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5. 시장선거 #5
작성일 : 17-10-12 16:14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75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리암 팰콘은 생각중이였다. 자신이 맡은 임무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루시아를 찾아하며 만약 천운이 닿아 그렇게 된다손 치더라도, 수가 몇이나 될지 모르는 인질범들 사이에서 그녀를 무사히 구출해야만 했다.

 

 제정신이라면 극구 사양해야할 극악 난이도에 임무였다. 하지만 그는 그에 상응하는 돈을 주면 무엇이든 해야 할 용병이었다. 게다가 그가 발데아 측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겔더를 받는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난항이 예상되지만, 피할 수 없는 항해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진심이이였다. 그리고 리암은 흔히 돈만 밝히고 약삭빠르다는 용병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신의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안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어떻게든 타파할 계책을 생각중이였다.

 

 일단은 루시아가 친구인 레이첼의 별장을 가는 도중 납치를 당한 것으로 파악되기에, 일단은 거기서부터 조사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예상 지점에 도착한 리암은 추적술과 정보수집에 능한 용병 다섯 명을 뿔뿔이 산개시키며 수사를 지시했다. 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용병들.

 

 “무대는 마련해 주었으니, 이제 그만 나오시지.”

 

 주변에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리암이 내뱉은 뜬금없는 말이었다.

 

 -스스슥

 

 놀랍게도 아무도 없어야할 허공에서, 사람 실루엣처럼 보이는 것이 생기더니 시간이 지나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리암 앞에는 20대 초반 군복을 입고 있는 여성이 서있었다. 그 신기한 광경에 그는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놀랍군. 무슨 마법인가? 아님 아티팩트?”

 

 여인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놀라고 싶은 것은 저입니다만? 도대체 어떻게 안겁니까? 리암 팰콘. 그리고 질문에 답을 해드리자면 고대 유물을 이용한 것은 맞습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겠군요.”

 

 여성치고 음성이 낮고 딱딱한 말투 소유자였다. 그녀의 답변에 리암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흠. 뭐 그래. 어쩔 수 없지. 나도 질문에 답변을 해주자면 그냥 감”

 

 “…단순히 감이라고요? 믿을 수가 없군요.”

 

 여인은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사용한 유물은, 닿으면 모습이 드러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그전에는 어떤 소리도, 기척도 없애주는 상위 레벨의 아티팩트이었다.

 

 리암은 그녀가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가씨. 지금 그게 중요한건 아니지. 나를 왜 여기서 감시하고 있었지?”

 

 그녀는 그제야 표정을 바로하며 말했다.

 

 “딱히 당신이 여기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발데아 측 누군가는 이곳을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기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

 

 리암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엇 때문에?”

 

 “이것을 전해주기 위해서죠.”

 

 군복의 여인은 품에서 종이를 꺼내들고 리암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어느 건물로 향하는 약도였다.

 

 “…이게 뭐지?”

 

 “폴튼 아가씨가 잡혀 있는 곳이에요. 컥.”

 

 그때였다. 폴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리암의 눈이 번쩍이더니 여성의 목을 한손으로 잡아 허공에 뛰었다. 2m가 넘는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였다.

 

 공중에서 필사적으로 아등바등 거리는 여인.

 

 “…손.”

 

 간신히 이 한 음절만을 내뱉었을 뿐이었다. 싸늘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리암은 그녀를 땅에다 내려주며, 옥죄고 있는 손을 풀어주었다.

 

 “콜록. 콜록. 큭.”

 

 연신 거친 기침을 내뱉는 여인을 향해 리암은 단언했다.

 

 “난 머리 굴리는 거 딱 질색이야. 이해하기 쉽게 말하도록.”

 

 리암은 별달리 길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등 뒤에 메고 있는 거대한 검에 손을 댔을 뿐.

 

 -오싹

 

 바늘로 온몸을 찌르는 것 같은 살기에, 여인은 기가 죽으며 품에 있는 수첩하나를 꺼냈다.

 수첩 맨 앞엔 ‘검은 발’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어느 조직을 나타내는 심벌이었다.

 

 “…전 여기 소속입니다. 당신이라면 충분히 알겠죠?”

 

 “흠.”

 

 리암은 약간은 납득하며, 검에서 손을 뗐다. 수첩이야 조작할 수 있겠지만, 여인이 사용한 아티팩트는 저 정도 단체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 할 고가의 물건이었다. 참으로 용병다운 관점이었다.

