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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최악의 악마 (4)
작성일 : 17-10-19 14:53     조회 : 109     추천 : 0     분량 : 8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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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넷? 그게 무슨 소리예요?”

 

 모니카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녀 뭇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아직 남자의 손도 잡아본 적 없는 정숙한 처녀다. 그런 그녀에게 천유강의 폭탄 발언은 잠을 완전히 깨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자신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천유강이 다시 말을 정정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가 당신의 몸을 조종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오해는 풀렸지만 이건 또 이것대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제 몸을 조종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었습니다.」

 

 천유강은 자신의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자신이 그녀의 몸을 조종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꼭 그래야 하나요? 당신의 사정은 알겠지만 에디아 사제님의 말에 따르면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했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인 겁니다. 결코, 그렇게 쉽게 흘러갈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에디아 사제님이 신탁을 받은 것처럼 당신도 그 비슷한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대륙 전체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 하지 않았나요?」

 

 천유강의 설득에 모니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숨을 쉬며 승낙했다.

 

 “알겠어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글쎄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냥 저를 인정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인정이요?”

 

 「네. 제가 몸을 움직이려 하면 그대로 몸을 맡겨 주세요.」

 

 천유강의 말에 다시 크게 한숨을 쉰 모니카는 몸의 힘을 완전히 풀었다. 그러자 정말로 몸의 주인이 바꿨다.

 

 처음에 손가락만 까닥하다가 이내 몸을 일으키는 것까지 성공했다.

 

 “성공입니다, 모니카 사제님.”

 

 「이게 정말 되는 거군요.」

 

 이제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입으로 소리 내는 쪽이 천유강이고 머릿속을 울리며 말을 건네는 것이 모니카였다.

 

 “그럼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천유강은 방 가운데에 가서 몸을 풀었다. 여자 몸이라 그런지 몸이 유연해서 움직이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가슴만 없다면 정말 좋았을 거다.

 

 “원래 이렇게 덜렁거리는 건가요?”

 

 모니카는 소위 말하는 콜라병의 풍만한 몸매라서 걸어 다닐 때도 뭇 남자들의 방심을 흔들었다. 성직자에게는 불필요할 정도로 좋은 몸매고 무인으로서도 움직이기 불편했다.

 

 「무, 무슨 소리예요! 이 파렴치한!」

 

 모니카가 흥분하자 몸의 주도권이 조금씩 다시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까스로 모니카를 안정시킨 천유강은 다시 몸을 움직였다.

 

 “좋습니다. 이제 무기만 있으면 좋겠네요.”

 

 「무기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습니다.」

 

 모니카는 성녀로 추대될 만큼 신성력이 남달랐다. 마법사로 따지면 거의 6클래스 정도니 저번 균열의 미네르바 왕녀보다도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여기에 천유강의 무공이 더해지면 엄청난 효과를 낳을 거다.

 

 모니카의 육체 능력은 다른 능력에 비해서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뛰어난 버프 마법이 있다. 버프를 덕지덕지 바르면 무술도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브레스!”

 

 “스트라이킹!”

 

 시험 삼아 몇 가지 버프를 걸었는데 효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났다. 주변에 있는 무기를 찾던 천유강은 무심코 모니카의 성서를 만졌다.

 

 《태양 성서》

 (아티펙트)

 태양 교단의 신성이 응축된 성서. 모든 악을 정화할 힘을 가지고 있다.

 능력 : 공격력 500

  지능 +350

  정신 +500

  신성력 +35%

  악 성향에게 추가 공격력 +50%

  모든 현혹, 지배 마법 면역

 

 “엄청난 책이군요.”

 

 「우리 교단의 신물입니다. 과분하게도 제가 들고 다니는 영광은 얻었습니다.」

 

 태양 교단에서 대대로 성녀에게 전해지는 성서다. 이 아이템을 들기만 해도 악마들이 꽁무니를 빼고 도망갈 것이다.

 

 다시 한번 유심히 내용을 보던 천유강은 뭔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건 성서에 붙어 있는 공격력이다.

 

 “공격력 500?”

 

 이런 종류의 지팡이나 서적은 보통 공격력이 매우 낮은데 비해, 이 성서는 공격력이 무려 500이나 되었다. 이 정도면 유니크 등급 양손 무기와 맞먹는 높은 수치다.

 

 “흠~ 시험해 볼 것이 있군요.”

 

 천유강은 긴 마대자루 하나를 들고 신전 밖 공터로 나갔다.

