못한다.
토요일 오후, 준결 지하철역 계단 앞에 서있다. 서하 준결을 배웅한다.
“됐다니까, 여기까지 왜 나와?” “오랜만에 집에 가는거잖아 요즘 맨날
밤샘 작업하느라, 오랜만에 형도 들어왔고, 어머니랑 같이 오붓하게 잘 보내고 와” “누나..나, 맘편하게 다녀오라고 그러는거 알아”
“아닌데, 오랜만에 너 없으니까, 편해서, 이왕이면 푹 쉬다 오라구” 서하, 장난끼 가득한 웃음으로 “나 없으면 보고 싶을거면서...”
“내가?” 서하 자신을 가리킨다. “널?” 준결을 가리킨다. “왜?” 양손으로 하는 제스추어 “꿈도 야무지셔, 너나 이틀을 못참고 달려오지마”
“내가?” 역시 자신을 가리킨다. “왜?” 서하를 따라하면서 양손으로 하는 제스추어 “달려와? 간만의 자유를 만끽해야지 큭큭” “그래라” 준결 목소리 딱 깔고, 무게를 잡는다. “갔다올게 작업실 잘 지키고 있어 콘서트 잘 다녀오구 갔다와서 보고하구 알았어?” 서하 얼떨결에 “잘 다녀와요 빨..랑..와..요” 작은 목소리로 “허걱..나 왜 이러니, 으..페이스에 말려들었어” 준결 흡족한 미소인지, 느물대는 웃음인지, 알쏭달쏭하다. “누나도 여자구나” “으..내가 못살아..빨랑 안가?” 등떠민다 “어허..갑니다 가요..요럴 때” 볼을 들이대면서 “요기다 뭔가 해주면 좋을텐데” 서하 주먹 쥐고 때리려한다. “맞을텐데 까불다 얼른 안가? 맞고 갈래?” “알았어..갑니다...간다구요...누나 잘 다녀와” 계단을 내려간다. 뒤돌아보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하아..거참..좋을텐데...” 서하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다. “맞아야 가겠지?” “그냥 갑니다요~” 손을 흔들어보이고 쏜살같이 사라진다. 서하 준결의 뒷모습에 밉지않게 눈을 흘긴다. “으이구”
콘서트 날 저녁무렵, 희망원 강당에 앉아서 서하, 출판사 식구들과 관람하고 있다. 객석에는 후원자들, 아이들의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여섯 살, 일곱 살 남짓 아이들 무대 위에서 수녀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얼굴 찌뿌리지 말아요” 를 귀여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무대 옆에서 경청하고 있던 범학, 전화를 받으면서 밖으로 나간다.
희망원 입구 범학, 부모님과 서있다 범학모 “여기니?” “네..이쪽이에요” 강당쪽으로 안내한다. “너...”범학부에게 범학모, “이따가 말씀하세요” “공연 끝나고 보자”
성큼 성큼 걸어간다. 뒤돌아보면서 “이따 곽판사 내외가 딸이랑 같이 올거야 너랑 같은 나이니까, 니가 신경 좀 써줘” “네?”
“그래 안내도 좀 해주고, 신경써줘라” 범학 떨떠름하다. “네에”
희망원 강당으로 범학, 부모님을 모시고 들어가려는 찰나, 우영 나온다.
우영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누구?” “아..같이 일하는 친구에요” 범학부 대꾸도 하지않고 범학모에게 “들어갑시다” 우영 당황스러워한다. 범학 미안한 얼굴로 보면서 “들어갈게” 범학, 부모님과 안으로 들어간다 우영,
범학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본다
희망원 식당, 범학, 우영, 부모님, 원장 수녀님과 아이들, 서하, 출판사 식구들,
후원자들, 식사 중이.다 범학부 휴대폰이 울린다.
“곽판사 이제 도착했어? 잠깐만 기다려, 범학이 보낼게” “오셨어요?”
“입구에 있단다 가서 모시고 오너라” 범학 일어난다.
“네...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간다. 우영, 범학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서하 나가는 범학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범학부를 본다.
범학부 잔뜩 찌뿌린 얼굴로 식사 중이다. 범학모 우영을 흘긋 본다,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다. 범학모, 작은 목소리로 “채경이도 왔죠?” 범학부 “왔을거야”
범학부, 역시 작은 목소리로 “주제를 알아야지” 우영 자신에게 하는 말인거 같아서 기분이 언짢아져, 이내 표정이 흐려진다.
듣고 있던 서하도 얼굴을 찌뿌린다. 출판사 식구들은 떠들며 얘기하면서 먹느라 못 듣는다. 흐려진 눈빛의 우영 먹는둥 마는둥 하는데, 범학은 곽판사 내외와 채경을 데리고 들어온다. 부모님 옆자리로 안내하는 범학, 곽판사 “이거 오랜만입니다 송사장” 악수한다. 범학부, “반갑습니다 곽판사” 곽판사 부인, 범학모에게 눈인사를 건네면서 앉는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어요 곽채경입니다” 채경 공손하게 인사한다.
범학모 “잘 왔어 채경양 이쪽으로 앉아요” 범학과 마주보는 자리에 채경을 앉힌다.
우영, 범학의 옆자리에 앉아있기 불편해서 일어난다, 범학 왜 벌써 일어나냐는 표정으로 우영을 본다. 우영 슬픈 눈빛인지, 쓸쓸한 눈빛인지 모를, 눈빛으로 잠시 범학을 보더니, 말없이 나간다. 범학 착찹한 얼굴이다.
