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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해삼의 변절- (제2부 최종회)
작성일 : 17-10-05 12:26     조회 : 212     추천 : 2     분량 : 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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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삼의 변절

 

 

 신림사거리 남쪽 2백미터 지점 버스 정류소 옆 2층건물 ‘더 카페’.

 스터디 카페인 룸 카페의 트인 칸막이 안에 세 사람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코모도 고문도와 삼봉 주덕팔, 그리고 놀랍게도 이글스파 해결사인 해삼이다.

 

 “상처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네. 그 동안 고생 많았지?”

 문도가 해삼을 보고 미안한 듯 웃음을 지었다.

 

 한 보름 전 저녁에 수원 광교유원지에서 잭나이프로 문도를 기습했다가 얻어터져서 얼굴 관자놀이와 목 울대뼈에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졌던 해삼이다.

 

 “응, 네 발차기가 시원찮아서 빨리 나았다. 흐흐.”

 해삼이 입꼬리를 올리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 깍두기도 퇴원했나요?”

 삼봉이 그때 자기와 대결해 턱주가리가 요절났던 해삼의 꼬봉에 대해 물었다.

 

 “그렇소. 걔도 이제 말짱하요.”

 해삼이 젊은 문도의 수하 삼봉을 보고 의미 있는 시선을 보냈다.

 

 이상하게 오늘 해삼의 행동거지는 겁나는 것 없어 보이던 얼마 전 이글스파 해결사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했어?”

 문도가 커피 프라푸치노를 빨대로 쪽 빨며 해삼을 쳐다보고 물었다.

 

 “응,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한번 만나는 건데 그랬어. 그날 네가 혼자 도망쳤으면 나는 아마 지금쯤 깜방에 있을지도 몰라.”

 해삼이 전에 없이 부드러운 얼굴로 문도에게 감사해 하는 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날 눈 주위에 부상을 입은 해삼이 달려오는 청원경찰을 피해 도망치지 못하고 헤매자 문도가 되돌아가서 부축하여 주차장까지 데려다 줬던 것이다.

 이글스파의 해결사는 조직을 배신한 대원이나 쓸모 없어진 조직원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만약 그날 경찰에 넘겨졌으면 지은 죄가 많은 해결사 해삼은 무기징역까지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거야, 내가 너를 경찰에 넘겨주기 싫어서 그랬던 거야. 그랬다가는 나도 나중에 경찰에 불려갈지 몰라서 그런 거고, 네가 불쌍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감사한 척 그러지 마라! 크크.”

 문도가 너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닌데 그러냐는 듯 웃어넘겼다.

 

 실은 자기에게 터져서 눈텡이가 퉁퉁 부어 어두운 숲 속 길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해삼이 안쓰러워서 그랬던 것이다.

 

 “일부러 아닌 척 하지 마라! 나 같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달렸을 거다.”

 해삼이 눈을 흘기며 씩 웃었다.

 

 잭나이프로 뒤에서 공격한 건 분명히 중상 이상을 입히려던 의사가 있었던 해삼이다.

 그런데, 문도는 그런 자기를 함께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안전한 곳으로 부축해서 데려다 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며 자기를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을.

 그때 해삼은 주먹세계에서 볼 수 없었던 뭔가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보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름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정 그러면 오늘 커피 값은 네가 치르든지. 크크.”

 문도가 옆에 앉은 삼봉에게 더 먹으라는 눈짓을 했다.

 

 “커피 값으로 되겠냐? 실은 내가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보자고 했어.”

 해삼이 정색을 하고 문도와 삼봉을 번갈아 봤다.

 

 “그래? 무슨 일인데?”

 문도가 커피 빨대에서 입을 떼고 빤히 쳐다봤다.

 

 “응. 저 분 사진이 우리 이글스 조직원들 핸드폰으로 배포되었어!”

 해삼이 삼봉을 쳐다보며 다소 흥분된 음성으로 대답했다.

 

 “예? 내 사진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삼봉이 깜짝 놀라며 머릿속 두뇌를 회전시켰다.

 

 “누구든 본 적 있으면 본부에 신고하라는 지시입니다.”

 

 “나를 본 사람은 신고하라고요?”

 

 삼봉의 사진이 이글스파 대원들에게 지명수배됐다는 말이다. 언제 찍어서 뭣 때문에 그러는지 몹시 궁금하고 당황스럽다.

 

 “그렇소! 저번 월미도 회담장에 나가셨지요? 이글스 본부에서는 지금 상도동파와 산이슬파를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이 누군지 혈안이 되어 수소문하고 있소. 그날 월미도 씨 스타 호텔에서 몰카로 찍은 모양이요.”

 해삼이 삼봉을 유심히 훑어보며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이 새파란 녀석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놈 임엔 분명하다 싶은 표정이다.

 더구나 이런 놈을 수하로 데리고 다니는 코모도는 더 대단한 사람으로 보인다.

 

 해삼은 이글스파 상부의 지시로 수원 북문파 오야붕 권한 대행인 장훈교 보스와 그의 행동대장인 기하성의 뒤를 밟다가 우연히 룸살롱에서 그들과 회동하던 문도와 삼봉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이글스파를 공격한 배후에는 분명히 북문파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문도와 삼봉은 북문파 조직원은 아니다. 자기 수하인 깍두기로부터 삼봉이 북문파 행동대장 기라성의 고교 친구라고 하더라는 말은 전해 들었다.