 

 「무, 무슨 짓인가요?!」

 

 천유강은 마대자루와 성서를 연결한 다음에 마치 철퇴처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성스러운 성서가 둔기로 변한 모습을 보자 모니카의 정신이 다시 꿈틀거렸다.

 

 “진정하세요. 모양새는 조금 좋지 않지만 효과는 있습니다.”

 

 「조금 좋지 않다고요? 저 꼴을 보고도 그런 태평한 말이 나옵니까?」

 

 “······실전에서는 마대자루가 말고 더 예쁜 디자인으로 만들겠습니다.”

 

 「하아~ 그게 문제가 아닌데······.」

 

 그 후로도 한 시간이나 더 설득한 후에야 모니카가 겨우 허락했다. 그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목숨이 걸려있지 않았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

 

 “꽃장식도 하겠습니다.”

 

 몇 번 시험한 결과 천유강이 모니카의 몸을 움직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루의 반은 모니카가 움직이고 남은 반은 천유강이 움직였다. 물론 옷을 갈아입거나 볼일을 볼 때는 모니카가 직접 움직였다.

 

 천유강과 모니카의 시야가 공유되니 눈을 감고 옷을 갈아입다가 옷장에 머리를 찍는 일도 다반사였다.

 

 “시련이야. 이것도 시련이야.”

 

 천유강은 아무 잘못 없이 변태가 된 기분이었지만 굳이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모니카의 호감도를 더 떨어트릴 수 없다.

 

 남은 일주일 동안 결전의 날을 위해 수련에 돌입했다. 아스의 몸처럼 움직이면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했다.

 

 「홀리 마법이 가장 파괴력이 좋은데 왜 그건 왜 안 쓰나요?」

 

 “그건 주문 영창 시간이 너무 길고 마나도 많이 듭니다.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면 쓸 수 없죠.”

 

 천유강이 생각하는 전투는 난전이다. 한시가 급한 전투에서 한가롭게 긴 주문을 외울 시간은 없다.

 

 둘이 의견을 공유하면서 훈련하니 완성도가 점점 높아졌다. 천유강이 잘 모르는 것을 물으면 모니카는 좋은 선생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있을 때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신앙을 전하던 모니카에 눈에 마을을 순찰하던 토스카 후작이 눈에 띄었다.

 

 그는 전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후작님! 제 선물이에요.”

 

 꼬마가 그에게 준 것은 종이로 접은 학이었다. 평민이 만든 종이학이 깔끔할 리 없다.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어 지저분했는데 토스카 후작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소중한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자신의 옷 안에 넣었는데 비싼 의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이런 하찮은 선물 따위는 당장 받아드리지.”

 

 아무리 들어도 저 어법은 익숙해지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드리고 있다. 다들 평온하게 행동하니 이상한 사람은 오히려 자신 같았다.

 

 모니카가 한 달 썩힌 달걀을 먹은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토스카 후작에게 딱 걸렸다.

 

 “이곳 음식이 잘 안 맞는 모양이군, 성녀.”

 

 토스카가 유쾌한 듯이 쳐다보자 모니카가 질색하며 손을 내저었다. 오물 묻은 환자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눈앞의 악마는 그보다 훨씬 더러웠다.

 

 “말 붙이지 마요. 당신 같은 악마하고는 할 말 없습니다.”

 

 “크크! 그럴 순 없지 생각해보니까, 성녀라면 내 의문을 해결해줄 수 있을 거 같더군. 그러니 오늘 하루 따라다니면서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싶어.”

 

 “지금 나보러 당신을 도우라는 건가요?”

 

 “왜? 문제 있는가?”

 

 “아주 심각한 것이 있죠. 당신 입으로 궁금증이 해결되면 여기 주민들을 학살한다고 했으니까요.”

 

 “흠~ 그 말도 틀리지 않군.”

 

 몰랐다는 듯이 토스카가 턱을 잡고 생각에 빠지자 모니카는 기도 안 찬다는 표정을 했다.

 

 아마도 이 악마는 그런 것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은 거다. 그러니 자신에게 그런 뻔뻔한 제안을 한 걸 테다.

 

 잠시 생각을 끝낸 토스카 후작은 선심을 쓴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좋아. 그대가 내 의문을 풀어주면 내 특별히 그냥 이 지상계를 떠나주지. 사람들에게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고 말이야.”

 

 모니카에게 나쁠 것 없는 제안이지만 악마의 말을 믿을 수 없는 모니카는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요?”

