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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최악의 악마 (1)
작성일 : 17-10-12 21:29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9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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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수업을 받고 집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처럼 성으로 돌아가 영지 관리도 하고 수련을 할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별 생각 없이 대학 내를 걸어갔을 때, 기감에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포착되었다.

 

 ‘뭐지, 이 기운은?’

 

 순식간에 온몸을 죄여오며 느껴지는 기세는 이제까지 살면서 느꼈던 기운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운이었다. 거대한 기세는 일류 고수가 내뿜는 살기와도 같았지만 살기와는 달리 흉포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질적인 기파가 천유강의 살갗을 따갑게 만들 정도로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절정 고수인 천유강이 이렇게 불편하게 느낄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유강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런 기운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상시처럼 지나다니고 있었다. 오히려 불편한 안색의 천유강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순간이었다. 천유강을 옥죄여오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지?’

 

 황당한 마음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디뎠고 다시 사나운 기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일정한 지점을 넘어서면 기운이 몰려왔고 벗어나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그제야 집히는 구석이 있었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력한 기운이라면 저번에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 틀림없이 관련되어 있을 거다.

 

 조심스럽게 기파가 느껴지는 중심으로 이동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그랬군.”

 

 학교 옥상까지 올라와 보니 일전에 보았던 그 균열 포탈이라고 불리던 그 정체불명의 기운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야지 느낄 수 있는 건가?”

 

 무식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만 단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도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정한 거리 안에 들어와야지 느껴지는 시스템이다. 천유강이 대략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그 거리는 약 1킬로미터였다.

 

 “애매하군.”

 

 포탈을 찾는 방법은 알았지만 이번에 포탈을 찾은 것은 천유강의 학교에 우연히 포탈이 생겼기 때문이다.

 

 포탈을 멀리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 천유강이 일일이 다니며 기운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천유강이 포탈에 다가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포탈의 균열이 커다랗게 열리더니 이내 천유강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그 위에 거짓말처럼 투명한 글자가 나타났다.

 

 《토스카 후작가》

 (특급)

 

 무려 특급 난이도의 균열이다. 저번에 최상급 난이도도 겨우 깼는데 특급 던전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오! 유강 군. 나네, 송기훈.」

 

 “아~ 박사님.”

 

 전화를 건 이는 정부 시설에서 천유가의 부모님을 책임지고 있는 송기훈 박사였다. 은밀한 시설에서 일해서 전화 통화도 함부로 할 수 없었는데 그런 그가 통화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네가 준 약품들 정말 놀랍더군.」

 

 “효과가 있습니까?”

 

 저번 균열 포탈을 깨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독을 회복시킨다는 포션을 사고 각인해 현실 세계로 가져온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은 포션인 그레이트 리스토어 포션을 각인해 박사에게로 보냈다.

 

 거의 모든 질병과 독을 치료한다는 포션이다. 그것을 각인하느라 50만 포인트를 소비했다. 하지만 천유강의 간절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아쉽게도 독을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어. 독이 너무 오래전부터 있어서 뇌수까지 침범했어. 하지만······.」

 

 “하지만······, 뭔가요?”

 

 「이 약이 10년만, 아니 5년만 더 빨리 있었어도 해독하는 데 성공했을 거야. 조금만 더 강했으면 지금도 해독할 수 있었겠지.」

 

 분명 실망스러운 대답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희망은 존재했다.

 

 “만약 더 강한 약이 있다면요.”

 

 「강한 약? 이것보다 더 강한 약을 구할 수 있나?」

 

 “어쩌면요. 아니, 분명히 가능합니다.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내 장담하건대 충분히 가능할 거야.」

 

 “알겠습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이것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갔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레이트 리스토어 포션으로도 해독하지 못했다면 남는 건 하나다. 모든 신성력이 집약되어 있다는 전설의 포션, 엘릭서다.

 

 엘릭서는 그레이트 리스토어 포션과는 달리 돈 주고서 살 수 있는 포션이 아니다. 유니크 아이템처럼 일정한 이벤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분명 각인시킬 때 드는 포인트도 엄청날 거다.

 

 아니면 다시 전으로 돌아가서 염제만큼이나 강해지는 방법도 있다. 그건 균열 포탈의 도움이 필요할 거다.

 

 “이러나저러나 답은 하나네.”

 

 천유강이 해야 하는 일은 늘 그렇듯이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균열 포탈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위잉~

 

 ***

 

 모니카는 태양 교단의 독실한 신교이자 정식으로 서품을 받은 사제다. 상냥한 성품과 아름다운 외모,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가는 성실함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니카였지만 지금은 비장감이 서려 있는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 신이시여. 저에게 주신 시련을 이겨내고 꼭 사명을 달성하겠습니다.”

