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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4. 에이스는 바로 나야 나, 나야나! #5
작성일 : 17-10-05 21:5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7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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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역사적인 밤이 시작되었다. 너무 거창한가? 곧 클럽의 에이스 쟁탈전은 시작한다. 승패를 가르는 방법은 영업종료까지의 매출로 비교, 패자는 클럽에서 나가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룰.

 

 엔드류는 현재 나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이번 대결로 인해 내가 미소년x 미소년에서 나가야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이 승부의 핵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쉴 새 없이‘할 수 있다.’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있었다.

 

 사실 승패를 떠나, 조만간 클럽에서 나갈 생각이었지만 굳이 그걸 그에게 말해주진 않았다. 미안하다. 엔드류 군. 넌 오늘 날 위해 경주마처럼 뛰어줘야겠어. 노예야, 어서 일해라!

 

 …….

 

 농담이다. 진짜 이유는 평소 방방 뜨는 그의 성격을 걱정했달 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평소 행실로 보아 열에 아홉은 실수를 했을 것이다. 호스트로서 장점도 많이 갖고 있는 그지만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종종 자신의 흥을 주체 못해 손님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저 정도 책임감과 긴장감은 나쁘지 않았다. 잘 부탁한다. 엔드류 군.

 

 그때, 아주 잠깐이지만 소피아의 불안한 눈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를 보며 나는 담담히 웃어주었다. 그런 표정 하지 말라니까.

 

 클럽원 전부가 오늘 대결에서, 길버트의 승리를 점쳤다. 뭐 당연하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어젯밤부터 행했던 나의 ‘PR(Public Relation)’ 전략이랄까. 사실 그동안 내가 에이스라는 걸 클럽 호스트 모두가 인정하지 못해서 다들 쉬쉬하고 있었고, 나 스스로도 별로 영광스러운 호칭이 아닌지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손님들은 아직도, 로이드가 no.1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종달새 엔드류를 풀어놓아, 만나는 손님마다 입방정을 떨라고 지시했다. 그 로이 멕클레인이 왕좌를 빼앗겼다더라. 그런데 그 상대가 고작 15살 소년이라더라. 미소년x미소년의 에이스가 바뀐 거는 근 몇 년 만이더라. 등등.

 

 물론 엔드류는 처음엔 거부했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저거 다 진심이냐?’ 라며 가자미눈을 떴고. 나는 단순히 ‘작전’이라며 그를 설득하기위해 진땀을 빼야만 했다.

 

 어쨌든 이러면 누구라도 소문의 금발 미소년 ‘노아’를 한번쯤은 만나고 싶은 건 당연지사 아닐까? 실제로도 효과는 엄청났다.

 

 어젯밤만 해도 귀부인들은 나를 만나야겠다며 아우성이었고, 나는 당연히 피치 못 할 사정이 있다며 거부했다. 훗. 저 그리 쉬운 남자 아닙니다. 다만 내일 밤 다시오면 날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다분히 전략적인 멘트를 흘려주었다

 

 당연히 홍보는 오래할수록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길버트가 수작을 부릴 시간도 주는 격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짧은 이틀이라는 시간으로 준비기간을 정한 것이며, 지금까지는 유효하게 먹히고 있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길버트 파벌에서는 딱히 대응책을 못 내놓고 있었으니까.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이걸 치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떳떳하다! 게임의 룰은 ‘오늘의 실적으로 에이스를 가리는 것을 외부에는 비밀로 진행한다.’ 이였지, 자기 PR을 하지 말라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자. 이제 영업 시작입니다.”

 

 시게를 바라보고 있던 소피아의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나는 초조하게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아씨 지명이 두 분한테 동시에 들어왔네요. 3번 4번 룸이에요. 어디로?”

 

 나와 엔드류는 시선을 교환했다. 다행이 작전은 잘 통해서 영업 시작하자마자 동시에 귀부인들에게 사랑(….)을 받게 생겼다.