 

 군복의 여인은 여인대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리암이 검에서 손을 떼고 팔짱을 끼는 것 만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든 최소한의 대화할 자세가 갖춰졌다. 그녀는 내심 한숨을 쉬며 또박또박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해하지 말아요. 다른 임무를 행하던 중 우연히 폴튼 아가씨가 납치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녀의 말은 맞기도 했지만, 아니기도 했다. 정확한 것은 ‘우연히’는 아니었다.

 

 “…….”

 

 리암은 팔짱낀 자세 그대로 말없이 듣고 있었고, 여인은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말을 해야만 했다.

 

 “…이 사실을 알려주는 이유는, 저희도 이번 선거 때 더 이상 일이 커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직접 나설 수 없기에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번 일에 관여했다는 게 알려지면 서로에게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

 

 리암은 속으로, 내정간섭을 툭하면 하는 것들이 변명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말을 내뱉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게 함정이 아니라는 보장은?”

 

 이번엔 여인도 짜증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화를 냈다.

 

  “정말 너무하는군요.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저희가 이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된 겁니다.”

 

 “…….”

 

 “믿든 안 믿든 이젠 알아서하시죠. 분명한 것은 이곳 근처에서 폴튼 영애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전 제 소임을 다했으니 이만.”

 

 -스스슥

 

 그 말을 끝으로 여인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리암은 평소의 버릇처럼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조사를 떠났던 용병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도착한 용병이 말했다.

 

 “리암씨. 제가 수색하던 방향에서 길드소속 용병들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리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수고했네. 자네는 길드에 연락해, 동료들 시체를 수거해주게.“

 

 리암은 의문에 여인이 준 수상한 약도를 바라보며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함정이면 다 때려 부수지 뭐.’

 

 확실한 것은 머리를 굴리는 것 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방법이란 것이다. 리암은 누런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나와 루시아는 그대로 인질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차가운 바닥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조금 괴롭긴 한데 이정도면 참아줄만 했다. 그리고 나에게 당혹감을 선사했던 알베른은 이제는 내게 관심이 사라졌는지, 멀찌감치 딴 곳에 앉아있었다.

 

 한편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이는 수상한 표정에 루시아. 그녀의 성격상 이정도면 많이 애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제발 얌전히 있어주겠니?

 

 하지만 내 바람은 산산이 조각났다. 루시아는 나만 들리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누나만 믿어. 좋은 생각이 났으니까.’

 

 응. 아니야. 안 돼. 그거 좋은 생각일리 없으니까 돌아가. 이건 루시아를 무시해서라기 보단 제갈공명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자력탈출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내가 그런 짓은 생각도 말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었지만, 그녀는 못 본 척 일을 진행했다. 안 된다. 이 악마야!

 

 “이봐요!”

 

 루시아가 소리치자 사내들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랑 애도 지금 화장실이 급하니까. 얼른 보내줘요.”

 

 “…….”

 

 지체 높은 가문의 딸내미답지 않게, 그녀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장내에는 묘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단박에 그녀의 의도를 눈치 챘다.

 

 네가 사용하는 방법은 너무 고전적이고 진부하지 않니? 계속 비슷한 장르만 쓰는 작가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뻔하디 뻔한, 클리셰였다. 감금당한 주인공이 갑자기 아픈 척을 해서 방심을 유도하고 제압 도주하는 장면. 혹은 지금처럼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한 뒤 마찬가지로 도주하는 장면.

 

 거짓말 안하고 저런 것은 각기 다른 작품에서 스무 번도 넘게 본 것 같다.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 만약 저 방법이 통한다면 자유를 얻는다는 기쁨과 별개로 엄청나게 실망할 것 같았다.

 

 한 사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를 마지막까지 지켜주었던 용병과 일대일을 겨뤘던 남자로 이름은 ‘자칼’이라고 한다. 그의 동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왜 하필 둘이 동시에… 매우 수상한 걸? 해명이 필요하겠어.”

 

 어쩌면 당연히 할만한,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하지만 우리 막무가내 악녀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이 멍청한 새끼야. 생리적인 현상에 해명이 왜 필요해. 너는 똥 쌀 때도 논리적으로 싸냐.”

 

 “……”

 

 “큭큭큭.”

 

 “하하하하”

 

 자칼은 모욕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장내의 사내들은 소녀답지 않은 걸쭉한 그녀의 입담에 빵 터지며 자지러졌다.

 

 “…좋아. 여기다 지리면 곤란하니 보내주긴 하지.”

 

 자칼은 사내 네 명을 지목했다. 짐작컨대 우리를 감시할 인원인 모양. 근데 고작 소년과 소녀 때문에 무장한 장정 네 명을 보낸다는 것은 과한처사였다. 아무래도 루시아가 내뱉은 언행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았다.