 

 수도에 있던 교회에서 수련을 쌓던 그녀가 이번에 다른 영지로 파견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하필이면 악마가 지배하고 있는 영지였다.

 

 10년 전에 강력한 악마가 소환되어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왕실에게서 정식으로 인정받고 작위와 영지까지 받는 일이 생겼다. 악마가 인간이 사는 영지를 다스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거다.

 

 토스카 후작가. 지금 모니카가 향하는 곳의 이름이다.

 

 당연히 교단에서는 악마를 경계하며 뛰어난 사람을 영지에 파견하여 직접 감시하고 혹시라도 사악한 일을 하면 그 일을 빌미로 제거하려 했다. 그래서 파견된 사람이 당대 최고의 성기사이자 신관인 드미트리였다.

 

 마계가 아닌 이곳 인간계에서 드미트리의 신성력을 견뎌내는 악마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머지않아 사악한 악마를 이곳 인간계에서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를 쫓아내고 있지 못했다.

 

 “교활한 악마가 신부님의 눈을 피해 일을 꾸미고 있겠죠.”

 

 아무리 악마라고 하지만 왕실의 인정까지 받은 당당한 후작이다. 아무 증거 없이 그를 헤치면 오히려 왕가에 반역하는 꼴이 될 거다. 모니카는 드미트리를 도와서 꼭 악마를 몰아낼 것을 각오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부서진다 해도 미련 없습니다. 다만, 악마의 밑에서 고통받을 백성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려 10년간이나 악마의 지배를 받은 주민들이 걱정되었다. 악마가 어떤 사악한 일을 진행했는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미 그곳은 생지옥이 되었을 거다.

 

 “부디 저에게 힘을 주세요.”

 

 오랜 여행 끝에 드디어 토스카 후작가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성은 멀리서도 사악한 시운이 가득했는데 성문을 지키고 있는 것도 사람이 아닌 지옥에서 올라온 사악한 악마였다. 중급 마물이 경비병 복장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모니카가 앞으로 가자 마물들이 그녀를 맞이했는데 뜻밖에도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태양 교단의 사제시군요. 이번에 새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숙달된 모습이다. 하지만 그 모습에 모니카는 더 참담한 기분을 맛봐야 했다.

 

 ‘이토록 간악한 악마들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우리를 농락할 생각인가요.’

 

 겨우 끓어오르는 슬픔을 가라앉힌 모니카는 시키는 대로 절차를 밟았다. 사악한 술수에 대비해서 신성력도 한껏 끌어올렸지만 별다른 짓을 하지 않고 일반적인 절차만 진행했다.

 

 “다 되었습니다. 저희 영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누런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마물의 미소를 보고 모니카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저 입으로 얼마나 많은 인명을 삼켰는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눈앞에 어떤 지옥이 펼쳐진다고 해도 견뎌낼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듯이 몇 번이나 생각한 모니카는 무거운 발걸음을 앞으로 향했다. 이제 곧 악마가 지배하고 있는 성과 마을이 보일 거다. 자신을 향한 애처로운 눈빛들을 상상만 해도 벌써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자 생각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꺄하하하!”

 

 “간다!”

 

 마을 어귀부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옷차림으로 보아서는 평민의 아이들인 거 같았는데 학대의 흔적은커녕 포동포동 살이 올라 매우 건강한 상태로 보였다. 그 뒤에는 농민으로 보이는 주민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녀석들아 조심해라. 넘어지면 다친다.”

 

 “내버려 둬. 아이들은 저렇게 크는 거지.”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눈을 비벼도 보았지만 몇 번을 보아도 보이는 것은 똑같았다.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주민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수도의 사람들보다 더 좋아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앞으로 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주민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쳐 있었고 누구를 두려워한다거나 악마들의 횡포에 지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순찰을 돌고 있는 병력들은 모두 마물이었다. 그들이 무기를 들고 마을 안을 활보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들을 무서워하거나 피해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아이가 꽃을 들고 순찰하는 스켈레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심!”

 

 놀란 모니카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가려 했지만 스켈레톤은 그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꽃을 받고 자기의 갈비뼈 사이에 꽂고는 이빨을 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웃···어?”

 

 스켈레톤이 기분 좋을 때 하는 행동이다. 꼬마는 꽃을 건네주고는 다시 자신의 어머니에게 돌아갔고 아이의 엄마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아무도 그 광경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때 마을 저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었다.

 

 “후작님이다!”

 

 “후작님이 직접 순찰을 하신다.”

 

 토스카 후작이 이곳까지 온 것이다. 사악한 악마가 직접 이곳에 행차했는데도 마을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신난 표정으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모니카는 이 모든 일이 사악한 악마가 주민들을 홀린 결과하고 생각했다. 어떤 흑마법이나 세뇌를 통해서 자신을 말을 잘 듣는 꼭두각시로 만들었으리라······.