 

 

 나는 3번방으로 들어갔고, 핼퍼인 엔드류는 4번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일을 보고 나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를 지명해주었는데, 기다리다 지친 손님이 마음이 상해 다른 호스트를 지명을 하기 전에 오는 게 포인트였다.

 

 방안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풍채(….)가 아주 좋은, 아 실례 정정한다. 자태가 넉넉해 보이는 여성이 앉아있었다.

 

 나는 ‘에이스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당당히 걸어가 그녀 옆에 앉았다.

 

 “반갑습니다. 누님. 제가 클럽의 새로운 에이스인 노아라고 합니다.”

 

 “어머, 소년이라고 듣긴 했지만 더 어려보이네. 몇 짤?”

 

 몇 짤? 안 어울리게 혀가 짧으시군요. 누님. 나는 당황하지 않고, 에이스다운 반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15살입니다.”

 

 “내 아들과 동갑이네. 아유. 귀여워라.”

 

 “……,”

 

 그런데 이런 곳에 와도 되는 겁니까. 누님.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나의 이성은 견고했다. 이번에는 진짜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발랄하게 리액션을 해주었다.

 

 

 “와. 저 정도 나이에 아드님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 봤을 때 완전 이십대 후반인줄!”

 

 미안하다. 앞자리만 속였다. 아주 뻔 한수였지만,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대화가 오가고 있을 때였다.

 

 “누님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더니, 목이 마르네요. 뭐 좀 시켜도 될까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특별한지라 안면몰수하고 시도했다. 얼굴이 화끈 거리는걸 느꼈지만 애써 태연한척 했다.

 

 “당연하지. 안주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누님은 넉넉한 몸매만큼이나 마음도 넓은 여성이었다. 두말하지 않고 화통하게 고급 안주들과 술을 시켜주었다. 그게 내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집에 있는 아들(…,)과 겹쳐 보여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어서, 그녀가 얘기할 때 경청해서 들어주고 활달하게 호응을 해주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즐겁길 바라면서….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녀와 작별했고 그녀도 딱히 나를 잡진 않았다. 유명 호스트가 바쁜 건 손님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래잡지 않는 것은 일종의 암묵적인 룰 중에 하나였다. 물론 그렇지 않고 집요하게 달라붙는 진상손님도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지만.

 

 이번엔 엔드류와 교대하러 4번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다. 처음 몇 마디 나눌 때는, 지나친 관심에 부담스러울 정도였는데 대화가 계속되자 나의 밑천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원래 내가 여성과 대화가 능숙한 편이 아니며, 호스트로서 기량역시 초보수준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최근에 반짝 유명해진 내 명성이 ‘거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나는 마치 사기 당한 사람처럼 어두운 낯빛의 그녀를 무시하며 방에서 나왔다. 후후. 미안하군. 어쩌겠어. 낙장불입이야 아가씨. 비유하자면 언제든 물릴 수 있는 ‘선작’과 다르게 돌이킬 수 없는 ‘추천‘을 누른 셈이지. 하하하하.

 

 …….

 

 어쨌든. 첫 스타트를 무난하게 끊은 나는 소피아에게 경과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대기실 구석에 있는 그래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보면 알겠지만, 길버트씨와 노아씨가 거친 손님은 2명씩이에요. 하지만 매출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길버트씨가 압도적으로 높네요.”

 

 “…….”

 

  그녀의 말대로 길버트의 그래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상하다. 분명 나름 나도 성과를 올렸었다. 두 손님들도 인색하게 굴지는 않았었고.

 

 나는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길버트씨한테 오랜 단골손님 두 명이 찾아왔어요. 각각 한분마다 클럽에서 가장 비싼 술을 시켰고요”

 

 “…….”

 

 나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운이 좋게도 승부하는 날, 단골손님 두 명이 찾아왔고 두 명 모두 가장 비싼 술을 시켰다? 모두가 짐작하겠지만 우리 클럽은 더럽게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가장 비싼 술을 시켰다함은 호스트들 사이에서 축하가 오고갈 정도로 큰 성과였다.

