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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기타
조선 여류화가 홍다연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0.26

자유 분방 당찬 홍다연. 조선의 성리학에 정면 도전하여 화공으로써 꿈을 위해 달려간다. 다연과 밀당하는 발명과학 천재 김민찬. 눈 앞에 그림은 알아도 사랑은 모른다. 그림을 맘껏 그리기위해 조선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연은 위작에 발을 담그게 되는데...

 
1. 조선에서 여인으로 사는 법 - 1,2
작성일 : 17-10-26 21:01     조회 : 444     추천 : 2     분량 : 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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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선에서 여인으로 사는 법

 

 1화

 

 

 

 검은 먹물이 거침없이 종이 위를 내달린다. 먹의 농담이 자유자재다. 붓을 쥐고 있는 손이 아직 어린티를 못 벗은 여자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가씨 또 그림 그리시는 것입니까?”

 “대감마님께서 그려도 된다고 했어. 유모.”

 “네네, 쇤네도 알고 있습죠. 그래도 밥도 안 드시고 줄기장창 그려대시면 어떡합니까! 쇤네 걱정 되서 속이 다 쓰립니다. 아가씨.”

 

 다연은 토라져 그리던 그림을 반대로 돌려 유모를 등지고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온통 다연이 그린 수묵화가 널브러져있었다.

 

 “뭐가 이리 소란스러운 게야.”

 

 별채로 건너 온 윤씨 부인이 막금을 흘기며 말했다.

 

 “아…… 저, 마님. 그게…….”

 “……또 저 아이 때문인 게냐?”

 “점심때가 지났는데도 계속 그림만 그리셔서…….”

 

 막금은 불안한지 윤씨 부인 눈치를 보았다.

 

 “안 먹으면 지만 손해인 게지. 귀한 쌀 아끼고 좋지 않으냐.”

 

 윤씨 부인은 대춧빛 치맛단을 움켜쥐고 팩하니 돌아섰다. 별채를 나서던 그녀는 뒤를 돌아 다연을 흘겼다. 다연은 누가 온지도 모르고 계속 그림 삼매경이었다.

 

 “어미가 돼서 지 딸 뭐하는지 신경도 안 쓴다더냐. 어찌 별채 소리가 안채에 넘어와!”

 

 막금을 노려보며 소리를 내지른 그녀는 별채를 벗어났다.

 

 “후우……. 아가씨! 방금 마님 왔다 가신 거 아십니까?”

 “…….”

 “아가씨!”

 

 막금이 소리치자 다연은 벌떡 그림을 들고 일어섰다.

 

 “봐봐! 다 그렸어! 대감마님이 보여주신 그 그림이다?”

 “쇤네 말 안 들으셨죠?”

 “응? 뭐라고 그랬어? 유모?”

 

 정말 못 들었는지 해맑게 웃는 다연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네, 다 그리셨으면 이제 점심식사 하셔야죠.”

 

 막금은 포기했는지 몸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다연의 손에 들린 그림이 명나라 유명한 왕시민의 그림인줄 막금이 알 리가 없었다.

 

 

 

 막금은 준비해둔 점심상을 들여왔다. 바닥 가득 어질러진 그림들을 정리하며 툴툴댔다.

 

 “이렇게 어질러놓으시고……. 마님께서 그림 그리는 거 싫어하시는지 모르십니까? 이 쇤네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막금이 잔소리를 해도 귓등으로 들으며 다연은 한입 커다랗게 쌀밥을 퍼먹는다. 복스럽게 먹는 다연을 보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왜 내 맘대로 그림 하나 못 그리는데?”

 “그거야……. 그러니까, 그게…….”

 

 막금은 아직 어린 다연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워 입술만 달싹였다. 이제 여섯 살이 된 아이에게 신분이며 국법이며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가씨는 여자니까 그렇죠.”

 “여자는 그림 그리면 안 돼?”