 

 자신은 그런 꼴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모니카는 성서를 손에 꼭 쥐고 앞으로 갔다. 성서를 가지고 있으면 세뇌나 정신 지배만은 막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간 곳에는 유치할 정도로 화려한 꽃마차에 올라가 있는 토스카 후작이 보였다.

 

 “와하하하~ 미천한 인간 놈들. 너희 같은 것들은 내 노예가 되어서 부귀영화나 누려라.”

 

 토스카 후작은 생각보다 흉측한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 형태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악마 특유의 뿔이 없었더라면 미공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를 실은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자 마을 주민들이 모두 환호성을 외쳤다.

 

 “후작님! 오늘도 멋있으십니다.”

 

 “저희 때문에 고생하십니다.”

 

 “이런 수고 따위는 강인한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희 같은 비루한 인간 녀석들은 기아와 질병에서 해방되어 버려라! 와하하!!”

 

 그때였다. 갑자기 어린 소년이 마차 곁으로 다가갔는데 그의 손에는 토끼가 들려 있었다. 토끼는 아이가 움직이는 대로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크게 아픈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후작님! 제 토끼가 아파요.”

 

 “응?”

 

 토스카는 몸을 일으켜 남자아이에게로 다가갔는데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서 있으니 키가 족히 2m 30은 되어 보였다. 그 거구가 아이에게 다가가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큭큭큭! 인간의 애완동물은 역시 약하군. 이런 상처도 이겨내지 못한다는 말인가? 와하하하!”

 

 토스카는 아이에게서 토끼를 빼앗은 후에 한 바퀴 빙 돌리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어처구니없군. 네 소원 따위는 친히 해결해주지!”

 

 돌려준 토끼가 놀랍게도 소년의 품에서 눈을 뜨고는 코를 킁킁거렸다. 단숨에 나은 것이다.

 

 “와! 살았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 따위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와하하하! 다시 이따위 귀찮은 부탁을 들고 오면 단숨에 해결해 주겠다.”

 

 토스카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얹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마차에 탔고 사람들의 열광 속에서 마차가 멀어져 갔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모니카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집단 최면인가? 겉으로는 저렇게 사람들을 돕는 척하다가 곧 본색을 드러낼 거야.”

 

 모니카는 토스카가 고도의 기만술을 펼치고 있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을 사람들이 그의 행차를 환호하고 있을 리 없었다.

 

 “속으면 안 돼. 상대는 사악한 악마야.”

 

 자신을 얼굴을 손바닥으로 찰싹 친 모니카는 곧 다시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드미트리 신부님을 만나면 이 모든 기만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교회의 안에는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모니카 사제님이시군요. 어서 오세요.”

 

 그녀를 맞은 것은 드미트리 신부가 아니었다. 그녀를 맞은 것은 사제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물이었다.

 

 “서큐···버스?”

 

 사람의 꿈에 나타나 정기를 빼먹는다는 아름다운 몽마가 사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회를 청소하고 있는 것들 모두가 마물들이었다. 심지어 기도드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기도하고 있는 마물도 있었다.

 

 멍하니 있는 모니카의 짐을 짊어진 서큐버스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어느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초라한 행색의 어떤 늙은이가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님 오셨습니다, 신부님.”

 

 “어? 아~ 그래. 오늘 온다고 했지? 하암~”

 

 그 늙은 남자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는 모니카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게. 내가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드미트리 신부네.”

 

 이 볼품없어 보이는 사내가. 왕실 최고의 성기사이자. 신의 사자라고 일컬어지는 드미트리 신부였다. 상상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멍하니 있는 그녀를 본 드미트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을 거야.”

 

 그 말에 퍼득 정신이 든 모니카가 황급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요? 이 마물들은 또 뭐고? 여기 실상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 악마가 사람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 맞죠? 그렇죠?”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을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상했던 생지옥은 아니었으나 차라리 그랬으면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거다. 이어지는 드미트리의 말이 모니카의 정신에 결정타를 때렸다.

 

 “하아~ 그렇지 않네. 보는 대로 토스카 후작이 영지를 잘 경영하고 있어.”

 

 “······세뇌가 아니고요?”

 

 “아니야. 그랬다면 내가 알았겠지. 그는 오로지 정책으로 백성들을 다스리고 있어. 그것도 아주 잘~”

 

 믿었던 드리트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이제는 놀랄 힘도 나오지 않았다.

 

 “······믿을 수 없습니다.”

 

 “그렇겠지. 처음에는 나도 그랬네. 토스카가 숨어서 무슨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보게나, 저 사람들이 사악한 흑마법이나 세뇌에 당한 것처럼 보이나?”