 

 공교롭다. 너무나도…. 하지만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굳은 표정을 풀었다. 예민하게 굴지말자. 아직 게임은 초반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피아는 희소식을 들려주었다.

 

 “또 지명이 들어왔어요. 마찬가지로 두 명 이네요. 7번 9번 룸이에요.”

 

 정말 다행스럽고 좋은 소식이긴 한데, 오늘 같은 단기전은 많은 손님을 만나는 것보다는

 안 좋은 표현이지만, 돈이 많이 있는 정확히는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호구’가 필요했다. 시간은 부족한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불러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판이었다. 나와 엔드류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각각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소문 때문에 나를 찾는 여인들이었고, 적당히 상대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손님들과 한바탕하고 돌아와서 초조하게 소피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어요. 길버트씨 다른 단골손님들이 더 찾아왔고 마찬가지로 각각 가장 비싼 술을 시켰거든요.”

 

 -꽝

 

 엔드류가 주먹으로 벽을 치며 소리쳤다.

 

 “이런 개자식!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구나!”

 

 “…….”

 

 엔드류는 무척 흥분해서 날뛰고 있었지만 딱히 막지는 않았다. 나도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우연이 반복 될 수 있을까? 우리 클럽 원들만 알기로 한 게임의 룰이 밖으로 새어나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유출자가 길버트 혹은, 그의 파벌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

 

 “노아.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거야!?”

 

 “…진정해요. 선배.”

 

 당장이라도 길버트가 있는 방에 쳐들어 갈 기세인 엔드류를 만류하고, 나는 양 볼을 엄지와 검지로 누른 채 생각에 잠겼다.

 

 “노아씨 엔드류씨. 이번에는 단체손님이 두 분을 동시 지명했어요. 6번 룸으로 가요.”

 

 소피아의 외침이 나의 사색을 깼다. 지금으로선 딱히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현재의 충실하며, 기회를 찾을 수밖에.

 

 나와 엔드류는 6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 둘 다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손님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녀들은 바로, 나의 첫손님이자, 제국 최고의 정보기관이자 수사기관인 쉐도우 트래커 소속 여군들이었다.

 

 “리사! 그리고 에이미!”

 

 엔드류가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그녀들을 반겨주었다. 가명으로 불렀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든 것 같았다.

 

 “어머, 아직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네?”

 

 귀염상에 에이미.

 

 “잘 있었어. 귀염둥이?”

 

 육감적인 몸매에 리사. 참고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허벅지(….)를 처음 허락한 여성이며 그때는 누님3으로 불렀었다.

 

 “…….”

 

 그리고 이건 포스 쩌시는 우리의 부단장님.

 

 “누…누님도 오셨군요.‘

 

 “…….”

 

 엔드류는 주눅 든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가 그럴 만도한 게 그날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려다, 부단장 누님에게 혼쭐이 난적이 있었으니까.

 

 상황이 재밌는 게, 우리는 처음 만난 그때처럼 똑같은 자리에 앉았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리사와 부단장 사이에 엔드류가 앉고, 부단장과 에이미 사이에 내가 앉았다.

 

 나만 재밌다. 라고 느낀 것은 아니었나 보다. 모두들 웃고 떠들었으며(당연히 부단장누님은 담배만 태울 뿐이었다) 분위기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어쩐 일이에요. 여러분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침착해지자 내가 물은 말이었다. 진짜 이 누님들은 왜 온 거지? 그에 대한 대답은 그동안 묵묵히 있던 부단장 누님이 해주었다.

 

 “…너와 길버트가 아주 재밌는 게임을 하고 있더군.”

 

 나와 엔드류가 동시에 입을 벌렸다. 나름 대외비인데 그걸 어떻게….

 

 “그걸 어떻게 아셨죠? 외부에는 철저히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부단장 누님은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노아. 너답지 않게, 영리하지 못한 질문이로 구나. 우리가 어디소속인지 잊었니? 게다가 너는 내가 관심을 갖는 소년이란다.”