 

 다연은 어느덧 밥을 다 먹었는지 커다란 눈망울로 물어왔다. 막금이 뭐라 설명해야할지 고민할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어머니.”

 

 막금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나가보시게.”

 “네, 네…….”

 

 막금은 연향을 제대로 쳐다 못보고 방에서 나가기 바빴다. 기생출신인 연향인데도 왠지 무서웠다. 막금이 나가자 연향은 다연의 앞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다연이 그려재낀 수묵화들이 즐비했다.

 

 “왜 여자는 그림을 그리면 안 되냐 했지?”

 “네? 네.”

 “그것은……네가 내 딸로 태어났기에 그런 것이다.”

 

 다연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네 어미인 나는 천한 기생출신이다. 이 조선 땅에서 자식들은 어미의 신분을 물려받는다. 이 어미가 천하니 너도 천한거야. 너나 막금이나 다른 게 하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 네가 별채에 있을 것 같으냐? 너도 크면…… 어디 관기로 소속 되서 이 어미처럼 같은 삶을 살아야하는 게야.”

 

 어린 다연의 눈에 눈물이 한가득 맺혔다.

 

 “대감께서 우리 모녀를 아껴주셔서 네가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다. 앞으로 한 번만 더 마님 눈 밖에 나면…… 그땐 무조건 회초리를 들 거다.”

 

 연향은 눈물이 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널브러진 수묵화들을 하나씩 줍기 시작했다. 다연의 그림을 갈무리하던 연향은 한 그림에 시선이 멈췄다.

 

 “이, 이것을 네가 그린 것이냐?”

 

 연향이 지목한 것은 막금에게 자랑하며 보여준 그림이었다.

 

 “네, 어머니.”

 “이걸 어디서 봤느냐?”

 “대감마님이 저번에 보여주셨어요.”

 

 명나라 정통 문인화파인 왕시민의 그림이란 걸 아직 어린 다연이 알리도 없었다.

 

 “이 산수도를 네가 봤다고?”

 “제대로 보여주신 건 아니었고……. 저번에 글공부 가르쳐주실 때 살짝 봤어요.”

 

 연향은 놀라움을 애써 감췄다. 원체 산수의 기틀을 다진 왕시민의 화풍을 일패기생이었던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어깨너머로 본 이제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똑같이 모사했다는 것이었다.

 

 분에 넘치는 재능이 다연에게 있다는 걸 연향은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 재능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밟힐 것이었다.

 

 기생의 딸로 태어났으면 기생이 되는 것이 조선의 법도요 성리학의 나라다.

 

 

 2화

 

 

 대제학 문형 홍석주가 퇴청했다. 윤씨 부인이 홍대감의 관복을 받아들어 정리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부인, 오늘 집에 별일은 없었습니까?”

 

 자상한 인품과 높은 식견으로 유명한 것이 허풍은 아닌 듯 홍대감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말을 머뭇거리는 윤씨 부인의 태도에 홍대감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엇이 부인의 마음을 불편케 했습니까?”

 “저…… 그것이 별채 일로 그렇습니다. 이런 집안일은 대감께서 신경 쓰실 것이 못됩니다.”

 “내 가족의 일인 것을요. 혹시 연향이 때문입니까? 부인?”

 

 첩의 이름이 거론되자 윤씨 부인의 낯빛이 일순 어두워졌지만 금세 밝아졌다.

 

 “천첩의 일로 제가 신경 쓴다면 투기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것이 아니오라 다연이 때문이지요. 이제 곧 나이도 차고 관기가 될 아이가, 위아래를 모르는 것 같으니…… 다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자신의 교육 잘못이라고 말하는 부인을 서글한 눈빛으로 홍대감은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말귀를 못 알아들을 나이도 아니고, 부인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부인 마음을 어지럽힌 그 아이를 내 직접 봐야겠습니다.”

 

 안채에서 일어나 벌컥 문을 열어젖히는 대감을 그녀는 차마 막지 못했다. 무언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갔다. 눈엣가시 같은 연향모녀를 내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분위기가 달랐다.