 

 모니카가 보기에도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랬으면 성력을 지닌 자신이 모를 리 없다. 다만, 지금까지 부정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 이상한 점은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평온하고 좋습니다. 수도에서도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아무 짓도 안 했다는 겁니까? 분명 뭔가가 있을 겁니다.”

 

 모니카가 절박하게 소리치자 드미트리는 쿡쿡하고 웃었다.

 

 “왜 웃는 겁니까? 저는 진지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리고 그것은 마력의 힘이 아니네. 통치의 힘이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생각해보게. 후작의 병력은 마물이야. 그 말은 모든 병력은 후작의 명령을 절대 거부하지 않는다는 소리지.”

 

 드미트리는 밖에 서 있는 마물들을 가리켰다.

 

 “저들은 힘을 남용하지 않네. 주민들을 때리지도 않고 괴롭히지도 않지. 오로지 주어진 사명에 열중하니 치안이 안정되고 그 흔한 불량배도 없어.”

 

 아무리 치안이 잘 된 영지라고 해도 뒷골목은 존재하고 그 안에 어둠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다. 병사들이 뇌물을 받고 그들을 눈감아 주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뒷골목이 필요악이라고도 말하지. 하지만 그들이 틀렸어. 그런 것이 없이도 이렇게 마을은 잘 돌아가네.”

 

 다른 영주처럼 세금을 무리하게 높이지 않고 오히려 홍수나 가뭄 등으로 흉작이 났을 때는 곡식을 꿔주고 후년에 낮은 이자로 돌려받는다. 이자로 장난치지 않아서 사람들도 흉작이 나도 걱정이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 여자아이를 팔지도 않고 도둑 걱정이 없어서 이웃 간에 정도 깊지.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 공정한 판정으로 모두 만족해하네.”

 

 영지 간의 전투는 각 영주들 사이가 정말로 나빠서 일어난다기보다는 현대의 스포츠처럼 영지 간의 자존심을 걸고 행해지는 게 보통이다. 이기면 돈과 명예를 받고 진 쪽은 다음 승부를 기약한다.

 

 하지만 마물들이 득실득실한 토스카 후작가에 영지전을 걸 만큼 간 큰 영주가 있을 리가 없다. 전투가 없으니 당연히 주민들이 피 흘릴 일도 없다.

 

 “······그 말은 토스카가 영지를 잘 다스린다는 소리인가요?”

 

 “이상적일 정도지.”

 

 큰 망치가 뒤통수를 치고 간 느낌이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겠다. 기절하고 깨어나면 사악한 악마에게 심한 짓을 당하는 주민들이 있을 거 같았다.

 

 ‘설마, 내가 당한 건가?’

 

 모니카가 아무리 성서를 쥐어 봐도 자신에게 느껴지는 어느 기운도 없다.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 드미트리도 마찬가지다.

 

 “전······,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모습에 드미트리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방은 저쪽이네.”

 

 다시 서큐버스가 자신의 짐을 들어주려 하자 기겁하며 허겁지겁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철컥!

 

 문이 닫히자 고요만이 남아 더 어지러웠다.

 

 “주님. 저를 구원하소서.”

 

 남은 건 기도밖에 없었다. 그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녀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사악한 악마가 보통 영주보다 영지를 더 잘 다스린다는 것은 이제까지 그녀의 가치관을 흔드는 일이다.

 

 그 순간, 천유강의 정신이 눈이 떴다.

 

 「이런 스토리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 균열과는 달랐다. 저번에는 아스의 몸을 자신이 직접 조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의 소유권이 모니카에게 있었다.

 

 천유강이 믿은 것은 절정에 달한 그의 무술 실력이었다. 그것을 사용할 수 없는 특급 균열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것보다 더 큰 난관이 있었다.

 

 “누, 누구! 이 악마! 내 안에서 당장 나가!”

 

 모니카는 천유강의 정신을 악마의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순순히 자신에게 몸을 내준 아스와는 다르게 모니카를 조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해부터 푸는 것이 급선무인 거 같다.

 

 특급이 특급인 것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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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별을 품은 소녀 (3) 2018 / 1 / 15 266 0 7949   
105 별을 품은 소녀 (2) 2018 / 1 / 15 304 0 5976   
104 별을 품은 소녀 (1) 2018 / 1 / 15 291 0 7390   
103 마주치다 (5) 2018 / 1 / 10 275 0 6096   
102 마주치다 (4) 2018 / 1 / 9 273 0 8532   
101 마주치다 (3) 2018 / 1 / 7 267 0 9614   
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271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270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269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282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303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279 0 6851   
94 바다 이야기 (3) 2017 / 12 / 26 288 0 6738   
93 바다 이야기 (2) 2017 / 12 / 25 258 0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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