 그리고 지난번 결투 때 문도가 얼핏 부산의 조직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처럼 말했었다. 부산 서면파는 이글스파와 연줄이 조금 있다. 그러나 해삼 자기도 모르는, 부산에 뿌리를 두고 수원 북문파와 연을 맺고 있는 거대한 전국구 조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싶다.

 

 “어? 그럼 그 깍두기가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삼봉이 그날 결투하면서 깍두기에게 자기가 북문파 기라성이와 고교 때 함께 논 사람이라고 으스댔던 기억이 나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염려 마시오. 내가 멍게 입은 꽉 막아놨소!”

 

 “아, 그래요? 그 친구 별명이 멍게 입니까? 하하.”

 안심이 된 삼봉이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해삼에 멍게라니, 두 사수와 조수의 별명이 어울린다 싶다.

 

 “그런데, 해삼! 네가 왜 그러는데? 당장 본부에 꼬지르면 너는 나한테 터져서 실추됐던 명예도 회복하고 칭찬받을 거 아니야?”

 문도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해삼을 꼬나봤다.

 문도에게 도움 좀 받았다고 조직을 배신할 해결사 해삼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음.. 그게 말이야, 코모도! 실은 내가 지난번에 북문파 장훈교 보스를 미행하다가 너한테 터져서 입원하고부터 상부에 완전히 찍혔어. 그래서 내가 언제고 조용히 처리될지도 몰라!”

 해삼이 심각한 표정으로 문도를 쳐다봤다.

 

 “그래? 그거 보통 일이 아니네. 그런데 꼬봉 입까지 막으면서 나를 도와주면 더 위험한 거 아니야?”

 문도가 자기 때문에 해삼이 위험한 지경에 처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를 좀 도와 줬으면 해!”

 해삼이 애절한 눈빛으로 문도를 바라봤다.

 

 “도와달라고? 뭘, 어떻게?”

 문도가 감을 못 잡고 눈을 깜박거렸다.

 

 “내가 앞으로 네 밑에서 일하면 안될까? 내가 잠수 탈 수 있게 좀 도와주라!”

 해삼이 애걸하다시피 문도를 쳐다봤다.

 

 “뭐? 이글스파를 배신하고 내 밑에 오겠다고?”

 깜짝 놀란 문도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저 번에 네가 부산에도 네 조직이 있다고 했잖아? 그쪽에 내가 숨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좀 맡겨줘!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

 해삼은 거의 울상이 되었다.

 

 문도와 삼봉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잠시 눈만 끔벅거렸다.

 이거 정말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해삼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자기들 때문에 해삼이 죽게 생겼다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당장 흥신소 ‘배달’에 조직원으로 들여놓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입장도 아니다.

 

 “그래, 알았어! 내가 좋은 자리를 찾아볼 테니까 며칠만 참고 기다려라.”

 의외로 문도가 얼른 대답을 하며 해삼을 안심시켰다.

 

 “그래? 정말 고맙다, 코모도! 앞으로 자네를 형님으로 모시며 충성할게!”

 혹시나 하던 해삼이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른다.

 

 “형님은 무슨! 너무 그러지 마라, 간지럽다. 크크.”

 문도가 기분은 좋은지 웃었다.

 

 “선배님, 우리 배달에 영입하시려고요?”

 삼봉은 아무래도 문도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게 물었다.

 

 “응, 아니야! 부산 근처에 내가 아는 친구와 형님이 있어. 그쪽에 알아보면 웬만하면 되지 싶으니까 걱정하지마.”

 문도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 그래요? 부산 근처면 여기서 머니까 괜찮겠네요. 그럼 그 깍두기, 멍게도 함께 오는 겁니까?”

 삼봉이 안심하며 해삼에게 물었다.

 

 “그럼! 그 녀석도 나랑 입장이 비슷해서 조직에 남아있기 힘들어요. 코모도 형님이 받아준다면 나랑 함께 움직일 거요. 걔는 아직 신입이라 크게 염려 안 해도 될 겁니다.”

 해삼이 얼굴을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이, 해삼! 징그러우니까, 형님이라 부르지마! 안 그러면 노 땡큐다!”

 문도가 정색을 하고 해삼에게 눈총을 보냈다.

 

 “어, 그, 그래 알았어 코모도! 하여튼 너무 고맙다. 평생 충성맹세 할게!”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해삼이 연신 덩치 큰 몸을 굽실거렸다.

 

 ‘부산 근처에 있는 친구와 형님에게 부탁한다고? 역시 우리 코모도 선배는 보통 인물이 아니야! 분명히 우리 배달 말고 뒤에 뭔가 있을 줄 알았어! 흐흐, 기분 좋다.’

 삼봉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글스파 현상수배에서 풀려나고 믿을 수 있는 주먹 친구도 두 명이나 생긴데다 자기가 모시는 선배 코모도가 든든한 배경도 갖고 있는 게 증명됐는데, 아니 기쁠 수 없다.

 

 이대로 잘 진행되면 수원 북문파를 중심으로 전국의 악독한 조직폭력배를 무찌르고 착한 조폭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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