 

 “그런 것 따위는 내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단지 심심풀이에 불과하지. 하지만 그대가 도와준다면 내 취미 따위는 접어둘 의향이 있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나는 고위 악마네. 속일지언정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아.”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불필요한 전투도 필요 없을 거다.

 

 「승낙하세요. 후작의 곁에서 그를 감시할 좋은 기회입니다.」

 

 적의 정보를 아는 것은 이어지는 전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토스카가 스스로 모니키를 곁에 둔다고 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신탁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천유강의 말을 들은 모니카는 내키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

 

 “······좋습니다. 최소한 당신의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겠지요.”

 

 자신들의 의도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에 천유강이 깜짝 놀랐지만 토스카 후작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겼다.

 

 “크흐흐! 좋아, 그럼 계약 성립이군.”

 

 “계약이라뇨! 제가 언제 당신 같은 악마하고 계약을 맺는다 했습니까?”

 

 악마와의 계약은 모니카 같은 성직자에게 가장 금기시되는 일이다. 물론 단순한 구두계약으로 마법적인 맹약이 맺어질 리는 없으나 둘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모니카가 펄쩍 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미안하군, 습관이 돼서. 그럼 약조라고 하지.”

 

 다시 한껏 웃은 토스카 후작은 갑자기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니카와 천유강이 움찔했지만 그의 주문은 누구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뭔가요?”

 

 순식간에 평범한 남자로 변한 토스카를 보며 모니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따라다니면서 네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하지 않았나? 원래 내 모습은 너무 눈에 띄잖아.”

 

 “그도 그렇군요.”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약조는 약조였다. 자신 한 몸을 희생해서 재앙을 막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거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모니카는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머! 사제님, 어서 오세요.”

 

 모니카는 어딜 가나 사랑받았다. 토스카가 아무리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할 수 없었다. 늘 소외된 사람들은 존재했고 그들을 돕고 위로하는 것은 모니카의 몫이었다.

 

 확실히 수도보다도 이곳 사람들의 사는 환경이 더 좋았다. 전에는 아무리 열심히 지원봉사를 다녀도 할 일이 끝이 안 보였는데 여기서는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그가 악마가 아니었다면 존경할 만한 성과다.

 

 “경영 수단이 대단하군요.”

 

 “마계의 악마들도 통치한 나다. 인간들 정도야 시시할 정도지.”

 

 마지막에 들린 곳은 영지의 가장 구석에 있는 빈민가였다. 오물과 쓰레기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집은 겨우 형태만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토스카도 뒷골목은 없앨 수 있었어도 빈민가는 없애지 못했다.

 

 “일이 없는 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는 있지만 여기 있는 자들은 그조차도 할 수 없다. 이들까지 먹여 살리는 건 무리야.”

 

 빈민가에 있는 사람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그리고 아이들이 전부였다. 비위생적인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병까지 걸려 있다.

 

 모니카가 나타나니 사방에서 굶주린 자들이 나타났다.

 

 “사제님. 제발 도와주세요.”

 

 “배가, 배가 너무 고파요.”

 

 모니카가 준비해온 빵을 건네니 그들은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천천히 드세요. 천천히.”

 

 교단의 재원으로는 매일 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없다. 그건 나라에서 직접 와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때 갑자기 토스카가 모니카의 어깨를 쳤다.

 

 “저 아이를 따라가자.”

 

 토스카가 가리킨 사람은 이제 막 빵을 집어 든 소녀였다. 이제 겨우 10살에서 12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혹시라도 놓칠세라 빵을 단단히 껴안고 어디론 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모니카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갔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간이 천막이 세워진 외진 곳이었다. 이곳은 빈민가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살짝 들여다보니 빵을 가지고 뛰었던 그 소녀가 자신보다 더 어린아이들에게 빵을 나누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 먹어.”

 

 탄광에서 나온 것처럼 얼굴에 흙먼지가 가득한 아이들이 나눠준 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들이라지만 빵 하나로는 그들의 배를 모두 채울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손가락만 빨고 있자 빵을 가져온 아이가 다시 자신의 몫을 떼서 그들에게 주었다.

 

 결국 가장 적게 먹은 사람은 가장 나이가 많은 그 여자 아이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저 아이가 여기서 가장 강한 개체다. 원한다면 다른 이들을 때리고 종처럼 부릴 수 있어. 구걸시키고 상납을 받을 수도 있지.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이 봤고.”

 

 토스카가 며칠 전부터 눈여겨보던 아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 아이는 점점 약해졌고 다른 아이들은 점점 건강해졌다. 그런데도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멈춰지지 않았다.