 

 루시아도 이번에는 예상과 달리 흘러갔는지 약간 당혹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지금껏 가만히 앉아있던 빨간 머리의 사내. 알베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걸어왔다.

 

 “자칼. 고작 꼬맹이들 상대로 너무 흥분했군. 그렇게 많이 수고할 필요 없이 감시역은 바람도 쐴 겸 내가 하도록 하지.”

 

 자칼과 알베른이 시선을 교환했다. 제 3자가 보기에도 그들의 알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한 눈빛들이었다.

 

 

 “당신, 너무 나서는 것 아닌가? 이정도 사소한 일은 우리에게 맡기시지.”

 

 자칼은 뚫어질 것 같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고,

 

 “흥분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지금은 손을 잡은 한 식구 아닌가.”

 

 알베른은 그 강렬한 눈빛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채 태연하게 말했다.

 

 “식구? 고작 며칠 후면 헤어질 사이를 식구라고 표현하지 않지. 외부인.”

 

 “참 야박하군. A급 용병을 처리했으니, 내 이용가치는 끝났다 이건가? 하지만 어쩌지 난 죽어도 바람을 쐬러 나가야겠는데.”

 

 “고집이 쌔시군. 기사 나으리.”

 

 둘은 다시 눈을 맞부딪쳤다. 나는 그들이 기 싸움을 하든 말든, 방금 들은 말에 의미를 생각하는 중이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기사’는 자치주에 존재하지 않는 작위였다. 그렇다면 알베른은 이방인이라는 소리.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생각보다 이번 일에 스케일이 작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될 것 만 같은 그들의 눈싸움은 다른 사내가 끼어들음으로서 일단락되었다. 바로 일대일 대결에 활을 날렸던 남자였다.

 

 내가 그동안 관찰해온 결과 이 사람이 이 무리들의 리더라고 확신했다. 한가락 해 보이는 자칼조차도 이 사내가 말 할 때면 존중해주려고 노력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으니까.

 

 “좋소. 알베른. 당신도 나가보시오. 대신 우리 측에서도 한명을 감시역으로 더 내보내지. 여기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양보요. 더 이상 우릴 자극하지 마시오.”

 

 그 최후통첩 같은 선언에 알베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쪽이 훨씬 말이 통하는군. 좋소.”

 

 “…….”

 

 자칼이 매서운 눈으로 그를 흘겼지만, 그는 개무시하며 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칼을 찬 사내 한명도 포함해서.

 

 인적이 드물고 풀들이 쌓여있는, 한마디로 싸기 좋은(….) 곳을 찾았다. 루시아는 목적지에 다다랐음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며 탈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서라. 우리 뒤에 있는 사내를 제쳐두더라도 알베른 하나만으로도 빠져나가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그는 로이드 이상 가는 강자였으니까.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 둘쯤은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 현실적인 방법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얌전히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허허. 똥 누러 온 사람 어디 갔나.”

 

 장난기가 담긴 알베른의 말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루시아가 볼일(?)을 볼 생각을 안 하니 꺼내든 말이었다.

 

 그녀는 드물게 얼굴이 새빨개지며 소리쳤다.

 

 “입 닥쳐! 이 개 변태새끼야!”

 

 “큭큭큭.”

 

 알베른은 쌍욕을 들었음에도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럴 때 보면 뭔가 비어있는 사람 같은데 말이야.

 

 

 그때였다. 알베른의 오른손이 빗살처럼 움직이며 검집채로 무장한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

 

 아무 저항도 못하고 일격에 기절한 사내. 나와 루시아는 너무나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토끼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

 

 어떤 말도 못하고 있는 우리들을 알베른은 피식 거리며 바라보았다.

 

 “자 소년. 내 명예를 건 약속대로 너희들을 무사히 풀어주마.”

 

 “…….”

 

 “자. 이미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어. 최대한 멀리 도망가도록 해.”

 

 나는 너무도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단 나는 쓰러진 사내 품에 있는 검을 챙겼다. 나의 애검 ‘신혜‘는 아쉽게도 납치 당시 그 자리 그대로 버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도망가더라도 최소한 자신을 보호할 무기는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홀린 것 같은 느낌으로 사내의 왼쪽 어깨부분을 찢었다. 왜 그런 돌발 행동을 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으나,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기분은 적중했다. 드러나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꽃문양 ‘네모필라’ 전시장을 살해했던 ‘프라트니부스’의 심벌이었다. 설마 했었는데, 루시아를 납치한 범인이 이들일 줄이야.