채경 두 사람을 흥미로워하면서 쳐다본다. 서하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식사하는 사람, 얘기하는 사람, 시끌벅적한 테이블, 서하 카톡 알림음이 울린다.
준결이 보낸 카톡이다. - 보고안해? 어땠어?
서하 카톡을 보낸다. - 재밌게 잘 봤어
카톡 알림음이 다시 울린다. - 지금은 뭐해? - 식사 중이야
카톡 알림음이 울린다. - 나 안보고 싶어? 서하는 얼른 진동으로 바꾼다.
서하 피식 웃으면서 카톡을 보낸다. - ㄲㅂㅈㅁ (까불지마)
준결 - ㅎㅎ작업실 들어가서 전화해 서하 - ㅇㅋ ㅂㄱㅅㄷ
준결, - 오잉? 보고싶다구? ^_^ 서하 - 보기싫다 ㅋㅋ 준결 - 삐침 -_- 서하 - 큭큭 이따 전화할께용 준결 - 그러든가 말든가 서하 - ^3^ 준결 - *@_@*
출판사 직원이 서하의 핸드폰을 본다.
출판사 직원, “뭐하세요? 남친이랑 카톡?” “아니에요”
서하, 얼른 핸드폰을 놓는다.
출판사 직원, “에이 맞구만...어떤 사람이에요?” “네? 하하 그냥 사람”
“재밌네요” 웃음소리, 서하 카톡 진동음 “남친이 부르네요 저 상관하지말고, 일보세요” 서하 발그레하다 핸드폰을 본다.
준결 - 식사해 누나 나도 식사하러 내려간다
서하 - 어 맛있게 먹어 올챙이배 되라 ㅋ
준결 - 올챙이배 돼서 보여줄게 기대해 누나 ㅋㅋㅋㅋ
서하 - 내가 미쳐 됐거든.. 어서 들어가셩~! 준결 - 넵!!!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범학부, “너 뭐하는거냐?” “이따가 말씀하세요
다들 식사중이신데..” “범학이 너 당장 짐싸서 차에 실어놔라” “아버지”
“얼른 말 들어” 큰소리에 모두 식사를 멈추고 범학부를 본다.
범학부, “이거 미안합니다 식사 하십시오” 곽판사, “자네 아버님 말씀 듣게, 오늘 나도 자네 데려가는거 거들려고 온거네” 범학, “죄송합니다” 일어나서 나간다.
범학모, “순진해빠진놈...어휴” 곽판사 부인, “요즘 애들 안같고 순수해보여서 좋은데요 뭘 그러세요” 범학모, “스물 둘이나 되가지고 순수하면 뭐하겠어요? 보는 사람만 답답하지” 채경, “저는 좋은데요 순수해서 좋아보여요”
범학모, 표정이 환해지면서 “고마워 채경양 못난 녀석 이쁘게 봐줘서”
서하 생각에 잠겨있다.
방에서 짐을 싸는 범학, 짐싸는 속도가 느릿느릿 집에 가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옆방 문이 열리는 소리 들린다. 일어나서 나가는 범학, 방에서 우영,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노크 소리 들린다. “들어오세요”
범학 살며시 들어온다. “잠깐 앉아도 돼?” “앉든지” “네말대로 가야할 것 같아” “내 말대로? 그래 가라 가” “자주 들를게” “가서 오지마” “야아..기분 풀어라” “기분 나쁜거 아니거든” “얼굴에 딱 씌여있구만 이우영 지금 기분이 몹시 나쁩니다 나 가는거 많이 서운해?” “송범학씨 넘겨짚지 마세요 그런거 아니거든요 나는 어서 갔으면 좋겠거든요” “그래?” 아닌거 알면서도, 서운하다 “알았어” “어서 내려가봐 부모님 기다리시겠다” “연락 자주 할게” “알았어 어서 가봐” “나오지마” “그래 잘가”
우영 범학이 가는 모습을 안보려고, 등을 돌리고 앉는다. 범학 그냥 가려다, 우영을 백허그한다. “범학아” “학교 도서관에 주로 있을거야 놀러와” “그럴게” 범학 우영을 힘껏 끌어안는다. 우영 범학의 백허그에 슬프다.
범학 일어나서 나간다. 우영 그대로 앉아있다.
방 바깥 복도, 가방을 들고 나오는 범학 복도에서 꼬마아이와 마주친다.
꼬마아이, “범학삼촌 이거” 꼬깃 꼬깃 접은 종이를 내민다 범학, “뭐야?”
꼬마아이, “편지, 범학삼촌, 새별이랑 나랑 같이 썼어” 혀짧은 귀여운 목소리다 범학, 꼬마아이를 꼬옥 끌어안는다. “고맙다 은별아, 수녀님 말씀 잘 듣고 잘 놀아” 꼬마아이, “네” 범학,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꼬마아이를 본다. “우영 이모 말씀도 잘 들어 말썽 부리지 말고” “네” 범학 내려가면서 손을 흔든다. 꼬마아이도 손을 흔든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범학부, “왜이리 꾸물대냐” 범학, “아버지 왜 나와계세요?” 범학부, “니가 하도 안와서 나와봤다” 범학 차에 짐을 싣는다. “들어가세요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