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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태엽 시계
작가 : 고보배
작품등록일 : 2017.10.27

소설가 단서하는 웹사이트에 추리 소설을 연재하다 인기를 얻어서
소설책을 출간하게 된 유명한 추리소설작가다.
동료 겸 조수로 일하는 준결은 음악 심리 치료사다.
서하의 책이 출간된지 6개월쯤 지났을까
서하는 수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추리 소설 작가답게 사건을 해결해가던 서하와 준결은,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주인을 잃고 버려진 낡은 태엽시계를 얻게 된다.
골동품처럼 보이는 낡은 태엽시계가 왠지 무슨 사연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준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지고 오는 서하,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겨난다. 우연한 계기로 낡은 태엽시계를 얻게 된 서하는, 작품이 풀리지 않는 어느 밤에
우연하게 태엽시계를 만지작거리면서 돌리다, 아홉시가 되면 태엽시계가
저절로 움직임을 알게 된다.
스르르 움직이는 태엽시계를 깜짝 놀라서 지켜보던 서하와 준결은, 태엽시계의 움직임이 멈춘 후 방안을 둘러보다가 시간이 8시 55분 과거로 돌아가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작동 오류일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했지만,
다음날 다시 그 시간에 태엽시계를 만지작거리다 똑같이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10분전의 과거로 돌아가있다.
서하는 태엽시계가 과거로 돌아가는 장치임을 알게 되어, 그 다음날 준결과 함께 태엽시계를 돌려본다 이번에는 함께 과거로 돌아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서하와 준결은 자신들의 실험을 통해서 태엽시계의 작동법을 익혀간다.
태엽시계를 얻은 후 다양한 사건을 찾아다니게 되는 서하와 준결,
두 사람은 태엽시계를 통해서 많은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4.아홉시 그들의 시간 4
작성일 : 17-10-27 13:44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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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홉시 그들의 시간 4

 

 “그때로 그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서 종혁이 대신 내가 그렇게 됐으면 모두 다 괜찮았을텐데 그랬다면 모두다 괜찮을텐데” 신준, 중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만 들이킨다. 성식 민형을 한번 노려보다가 에잇~하면서 술을 벌컥 들이킨다.

 

 “효..화야..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그랬으면

 

 우리 모두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그랬다면 모두 다 괜찮았을텐데

 

 성식이 말이 맞아 모두 다 내 책임이야 나 때문에 그랬던거야

 

 효화 네 잘못이 아니야 나 때문에 그랬어”

 

 서로를 끌어안고 우는 네 사람, 인경, 효화, 신준, 중연, 민형 후회로 가득 한 얼굴로 눈물을 흘린다. 성식 계속 술만 들이킨다.

 

 준결 서하에게 무언의 눈짓을 보낸다. 서하 준결의 말을 알아듣고,

 

 준결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는, 들릴세라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포차 앞 밤 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쓰자는 거야?” “써보자 누나” “아직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모르니까 더 써봐야지” “돌아오지못하면 어떡해?” “돌아올거야 아까도 정지된 사람들 다시 움직였잖아” “이번에도 될까?” “그러니까 해봐야지”

 

 “에이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 “잘 생각했어” “들어갈까” “그래”

 

 결심한듯 포차 안으로 들어가는 서하와 준결의 뒷모습이 사뭇 비장해보인다.

 

 

 

 

 멈춰서있는 차 안에는 밴드 장비가 실려있고 비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밴드 사람들과 그 틈에 역시 굳어있는 얼굴로 앉아있는 서하와 준결이 보인다.

 

 “다들 괜찮겠어요?” “그게 가능한건가요?” 중연이 묻는다.

 

 “가능한지, 아닌지는 해보면 알겠지” 준결의 대답이다.

 

 “정말 되는거에요? 믿을 수가 없어서” 성식, 못 믿겠다는 얼굴로 준결을 본다.

 

 “저희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해보는거죠” 확신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준결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하다.

 

 “뭐든 좋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민형, 결심한듯 말한다. “여자분들 괜찮겠어요? 효화씨?” 서하, 걱정스러운 목소리다.

 

 효화 고개를 끄덕인다.

 

 

 

 

 민형이 운전하는 차는 달리고 달려서 어느새 펜션에 도착한다.