 

 그들이 전시장 별장 습격이 성공한 이후부터는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예 틀어져버렸다.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원작자인 나조차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알베른….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죠?”

 

 나는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애국심을 부르짖는 이상한 도적들과 외국의 기사라. 도무지 연관성이 안보이잖아.

 

 알베른은 눈에 이채를 띄며,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진짜 별나구나. 소년. 이런 상황에서 그런 침착함이라니. 하지만 그건 사정상 이야기 해줄 수 없겠구나.”

 

 그놈의 사정! 사정! 그게 그렇게 좋으면 자위나해라. 나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가까스로 감정을 다스리며 재차 질문했다.

 

 “그럼 다른 이야기로, 당신은 절 알고 있었죠? 그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주세요.”

 

 “괜찮겠니? 시간이 촉박할 텐데?”

 

 “그러니까 빨리 대답하라고!”

 

 나는 꽥 소리를 질렀고, 알베른은 잠깐 고심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 상관이 너에 대해 말해줬어. 그분은 너에게 관심이 많더군. 그래서 알고 있었을 뿐이야. 네가 이 납치에 관여 되어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이건 사실이야.”

 

 “…그 상관이 누군데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야. 노아. 이제 그만 가보도록 해”

 

 아직도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알베른 말대로, 이제는 떠나야만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신변을 걱정해 주었다. 뭐 그래도 우리를 풀어준 은인이니까.

 

 “우리가 도망가면 사정상 괜찮겠어요?”

 

 여기서 ‘사정‘보단 ’입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지만 내가 저 단어 때문에 하도 열 받았기 때문에 괜찮다.

 

 역시나, 알베른은 사정을 좋아하는 남자답게 큭큭 거리며 웃었다. 아주 웃음이 헤픈 남자로군!

 

 “큭큭. 지금 네가 남 걱정할 때냐? 진짜 작별이다.”

 

 빨간 머리의 사내는 우리와 멀어져갔고 나와 루시아도 각오를 굳히고 힘차게 달려갔다. 왠지 모르겠지만 저 사내와는 이번이 끝이 아닐거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6 episode 6. 대륙의 별 #8 2017 / 11 / 2 255 0 6711   
45 episode 6. 대륙의 별 #7 2017 / 10 / 31 242 0 5430   
44 episode 6. 대륙의 별 #6 2017 / 10 / 25 248 0 3468   
43 episode 6. 대륙의 별 #5 2017 / 10 / 24 239 0 5375   
42 episode 6. 대륙의 별 #4 2017 / 10 / 23 241 0 6115   
41 episode 6. 대륙의 별 #3 2017 / 10 / 21 248 0 6082   
40 episode 6. 대륙의 별 #2 2017 / 10 / 20 247 0 6700   
39 episode 6. 대륙의 별 2017 / 10 / 19 262 0 5378   
38 episode 5. 시장선거 #10 2017 / 10 / 18 268 0 3616   
37 episode 5. 시장선거 #9 2017 / 10 / 17 262 0 6702   
36 episode 5. 시장선거 #8 2017 / 10 / 15 266 0 8464   
35 episode 5. 시장선거 #7 2017 / 10 / 14 251 0 6991   
34 episode 5. 시장선거 #6 2017 / 10 / 13 284 0 5180   
33 episode 5. 시장선거 #5 2017 / 10 / 12 262 0 7550   
32 episode 5. 시장선거 #4 2017 / 10 / 11 248 0 5598   
31 episode 5. 시장선거 #3 2017 / 10 / 10 247 0 7926   
30 episode 5. 시장선거. #2 2017 / 10 / 8 266 0 4338   
29 episode 5. 시장선거. 2017 / 10 / 7 276 0 5715   
28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6 2017 / 10 / 6 259 0 4224   
27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5 2017 / 10 / 5 246 0 7427   
26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4 2017 / 10 / 3 267 0 7203   
25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3 2017 / 10 / 1 254 0 5723   
24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2 2017 / 9 / 30 247 0 5869   
23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2017 / 9 / 29 270 0 6124   
22 episode 3. 악녀의 초대 #6 2017 / 9 / 28 266 0 4762   
21 episode 3. 악녀의 초대 #5 2017 / 9 / 27 253 0 2818   
20 episode 3. 악녀의 초대 #4 2017 / 9 / 26 280 0 5638   
19 episode 3. 악녀의 초대 #3 2017 / 9 / 26 267 0 7643   
18 episode 3. 악녀의 초대 #2 2017 / 9 / 24 277 0 5591   
17 episode 3. 악녀의 초대 2017 / 9 / 22 259 0 507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흔한 양판소 세
빈둥남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