 

 별채로 향해 걸어가는 홍대감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다 치맛단을 움켜쥐었다.

 

 

 

 별채로 건너온 홍대감은 오랜만에 보는 연향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연향은 늘 마시던 감초 달인 물을 내려놓고 맞이했다.

 

 “대감마님.”

 “한동안 얼굴보기 힘들었구나. 아무래도…… 주영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괘념치 마십시오.”

 

 고개를 숙인 연향의 모습에 대감은 속이 뒤틀렸다.

 

 “다연이 그 아이는 어딨는가?”

 “건넛방에 있습니다. 불러올까요?”

 “아니, 내 직접 보리다.”

 

 연향은 낮에 갈무리해둔 다연의 그림을 대감께 보여드릴까하다 포기했다. 어차피 관기로 갈 아이였다. 대감께서 힘을 써주지 않는 이상 힘들었다.

 

 홍대감이 건넛방 문을 열자 안에는 다연이 시뻘개진 눈으로 훌쩍거리며 붓을 놀리고 있었다. 대감이 왔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 그림에 몰두하고 있었다. 방바닥에 즐비하게 깔린 수묵화들이 대감의 눈에 들어왔다.

 

 그저 낙서라고 생각했던 그가 하나를 집어 들어 자세히 보았다.

 

 “……이것은!”

 

 낮은 그의 목소리에 다연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대, 대감마님…….”

 “네가 그린 것이냐?”

 

 낮게 깔린 음성에 더욱 놀라 다연은 어깨를 움츠리며 시뻘개진 눈에 어느덧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낮에 어머니에게 잔뜩 혼난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혼났지만 그림을 몰래 또 그린 것이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게 너무 억울해서 하염없이 울었다.

 

 그런데 하필 대감마님이 그림 그리는 걸 본 것이다.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다연은 겁에 질려 닭똥 같은 눈물을 계속 흘렸다.

 

 “왜 우는 것이냐.”

 “……잘, 잘못했어요. 대감마님.”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두 손을 빌었다.

 

 “혼내려는 것이 아니다.”

 

 놀란 다연이 큰 눈을 껌벅이며 올려다보았다.

 

 “이 그림 네가 그린 것이 맞느냐?”

 “네.”

 “이걸 어디서 보고 그렸냐?”

 “……저번에 글공부할 때 살짝 봐서요.”

 

 홍대감은 다연의 말에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며칠 전에 지인이 청나라에서 구한 그림을 선물 받았다. 그 그림을 아이들 글공부를 봐줄 때 벽에 걸어놓았을 뿐이었다. 그때 살짝 본 것을 기억하고 그렸다는 소리였다.

 

 “하아…….”

 

 연향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

 “연향, 다연이가 이걸 직접 그렸다는데 알고 있었는가?”

 “송구하옵니다.”

 

 대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가 송구할 게 뭐가 있는가. 하지만…….”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연이 그린 그림은 왕시민의 산수도였다. 그 수려한 붓놀림은 도저히 이제 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 것이라곤 믿기지가 않았다. 다소 투박한 것이 어린아이의 손놀림으로 보이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완벽할 만큼 모사했다. 그것도 어깨너머로 한번 본 그림을 기억해서 따라 그렸다는 것이다.

 

 “후우……. 조선 땅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다연이 너는 그만하고 자거라. 자네도 이만 들어가고.”

 

 그는 다연의 그림을 쥐고 사랑채로 향했다. 정신없이 사랑채로 들어온 홍대감은 벽에 걸린 그림을 떼서 다연의 그림과 대조했다.

 

 얼핏 본 것이 전부인 아이가 그린 그림은 놀랍게도 빠뜨린 것 하나 없이 일치했다.

 

 “하아…… 어찌 그저 한번 본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한단 말인가.”

 

 믿을 수 없었지만 현실이다. 천재라는 말밖엔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나 천재면 어떻단 말인가. 다연이는 평생 관기로 살아갈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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