 

 저녁 무렵의 펜션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경치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펜션 안으로 들어간다. 넓은 펜션 거실에 긴장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 밴드 사람들과 서하, 준결,

 

 서성이며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은 어느덧 아홉시가 되어가고,

 

 긴장한 얼굴로 태엽 시계가 놓여있는 테이블 주위로 모여드는 밴드 사람들,

 

 뎅뎅뎅뎅 시계가 아홉시를 알려준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태엽 시계를 응시하는 사람들,

 

 태엽 시계가 갑자기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놀라면서 주저앉는 밴드 사람들, 시계를 들고 있는 서하를 본다.

 

 기억을 더듬어보는 서하, 작업실 안에서 의논했던 두 사람의 대화를 떠올려본다.

 

 “시계를 몇 번 돌려야하지?” “누나가 한번 돌렸을때는 5분전으로 돌아갔고, 내가 두 번 돌렸을때는 10분 전으로 돌아갔어

 

 얼마전에 우리가 태엽과 큰 바늘을 동시에 한번 돌렸더니 하루가 되돌아갔어

 

 한달 전으로 되돌리려면 몇 번을 돌려야할까?“

 

 “으..몇번을 돌려야하는거야? 서른 번? 바늘과 태엽을 동시에 서른 번 돌려야해? 단축키 같은거 뭐 그런거는 없나?” 태엽 시계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는 준결과 서하는 답답하지만, 되는대로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서하 들고 있는 태엽 시계를 정확하게 서른 번을 돌린다.

 

 

 

 

 푸른 안개가 깔려있는 것처럼 서서히 흐려지는 방안, 다시 펜션 안이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들 연습 중이다.

 

 갑자기 기타를 멈추고 효화에게 소리를 지르는 민형

 

 “야, 너 그것밖에 못해 지금 몇 번째 하는거야?”

 

 “나 안해 연습 안 한다구 목 아파서 더이상 목소리가 안 나와”

 

 “우리 다 마찬가지야 너만 그런거 아니라구 너 보컬에서 빠질래? 너 말고도 우 리 보컬 하고 싶어하는 애들 많아”

 

 “민형아 말이 너무 심하잖아 효화한테” 종혁, 효화를 두둔한다

 

 “그래 너 효화 좋아한다 이거냐? 너네 연애질 하라구 밴드하는거 아니다

 

 지금 효화 얘 목 상태봐라 보컬이면 알아서 목 관리해야지

 

 공연 얼마나 남았다고 목 상태가 요모양이야”

 

 “너 너무 차갑다 너 효화한테만 특히 더 그래 왜 그러냐 너?”

 

 “종혁이 말이 맞다 민형아 너 효화한테 특히 더 그런다 왜 그래?

 

 너 효화 좋아하냐?” 성식, 민형에게 비아냥댄다 “무슨 말이야? 거기서 효화 좋아하냐는 물음이 왜 나와?” 민형, 정색한다 “그렇잖아 유난히 효화한테만 더 엄격해”

 

 성식도 같이 정색한다. “보컬이잖아 리드 보컬, 보컬이 목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해서 그것도 공연 얼마 안 남겨두고 말이야 어쩌라는 거야? 자기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보컬, 나 그런 보컬 필요없다 너네도 잘 들어 너희들 다 안일한 생각으로 연습하려면, 모두 다 때려쳐”

 

 “야아, 너 너무 하잖아 우리한테” 가만히 있던 신준 한마디 거든다.

 

 “그래 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지금” 인경, 동의한다.

 

 “나는 민형이 이해한다 리더가 마냥 오냐 오냐 해줄 수는 없지”

 

 중연, 민형을 두둔한다.

 

 “오냐 오냐 하는 차원이 아니라, 민형이 녀석 너 지금 긴장하는거 부담되는거, 우리한테 까탈부리고 있잖아 그만 해라 뭔 사내 자식이 히스테리가 그리 심하냐” 성식, 여전히 비아냥댄다. “히스테리 너 말 다했냐?”

 

 “그만들 해라 이러다 싸우겠다”

 

 “그래 그만해 그만들 하라구 내가 내가 그만 두면 되잖아 내가 그만둘게 자기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같은 보컬은 니네한테 폐만 끼칠 뿐이야 나 그만 둘게 다른 보컬 구해봐” 효화 눈물을 흘리면서 뛰쳐나간다.

 

 

 

 

 펜션 바깥으로 뛰어나가는 효화를 따라 나와서 붙잡는 종혁,

 

 효화 종혁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간다.

