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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한소유가 우주를 떠돌다 도착한 이세계에 적응하며 생활하는 이야기.

 
테론에 정착하다.
작성일 : 17-10-11 10:33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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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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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나기의 흔적, 바람의 계곡을 지키는 경비병들을 일은 이처럼 꽤 간단했지만, 한두 번이 아닌 족히 수천 번을 반복해야 하는 탓에, 자주 혼란을 야기하는 작업이었다.

  재차 한숨을 내쉰 카일로스가 이제 곱절은 더 넓어진 종이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허나 아무리 펼치고 펼쳐도, 종이는 끝이 없었다.

  무슨 환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종이는 방금 전 크기의 곱절로, 잇따라 또 그만큼의 곱절로 커져가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 뿐, 도저히 그 끝을 바깥에 내보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년 사내의 손을 꼭 쥐고 있던 아이가 마침내 그저 단순할 뿐인 종이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날카로운 날붙이 앞에 서슴없이 다가올 때까지도, 카일로스는 이 평범한 종이를 전부 펼쳐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잠시 종이가 펼쳐질 순간을 기다리던 아이가 또다시 곱절의 크기가 된 종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지금 마술이에요?"

  그러자 카일로스가 곧장 고개를 내저었다.

  "이게 마술이라면 지금 여기서 경비병이나 하고 있진 않았겠지요."

  "그럼 그건 뭔데요? 왜 못 펴는 거예요?"

  "그건 저도 알고 싶은 부분인데…."

  검문소를 경비하면서 상대하는 모든 이에게 어떤 상황이 들이닥쳐도 말을 높일 수 있도록 사전에 혹독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지, 이제 막 10살배기 여자아이를 눈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레 흘러나온 대답은 반말이 아닌 한결 같은 높임말이었지만, 이 기묘한 사태의 당사자인 카일로스는 정작 그 점에 대해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종이를 펼치는 일에, 다시 말해, 이젠 어디까지 커지나 궁금증이 일 정도로 압축된 종이의 끝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이 좀 더 큰 관심거리가 된 모양인지, 귓가를 간질이는 페이나스의 "다음!"이란 소리를 들었음에도 종이를 펼치는 손은 물론,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앞서도 보셔겠지만, 성문 옆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냥 입을 통해서만 자리를 뜨길 싫어하는 여자아이와, 그런 여자아이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는 중년의 사내를 성벽 안의 또 다른 성벽, 검문소로 들여보낸 뒤, 종이를 펼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따름이었다.

  손바닥만하게 접혀 있던 종이는 거의 성인 남성의 몸통과 비슷한 크기로 넓어져 있었다. 필수적으로 두 손을 필요로 하는 단계까지 왔음을 종이가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아니, 두 손은 물론이요, 이건 앞으로 세계 지도와도 같이 넓어질 종이를 무리 없이 펼쳐낼 커다란 탁자와, 편안하게 몸을 지탱해 줄 의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리 토로하는 광경이기도 했다.

  캉!

  그렇기에 카일로스는 일단 첫 번째 방해물이라 할 수 있는 어깨에 기대어진 쌍두창을 거리낌 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무한대로 펼쳐지는 종이에 정신을 홀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언제까지고 평탄했던 매일매일을 순식간에 엎어버리고 흥미로 물들이는 이 갑작스런 상황이 너무나도 낯설고 재밌었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행하는 행동이었다.

  물론 지금 자신의 태도가 상당히 무례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고개를 들고 살펴보진 않았지만, 앞에 서 있을 다음 방문객의 표정이 어떠할지 절로 상상이 되었다. 아마 표정을 찡그린 채 대체 뭐하는 짓거리냐고, 잔뜩 주름 잡힌 눈으로 상당히 거슬리게, 강렬히 묻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카일로스는 왠지 신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라면, 다시 말해 만약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절대 특이한 일 하나 벌어지지 않은 평범한 하루였다면, 자신은 감히 이러한 일탈을 저지를 생각을 손톱만치도 하지 못했을 터였다.

  감히 쌍두창을 내버릴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며, 감히 방문객을 앞에 두고 고개를 들지 않는다는 다소 정신 나간 생각 또한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저 하루하루가 그렇듯,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해진 지침서 그대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겉으로는 밝게, 속으로는 온갖 욕을 날리며 가만히 서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귀족의 자제들을 상대하는 일에 더할 나위 없는 짜증을 느끼고,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가는 방문객들의 숫자에 절로 두통을 느끼며, 차라리 멍하니 성문 앞에 앉아 있는 델리스가 부러워지는 그런 자기혐오적인 사태까지 가고 나서야, 털레털레 집으로 기어들어가는 그런 평상시의 일상이 펼쳐졌을 게 확실했다.

  '오늘 하루'란 제목의 무대 위에서 비로소 조명 하나 비춰지지 않는 종막에 다다라서야, 겨우겨우 숨을 고른다는 뜻이었음이다.

  "다음!"

  그렇기에 어쩌면, 종이에 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행위 자체가 처음부터 종이에 홀렸기에 나타난 것일 수도 있었다. 후드의 여행객이 종이를 쥐어 주고 홀연히 떠나갔을 때부터, 자신은 이미 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종이에, 겨우 말도 안 되는 너비로 펼쳐지는 게 전부인 종이에 그만 홀려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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