 

 …아니. 그건 아는데요. 국가기관을 그렇게 사리사욕을 위해 써도 되는 겁니까! 그녀는 내가 당황하고 있든 말든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래서 조금은 도움이 되고자 찾아왔다.”

 

 너무 고마운 말이긴 한데,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 비밀스러운 ‘게임’을 알게 되었는지 정황을 알고 싶습니다.”

 

 부단장 누님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입을 열었다.

 

 “너랑 싸웠던 남자 중 로리스란 자가 있지, 그가 어젯밤 클럽에서 몰래 빠져나와 헤브닉 가문의 영애와 만나는 게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길버트에게 빠져있지.”

 

 “…….”

 

 헐. 며칠 전에 로리스 놈들에게 사랑의 매를 든 것은 그렇다 치고 말하는 폼으로 볼 때 클럽 내 파벌에 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설마 스텔라에게 흘렸던 레비아탄의 정보에 대해서도 아는 것은 아니겠지? 갑자기 등줄기에 소름이 스쳤다.

 

 “어때 이정도면 답이 되었나. ‘소마’ 노아? 쿠쿡.”

 

 …쓸데없이 그 영광스러운 별명까지 알고 있었군요. 부단장 누님. 그녀는 내 표정이 웃긴지 큭큭 거리고 있었다.

 

 부단장 누님, 의외의 모습에 나와 엔드류는 당황했다. 심지어 동행인 리사와, 에이미조차 그런 그녀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웃음을 멈춘 그녀는 원래의 차가운 표정으로 되돌아와 입을 열었다.

 

 “노아. 원한다면 증인이 되어줄만 한 사람의 신변을 확보해주마.”

 

 “…….”

 

 그렇게 무서운 말을 태연하게 내뱉지 마시죠. 그녀의 냉랭함이 흐르는 분위기상 증인을 정중히 모셔오는 것과 거리가 멀어 보였으니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 뒤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이정도로 충분해요.”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나의 단호한 거절에 엔드류의 답답함이 절로 느껴지는 표정이 보였지만, 못 본 척 무시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예의상 한 말이 아니었으니까. 길버트가 반칙을 썼다는 확실한 정황을 알게 된 것으로 그에게 가졌던 조금의 안쓰러움조차 사라져 버렸다.

 

 더러운 자식. 그렇게 호스트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것처럼 굴더니, 결국 자기의 말도 못 지키는 소인배였구나. 이에는 이. 반칙에는 반칙이다. 기대해라.

 

 그것을 끝으로 그녀들은 각각 2병씩 가장 비싼 술을 시켜주며 떠났다.

 

 룸에서 나오자마자, 엔드류는 짜증을 폭발시켰다.

 

 “이 멍청한 놈아, 그녀들에게 부탁하면 쉽게 풀리는 일을 뭐 때문에 거절한 거야.”

 

 “…그녀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순 없어요. 이정도면 충분해요.”

 

 “…….”

 

 실제로 직접 와서 정보를 알려주고, 군인신분으로 가장 비싼 술을 6병이나 시킨 것은, 단순 호의를 넘어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의 정체를 모르는 한 마음의 부채를 더 이상 늘리기는 싫었다.

 

 ‘고맙습니다. 언젠가 꼭 이 빚은 갚겠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그래프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녀들 덕분에 많이 따라오긴 했으나, 길버트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이대로는 ‘졌잘싸‘ 즉 ’졌지만 잘 싸웠다‘ 가 될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맘이 전혀 없었다.

 

 나는 소피아에게 부탁해 메모지와 펜을 받았다. 그리고 일필휘지로 문장을 완성했다.

 

 “크크큭큭큭 캬하하하.”

 

 내가 음흉하게 광소를 터트리자 엔드류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머리라도 다쳤니? 왜 흑마법사처럼 웃고 그래?”

 

 나는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 악마 소환의식이라고 해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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