 

 

 

 

 갑자기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종혁 따라가려다

 

 스산한 바람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푸른 안개가 걷혀지고 펜션 안이 밝아온다.

 

 그 자리에 그대로 정지되어 있는 밴드 사람들 틈에 효화와 종혁만 보이지 않는다. 마치, 마네킹을 보듯 자신들을 보고 있는 밴드 사람들, 놀라면서 굳어진다.

 

 “시간이 없어요 효화씨 어서 나가봐요 종혁씨를 잡아야죠”

 

 “민형씨도 같이 나가봐요 종혁씨한테”

 

 효화와 민형 놀라움을 뒤로 한채 밖으로 나간다.

 

 

 

 

 안에 남겨진 사람들, 놀라움 반, 신기함 반으로

 

 정지되어 있는 자신들을 살펴본다.

 

 

 

 

 펜션 바깥, 종혁 뒤를 돌아보다 나오는 민형과 효화를 본다.

 

 “어? 효화 너 아까 저쪽으로 뛰어갔는데 언제?”

 

 “너 놀래켜줄려고 뒤쪽으로 돌아왔어 너 아까 놀랬지?”

 

 “그래 너 놀랬지? 우리가 너 깜짝 파티 해주느라고”

 

 종혁,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뭐야? 너네 나 놀래켜주려고 장난친거야?”

 

 “그..래..오늘 너 생일이잖아 깜짝 놀랬어?” “우와 너희들 대단하다

 

 정말 깜빡 속았어”

 

 종혁, 박수를 치면서 “녀석들 환상의 호흡인걸 하하하하”

 

 

 

 

 어디선가 총소리 들려오고 근처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 들린다.

 

 

 

 

 “무슨 소리지?” “어디서 맷돼지 잡나보다 이 근처에 요즘 맷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더니 다 저녁때까지 맷돼지를 잡네”

 

 “효화야 안 나가기 잘 했다 총에 맞을 뻔 했잖아” 효화, 갑자기 그렁그렁해지면서 “그..으..래..” 효화 종혁을 와락 끌어안는다.

 

 종혁 영문을 몰라서 안긴채로, 효화 너머에 민형을 본다.

 

 민형도 눈물을 흘린다.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 갑자기 푸른 안개가 깔리면서 흐려진다.

 

 

 

 

 푸른 안개가 짙어지면서 펜션 방안이 흐려진다.

 

 

 서서히 걷히는 푸른 안개, 펜션 안에서 멈춰있던 사람들 움직이기 시작한다.

 

 

 

 

 효화 어느샌가 들어와있다.

 

 

 

 

 

 

 

 

 

 

 “효화야 아까 내가 말이 심했다 미안하다 공연 앞두고 넘 예민해졌나봐”

 

 

 

 

 민형, 효화에게 사과한다.

 

 

 

 

 “괜찮아 나도 목 관리 잘 할게 앞으로는,” “이제 다들 괜찮은거냐 잠깐 쉬었다 하자 왜 이리 갑자기 잠이 쏟아지냐 피곤하네”

 

 

 

 

 민형, 피곤한듯 쇼파에 기댄다. “종혁이 어디 갔냐?” 신준, 묻는다.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종혁이 들어온다.

 

 

 

 

 

 

 

 

 

 

 “나 여기 있어 뭔 놈의 안개가 이리 심하누 효화 너 아까 밖에 있었잖아 언제 들어왔어? 민형이는 또 언제 들어오구? 너네?” “뭔 소리래? 헛 소리 하지 말고 야 좀 쉬어라 인경아 아까 사온 빵 좀 줘 배고프다 종혁이도 좀 줘라” 종혁 갸웃거리면서 인경이 주는 빵을 받는다. 효화, 인경이랑 같이 밴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준다.

 

 

 

 

 저녁 무렵의 작업실 안에는 서하와 준결 두 사람뿐이다.

 

 서하 피곤해보이지만 뿌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준결 빙그레 웃으면서 서하를 본다. “오늘 우리 대단했어 서하 누나”

 

 “그래 우리 오늘 대단했어 준결아 우와 그러니까 이게 우리의 첫 사건인가?

 

 우리가 첫 사건을 해결한거야?” “그렇지..서하 누나의 소설 자료가 하나 늘었네” “그런건가? 준결아 아참, 너 아까 민형이란 친구한테 뭐라고 한거야?”