 

 “같은 핏줄도 아니야. 저들 중에 친형제 자매는 아무도 없어. 아무 연고도 어떠한 연결점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다. 다른 생물들은 저런 짓을 하지 않아. 오직 인간만 저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를 한다.”

 

 노란 고양이 눈을 한 토스카가 모니카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며 말했다.

 

 “묻겠다, 성녀여. 인간의 이타심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천성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교육에서 나오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단지 보여주기식의 위선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평생을 남을 짓밟고 올라선 토스카다. 다른 악마와의 관계라고 해봤자, 육체적인 향락 이상의 것은 없었다.

 

 불가해(不可解)의 악마 토스카다. 모르면 모를수록 강해지는 악마지만 그는 언제나 알고 싶었다.

 

 투쟁을 위해 투쟁하고 분노를 위해 분노하는 다른 악마들과 다르지 않다. 공허와 허무를 추구하는 악마들은 채워지면 다시 비우기 위해서 이동하는 방랑자다.

 

 토스카는 모니카가 자신의 물음에 답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봉사하는 모니카다. 그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것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리라······.

 

 하지만 그런 그의 기대를 배반하고 모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릅니다.”

 

 모니카의 말에 토스카의 얼굴이 사납게 변했다.

 

 “모른다? 하지만 너는 거의 매일을 봉사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건가? 혹,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가?”

 

 토스카의 의문은 타당해 보였다. 모니카는 그 누구보다 착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그저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생각 없이 봉사를 다닌다는 말은 토스카가 아니더라도 믿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모니카는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저 역시 봉사의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가슴 깊은 속에서 우러러 나오는 그 무언가를 찾기도 했고 내 행동이 다른 사람을 의식한 위선에 지나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오래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론? 그게 무엇인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겁니다.”

 

 뜻 모를 말에 토스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명하라.”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던지, 하는 행위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상대였습니다. 제가 도움을 주면 그들이 조금 더 힘을 얻습니다. 조금 더 웃을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더 행복해집니다. 제 감정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모니카는 혼란스러운 눈을 하는 악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단지, 그게 전부입니다.”

 

 모니카의 말이 끝나자 토스카는 눈감고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원한 명확한 대답은 아니다. 너무나 인간다운 대답이었기 때문에 악마인 자신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다.

 

 그래서 차가운 눈을 뜨며 말했다.

 

 “······약조는 깨졌다. 너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아쉬운 기회를 놓쳤지만 모니카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자신도 정의하지 못한 마음을 악마인 토스카가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다.

 

 “도움이 안 되는 성녀로군.”

 

 어쩐지 화난 듯한 토스카는 거칠게 걸어가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다.

 

 ***

 

 시간이 지나 결전의 날이 되었다. 오늘이 토스카를 처단하기로 한 바로 그날이다.

 

 “시작하죠.”

 

 에디아의 지시에 따라서 성직자들이 대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 교단에서 모인 정예 중의 정예다.

 

 토스카가 아니라 마신이 강림한다 해도 이들이 이기긴 힘들 것이다.

 

 그때 천유강의 직감이 발동했다.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토스카 성의 곳곳에는 거대한 기운이 숨어 있었다. 이건 신성력으로 알아낸 것이 아니다. 평소 갈고 닦은 기감으로 얻어낸 정보다. 그런 능력이 없는 다른 성직자들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유독 강한 기운을 가진 존재도 있었다.

 

 “토스카와 비슷한 힘을 가진 악마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작전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에디아의 지시로 사방에서 몰아치기로 한 성직자 부대다. 하지만 매복이 존재한다면 각개 격파당하는 꼴이 될 거다. 그 사실을 말하니 에디아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사실은 어떻게 아는 건가요?”

 

 “어······, 이 성서의 힘입니다.”

 

 무공의 힘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성서를 들어 올렸다. 다른 이들은 이 성서의 능력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거짓말이다.

 

 역시나 에디아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성서군요. 덕분에 계획을 앞당겨야겠네요.”

 

 “네? 무슨 계획이요? 계획이 또 있습니까?”

 

 “사실, 가장 핵심 작전은 누구도 모르고 있습니다, 모니카 사제. 당신께 먼저 보여드리죠.”

 

 에디아가 신호를 보내니 갑자기 사방에서 그림자가 생겨나더니 이내 검은 형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제나 도둑 길드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강력한 악마였다.

 

 “오늘을 기점으로 인간의 세상이 끝날 겁니다.”

 

 어느새 에디아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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