 

 “몰라도 돼 누나는...” “너 그러기야? 일루와봐” “어허 내가 누나한테 왜 가나..누나가 오시죠” “이뻐해 줄랬더니 싫으면 관둬라” 준결, 귀여운 걸음걸이로 걸어오면서 “이뻐해주세요” 귀여운 아기 고양이 같은 준결의 눈빛에 속으로 웃음을 참는,

 

 서하 가까이 온 준결에게 헤드락을 걸면서, 아기 고양이처럼 머리를 쓰다듬는다. 준결 켁켁 댄다. 서하 의기양양하게 풀어준다. “어떠냐 내 애정 표현이?” 준결 켁켁대면서 “콜록 콜록 누나 애정 표현이 너무 과격한거 아냐” “어때? 강렬하잖아”

 

 “누나 그러니까 여태 남자친구가 없지 어쩌려구 그래 그 나이까지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없이” “그러는 너는 왜 없으실까?”

 

 “나야 뭐 그동안 너무 무리해서 달렸으니까 지금은 잠시 쉬는 중이고 조만간 내게 대기중인 걸을 만나러 출동하셔야지”

 

 “웃기셔~네게 대기 중인 걸은 무슨, 네가 들이대기 중인 걸이겠지”

 

 “누..우..나...들이대는건 말이야 바로 이런걸 말하는거야” 준결 서하의 입술 가까이 얼굴을 바짝 들이대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서하 깜짝 놀라면서 슬슬 뒤로 물러난다.

 

 준결 서하의 입술 근처에 자신의 입술을 바짝 들이대다가 닿을랑 말랑 하는 시점에서 딱 멈춘다. “어때? 이제 알겠지? 들이대기가 뭔지?” 서하, 살짝 떨렸던 마음을 감추면서 “어..어어” “오늘은 들어가본다 누나 며칠째 누나랑 밤샘 했더니 피곤해서 가서 자야겠어” “그래 들어가라” “그럼 누우나 굿나잇~” 준결 윙크를 보내면서 사라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서하 숨죽이며 있던 가슴을 진정시킨다.

 

 “짜식~깜놀했잖아 제법 나쁜 남자의 스멜을 풍기신다니까, 우리 하준결군께서~노처녀 가슴 떨리게 스리~하하하하” 책상 위의 태엽 시계 환하게 반짝인다.

 

 

 

 

 저녁 무렵의 펜션 안, 다시 연습을 시작하는 밴드 사람들, 민형 기타로 kings of convenience - live long을 연주한다. “어 그 곡? 좋다 이 곡도 우리 공연때 해볼까” 효화, 민형의 곁에 앉아서 연주를 듣는다. “그러자 이 노래 어서 찾은거냐? 좋다” 성식, 박수를 치며 찬성한다. “글쎄 갑자기 떠올랐는데 어서 찾았는지는 모르겠네 이 노래 들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하잖아 어때? 니들은?” 민형, 기억을 떠올려보려하지만 생각이 나지않는다.

 

 

 

 

 “그러네 맘 편해지면서 평온해지는게, 어쩐지 나른하다” 종혁, 꿈을 꾸듯 중얼거린다. “마치 나른한 봄날 오후 같은 노래다” “그거 좋다 나른한 봄날 오후 인경아 이거 따라서 연주해봐” 민형 즉석에서 나른한 봄날 오후 멜로디를 기타로 연주한다. “좋은데” 멜로디를 따라 건반으로 연주한다. 신준, 중연 인경의 건반을 들으면서 같이 연주한다. 성식 흥얼 흥얼 멜로디를 따라 부른다. 종혁 노트를 꺼내서 뭔가 끄적인다 노트 나른한 봄날 오후 가사를 쓰고 있다.

 

 생각나지 않는 민형의 기억 속에는 준결이 있다. 민형에게 귓속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중얼거리는 준결, 민형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노래 한번 들어봐 kings of convenience - live long” “고맙습니다..”

 

 

 

 

 오후의 거리는 활기차다. 준결, 사람들 구경에 잠시 정신을 팔다가 어딘가로 바쁘게 걷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준결, 틈틈이 핸드폰을 본다. 서하에게 연락이 없다 ‘심심하지도 않나? 나 뭐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흥, 입을 삐죽거리다 ‘심심하다고 연락할 여자면 단서하가 아니지 쉽지 않아 쉽지 않은 여자야 그래서 더 궁금하단 말이지 대체 서하 누나는 어떡해야 넘어오려는지 들이대는 여자들로 귀찮을 정도였던 내가 어쩌다가’ 피식 웃는 준결, 괜한 생각에 쑥스러워져서 머리를 긁적인다. "그나 저나 오늘은 열었을지 모르겠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바쁘게 걷는다.

 

 골동품 가게 부근 거리에서 바쁘게 걷다가 멈춰서는 준결, 환기라도 하는듯 골동품 가게 양쪽 문이 활짝 열려있다. 준결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누나 거기로 와 골동품 가게로 지금 바로 와 태엽 시계도 가지고 와” 준결 심호흡을 하면서 골동품 가게로 천천히 걸어간다.

 

 

 

 

 골동품 가게 안에는 특별할 것이 없어보인다. 특별해보이는 것이라고는 수염이 덥수룩한 주인장뿐이다. 혼자서 차를 마시던 주인장 준결을 보더니 안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허허 이상한 냥반이시네 손님한테 인사도 없고’ 골동품 가게 안을 둘러볼까 하다가 주인장이 앉았던 의자에 털썩 앉는다.

 

 

 

 

 ‘많이 걸었더니 다리 아프네 목도 마르고 서하 누나가 빨리 와야되는데’ 발 소리 들리더니 주인장 때마침 차를 한잔 내온다. “마시게” “감사합니다” 목이 말라서, 사양하지 않고 마신다 뜨겁지 않고 따뜻한 차, 적당히 미지근한 차가 차가운 냉수보다 더 시원하다. “갈증에는 너무 차가운 물이 오히려 더 목마르게 하지 천천히 들이키게 갈증도 서서히 가실테니” 찾아온 손님에게 용건도 묻지않고 차부터 권하는 특이한 주인장은 손님의 마음까지 읽고 있는 듯 보인다. 준결 자꾸 문쪽을 본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네 누나가 올거에요” “누나? 친누나는 아닌 것 같구”

 

 

 

 

 “같이 일하는 선배 누나에요” “선배라, 자네 올해 몇 살인가?” 준결 의아해하면서 “스물 일곱입니다” “좋을 나이네” 바깥을 내다보는 주인장의 시선을 따라 준결도 바깥을 본다.

 

 

 

 

 멀리서 바쁘게 걸어오는 서하가 눈에 들어온다. “어? 저기 오네요” “저 아가씨인가? 하하하하 자네가 고생 좀 하겠구만” “네? 무슨 말씀이신지?” “고생해도 다 자네가 좋아서 하는거니, 뭐 내가 뭐라 말할건 없구 이거 한가지만 명심하게 자네는 말이야 빛이 되어야지 그림자가 되어서는 안되네 이거 하나만 꼭 명심하게 꼭 빛이 되어야하네 그림자가 되어서는 안돼” 준결에게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며 알 듯 모를듯한 웃음을 보인다. 서하 바쁘게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거 보셨어요? 예전에 여기서?” 서하 오자마자 다짜고짜 주인장에게 태엽 시계를 내민다.

 

 

 

 

 주인장, 태엽 시계를 살펴보면서 “봐도 못본것처럼,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이 태엽 시계는 그런 시계네 이 태엽 시계가 자네들 손에 들어온 이상 이제 이 시계는 자네들 소유야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여기 이 청년 속 좀 적당히 썩이라구” “네?” “모르면 됐네 차차 알게 될거네 어서들 가봐” 주인장, 의아해하는 서하의 눈빛을 외면한채, 바깥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보면서 문을 닫는다. “저희들 그만 가보겠습니다 가자 누나”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서하를 재촉하는 준결, 서하는 준결의 재촉에 궁금함을 뒤로 하고, 꾸벅 인사하면서 태엽 시계를 가방에 넣고 나가려는데, 어떤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우울해보이는 눈빛의 침울한 모습의 남자다.

 

 

 

 

 서하와 준결 나가면서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서하를 한참 본다. 준결 서하를 재촉해서 데리고 나간다. 남자 뒤돌아서 서하를 본다. 서하 남자와 다시 눈이 마주친다. 우울한 눈빛의 남자가 어쩐지 안쓰러워지는 서하, 남자는 가느다랗게 웃어보인다. 서하도 가볍게 웃어보이며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괜스레 불쾌해진 준결, 남자를 뒤돌아본다. 남자는 준결과 눈이 마주치자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서하 의아한 눈빛으로 준결을 본다 준결도 같은 눈빛으로 서하를 보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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